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여행-3

바람200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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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그들의 뒤를 밟았다. 안개 때문에 그들의 눈을 피해 쫒아 가기가 수월했다.

 그들은 십 분 여를 걸어서 내려가더니 큰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마치 민속촌에 온 기분이었다.

모든 집들이 초가집 아니면 기와집이라니...

 

그들이 큰 대문 안으로 사라지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무작정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가는 놈들에게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방법은 하나, 월담 뿐이었다.

비록 담이 높기는 했지만 충분히 넘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난다."


 기와집 주위를 돌다 담이 낮은 곳을 선택해서 기어올라갔다.

담 너머로 여러 채의 집들이 보였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주위를 살핀 다음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다행히 보는 사람이 없었다.


 밖에서 보는 것 보다 집은 훨씬 더 넓고 컸다. 옛날의 99칸 짜리 대가 댁 이상으로 커 보였다.

곳곳에 이상하게 생긴 나무들이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무들은 푸른색의 열매를 맺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탐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결코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는 않았다.

집 몇 채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상하게 지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대문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또 사라지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사랑채라 생각되는 곳으로 조용히 다가가 중문을 열고 들어갔다.


끼끼끼...


 거친 문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난 찔끔해서 주위를 다시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조그마한 정원이 나왔다. 아까 보았던 그 이상한 나무와 알 수 없는 꽃들이 피어있었다. 그리고 가운데 조그마한 연못이 있었는데 물 색깔이 검었다.

그 연못 오른 쪽으로 아담한 사랑채가 자리잡혀 있었다. 길게 문이 여러 개로 나누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규모가 꽤 큰 것 같다.

 

 최대한 숨을 죽이고 사랑채의 방문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상했다.

 벌써 집안에 들어와 헤맨지 20여 분정도 되는데 아무도 볼 수 없다는 것도 이상했고 사람 소리뿐만 아니라 이런 집에 있을 법한 동물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죽은 집인 것 같다.

 그럼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내가 고심에 빠져있을 때 안 쪽 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사람 소리였다.


"그럼. 그렇지!"


 난 쾌재를 부르며 소리나는 곳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또 다른 중문을 열고 바깥쪽으로 나갔다. 그러자 좁다란 통로가 나왔다. 마치 미로와 같은 기다란 길이었다. 양쪽으로 기다란 담을 끼고 소리나는 곳으로 방향을 잡아 걸어갔다.

 어느 정도 걸어갔을까 앞쪽으로 거대한 대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대전 앞쪽으로 큰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앞에 의자가 하나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또한 대전에는 언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는지 얼핏보아도 수 백 명이나 될 듯한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져 서있었다.


 놀란 난 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좌측에 있는 나무들 뒤로 숨었다. 작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서 내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대전의 상황은 잘 볼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찾아도 없던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던 거야?"


 그때 좌우로 갈라져 있던 사람들이 소란스러워 졌다.

누군가가 대전 앞에 있는 의자에 와서 앉는 것이 보였다. 난 그 사람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엇!! 초가집 할머니!!"


 분명 주름투성이의 말이 거친 초가집 할머니가 분명했다.


 할머니가 자리에 앉자 아까 보았던 남자 세 명이 누군가를 데리고 나왔다. 초가집 할머니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냐?"
 검은 옷 중의 한 명이 보고하듯 말했다.
"도망치려는 자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얼굴에 험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놈을 백대만 쳐!"
 할머니의 말에 잡혀 있던 사람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억울합니다!"
"뭐가 억울해?"
"제가 잘 못 한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붙잡아 두고 있습니까?"
"흥! 네 놈이 그걸 몰라서 물어?"
"예! 당신들이 누군데 이렇게 사람을 잡아 둡니까?"


 난 할머니와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는 또다시 놀랐다.


"김철민!! 그가 여기엔 어떻게!!"


 김철민이었다.

 

눈앞에서 이향숙과 사라졌던 그가 잡혀서 할머니에게 사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내 머리로
는 도저히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놈 어디 대모님께 함부로 말하느냐?"
 김철민의 말에 옆에 있던 검은 옷의 사람이 꾸짖었다. 그러자 대모라 불리운 할머니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네 놈이 여기를 나가면 사람을 얼마나 죽일 줄 알고 나 하는 소리여?"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사람을 죽이다뇨?"
"이놈!! 벌써 네 놈 애인을 죽이지 않았느냐?"
"예?...그게...무슨...."
 김철민이 놀라며 우물거리자 할머니가 더욱 무섭게 소리쳤다.
"이 쳐죽일 놈!! 네 놈의 피 묻은 손이 보이지 않느냐?"
 할머니의 고함 소리에 깜짝 놀란 김철민은 자신의 손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갑자기 양손이 모두 붉어지며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김철민이 놀라서 비명을 지르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는 사라졌다.


 할머니와 김철민의 말을 듣고 난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설마....설마....했는데 그가 그녀를.....'


 이향숙의 해맑은 웃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과 은혜의 모습이 겹쳐졌다.
"죽일 놈!!"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는 놀라서 입을 막았지만 이미 소용없었다.

 

 "누구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놀란 난 뒤돌아서 왔던 길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여러 명이 내가 숨어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에게 잡히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몰랐다. 도대체 그들이 누구기에 김철민을 잡아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도망쳐야했다. 숨이 가슴에 차 올라도 죽기 싫음 달리고 또 달려야했다. 얼마나 정신없이 달렸는지는 모르나 점점 사람들의 소리가 멀어져 갔다. 다행히 그들을 따 돌렸다고 생각되니 안심이 되었지만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을 어떡해  빠져 나가야하는지도 걱정이었다.

그리고
 더욱 이상한 것은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날이 밝아지지 않고 있다. 시계를 보았다.


"어? 왜 멈추어있지?"


 시계는 내가 산에 올라 쉴 때 시간 10시 30분에서 멈추어 있다. 그러나 체감으로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어두웠고 안개 또한 걷힐 줄 몰랐다. 이것은 정말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한 동안 걸었더니 허기지고 피곤해서 더 이상 서 있기도 힘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조그마한 초가 한 채가 보였다. 조용히 살펴보니 역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이라도 쉬고 가자."


 방안으로 들어가니 꾀 넓었다. 뒤쪽으로 나가는 문도 하나 있었는데 아마도 뒤 뜰로 바로 출입 할 수 있게 만든 구조 인 것 같았다. 방안에 앉자마자 졸음이 몰려왔다. 막 잠을 자려 할 때 사람의 인기척이 들려 깜짝 놀랐다. 조용히 난 방문 앞에 가서 구멍을 뚫고 밖을 살폈다.


"어? 박상무와 강민희씨네"


 난 반가운 마음에 그들을 부르려 했다. 그러나 박상무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난 충격을 받았다.


"하하하. 당신 덕분에 살았어. 그 놈들이 처음부터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날 죽이려 할 진 몰랐는데...후후...강훈 놈!! 내 칼 한 방에 지금쯤 염라대왕과 만나고 있을걸. 후후후..."
 박상무의 말에 강민희가 놀란 듯이 말했다.
"그럼? 강훈씨를 죽였단 말이예요?"
"그럼? 나를 죽이려는 놈에게 나 죽여 줍셔하고 가만히 있나? 내가 죽지 않으려면 그놈을 죽여야지."
"그래도...어떻게 살인을..."
"하하하. 이거 왜 이러셔 처음부터 내게 접근해서 김대성을 죽여 달라고 한게 눈군데..."


 난 박상무의 입에서 김대성이란 말이 나오자 이상했다. 김대성은 은혜와 결혼하기로 한 그 덩치였기 때문이었다. 은혜와는 헤어졌지만 그 놈이 얼마나 잘난 놈인지 알고 싶어 조사를 했었다.

 놈은 제법 그럴듯한 중소기업 유망 사업가였다. 사업 수완이 좋아 몇 년을 더 이끈다면 대기업 못지 않은 회사가 될 거란 걸 선배를 통해 알았다. 선배는 그의 회사 주식이 이번에 10배나 뛰었다며 좋아했었다.


"그건 김대성 그 놈이 내 인생을 망쳤기 때문에..."
"당연하지 당신을 강간하고 인생을 갈기갈기 찢어발긴 놈인데 죽여서 원수를 갚아야지 안그래? 후후"
박상무의 말에 강민희 아름다운 얼굴이 매섭게 변했다.
"맞아요. 죽여버려요. 그런 놈!"
"후후. 걱정하지마! 어차피 그 놈은 그 사업체를 내게 다 주고 죽을 놈이었어. 어떻게 지 놈이 대명을 손에 넣었는데 내가 아니었다면 지가 대명하고 그 딸과 결혼이라도 할 수 있었겠어?"


 박상무의 말은 내게 충격이었다.


'대명이라면 은혜 아버님의 회사인데...무슨 소리지? 그럼 저 박상무라는 놈과 김대성이라는 놈이 짜고 무슨 일을 벌였단 말인가?"


 강민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럼 당신이 대명에 무슨 술수라도 부렸다는 거예요?"
"후후. 김대성이란 놈이 나를 찾아왔어. 내 주특기가 뭔가? 주식을 조작해서 사기치는 거야. 그 놈이 내게 그러더군 아주 큰 건이 있는데 약간만 술수를 쓰면 회사 하나가 그냥 넝쿨채 들어온다고..."
"그런데 그가 왜 대명에 관심을 갖고 있었죠? 대명 아니라도 그의 사업은 잘되었잖아요. 그리고 대명은 제조업 쪽인데...그와는 상관없을 텐데."
"상관없지가 않지. 후후... 무척 상관이 있었지."
"무슨 소리죠?"
"그 놈은 대명 보다 대명 차성우의 딸 차은혜에게 관심이 많았거든. 놈은 바람둥이라서 웬만한 여자는 다 넘어왔지 그런데 그녀에게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어."


 박상무의 말을 들을수록 가슴이 끓어올랐다. 그때 은혜의 슬프고도 차가운 눈동자가 다시 떠올랐다.


'은혜야....'


 박상무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마치 자신의 영웅담을 이야기 하는 듯 했다.

 "놈의 몸이 달았지. 누구든 손가락하나와 돈 만 있으면 다 옷을 벗고 달려들었는데 차은혜에게는 그 통하지 않았던 거야. "
 강민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이죽거렸다.
"그 인간이 무슨 일로 무력을 행사하지 않았는 모르겠군요."
 박상무는 강민희를 힐끔 보고는 웃으면서 계속 이야기 했다.
"왜 아니겠어. 그러나 그놈은 무력보다 더 한걸 생각한 거야. 강제로 강간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모든 걸 빼앗고 용서를 빌면 취하겠다던가. 그게 뭐 더 통쾌하다나? 후후후...하여튼 악마 같은 놈이지. 사실 그의 회사도 모두 사채업을 통해서 이룩한 거니 알만한거 아니겠어?"
"그래서 당신이 대명에 손대서 주식 조작을 한거군요?"
"맞아! 대명은 어차피 어음이 돌지 않아 자금에서 압박을 받고 있었지. 난 간단히 주식시장에 정보만 흘려도 이득을 볼 수 있었어. 그리고 김대성이 아주 싼 금액에 대명의 주식을 인수했지. 그리고는 차성우에게 가서 그러더군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그러면 모든 주식을 아버님께 양도하겠습니다.' 흥! 내가 그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복통이 나겠더라구."
"그런데 차성우가 그것을 순순히 허락했어요?"
"당신 같으면 앞 뒤 따져보지 않고 허락하겠어? 그러나 김대성이 어떤 놈인데 이미 회사와 집 쪽으로 사람들을 보내서 정신 못 차리게 했지.... 아버지 보다 그 딸이 못 견디더군. 끝내는 놈에게 허락할 수밖에...."
 강민희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소리쳤다.
"나쁜놈!! 죽일 놈!"


 강민희의 행동에 박상무는 실실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놀란 그녀가 뿌리치려하자 더욱 완강하게 안으며 말했다.


"이봐! 왜 그래? 당신이 먼저 꼬리를 쳤으니 그만한 대가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강민희는 그의 말에 당황하며 벗어나려 했지만 박상무의 다음 말에 저항을 포기했다.
"김대성을 상대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원수 갚고 싶지 않아? 이번에 김대성의 회사를 말아먹으면 당신에게도 한턱 크게 줄게 우리 잘해 보자고....크크크..."
 박상무가 말하며 강민희의 허리를 꼭 껴안자 그녀도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다.


  김대성의 음흉한 말과 행동을 보며 치가 떨렸다. 그 때문에 은혜가 잘 못됐다고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났다.그러나 지금은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 보다 김대성과 강민희가 방안으로 들어오려했다.

내가 여기서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는 걸 알면 큰일이었다.

 난 즉시 뒤 쪽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나오자 바로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박상무의 거친 말소리가 들렸다.


"후후..당신은 너무 매력적이야. 멍청한 놈!! 김대성이라는 놈은 바보야! 당신 같은 미인에게 한이 맺히게 했으니 말이야...후후"
 박상무가 거칠게 손을 움직이자 강민희가 다급하게 말했다.
"자...잠깐만요! 여기서 어떻게 해요!"
"왜? 분위기 좋잖아!"
"이러다 이태훈이나 다른 사람이라도 오면 어떻하려구요?"
"걱정도 팔자네. 이 어두운 안개를 속을 헤치고 여기까지 찾지는 못할 테니 염려마!"


 난 더 이상 그들의 행동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그곳을 조용히 빠져 나오려 했다.

그때 강민희 외침이 들렸다.


"안돼요! 도저히 안되겠어요!"
 화난 박상무가 다구쳐 물었다.
"왜? 그럼 아무런 대가 없이 내가 네 일을 할 줄 알아? 잔소리 말고 이리와!"
"싫어요!!"
"이년이 그래도!!"


 강민희가 거부하자 박상무는 이성을 잃고 강압적으로 그녀에게 대들었다. 이미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사람 같지 않았다. 강민희의 저항이 거세자 박상무는 그녀의 빰을 세차게 때렸다.


"찰싹!!"


 박상무의 큰손에 얼굴을 맞은 강민희는 입술이 터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그가 말했다.


"크크...가만히 있지 않음 죽여버린다. 김대성이란 놈이 왜 널 강간 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는군!"


 강민희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저항을 포기하며 박상무에게 소리쳤다.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이 나쁜놈!! 그날 밤 김대성이 나를 강간할 때 음료수 안에 약을 탄 놈이

 너란 걸 알고 있어."


 강민희 말에 박상무는 움찔하더니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그래? 아쉽게 됐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저 짐승 같은 놈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주위에서 몽둥이를 하나 집어서 방으로 뛰쳐 들어가려 할 때였다.


"하하하하. 이 쥐새끼 같은 박상무 거기서 뭐하냐?"


 웃으며 말하는 소리는 분명 이태훈이었다.

 방안의 박상무도 움찔해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어제치며 소리쳤다.


"네 놈이..."
 이태훈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쁜 새끼!! 여기서 여자나 강간하다니....너 이 새끼 니가 강훈이를 죽였지?"
"그래! 내가 죽였다. 네 놈들이 먼저 날 죽이려 했잖아?"
"그래! 돈 좀 벌어 볼려구 이 뭐 같은 세상 살기 힘들어서 돈 좀 벌어 볼려구 너 죽이러 왔다."
"미친놈!! 네가 날 죽이면 김대성이 돈 줄 것 같아? 그 놈은 내게 돈을 주기 싫어서 너 보고 날 죽이라는 거였어. 그런데 그 놈이 잘도 네게 돈을 주겠다."


 박상무의 말에 이태훈은 얼굴이 굳어지며 소리쳤다.


"헛소리마!! 너 죽이면 사는데 지장 없게 해주기로 약속했어."


 이태훈은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반짝이는 잭나이프를 보며 박상무는 움찔해서 뒤로 물러났다.


"네 놈이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이거 한 번이면 넌 저승 갈 꺼야. 이 더러운 새끼야. 저 뒤쪽에서 네 놈의 지저분한 이야기 다 듣고 있었어. 난 정말 살고 싶어서 죽이지만 넌 아니야. 이 나쁜놈의 새끼들 다 죽여버릴 꺼야. 다!!"


 점점 소리치는 이태훈의 숨이 거칠어지며 눈동자가 흉폭해졌다. 거의 이성을 잃은 사람 같아 보였다.
 박상무는 이태훈의 위압 적인 모습에 떨며 뒤로 점점 물러났다. 그러나 그가 한발 물러날 때마다 이태훈이 두 발 짝씩 다가들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박상무가 말했다.


"이...이러지마!....내가...돈 줄께...얼마 필요해? 응?"


 이미 그의 목소리는 이태훈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과 얼굴은 붉은 색으로 물들어 금새라도 붉은 방울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았다.
 방안에 있던 강민희는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었다. 이미 정신적 충격으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았다.


 박상무는 이태훈의 무시무시한 얼굴에 질려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뒤돌아서 달려나갔다.


"으아아아...사람살려!!"


 그러나 그는 얼마 달려나가지 못했다. 야수같이 달려든 이태훈이 그의 등줄기에 깊숙히 잭나이프를 찔러넣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핏줄기가 튀며 이태훈의 얼굴에 뿌려졌다.
 박상무는 크게 눈을 뜬 체 헐떡거리며 무슨 말 인가하려다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방안에 있던 강민희는 충격적인 살인 장면을 보고 정신 못 차리고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아악!! 아아아아아!!"


 날카로운 강민희의 비명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태훈은 죽어있는 박상무와 자신의 손에 들린 피 묻은 잭나이프를 보고 혼란에 빠졌다.


"이...이....게...아닌데...하하...하하...죽었다.....하...죽였다!!....내가 사람을...하하"


 그 또한 충격의 빠진 것 같았다. 아무리 사람을 죽이기로 청부를 받았지만 막상 붉은 피를 보자 그의 정신에 혼란이 온것이다. 그러나 이내 눈빛이 빛나며 강민희에게 다가갔다.


 충격에 빠져 소리치던 강민희는 이태훈이 다가오자 놀라서 소리쳤다.


"사...사...살려 주세요!...제발...."


 그녀가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서자 이태훈은 고개를 흔들며 조용히 말했다.


"안돼! 나도 살려주고 싶은데...그러면 내가 죽어....날 살려줘....히히히"


 피 묻은 얼굴로 기괴하게 웃는 그를 보자 강민희는 두려움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떨었다.


"제발....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