나쁜사람에게

한강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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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사람에게

안녕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오래된건 아닐지도 몰라
얼마 전 회식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쳤으니
잘 지내는거같네
싫다

너랑 나는 아주 힘든시기에 정말 거짓말처럼 만났어
추운 날 얇은 니트 한 장을 걸치고 같이 걸었던 남산타워가 보였던 그 길
춥다는 핑계로 가까이 붙어있었던 우리
같은 꿈을 갖고 이어온 인연 덕분에
우리는 그렇게 거짓말같은 사랑을 시작했어

너무 좋았지
365일 중 360일을 만났으니깐
서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내뱉으며 서로의 눈을 보며 얘기를 하는 그 순간이
다 꿈같았어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너의 사진을 보여줬고
항상 너의 이야기만 늘어놓았던 나니깐
그 모든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 행복이 깨질까봐 두려울 정도로
너를 깊게 새기고있었어
나는

너는 정말 무정한 사람이였어
나를 설렘에 잠 못들게 했던 그 전과는 달리
너는 나를 만난 후부터는 달라졌지
나보다 우선인게 참 많았어
친구를 만나면 몇시간동안 연락이 없는게 당연했고
덤벙거리는 나를 보며 한심한 듯이 한숨부터 쉬는 너였고
들통날 거짓말들을 늘어놓으며 나를 실망시키는건 일상이였고
전여자친구 문제로 항상 울며 잠들게했던 너였고
속상하다는 말에, 힘들다는 말에 지친다고 말하던 너였어

내가 많이 깊지 않았나봐 너는
그렇게 너와 함께 보낸 사계절은
나의 한마디로 끝이났어
너는 기다렸다는 듯이 알겠다고 대답했고
우리의 거짓말같던 연애는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어질 만큼
잔인하게 끝났어

헤어지고 나서도 많이 힘들었어
너의 그 전여자친구와 너의 사이에서
내가 모르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고
너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
왜 그때 알았을까
나는 고작 그정도였다는걸

글 솜씨가 부족해도
내 마음을 보여주고싶어서
매일 자기전 써준 편지들
1년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담아낸
우리 일기장들

새로 만난 사람에게는
절대 그러지 말라는 내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요즘 좋아보여
나에게 해주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그 사람에게 담아주는 걸 보니
아마도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더라

나는 아직도 가끔 꿈에 너가 나와
아니 사실 오늘도 나왔어
힘들다고 하더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내가 너무 보고싶다고
꿈에서 깨서 한참동안 너의 편지를 찾았어
없더라
너를 만나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나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더라
근데 왜 아직도 너의 흔적을 찾는걸까

그 사람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사진을 봤어
웃음이 나오더라
내 신발끈은 묶어주지도 않던 사람인데
차라리 잘 됐어
그렇게 그 사람 행복하게해줘
나한테 했던 그 모진 행동들
그만하고 그렇게 행복해줘

아마도 우린 또 마주칠거야
그때는
초코 우유 대신에 딸기 우유 건내줄래?
1년 만나고도 그런 실수를 하는 걸 보니깐
여전히 나한테는 나쁜사람이야
지금처럼 잘 지내줘
나도 잘 지내려고 노력할게
너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긴 힘들겠지만
좋은 시간으로 생각하고
좋은 경험으로 담아둘게
내가 줬던 그 감정들 잊지말아줘

너는 정말 나쁜 사람이였고
나는 정말 바보같은 사람이였던
그 사계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