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기도에서 술집 운영하고 있는 20대 후반 여자사람입니다.
세상 사는 거 참 재밌네요. 여지껏 일년 넘게 장사하면서 다양한 손님들을 보았지만 이런 경우, 이런 손님은 처음이라 아직도 얼떨떨 합니다.
오늘 첫 개시 손님. 두분이서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시네요.
저희 매장이 이자카야라 꼬치류의 안주가 있어요.
굽는 것도 있고 튀기는 것도 있고 꼬치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처음에 메뉴판에 모듬꼬치 보시거든 모듬꼬치에 뭐가 나오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저희 꼬치 종류 한가지씩 나와서 총 10가지가 나온다고 설명 드렸어요.
그러니 염통을 다른걸로 바꿔달라고 하십니다.
모듬꼬치 만들 때 꼬치 한가지씩 소분해서 맞춰 놓은 거라 그건 해 드릴 수 없다고 정중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대뜸 반말하시면서 "그럼 안먹지 나 안먹어" 라고 하시더라구요.
반말 하시는 거 이해합니다. 많은 손님들 상대하다 보니 반말은 그냥 웃으며 넘어가는 정도 손녀딸 같아서 혹은 자식 같아서 반말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때까진 그러려니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어요. 다른 메뉴 주문하시고 잘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저희 꼬치 메뉴 중에 은행 마늘 꼬치가 있어요. 그건 기름에 튀겨서 나가는데
나중에 추가로 은행 마늘 꼬치를 주문하셨습니다.
염통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하셨는지 벨 누르시곤 "처음처럼" "은행마늘꼬치" 딱 필요한것만 말씀 하시더라구요.
메뉴가 나오고 테이블에 내려 놓자마자 치킨냄새가 난다며 치킨이랑 같이 튀긴거냐고 하십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첫 개시 손님이셨어요.저희는 튀기는 안주가 주가 아니기 때문에 일주일마다 기름을 교체합니다.
일요일은 매장 전체 휴무기 때문에 토요일날 기름을 교체하구요. 오늘은 기름 교체한지 3일 되는 날이네요.
마늘꼬치에서 기름이 나온다고 하시길래 다시 해드렸어요. 최대한 음식이 입에 맞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남자분께서 잠깐 자리 비우신 사이에 여자분께서 미리 계산을 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좀 예민해서 그래요 죄송해요~"
'그냥 웃고 넘겼는데, 남자분 가실 때 한마디 하셨어요. 튀기지말라면서....그리고는
"오래장사하세요" 한마디 남기시고 나가셨습니다.
저녁식사하려고 준비중이라 못봤는데 나가고 가신 자리.
정말 놀랬습니다. 가실 땐 분명 멀쩡했던자리. 너무 깨끗하게 하시고 가셔서 할말을 잃었어요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지..이럴려고 장사 시작한 건지 자괴감 듭니다.
ㅎㅎㅎㅎ이 분들 덕분에 더 악착같이 오래 장사 해야겠네요.
참 먹고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더 힘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