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배부른 투정, 조언 좀 해주실래요?

벌써2월이라니2017.02.02
조회29,495
조언을 얻고 싶을때 다들 이 채널에 글을 올리더라구요..세상 물정 모르는 사회 초년생의 배부른 투정이 될 것 같은 글이지만.. 조언 부탁드려요최대한 간략하게 써볼게요..
사업하시는 아버지, 명문대 나와 가족과 집안에 헌신하시는 어머니 (명문대 얘기는,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교육을 중요시 했단걸 알려드리기 위해서 넣었어요) 아래서 사랑받으며 풍족하게 커온 막내딸이에요.중학교때 아빠 사업차 이민을 갔고, 고등학교땐 저 혼자 또 다른나라로 유학을 갔죠.어려서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항상 어디서든 상위권을 유지했고 미국 명문대를 졸업했죠 작년 6월에.
주워진 상황도 좋았고, 제 본래 기질도 그렇고, 엄마의 교육방침?에 의해서 뭐 어렸을때부터 하고자 하는건 항상 했고, 해냈고, 해왔습니다. 큰? 실패? 를 안 겪어서인지 욕심도 많고요, 꿈도 커요.. 
한국에서 살아본적이 없어서 (어렸을땐 학교 학원 집 반복하였고, 외국생활 도중엔 중간에 쉬러, 놀러 가기만 했네요) 제 3자로부터 듣는 한국이 너무 막막하고 두려워서 돌아가기 싫었어요. 힘든 경쟁을 하기도 싫었고, 살아남을 자신도 없었고, (100% 제 의견이지만) 정말 비효율적이라 생각했거든요. 왜 굳이 그런 능력을 갖고, 그런 노력을 하며, 그렇게 조그만 나라에서 아둥바둥 살아야할까? 이런 생각이요..
그래서 외국에서 외국계기업에 취직을 했고, 현재 4개월째 여기서 직장생활 중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니 실제로도 완벽한 생활을 하고 있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 축하해주고 부러워해요. 대학생활 도중 다른 나라에서 한학기 교환학생을 하면서 '꼭 졸업하고 여기서 일해봐야지' 했던 나라에서, 정말 내 성격과 꼬옥~맞는 문화권에서, 살면서, 정말 하나같이 좋은 직장동료들과 (현실적인 예로는, 뭐.. 칼퇴에, 실수를 해도 단 한번도 뭐라 하지 않았던 직장상사들에, 내 의견을 말해도 존중받는 분위기에, 먹고싶은거 먹고, 하고싶은거 하고, 말하고 싶은거 하면서 지내요), 사회초년생이 받기엔 큰 월급 받으며 지내요..
근데 너무 힘듭니다. 고등학교서부터 타지에서 혼자 커와서 이런저런 감정노동은 많이 겪었다고 느꼈는데.. 이렇게나 힘들수가 없네요 요즘은.
직장은 참 완벽한데.. 제가 제 직업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뭐 이제 일시작해선 니가 뭘 아냐.. 하실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제가 회사가 좋아서 입사한게 아니라, 근무환경, 이 나라에서 일할수 있단게 좋아서 입사한거에요. 그리고 멀리 봐서 아버지 사업을 오빠나 저나 한명은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엄마 뜻을 따라서 (오빠는 전혀 다른쪽 일을 하고 있어요), 또한 이쪽 산업이 엄마 말을 빌리자면, 망할수 없는 산업이기에, 이쪽으로 첫 직장생활을 열었는데.. 일이 재밌지가 않아요. 시키면 열심히 잘 할수 있지만, 행복하지 않아요. 저도 제 아빠처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일에 미쳐서 일하고 싶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퇴근시간만 기다리게 되네요. 열심히 공부해보고 알아보려고 해도, 본래 관심이 없으니, 어느정도 공부하다 말고, 노력하다 마네요.. 이것도 제 욕심이겠지만.. 저도 제 아버지처럼 제가 미칠수 있는,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고싶은데.. 이쪽은 아닌것 같아요.
이렇게 커리어적으로? 행복하지 않는데 제 개인적인 삶도 막막해요..부모님한테 의지하지 않고 경제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독립을 하고 나선, 사람을 만나 사귀는게 다 힘들고 귀찮아져요. 몇사람 만나보니 다 거기서 거기인것 같고, 내가 왜 이사람들을 만나며 이런돈과 시간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고 (물가가 비싸서, 한번 나가 밥먹고, 커피먹고, 술먹고 하면 뭐 100-200불은 그냥 깨지네요) 그러다보니 마음 기댈 친구를 만나거나 사귀기나 힘들고, 그러면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지고, 그런 그리움을 이겨내려 여가활동, 취미활동을 해보려 해도, 제 심리상태 문제인건가요. 혼자 즐기고 들어오면 더더욱 공허해지고 외로워지더라구요 저녁에. 2달에 한번씩은 오시는 부모님 생각만 하며 지내요 하루하루를.. 정말로 캘린더에 부모님 오시는 날 적어놓고, 날짜 하나씩 지우는 낙, 그거 하나로 사네요...ㅋㅋ
결정적으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제가 이 회사에 처음에 인턴으로 들어왔다가, 상황보고 정직원으로 전환할지 말지 할 케이스였어요. 오늘 점심을 먹으며 다음주에 본사 대표가 오는데, 그때 니 정직원 계약 얘기 꺼낼꺼다 라는 보스의 말을 듣고, 참 기쁘고 감사해야 되는데.. 처음 드는 생각이 '몇년이나 더 이러고 살아야하나' '이렇게 사는게 맞는건가' 싶더라구요. 
행복하게 살고싶어요.이젠 한국에서 사는거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오히려 살고 싶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원할 때 볼수 있는곳에서, 비싼 물가 걱정안해도 되는, 외국인 대접말고 내가 하고 싶으면 할수 있는 내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아직도 한국이,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 비효율적인 나라라는것에 대한 반감은 있어요. 그치만 뭔가.. 외국인이 아닌 그 나라의 사람으로써, 비자 받는거 이런거 걱정없이, 합격되면 일할수 있는 내 나라에서, 내가 좋아하는일 하면서 살아가는 메리트가 더 크게 느껴져요. 제가 좋아하는일을 한다면, 극심한 경쟁도 이겨낼 자신감도 있구요
글이 너무 길었죠...저도 제 생각이 정리가 안되서 주저리주저리 했던것 같아요.제가 여기 네이트 판 들어와서, 진짜 요즘은 맨날 들어와요ㅋㅋ 그리고 회사생활 카테고리 보고 그러는데.. 아무튼 네이트판으로 접하는 글들을 보면, 너무 한국에서의 삶이 비참? 하더라구요.연봉이나, 분위기나, 비젼이나...이제는 제 멘탈이 약해져서인가요.. 그런거 감수하며 한국에서 살고싶네요. (근데 정말 네이트판에서 보여지는 한국의 모습이 진짜인건가요?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인지, 거의 대부분의 제 친구들은 아직 대학 다니거나, 아님 대학원 다니구 있구요. 언니 오빠들은 본인들 부모님 회사에서 일하거나 대기업도 잘 들어가더라구요..)그리고 오전에 보다가 제가 정말 지원하고 싶은 회사에서 채용공고가 떴길래.. 이런 싱숭생숭 마음이 더 심해지는것 같아요.
그냥 이 모든게 다, 제가 현재 상황에 감사할줄 모르고, 세상물정 모르고 제 욕심만 채우려는 바보같은 생각들인가요? 세상은 제가 생각하는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까요? 한국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참 어이없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한국에서도 열심히 살면서 잘 살수 있을것만 같은... 정말 말도 안되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네요..ㅋ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세상에 힘든 사람 많은데.. 제가 너무 이기적으로, 제 기준에만 맞춰, 읽으시는분 기분을 나쁘게 해드렸다면 정말, 진심으로, 의도한게 아니라고, 죄송하다고 미리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따끔하게 충고해주세요. 현실적으로 한국이 살만한 나라라면 자랑해주세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