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건넌 길고양이

ㅠㅠ2017.02.01
조회790

나는 알레르기가 심해 반려동물은 못키우는데
특히 고양이가 심해 절대 만지진 못하지만
고양이 너무너무 좋아해서 온갖 캐릭은 모아두는 취미가 있다.
못키우니까 캐릭터라도...ㅠㅜ

우리집은 새로지은 빌라로 바로 이사와 6년째 살고있는 데 그런 나보다도 먼저,
이 빌라를 자기구역으로 만들어둔 고양이가족이 있다.

대장고양이 누렁고양이, 그 고양이아기 호피고양이, 같은형제 줄무늬고양이, 그 외 친구들 몇마리가 이 빌라를 기점으로 살고있다.

난 고양이 키워본적 없지만 좋아하니까,
한달에 한두번 생선가게에서 손질하고난 자투리 사와서
삶아서 고양이길에 놔주곤 하는데,
고양이캔은 비싸고 양이 적으니까 다들 먹을만큼 넉넉히 준다.
두세시간 뒤 뒷처리도 내가 다 치우고 온다.
겨울에 좀 힘들었네. 바닥에 붙은채 얼어서..ㅎㅎ

그래도 가여운 아이들, 어쩌다 한번이라도 따뜻한거 먹이고픈 마음에 좋았다.

언제부턴지 줄무늬가 몸이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꼬질꼬질, 아니 고양이가 왤케 더럽냐 하며 크게 신경안썼다.

서너달 뒤엔 아, 이놈 어디 아픈가보구나
했지만 내가 섣불리 어쩔순 없었다.
난, 그 아이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줄수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거둘수도 없고, 누굴 연결시켜줄수있는 능력도 없고.

그래서 그래, 안타깝지만 그것도 네 삶의 부분이다 하며 밥이나 가끔 챙겨주고 그랬다.

추웠던 지난 한달, 박스에 옷 깔아 내려다주기도하고
따뜻한 국물로 밥도 먹이고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지냈다.

어제, 유난히 우리집초딩들이 나와보라며 날 부르네.
나가보니 한동안 못본 줄무늬가 햇빛쬐며 기운없이 앉아있길래 얼른 참치캔 하나 물에 끓여 짠기 빼고 따뜻하게 식혀 먹으라고 주니 허겁지겁 먹더라.
입이 아픈건지 잘 먹지도못하고 다 흘려가면서.
편하게 먹으라고 비켜주고 애들한테도 건드리지 말라했다.

애들은 지들이 건드려도 가만히있는다고 하길래
아파서 도망을못가는거지 원래 고양인 사람이 자꾸 만지는거 싫어한다 알려주니 멀리 앉아서 밥먹는거 구경하고.

나도 그러고 그냥 나왔다.

오늘 초딩들이 개학해서 막둥이도 덩달아 얼집에 일찍보내게 됐다.
데려다주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1층주차장에
줄무늬가 누워서 허공에 꾹꾹이같은걸 하고있었다.
아, 이녀석...가려는가보다.. 생각이 들더라.

집에가서 고무장갑이랑 수건한장 가져나왔다.
그 짧은 와중에 폰으로 동물사체 어찌해야하나 검색했다가 이번에 알았다.
일.반.쓰.레.기.봉.투. 라는거.
하아...

어쨋건 다시 내려가보니 좀전보다 눈에띄게 움직임이 없어졌다.
조심조심 쓰다듬으며
아가 이제 편하게 그만 가거라 하니
갑자기 처음으로 울음을 울더라.
그래, 너도 참 고단했지.
이리 갈거 춥기 전에나 가지 추운날 다 겪고 가느라 고생했다 맛난거 한번이라도 더 줄껄 미안했다
나혼자 하고픈말 궁시렁거리며 줄무늬를 수건위로 옮겨주고 살살 쓰다듬어줬다.

20분정도 지났을까,
그 사이 몇번 더 줄무늬는 소리를 내며 울었고
너무너무 말라버린 몸과 여기저기 깊은상처 가득한 다리며 꼬리를 보고 심난하던 차에

그 아이의 고단한 숨이, 그 지친 호흡이 사그러지고
아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정말 숨이 끊어진건지 5분정도 더 지켜보다가
집에서 쓰레기봉투를 챙겨나와 넣어줬다.

내가 해줄수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라 참 미안하구나.
그래도 오늘따라 한시간 일찍 얼집을 보내서
가는 너의 마지막에 내가 곁에 있어줄 수 있었으니
너도 잘했고 나도 잘했다.
이제 너도 안아프고 안추우니 참 잘했다.

줄무늬에게 많지않은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왔다.
눈물이 나지는 않지만 가슴에 징이 계속 울리는 것같다.

뭔가 웅~하는 기분...

작은 목숨 큰목숨이 어딨겠냐만은
내 일상의 찰나를 마주친 녀석을 보내는것도
쉽지않구나 했다.

오늘 하루는 속이 좀 시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