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자 들어간 시금치 잘들먹고 있나요?

후회,원망,서러움2004.01.23
조회1,570

결혼전엔 명절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몰라요

다들그러셨겠지만 명절이면 긴 연휴가 좋았고, 오손도손 가족들끼리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고...정말 기다려지고 행복한 명절이였죠.

결혼하기 전엔 말이예요..

근데 결혼하고나니 명절이 아얘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지금 혼자 집에 있어요

랑은 지금 시댁에 있고, 전 어제밤에 혼자서 집으로 왔죠

결혼한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고, 3번째 맞는 명절이예요.

이번 명절은 원망과 후회 그리고 서러움만 남았네요.

랑이 막내여서 시모의 사랑도 유별난 편이죠.  그래서 저두 시모께 잘해드려야지 항상 생각하고

살았어요..

근데 이번에 제가 느낀건 평소에 "내딸 내딸"하던 시모의 과잉사랑도 손바닥뒤집듯 그렇게 시모마음이

바뀔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무리 잘해도 시댁은 역시 시댁이라는 걸 알았어요.

사건의 발단은...

평소에 시댁에 가면 의례 하룻밤은 꼭 자고 와요

물론 난 그럴 맘이 없지만 주위에서 그렇게 만들죠.. 그리고 그걸 당연히 여기고 있어요

한번은 무슨일이 있어서 잘수가 없어 저녁늦게 집에 와야했는데.. 시모와 시누들.그리고 고모부들끼리

가세해서 아주 몰아부치는데 참 할말은 없고, 눈물만 나더라구요

시댁은 참 이상하더라구요

서울은 보통 차례를 아침에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도 하구 그러잖아요

근데 시댁은 밤 12시안으로 제사를 지내야한다는 시모의 완강함으로 저녁에 제사를 지내죠

제사가 끝난뒤 상을 차렸다치웠다를 여러번, 혹 앉을라 치면 술상봐와라 뭐가져와라 아주 머슴이

따로 없어요.

(참고로 시누가 셋인데 명절엔 다 친정와서 해논음식만 먹고 갑니다.  손도 까닥하지 않죠)

어느정도 먹고 마시는게 끝나면 새벽3시 설거지만 끝내놓고 형님네와 시누네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당연히 여기서 자야하는 거죠..

형님은 친정이 코앞이라 설날당일은 당연히 친정가서 보냅니다.

그런관계로 설날 시댁은 설렁하죠..

전야제만 거창하고 당일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제원래 계획은 시댁에서 하룻밤자고 설날 저녁에 친정엘 갈려고 했거든요..

근데 랑이 시댁식구들에게 이틀밤을 자고  오늘 처가집에 간다고 말했나봐요..

몇차례얘기를 했지만 랑은 들은척도 하지 않았고,  하룻밤을 또 자야한다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어요

(참고로 시댁엔 시모와 이혼한 아주버님 그리고 결혼전인 아주버님 이렇게 셋이서 살고있고 방은 두개죠)

우린 잘때가 없어서 가면 거의 거실에서 잘때가 많고 또 아주버님방에서 잘때도 있어요

하지만 거실에서 잘때면 밤에 문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라서 깨기 일쑤예요

아주버님들이 왔다갔다하는 거실에서 대자로 누워서 잔다는것도 참 못할짓이고, 그렇다고 아버주님 방에서 잔다는 것도 좀 그래요.  이불이 없어서 아주버님이 덮던 이불 그대로 덮고자는것도 그렇고. 참불편하기 그지없어요.   아침잠이 없으신 큰아주버님은 새벽같이 일어나 거실에 불이라도 켜면 그야말로 일어나야할지 계속 누워있어야할지 이불속에서 한참을 갈등하기 일수죠..

그래서 설날저녁에 친정엘 가겠다고 일어났어요.  물론 신랑은 가기싫어하죠.. 신랑이랑 가벼운 말다툼을 하고 혼자서 집을 나서려하는데. .. 시모가 내뱉은 험담이 가슴에 꽂히더라구요..

비록 욕설은 아니였지만.. 어떻게 대놓고 그런말을 하는지 그동안에 저에게 잘해주었던게 가식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절더러 그러더군요.. '니가 이뻐서 잘해준줄아냐? 우리아들하고 같이 사니까 이뻐해주는거지'라는등등으로 아주버님들있는데서 절 모욕하더라구요

전 들은척도 하지 않고 현관을 나셨어요.  하지만 친정엔 갈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혼자가겠어요.  설날인데...

그래서 그냥 지하철타고 집으로 왔어요..

결혼일년인데 신랑하고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부터는 시모얼굴을 그냥 볼수 없을것 같아요.  또 아무일없었다는듯이 대하는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것 같아요

늘 이기주의에다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신랑하고 긴세월을 산다는것이 두려워요

오랜시간을 두고 연애했지만 그리 좋은 결혼생활인것만은 아닌것 같아요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할까 밤새 고민했지만 수습할길이 없네요..

후외화 원망 그리고 서러움만 남아있는 설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