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에필로그 - 그 짧은 뒷 이야기

깨비후유증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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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 재회, 그 짧은 뒷 이야기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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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리고 스며든 푸른 언덕

 

시린 바람이 불던 또 한번의 겨울이 지나가고

 

언제그랬냐는듯 다시 찾아온 따뜻한 봄

 

마음은 아직 겨울이던 김신은 봄바람이 달갑지않다.

 

 

"천년만년가는 슬픔이 어딨겠어, 천년만년가는 사랑이 어딨고"

 

"난 있다에 한표"

 

" 어느쪽에 걸건데? 슬픔이야 사랑이야?"

 

" 슬픈 사랑 "

 

 

신은 무심결에 그 날이 떠올랐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끌어 당긴 날

 

처음으로 그를 살고싶게 만든 그 아이가 떠올랐다.

 

그리고는 낮게 읊조린다.

 

"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있고 편안하지 못하였네. "

 

 

이제는 그리움마저 익숙해지고 슬픔또한 무뎌진 그에게 남은건

 

기다림이 일상인 하루일뿐 시간은 덧없이 흘러갈뿐이였다.

 

이번이 몇번째 봄인지 세어보다 세어보다 지쳐 누워서

 

그 날을 다시 떠올려보던 중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린다.

 

 

"찾았다"

 

 

신은 뒤돌아보았고 그의 앞엔

 

그가 여태찾던 도깨비 신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믿을수 없다는듯 바라보다 이내 미소를 지었다.

 

 

" 아저씨, 나 누군지 알죠?"

 

"응, 내 처음이자 마지막... 도깨비 신부"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만났다.

 

 

 

 

 

신은 활짝웃는 그녀를 꼬집어보았다.

 

"아저씨! 아파요!!"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부드럽게 미소짓는 그녀

 

신은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

 

" 어떻게 된거야. 지은탁 "

 

" 아니이, 이번 생은 김고은. 이름도 얼굴도 여전히 이쁘죠? "

 

" 허, 참... 퍽 난감하군"

 

보고도 믿을수없는 그녀를 김신은 꼭 껴안았다.

 

 

" 아저씨 그동안 어떻게 살았어요? 뭐하면서? "

 

" 널 기다리며 살았지."

 

" 오~ 진짜로? 뉴스에서 맨날 여자꼬시고 사고치고 다닌다고 그러던데~? "

 

" 무슨 소리야. 나 그런말 처음들어!!! 진짜 처음들어! "

 

" 좋아요. 봐줄게요. 그대신 지금부턴 안되는거 알죠? 나근데 진짜 억울해. 기껏 열심히해서 PD됬는데 또다시 공부해야돼. 이게 말이 돼요? 진짜 대한민국 학생은 영원히 고통이야. 30년이 지나면 뭐해 똑같아 전부! 아저씨는 뭐 할 수 있는거 없어요? 비내리게 하면뭐해 내 시험지가 비내리고 있는데. 아 맞다! 아저씨는 수능 답 알죠. 나 그럼 공부 안해도 되는거에요? 오예에에!"

 

혼자 쉴새없이 쫑알대며 밝게 웃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나지막히 웃어도 보았다가 또 그게 꿈일 것 같아서

 

그녀의 볼을 꼬집어도 보았다가 자신의 볼도 꼬집어보았다가

 

멋쩍게 웃는 신이였다.

 

 

" 좋구나, 속도없이 "

 

" 네? 아저씨 방금 뭐라고 했어요? "

 

" 응? 아니야. 배고프지? 소먹으러갈까?"

 

“ 지금은 안돼요. 나 수학여행 온거에요. 여기서 다 놀고 한국돌아가서 가지뭐. 어차피 남편이 도깨비인데~ ”

 

“ 넌 어떻게 된 애가 이용해먹을 생각만 하니? 웃긴다 너 ”

 

“ 지금 신경질내는거에요? 우리 오랜만에 만나놓고? 나 예뻐해주기도 모자란 마당에?”

 

틱틱대며 짜증을 내는 그녀가 너무 예뻐서 또 너무 좋아서

 

감출 수 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 왜 웃어요? 사람 기분 나쁘게? ”

 

“ 사람 기분 나쁜걸 도깨비가 신경써야 되는건가? ”

 

“ 아 진짜! ”

 

참다참다 못이겨 볼이 한껏 부풀어 올라있는 그녀에게 키스한다.

 

은탁은 당황해서 눈이 동그랗게 커지지만 이내 눈을 감는다.

 

 

“ 새삼 그리웠어. 이 순간순간이.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이.

 

짜증내고 다투는 그 사소한 순간마저 잡고 싶었어 ”

 

“ 아저씨.. ”

 

“오늘 날이 좀 적당해서 하는 말인데. 니가 계속 눈부셔서 하는 말인데.

 

그 모든 첫사랑이 너였어서 하는 말인데 또 날이 적당한 어느날

 

다시 한번 이 고려남자의 신부가 되어 줄래? “  

 

  

 

나의 생이자 나의 사인 너를 내가 좋아한다. 때문에 비밀을 품고 하늘에 허락을 구해본다.

 

이번 생에는 하루라도 더 모르게... 그렇게 백년만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