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결혼. 친구가 너무 힘들게 해요

결혼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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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79년생이예요.
작년 7월에 결혼했으니 사람들 기준에 꽤 늦은 결혼이예요.
연애 몇번 안 했지만 다 꽤 긴 연애였기도 하고 한번 헤어지면 그 후유증이 길어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게 저한테 그렇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어서 많이 만나보고 헤어지고 못했어요. 근데 딱히 후회도 없어요.
대학 졸업 직전에 취업이 되었고 일도 재밌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아서 20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냈어요.
남자친구 있었는데 저 졸업 전에 갑자기 유학가게 되어 저도 졸업하고 따라간다고 했지만 취업이 되고 일을 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포기하기 아쉬워 떨어져서 오랜 연애 하다가 결국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였어서 제 20대를 그렇게 보낸게 전혀 아쉽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사람을 생각하면 제 욕심에 가지도 않으면서 붙잡고 있었나 미안한 마음이 있고 서로 최선을 다 했지만 인연은 거기까지 였구나 하고 간간히 여기저기서 소식 들으며 마음 추스르며 살았어요.

열심히 하면 남여 차별없고 직급 상관없이 인정받고 올라갈 수 있는 직업군이라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놀았어요. 그러다보니 원래 소개팅 미팅 태어나서 두세번 해 본게 다 일정도로 별로 안 좋아해서 연애 많이 안해보고 30대 중반 맞았지만 부모님도 어느 정도 결혼 얘기 하시다 마셔서 큰 스트레스 없이 살았고 제 생활이 전 좋았아요. 주변에서 습관처럼 결혼 얘기 꺼내는 사람들한테는 데려가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가냐고 그냥 능청스럽게 얼버무리며 넘어가고 가까운 사람들에겐 답 없는 걸로 서로 스트레스 주지 말자 얘기 했었구요. 일부러 인연을 찾아 나서지 않을 뿐이지 독신주의는 아니었는데 나이 찼으니 대충 조건 맞춰서 적당한 사람 만나 결혼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요. 제 인연이 없다면 혼자 살아도 된다 생각했고 인연이 나타난다면 제 일 보다 가정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살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오래전 알았던 지인과 어찌저찌 재작년말 - 작년 초에 인연이 닿아 몇몇 사람들과 식사 자리를 갖게 됐고 한동안 연락 끊겼던 사람들 만나 지난 얘기 나누며 종종 보게 되있어요. 다들 결혼했고 저랑 저보다 두살 많은 오빠만 싱글여서 이동할 때 일부러 둘이 가게 한다든지 다른 사람들은 약속 시간에 좀 늦게 온다던지 하며 다들 귀엽게 저희를 엮으려는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다들 가정이 있고 저희만 싱글이니 좀 더 자유롭고 연락이 끊긴채 살긴 했었어도 사이좋은 공통 지인에 추억도 많아서 금방 편해지고 가까워져서 연애를 시작했어요. 그게 2016년 초반 였고 연애 사실 양가에 알리자마자 정말 기다렸다는듯이 결혼 서두르셔서 뭐 연애고 뭐고 할것도 없이 신혼여행이 둘만의 첫 여행이 되고 그동안 쌓인 연차며 휴가 주말 써 가며 틈만 나면 가까이든 멀리든 여행 다니고 사람들 집에 초대해서 즐거운 신혼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살꺼면서 왜 이제 결혼했냐고 닭살커플 소리 들어가며 아직까지는 의견 차이는 있었어도 막 싸우거나 크게 서운 한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서론이 생각보다 너무 길었는데 이런 저에게 정말 큰 스트레스가 있어서 조언 구하고 싶어서요.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도 제작년 결혼해서 사실 같이 노처녀 소리 들어가며 살았는데 갑자기 듀오 비슷한 (듀오같은 유명한 사이트는 아니었어요) 어떤 사이트에 가입해 소개 받아 만난 분과 짧은 연애를 하고 날 잡은 상태에서 식 한달 정도 남기고 임신을 해서 아들 낳아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한 2년전까지만 해도 주변 오지라퍼들 왜이리 남의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결혼 스트레스 받는다고 서로 하소연 하던 사이였는데(전 사실 주변에서 심하게 스트레스 주진 않았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라 맞장구 쳐 주는 정도였구요) 본인 결혼 결정 된 순간부터 너도 이리저리 재지말고 빨리 시집가라고 정말 언제 노처녀 였냐는 듯 잔소리 하더라구요. 첨엔 얘가 왜 이러나 싶어서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냐고 웃으며 받아쳤는데 거의 매일 잔소리 듣다보니 저도 지치고 해서 좀 멀리하게 되더라구요. 연락오면 단답형 대답하고 만나는 횟수는 산후조리 끝나고 너무 일찍 복직한 친구가 바빠 자연히 더 줄어서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며 지냈어요. 그런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 정도 내공은 쌓여있었나봐요.

저는 그 같이 만나는 지인들과 가족들 정도만 아는 연애를 시작했고 거의 연애 시작하자마자 결혼 얘기가 오갔기 때문에 사실 연애 발표가 결혼 발표였고 다들 놀랬지만 진심으로 축하 해 주는 마음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고 그 친구도 그 중 한사람였지만 항상 뭔가 연락 뒤에는 찜찜함이 남아 있었어요. 진짜 축하한다 너무 좋다 하면서 말 끝에는 항상 부정적인 얘기를 해요. 시댁 스트레스, 남자들 습성 등등... 근데 제가 20대 초반도 아니고 그런거 모르고 환상만 가지고 결혼 할 나이도 아니고 저는 막 시댁이나 남편한테 할말 못하는 스타일 아니예요. 아직 6개월 정도 밖에 안됐고 아이도 없으니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시댁이나 남편한테 큰 스트레스 없어요. 양가 부모님 다 건강하시고 큰 부자 아니셔도 자식들한테 손벌릴 정도 아니셔서 너넨 너네 삶 살아라 우린 우리 삶 살께 이러세요. 가끔 만나 식사하고 저희집 오셔도 식사 한끼나 차 한잔 하시고 바로 가 버리세요. 저는 6월까지 일하고 그만뒀어요. 제 일이 워낙 야근이 불가피한 직업군인데다가 주말도 없어요. 돈은 둘이 벌면 더 잘 모이겠지만 늦게 결혼했는데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큰 미련없이 그만뒀고 밥하고 집안일 하고 집 꾸미는거 저는 재미있어요. 일도 재밌었지만 나는 원래 주부가 체질였나보다고 신랑한테 얘기 할 정도로 둘 다 만족하며 살아요. 남편 혼자 벌어도 제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저 하고 싶은거 할 정도 되고 신랑은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 결혼이 늦어진만큼 자기 분야에서 자리잡고 사치하지 않으면 아쉬운 소리 안해도 될만큼 벌고 친구도 이미 저희가 어느정도 여유있게 산다는거 알더라구요. 신랑 월급 말한적도 없는데 너는 오빠(신랑)가 잘 벌지 않냐고(심지어는 그게 저희 결혼전이라 서로 월급 공개하기 전이었는데도 어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그러더라구요). 그런 저에게 그렇게 결혼하라더니 결혼하니까 축하한다면서 부정적인 얘기들 플러스 본인 신세한탄 하며 은근 나도 같이 힘들어서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느껴져요. 은근슬쩍 힘든거 없는지 캐 내려고 하는데 사실 아직까진 거의 없고 전 원래가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사는 편이라 별로 불만이 없어요. 근데 이제 결혼 얘기 할 게 없으니 바로 아이 이야기.... 아니 노산인거 누가 모르나요? 저희 딩크족 아니고 아이가 생긴다면 정말 기쁘게 낳아서 최선을 다해 키울꺼예요. 그렇지만 스트레스 받아가며 죽어라 그것만을 위해 노력 할 생각도 없구요... 그런데 결혼 날 잡은 순간부터 매번 빨리 낳으라는 말 해요. 피임은 꿈도 꾸지 말라면서... 아니 그럼 애 키우며 일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말던가 너는 그렇게 힘들다며 왜 나한텐 그렇게 애기애기 하냐니까 너는 잘 키울꺼래요. 아니 세상에 자기 자식 못 키우고 싶은 부모 있나요. 맘은 다 잘 키우고 싶지만 육아가 쉬운 일도 아니고 또 내가 원한다고 해서 임신이 아무때나 되는것도 아닌데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임신 얘기를 해요. 화도 내 보고 안 생길 수도 있는거 아니냐고 아무리 이리저리 말해도 소용없어요.

정말 인연을 확 끊어버릴까 여러번 생각했지만
여기엔 다 쓸 수 없는 친구의 아픈 사정도 있고
오랜 친구라 제가 무 자르듯이 자를 수가 없는 상황이예요. 결혼 안 하냐는 얘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던 것처럼 그러고 싶은데 아기 얘기는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듣다보면 없던 걱정도 생기구요.

친한 친구라 내 얼굴에 침 뱉는거 같아 주변에 말도 못하겠고 스트레스는 쌓여서 하소연도 하고 싶고 혹시 제가 생각지도 못한 친구 말 못하게 할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긴 글 구구절절 썼어요.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대학-취업-결혼-아이-집장만 이런 굴레 못 벗어 난다는거 모르는바 아니지만 이런 친구나 주변분 사이다 같은 퇴치 하신 분 없나요???

(답답하게 왜 끊어내지 못하냐고 하실 분들 있을지 모르겠는데 삶의 고비가 많있던 친구고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결혼 생활이 그닥 순탄하지만은 않은데다가 어린 아들 두고 일 하러 가야 하는 복잡한 심경 조금은 짐작이 가서 저까지 큰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