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맞을 만 한 딸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스압)

ㅇㅇ2017.02.09
조회2,760
동갑내기 친구들끼리 이런 주제로 말하면 서로 다독여주기 바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마음인지 알고싶었고

이런 무거운 주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곳은 이 곳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방탈 죄송합니다.





저는 대학생입니다. 아직 독립하지 못했어요.

가끔 부모님께 맞았던 옛날 생각이 드문드문 날때마다 마음이 많이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제3자가 보기에도 제가 학대를 당한건지,

아님 엄마 말대로 맞을만 했던건지 여쭙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고 싶었지만 사람이 참 이기적이라서 그런지

제가 부모님 말을 어떤식으로 안들었는지는 자세히 생각이 안나는데 어떻게 맞은지는 잘 생각이 나서 어렵네요...

부모님의 맘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식인 제 입장에서 쓰였다는 점 유념해주셔서 객관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5살~19살때까지 잘못했던 것들



5~7살에


글자공부를 하는데 조금이라도 틀리게 쓰면 맞았습니다.

유치원 가기 전에 엄마가 머리 묶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몇시인지 물어보는 깜짝 테스트를 보았습니다.
혹시라도 틀리면 그자리에서 뒷통수를 맞았습니다.






8살~13살에


받아쓰기를 60점 받아오면 손바닥 또는 발바닥을 맞았습니다.

학교 시험에서 70점 80점을 받아오면 틀린 개수만큼 맞았습니다.

손을 잘못 뻗다가 교과서에 물을 엎질러서 야구방망이로 엉덩이가 거뭇해질 정도로 맞았습니다.

이웃 친구와 싸웠는데 그걸 알게 된 엄마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고 코피가 났습니다.

밥을 먹고 등교해야하는데 7시에 일어나서 너무 졸려서 밥상 앞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뒤에서 걷어차였습니다.

여행을 갔는데 엄마 말을 안듣고 고집을 피우다가 친척들 보는 앞에서 뺨을 맞았습니다.

친구와 놀다가 학원을 땡땡이 쳐서 맞았습니다.
엄마의 강요로 억지로 다녔던 학원이라서 맘이 잘 안갔고, 그뒤로 두세번 더 땡땡이쳐서 그때마다 맞았습니다. 

단체학습으로 물놀이를 갔다가 저의 부주의로 수경을 잃어버려서 맞았습니다.

부모님 친구가 놀러오셔서 용돈을 만원 주셨는데,
돈을 받자마자 친구랑 같이 떡볶이 사먹고 문방구 가서 뽑기 했다가 집에 돌아와서 엎드려 뻗쳐서 맞았습니다.
이유인즉슨 왜 돈을 부모님 허락없이 네 맘대로 쓰냐는 것이었습니다.

사소한 거짓말들을 하다가 걸리면 정말 그때는 죽음이었습니다. 30대 이상 맞은적도 있는것같아요.

실내화를 갈아신고 있는데 갑자기 한학년 위 생판 모르는 오빠가 갑자기 절 밀었고
시비가 붙어서 싸웠는데 엄마가 건너건너 그 소식을 들었어요. 맞았습니다.

엄마친구의 딸이자 제 친구가 엄마 말을 안들었는데 차마 제 친구를 때릴 수는 없었는지
제가 대신 친구들 앞에서 뺨을 맞았습니다.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이 너무 맛없었는데 남겨서 맞았습니다.

자매가 같이 쓰던 방울과 악세사리를 모아놓은 수납통이 있었는데
동생과 뛰어놀다가 그 수납통을 엎지르면 맞았습니다. 
저희가 벌벌 떨면서 정리를 해놔도 엄마가 일 다녀와서 딱 보고 눈치채고는
거실로 나오라고 해서 체벌하시더라구요.

동생이 유치원 다닐적에 다같이 사촌 집에 놀러갔는데
저는 그때 동갑이었던 다른 사촌과 같이 놀고있었고
혼자 있어서 심심했던 동생이 사촌언니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엄마가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때렸습니다.

2살 터울 여동생과 허구헌날 싸워서 맞은 적이 가장 많아요. 정말 많이 싸웠어요.
싸움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서로 양보 안한다고 버티다가, 말싸움 하다가, 옷 뺏다가, 그 외 서로 의견이 안맞아서 말로 다다다다 하면서 싸웠어요.
그러다가 부모님한테 걸리면 손으로도, 매로도 얼굴부터 발까지 가리지 않고 많이 맞았습니다.
팬티만 입고 발가벗겨서 내쫓긴적도 있습니다.
바로 밑에집에 같은학교 동갑 남자애가 살고있던터라 그때의 수치스러움이 생각이 납니다.





14~19살에


이때부터 질풍노도의 사춘기가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자꾸만 과도한 체벌을 가하는 부모님이 미웠어요. 

맞은 날에는 엉덩이와 팔뚝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체육복을 갈아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내리치는 몽둥이를 팔로 막다가 팔에 꽤 작지않은 퍼런 멍이 들었었는데
그게 너무 창피해서 붕대를 감고 다녔습니다. 

이 외에도 부모님 말을 안들으면 많이 맞았습니다. 싸대기도 맞고 발바닥도 맞고 이것저것 다 맞았어요.
그러다가 엄마한테 욕을 한번 했습니다. 이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뒤지게 맞을 줄 알고 마음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 정작 엄마가 충격을 받아서 이 때는 체벌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나중에 늙으면 어떻게 해줄거냐는 말에
엄마가 나한테 했던것처럼 똑같이 해줄거라고 답해줬다가 맞았습니다.

방에서 공부하다가 졸 때 엄마한테 들키면 뒤통수 혹은 싸대기를 불나게 맞았습니다. 제가 잠이 많아서 자주 졸았는데 눈이 감기는 와중에도 등골이 오싹하더라구요.

저도 참 한심하게도 동생이 무언가 잘못하면 엄마가 하던대로 때렸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이르면 저도 그거의 배로 맞았어요.
아마 동생이 판에 "부모님과 언니의 체벌"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
부모님과 언니가 다같이 미친거 아니냐며 욕이 한가득일거라 스스로 생각 될 정도로 저도 좋은 언니는 아니었습니다.

고등학생때 엄마랑 싸우는 와중에 "한강대 퐁당과나 들어가라"는 말에 너무 빈정이 상했고
처음으로 가출을 했는데 딱히 갈곳도 없어서 24시간도 안돼서 들어갔다가 또 많이 맞았습니다. 
사실 제가 집에서 사라지면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실줄 알았는데 집에 들어왔더니 울면서 기다리시길래 그 모습이 신기하였습니다.

자살하고도 싶고, 진짜 가출해서 독립하고도 싶었는데
엄마가 "따뜻한 집에서 따뜻한 밥 먹으면서 공부하는것도 니 복이야. 가출하면 너만 개고생이다"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셔서 제 인생을 열심히 살겠다는 생각으로 버텨왔습니다.

고3 시험 얼마 안남았을 때 부모님이 tv를 너무 큰 소리로 틀어놓아서 소리를 줄였습니다.
다시 원상태로 안돌려놓으면 죽여버린다고 말씀하시길래
오기가 생겨서 버티다가 그자리에서 발로 걷어 차였습니다.
그때도 머리끄댕이 잡혀서 내동댕이 쳐지고 발로 뒤지게 밟히다가 못참고 제가 욕을 했는데
그때도 충격받으셨는지 방으로 당장 꺼지라고 하였습니다.
아무리 맞아도 부모님께 할 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도 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입학 뒤부터는 갑작스럽게 체벌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4년이나 지났는데도 이런 기억들이 아직까지도 저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사실 어렸을 때는 조금만 맞아도 아프다고 느끼는지라 그 강도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 당시 저희의 사랑의 매는 옷걸이같은 가벼운게 아닌, 각목이었고

일단 맞으면 빨갛고 파랗게 멍드는건 기본이었습니다.

단순히 꿀밤을 때렸다든지 가볍게 한대 때렸다든지의 강도는 아니었어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해서 코피가 난적도 있고(한두번)

그 때문에 코뼈가 균형이 안맞아요. 

칼을 들고 쫓아와서 죽인다고 한적도 2번 있었구요

칼을 목에 들이민적도 있었어요

발로 배를 찬적도 있고, 가위 들고와서 머릿카락 다 잘라버린다며 저를 몸으로 깔아뭉갠적도 있었고

저희집이 고층인데, 밀어버린다며 베란다 밖으로 질질 끌고가서 난간 밖으로 머리를 잡아 끈적도 있었습니다. 

초중학생때는 힘이 없어서 살려달라고 울면서 질질 끌려갔는데,

제가 체격이 커진 뒤로는 버틸 수 있더라구요

그 이후부터는 베란다 밖에 끌려간적은 없었습니다.

목을 졸리는 일도 제가 엄마보다 힘이 세진 이후에는 당해본적이 없었어요.

체벌 뿐만이 아니라 막말, 욕설도 항상 함께 했습니다. ㅅㅂ년, 개같은ㄴ, ㅆ년, ㅁㅊ년, ㅈ같은년 등등

현실에서 존재하는 모든 욕은 초등학생때부터 지금까지도 듣고 있습니다. 

너는 구제불능이며 엄마의 절망이다, 또는 그냥 나가 뒤지라는 소리도 자주 들었어요.

고등학생일 때는 부모님한테 이렇게까지 맞는다는게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대학 올라와서는 그냥 쿨하게 다 털어내고 싶었고

이런 저런 속얘기를 대학동기들과 함께 나눠보았어요.

저처럼 많이 맞아서 부모님께 원망을 갖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학원 땡땡이도 치고 부모님 말씀도 안듣고 동생이랑도 자주 싸웠는데도

쌍욕 한번 듣지 않은 친구들도 있더라구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에 봤던, "부모님께서 남친이 과거에 많이 맞은걸 알고 결혼을 반대하세요"라는 글이

제 마음을 가장 괴롭혔던 것 같습니다.

댓글을 읽어보면서 저도 결혼하면 안될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구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싶기도 했구요. 




저도 참 까불거리고 놀기 좋아하던 애라서 이런저런 짓궂은 일들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부모님 말씀을 그렇게 잘 듣는 애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지랄맞다, 고집세다, 예민하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어요.

한번 말하면 잘 안들었구요 동생하고도 자주 싸웠어요.

하도 맞다보니 중학교 올라와서는 독기가 생겨서
엄마아빠가 쇠파이프 들고 때려도 "더때려!! 아예 죽여!!"이러면서 소리지른적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소리지르면 더 맞았는데 그때는 차라리 맞다가 죽어버렸으면 싶었습니다. 

지금도 딱히 삶에 대한 욕심이 없습니다. 현재 제 최고의 소원이 자다가 조용히 죽는거예요.




아무튼 저희 자매는 잘못할때마다 엄격한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많이 맞았어요

엄마는 "너희가 맞을만 해서 맞았다"고 얘기하십니다. 

하지만 동급생을 왕따시키고 괴롭히거나, 담배를 피거나, 기타 등등 비행청소년들이 할 행동들은 전혀 안했고 모범생이라면 모범생이었습니다.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학교를 땡땡이 친 적도 없구요.

일반 인문계에서 평균 성적이 전교 30등 이내였고, 가장 잘 봤을때는 전교 5등도 했었습니다. 

인성이 더러운 애도 아니었어요.

초중고 내내 친구들이랑 잘 지냈어요

반장 할 그릇은 아니었지만 총무나 부반장 같은 역할도 종종 했고,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많이 예뻐해주셨습니다. 

부모님 성격을 닮아서인지 성격이 화끈해서

다른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거리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왜 그러냐고 맞서 싸우기도 여러번이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불의를 못참는 아이콘으로 자주 거론되기도 했어요.

친구 부모님들, 다른 어른들도 바르고 착하다고 예뻐해주셨어요.

비록 차갑고 정없다는 소리는 가끔 들었을지언정 어디가서 진상짓하고 민폐 끼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게 다 부모님의 하드 트레이닝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중경외시 라인의 인서울 대학에 합격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근데 이마저도 부모님은 불만이 많으십니다.

수학 영어 과외 각각 50만원씩 들여서 붙여줬는데도 왜 거기까지밖에 못갔냐고 돌대가리라는 소리도 종종 들었습니다.



아무리 저렇게 사이가 안좋았어도 그래도 엄마는 엄마리는 생각에

잘 지내보고싶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눈적이 있었습니디.

한번은 엄마가 솔직하게 

"그당시 사업이 힘들었고,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화풀이 또는 홧김에 너희를 많이 때렸다.
근데 엄마가 못배워서 그런거다. (고졸이세요)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너희를 독하게 키운거다. 너네는 배운 사람들이니 엄마처럼 살면 안된다."
이런식으로 속얘기를 하신적도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외할머니께서도 엄마가 한것과 비슷하게 가혹한 체벌을 자주 가하셨더라구요. 
당시에는 엄마의 과거가 불쌍해서 같이 울고 그랬어요. 


근데 최근에는 "넌 맞을 만 한 애였고, 다 지난 얘기를 이제와서 뭐 어쩌라는거니"
이런식으로 얘기를 하셔서 좀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진짜 엄마말대로 속좁게 혼자만 꿍해있는건가 싶기도 했어요.








과연 제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가 당연히 품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철없는 원망인지 진심으로 알고싶어서

제가 잘못했던 것도 기억나는대로 가감없이 글을 써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맞을만한 딸이었는지, 아니면 맞다보니 성격이 저렇게 변한건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려고 해도 제가 쓰다보니까
어느정도 제 위주로 글이 흘러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최대한 객관적이게 쓸 수 있도록 다른게 떠오르는대로 자세하게 추가해서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