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2005년도 일반행정직 9급으로 시작하여 현재 7급인, 13년차 근무중인 현직 국가직 공무원 입니다. 지금은 연가중에 와이프가 없는 기회를 틈타서 네이트를 뒤적거리고 있습니다.(공무원이 이시간에 글 쓴다고 욕하실까봐..) 이 곳에 글을 써본적이 없는데 최근에 안타까운 글이나 댓글이 종종 보여서 제 경우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전 대구에서 그냥 그런 공고를 나왔습니다. 고등학교에서의 성적은 자동차과 150명 중에 130등 바깥쪽으로, 초등학교 때는 곧잘 했지만 중학교 때부터 망가져서 고등학교 때 작살난 그런 경로 입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저렇게 된 이유는 윤리적으로 좋지 않게 놀았다 이런 것 보다는그 당시 유행했던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레인보우식스... 맞아요 게임 덕분 입니다. 대학도 지방에 있는 게임 관련 과로 들어가서 6개월, 그러니까 1학기 다니고 때려쳤을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고졸이 아니라 대퇴 인가요?) 휴학을 하고 군대를 다녀 와서 학교는 안가고 전공?을 살려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이 때는 공무원이라는게 먹는건지, 9급이 높은지 1급이 높은지도 관심 없던 때였습니다. 나이가 3살 많은 취업준비중인 피시방 매니저와 흡연을 하는 중에 직업 이야기를 하면서 매니저가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넌 공고 나왔고, 이야기 들어보니까 공부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힘들거야' 라는 식으로 말했던 것이 제가 공무원시험에 대한 인식을 하게된 계기였습니다. 전 프로그래밍 쪽 진로가 희망이었는데... 아무리 주변 전공자들을 둘러봐도 희망이 안보이는 겁니다. 어디는 망했다더라, 누구는 부모가 주유소 차려줬다더라, 실력 좋던 누구는 영혼 없는 코딩만 3년째라더라.. 전 집이 잘 살지도 못해서 이런식으로 가다간 평생 아르바이트만 해야 하나 하다가, 이럴바엔 죽어라 공부라도 한번 해보자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피시방 근무 중에 구꿈사 같은 이런저런 카페도 가입해보고, 남자라면 7급이지 라는 생각으로 관련 정보도 조사해보고 하다가 몇 달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어마어마하게 비싼 책들, 어마어마하게 비싼 동영상강의를 구입하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사실 수능 봐서 대학을 가볼까 했었지만, 집안 사정도 그렇고 빨리 돈 벌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거든요(첫 달 급여가 135만원 이었던건 함정..) 당연히 어렵죠. 그 땐 과목이 국어, 영어, 국사, 행정법, 행정학 이었는데 특히 영어!, 국어! 남들은 10년 이상 한 공부를 이제 시작하려니 요령도 없고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사실 뭔가 시험 공부한 사람들은 하루에 18시간을 공부했네 엉덩이에 종기가 났네 이러던데.. 저는 야간 피시방 알바만 했어서 그런지 잠들고 기상하는 시간 리듬이 깨져서 남들 처럼은 도저히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3시간 공부하고 1시간 자고, 4시간 공부하고 2시간 자고 이런식으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찬물 세수만 하루에 10번 이상은 한 것 같네요. 떨어지면 정말 아무 것도 못하는 인간 쓰레기 될 것 같아서 절망감과 절실함을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부모님 두분 다 일을 하시니 밥해줄 사람도 없어서 적당한 때 3인분 밥을 대충 반찬 넣고 볶아서 배고프면 숟가락 하나만 들고 먹었어요. 한손은 단어장 읽어야 해서 비워놔야 하니까. 자기 전엔 제 목소리로 녹음한 영어단어 들으면서 자구요. 제일 친한 친구도 1년 동안 딱 한번 만났습니다. 지금도 독한놈이라고 하더군요, 그 외엔 아얘 아무도 안 만났습니다.
아무리 머리에 들어있는게 없어도 저런식으로 4~5달 하니까 뭔가 채워지는게 느껴져요. 10달 정도 되니까 동영상강의도 너무 많이 봐서 2.5배속으로 돌려도 다 이해가 되고..1,300쪽짜리 기본서는 1독 하는데 30분밖에 안걸리게 되더라구요. (물론 기출문제 빼면 7~800쪽 정도 될 겁니다.) 보카 33,000 정도는 우습고 막..(지금은 하나도 기억 안납니다.) 괜히 안방에 가서 사극 보고 있는 부모님한테 스포일러도 해보고.. 쓸데없이 행정학 설명도 해보고ㅎㅎ 그 동안 제가 볼 수 있는 시험은 다 봤죠, 경험이라도 되니까.. 지방직 2번 국가직 1번, 당연히 다 떨어졌구요. 2004년 4월에 공부를 시작해서 1년째 되는 2005년 4월에 있던 국가직 9급 시험을 봤습니다. 90분이었나.. 그 시험시간은 정말 어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안납니다. 어떤 이유였는지 시험시작시간 직전에 도착했었거든요. 집에 와서도 당연히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그날부터 바로 하반기 서울시 지방직 준비를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가을 초입때, 당연히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시험의 합격자 발표 페이지에 '합격' 이라는 문구가 있는거에요. 그 때 제가 뭘 했냐면... 당시 중앙인사위원회 임용과?에 전화해서 '합격자 발표에 합격이라고 떠 있으면 합격 맞습니까?' 라고 물어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지만 그 땐 정말 놀랐었거든요. 이제 이 부분에서 기분이 정말 어쨌고 저쨌고, 시험공부 방법은 어쩌고를 이야기하면 합격수기가 되겠네요. ㅎㅎ 제가 이 곳에서 하고 싶은 말은 요약하면 이거에요. '공무원시험 합격은 수험기간이 중요하지 과거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절실하고 정말 할 마음이 있다면... 툭하면 친구 만나서 공부 힘들다고 술 마시고, 나 자신에게 핑계대고 쉬고, 한판만! 하고 게임 켜고, 시험보고 왔으니까 일주일은 쉬고, 명절이니까 3일 쉬고, 외롭다고 페이스북 뒤지고.. 이렇게 안하실 자신이 있으면, 공고던 상고던 고졸이던 대졸이던 대학원졸이던지 처음엔 차이가 있을 지 모르나 1년 정도 뒤에 아직 둘 다 수험생이라면 아마도 합격선에서 같이 경쟁하고 있을 거라는걸 장담합니다. (고등학교를 충실히 다닌 사람은 아무래도 빨리 붙을 확률은 높죠 -_- 영어, 국어 때문이라도) 7급도 그렇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제가 합격한건 9급이라 9급까지만..
이런저런 게시판에서 고졸인데 공무원시험을 보려고 합니다 하는 글에 '고졸이 무슨 9급을.. 고졸은 안된다' 이런 글 들이 많아서 아쉬웠거든요.
ㅎㅎ 하고 싶은 말은 짧았는데 너무 길게 썼네요. 읽으신 분들 수고하셨어요.
주의. 공무원 합격이 세상을 엄청 바꾸진 않습니다.(부모님이 어디 가서 말 할땐 유용합니다.)
공무원시험을 고민하는 고졸들에게
전 2005년도 일반행정직 9급으로 시작하여 현재 7급인, 13년차 근무중인 현직 국가직 공무원 입니다.
지금은 연가중에 와이프가 없는 기회를 틈타서 네이트를 뒤적거리고 있습니다.(공무원이 이시간에 글 쓴다고 욕하실까봐..)
이 곳에 글을 써본적이 없는데 최근에 안타까운 글이나 댓글이 종종 보여서 제 경우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전 대구에서 그냥 그런 공고를 나왔습니다.
고등학교에서의 성적은 자동차과 150명 중에 130등 바깥쪽으로, 초등학교 때는 곧잘 했지만 중학교 때부터 망가져서 고등학교 때 작살난 그런 경로 입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저렇게 된 이유는 윤리적으로 좋지 않게 놀았다 이런 것 보다는그 당시 유행했던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레인보우식스... 맞아요 게임 덕분 입니다.
대학도 지방에 있는 게임 관련 과로 들어가서 6개월, 그러니까 1학기 다니고 때려쳤을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고졸이 아니라 대퇴 인가요?)
휴학을 하고 군대를 다녀 와서 학교는 안가고 전공?을 살려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이 때는 공무원이라는게 먹는건지, 9급이 높은지 1급이 높은지도 관심 없던 때였습니다.
나이가 3살 많은 취업준비중인 피시방 매니저와 흡연을 하는 중에 직업 이야기를 하면서
매니저가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넌 공고 나왔고, 이야기 들어보니까 공부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힘들거야' 라는 식으로 말했던 것이 제가 공무원시험에 대한 인식을 하게된 계기였습니다.
전 프로그래밍 쪽 진로가 희망이었는데... 아무리 주변 전공자들을 둘러봐도 희망이 안보이는 겁니다.
어디는 망했다더라, 누구는 부모가 주유소 차려줬다더라, 실력 좋던 누구는 영혼 없는 코딩만 3년째라더라..
전 집이 잘 살지도 못해서 이런식으로 가다간 평생 아르바이트만 해야 하나 하다가, 이럴바엔 죽어라 공부라도 한번 해보자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피시방 근무 중에 구꿈사 같은 이런저런 카페도 가입해보고, 남자라면 7급이지 라는 생각으로 관련 정보도 조사해보고 하다가 몇 달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어마어마하게 비싼 책들, 어마어마하게 비싼 동영상강의를 구입하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사실 수능 봐서 대학을 가볼까 했었지만, 집안 사정도 그렇고 빨리 돈 벌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거든요(첫 달 급여가 135만원 이었던건 함정..)
당연히 어렵죠. 그 땐 과목이 국어, 영어, 국사, 행정법, 행정학 이었는데 특히 영어!, 국어! 남들은 10년 이상 한 공부를 이제 시작하려니 요령도 없고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사실 뭔가 시험 공부한 사람들은 하루에 18시간을 공부했네 엉덩이에 종기가 났네 이러던데..
저는 야간 피시방 알바만 했어서 그런지 잠들고 기상하는 시간 리듬이 깨져서 남들 처럼은 도저히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3시간 공부하고 1시간 자고, 4시간 공부하고 2시간 자고 이런식으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찬물 세수만 하루에 10번 이상은 한 것 같네요.
떨어지면 정말 아무 것도 못하는 인간 쓰레기 될 것 같아서 절망감과 절실함을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부모님 두분 다 일을 하시니 밥해줄 사람도 없어서 적당한 때 3인분 밥을 대충 반찬 넣고 볶아서 배고프면 숟가락 하나만 들고 먹었어요. 한손은 단어장 읽어야 해서 비워놔야 하니까.
자기 전엔 제 목소리로 녹음한 영어단어 들으면서 자구요.
제일 친한 친구도 1년 동안 딱 한번 만났습니다. 지금도 독한놈이라고 하더군요, 그 외엔 아얘 아무도 안 만났습니다.
아무리 머리에 들어있는게 없어도 저런식으로 4~5달 하니까 뭔가 채워지는게 느껴져요.
10달 정도 되니까 동영상강의도 너무 많이 봐서 2.5배속으로 돌려도 다 이해가 되고..1,300쪽짜리 기본서는 1독 하는데 30분밖에 안걸리게 되더라구요. (물론 기출문제 빼면 7~800쪽 정도 될 겁니다.)
보카 33,000 정도는 우습고 막..(지금은 하나도 기억 안납니다.)
괜히 안방에 가서 사극 보고 있는 부모님한테 스포일러도 해보고.. 쓸데없이 행정학 설명도 해보고ㅎㅎ
그 동안 제가 볼 수 있는 시험은 다 봤죠, 경험이라도 되니까.. 지방직 2번 국가직 1번, 당연히 다 떨어졌구요.
2004년 4월에 공부를 시작해서 1년째 되는 2005년 4월에 있던 국가직 9급 시험을 봤습니다. 90분이었나.. 그 시험시간은 정말 어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안납니다. 어떤 이유였는지 시험시작시간 직전에 도착했었거든요.
집에 와서도 당연히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그날부터 바로 하반기 서울시 지방직 준비를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가을 초입때, 당연히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시험의 합격자 발표 페이지에 '합격' 이라는 문구가 있는거에요.
그 때 제가 뭘 했냐면... 당시 중앙인사위원회 임용과?에 전화해서 '합격자 발표에 합격이라고 떠 있으면 합격 맞습니까?' 라고 물어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지만 그 땐 정말 놀랐었거든요.
이제 이 부분에서 기분이 정말 어쨌고 저쨌고, 시험공부 방법은 어쩌고를 이야기하면 합격수기가 되겠네요. ㅎㅎ
제가 이 곳에서 하고 싶은 말은 요약하면 이거에요.
'공무원시험 합격은 수험기간이 중요하지 과거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절실하고 정말 할 마음이 있다면...
툭하면 친구 만나서 공부 힘들다고 술 마시고, 나 자신에게 핑계대고 쉬고, 한판만! 하고 게임 켜고, 시험보고 왔으니까 일주일은 쉬고, 명절이니까 3일 쉬고, 외롭다고 페이스북 뒤지고..
이렇게 안하실 자신이 있으면, 공고던 상고던 고졸이던 대졸이던 대학원졸이던지 처음엔 차이가 있을 지 모르나
1년 정도 뒤에 아직 둘 다 수험생이라면 아마도 합격선에서 같이 경쟁하고 있을 거라는걸 장담합니다.
(고등학교를 충실히 다닌 사람은 아무래도 빨리 붙을 확률은 높죠 -_- 영어, 국어 때문이라도)
7급도 그렇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제가 합격한건 9급이라 9급까지만..
이런저런 게시판에서 고졸인데 공무원시험을 보려고 합니다 하는 글에
'고졸이 무슨 9급을.. 고졸은 안된다' 이런 글 들이 많아서 아쉬웠거든요.
ㅎㅎ 하고 싶은 말은 짧았는데 너무 길게 썼네요. 읽으신 분들 수고하셨어요.
주의. 공무원 합격이 세상을 엄청 바꾸진 않습니다.(부모님이 어디 가서 말 할땐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