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이용할려는 생각은 아니었지?

ㅇㅇ2017.02.07
조회352

작년 봄 깜깜한 흙 속에서 작은 씨앗들이 빛을 보려꿈틀거릴때, 난 너에게 거의 관심이 없었지.
너도 딱히 날 관심있어 하지 않았어.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이 세상이 색동 저고리 입은듯 어여쁘게 물들은 가을. 몇달만에 다시 만난 너는 키도 많이 크고 멋있어졌더라. 평소에 나는 네가 멋있는 남자이고, 친절하고 매너 좋은 사람인줄 몰랐었어.

그리고 그 때에 내가 너를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던 그 때에... 너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었나봐.
여기저기 어찌 티를 내던지. 겨울잠 준비하는 동물들도 알겠더라. 네가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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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 아인 얼굴도 예뻐서 남자들에게 꾸준히
인기가 많았었지. 쌍커풀 깊은 그 아이의 예쁜 눈은 무쌍인 나에겐 너무나 부러웠어.

네가 그 아이를 좋아한다고 내 귀에 들렸을 땐
'하... 남자는 다 똑같네.' 딱 이 생각이 들더라.

왜냐고? 남자들은 예쁜 여자 좋아한다는 말 사실이더라. 내가 봐도 그 아이의 외모는 정말 예쁘거든, 하지만 넌 그 아이의 속내를 아니? 난 알거든.
입만 열면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나는 궁금하지도 않은 자신의 거짓부렁 연애담과 남여 얼평,뒷담들.
특히 어장관리.

너도 그 아이의 어장관리에 놀아났지.
3번이 넘는 고백을 그 아인 다 차놓고선 막상 만나면 잘해주고,무슨일 있었냐는듯 옆에 붙어 장난치고 착한 네가 그 아이 때문에 옆에서 상처받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안타깝던지.



시간이 지나 하늘에선 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내리는 눈의 양만큼이나 그 아이를 좋아했던 마음이 가득했던 너는 너의 간절한 구원에 결국은 사귀게 되었다고 들었어. 근데 그것도 얼마 못갔더라.


넌 아마 다른 이들이 상상도 못할만큼 마음 상했을꺼야. 나는 ㅡㅡ을 좋아한다고 많은 사람 앞에서 대놓고 티를 많이 냈는데 결국은 차이고 남자로서 답답했을거고 쪽팔렸을거야. 맞지?


많이 좋아했던 그 아일 쉽게 잊기도 어렵겠지.

그래. 여기까진 나와 상관없었어.
남의 일이니깐.


그런데 넌 왜 나에게 연락했던거니?
처음엔 네가 내게 안부 물어줘서 진로에 대해 고민 나눠줘서 너무 고마웠어. 그러면서 호감이 많이 생겼지.

그런데 나에게 연락온 시기가 네가 그 아이와
헤어진 시기와 비슷하더라. 이 사실을 알고나서
너는 나와 연락하며 썸을 타는듯 싶으면서 친구인척 은근슬쩍 선을 긋기도 하고 그러면서 너는 날
그 아일 잊기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은연중에 확 오더라. 그 생각을 하고 여태
너와 나눴던 톡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소름이
돋더라.


설마 네가 그러겠어.. 했는데.
오늘 너의 마지막 행동에 확실해져버렸네.


연락 초에 나 혼자 '뭐지...?'하고 밤새 고민했던
소중한 나날들이 아깝다. 너같은게 뭐라고 나 혼자 착각이란 우물 속에 빠져 나오지도 못했다니.

창피하고 민망하다.

그리고 아직도 넌 그 아일 좋아하나봐.

날 도구로 쓸 마음이 진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닐꺼라고 믿을게.

내 머리속에 널 어여쁜 가을 속 순수하고
친절한... 나에게 착했던 모습만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