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요리로 밀푀유 나베(http://blog.naver.com/40075km/220925476163)를 올린 김에 캠핑 디저트도 함께 올려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닥불에 고구마 구워먹듯 미국에서는 모닥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나뭇가지에 꽂은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그렇게 구워진 마쉬멜로우에 크래커와 초콜릿을 더해서 만드는 스모어가 있지요.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보통 크기의 마쉬멜로우, 그래이엄 쿠키, 판 초콜릿. 그리고 잘 생긴 나뭇가지 한 개가 전부.
나뭇가지 끝에 마쉬멜로우를 끼워서 캠프파이어에 구워줍니다.
산에서 먹는 라면이 각별히 맛있는 것처럼 캠프파이어에 구워먹는 마쉬멜로우 역시 집에서 구워먹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입니다.
불을 크게 피워서 밥 해먹고 나면 장작도 거의 다 타서 불길이 좀 사그라드는데, 부른 배를 두드리며 따뜻한 불 앞에 앉아 느긋하게 마쉬멜로우를 굽고 있으면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양념이 되는 듯 합니다.
급한 마음에 너무 불에 가까이 대거나 한쪽 면만 오래 대고 있으면 순식간에 불이 붙어서 절반 넘게 태워먹을 수도 있으니
불꽃과 살짝 거리를 두고 빙글빙글 꾸준히 돌려가며 은근한 불에 골고루 구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군데군데 살짝 갈색으로 변하면서 껍질이 바삭바삭해지면 다 익었다고 봐도 됩니다.
다 구워진 마쉬멜로우를 그레이엄 크래커(Graham cracker) 위에 얹어줍니다.
중간의 h가 묵음이라 그래함이 아니라 그레이엄 혹은 그램으로 발음합니다.
예전엔 이걸 몰라서 직원한테 그래함 크래커 어디있냐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물어봤던 흑역사가 기억납니다.
"그래함 크래커. 그래함! 이게 아닌가? 그라함?" "유 민... 그램 크래커?" "어... 예스"
레귤러 브레드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Common bread 달라고 했던 서브웨이 일반빵 사건, 수업 중에 축구 티셔츠(Soccer tee) 이야기가 나와서 왜 그러나 했는데 알고보니 소크라테스(Socrates)였던 철학 수업 싸커티 사건과 함께 회상할 때마다 이불을 걷어차게 되는 3대 영어 악몽이지요...
실베스터 그레이엄이라는 목사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크래커인데, 원래는 자연주의 건강식의 대표격이었던 음식입니다.
1830년경에 이 목사가 주장했던 것이 신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검소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하고,
이러한 경건한 마음가짐의 일환으로 먹는 음식 또한 향신료나 기호식품을 일절 배제하고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 채소를 주로 먹어야 한다고 설교했거든요.
그래서 원래 그레이엄 크래커는 거친 통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드는 밋밋한 맛의 건상식이었지만, 1925년경 허니메이드사에서 꿀을 섞은 제품을 출시하면서 원래 취지와는 거리가 좀 있는, 입을 즐겁게 하는 과자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 뒤로는 계피가루 섞은 제품도 나오고, 초콜릿 바른 제품도 나오는 등 꾸준히 타락의 길을 걷다가 결국 미각을 유혹하는 끝판왕이라고 할만한 스모어를 구성하는 3위일체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지요.
통밀을 갈아 만든 크래커인지라 맛은 영국의 다이제스티브 쿠키와 거의 비슷합니다.
아직 뜨끈뜨끈한 마쉬멜로우 위에 판초콜릿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얹어줍니다.
대부분의 경우, 스모어에 들어가는 초컬릿은 허쉬 밀크 초콜릿입니다.
크래커를 다른 과자 안 쓰고 그레이엄 크래커 쓰듯이, 초컬릿은 허쉬 제품을 사용하는게 거의 불문율 비슷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캠핑 시즌에 묶음 상품으로 팔리는 건 언제나 허니메이드 그레이엄 크래커, 크래프트 마쉬멜로우, 그리고 허쉬 초콜릿이지요.
허쉬 초콜릿 광고에서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스모어 만들어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초콜릿이 조금 녹았을 때 그레이엄 크래커 한 장을 더 얹어서 꾸욱 눌러줍니다.
말랑말랑해진 마쉬멜로우와 살짝 녹은 초콜릿이 푹 퍼지면 완성입니다.
캠핑 가서 만들어 먹으면 아이들이 조금 더 (Some more) 달라고 하는 간식이라 스모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이래 봬도 90년 전 걸스카우트 책자에 그 조리법이 실릴 정도로 나름 전통과 역사의 캠핑 간식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기존의 재료 대신 누텔라, 땅콩버터, 과일 슬라이스 등을 활용한 수십가지 스모어 레시피가 개발되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스모어 케이크나 스모어 아이스크림, 스모어 캔디 등 수많은 요리들이 파생되었지만
그 중 어느것도 오리지널 스모어의 인기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바삭한 크래커와 따뜻하고 쫀득한 마쉬멜로우, 달콤한 초콜릿이 어우러지며 입을 즐겁게 합니다.
구성 요소만 놓고 보자면 초코파이의 겉부분 빵 대신 초코 다이제스티브 쿠키를 사용한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여기에 모닥불의 온기와 캠핑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유의 맛이 납니다.
야자 땡땡이 치고 먹는 떡볶이나 비 오는 날의 해물파전, 이삿짐 나르고 먹는 짜장면과 소풍날 먹는 김밥이 다른 때 먹으면 똑같은 걸 먹어도 그 맛이 안 나듯이 말이죠.
그러고 보면 음식은 역시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닌 듯 합니다.
"음식 맛은 분위기에서 나온다는 말을 모르는 걸 보니까 쿠라다 가문은 가난한 모양이네요."
"분위기?"
"음식 맛을 평가함에 있어서 가난한 자는 양을 따지고, 어느 정도 사는 자는 질을 따지고, 부자는 분위기를 따지거든요."
- 나한, "황금백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