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커피숍에서 금속갈린 주스를 마신 임산부입니다.

카스탈리엔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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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음주에 출산을 앞두고 있는 36주차 임산부 입니다.

3주 전 가재울 뉴타운 4단지 파크뷰자이 상가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T 커피숍에서 금속이 같이 갈려나온 음료를 마셨습니다.

 

평일이었지만, 신랑이 마침 쉬는 날이어서 저의 직장이 위치한 가재울 뉴타운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T 커피숍 매장에서 코코넛 음료 한잔을 시켰습니다. 3/4 가량 마신 이후 제 입 안에서 딱딱한 것이 느껴져서 뱉었는데, 조그마한 금속 조각이더군요. 두 조각 정도가 입에서 뱉어내고 남은 음료 안을 보니 검은 알갱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통조림 통 조각을 알바분이 실수로 같이 갈은 것인가 싶었으나, 해당 업주분으로부터 블렌더의 부품 일부가 갈려들어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단 음료는 절반 이상은 마신 상태로 당연히 상당한 양의 금속을 이미 마신 것으로 추정되구요.

당일 저녁 아는 변호사분을 통해서 알아보니, 우리나라에 명확한 인과관계에 의한 피해(이를 테면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사실 징벌적 배상제도가 크게 없으므로, 상대방이 금전적 합의의 의사가 있다면, 임산부의 정신적 피해보상+이후 기형아 검사에 소요되는 비용 및 차비 등을 요구할 수는 있어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서 정말 돈이라도 받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본사의 상담 담당자분과 업주분과의 여러 차례 통화에서 피해자였던 저희가 블랙컨슈머가 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일단 일이 있던 다음날, 업주분과 본사의 입장은 보험처리였습니다.

보험은 병원에 간 진단서가 있어야 보상이 시작이 되며, 이 일로 인하여 발생한 일에 대한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 현재 임산부인 제가 받을 수 있는 검사 및 진단서와 치료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본사와 업주분은 그런 건 명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병원을 다녀오시라는 말만을 지속적으로 하였고, 그 와중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시더군요.

 

일단 본사의 입장은, “본인들은 해당 업주와의 중간 조율 역할만을 해줄 뿐이며, 사실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였습니다. 제가 블렌더의 부품이 갈렸다면, 그걸 제공하고 관리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냐고 불어보니, “본사에서 제공한 블렌더이며, 관리는 본사와 업주가 같이할 책임이지만,, 업주가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다. 블렌더가 갈린 것으로 추정되나, 만약 조사 결과 정말 그렇다면, 블렌더를 납품한 업체를 조사하겠다.” “해당 점포는 감사를 할 예정이다.” 라고 하더군요.. 해당점포와 블렌더 납품 업체의 책임이며, 본인들은 책임이 없다는 투로 들렸습니다.

 

해당 업주분의 입장은, “명백히 본사의 책임도 있으나, 본사에서는 본인에게만 책임을 떠맡기고 있는 입장이며, 본사를 고소할 생각도 있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냥 이런 일이 있었음을 알리는 글을 올리셨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본사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못하며, 본사의 태도에 불만이 많음을 드러내셨는데, 이것이 저희를 지치게 하기 위한 제스처이신지, 본심인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소비자 보호원에 문의해본 결과 우리나라에서 음식을 먹다가 이물질이 나온 경우 원칙은 “교환 환불” 이며, 이 과정에서 이물질을 먹고 질병이 생겼다는 명백한 인과관계가 없다면 보상은 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특히나 임산부인 저의 상황이 안타까우니 법리적 상담을 받아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을 먹다가 설령 쥐가 나오는 일이 있더라도 명확한 원인관계로 인한 피해(질병?) 없이는 아무런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더군요. 지속적인 통화과정에서 점점 스트레스만 더 커지고, 마치 지속적 사과에도 돈을 뜯어내려는 소비자가 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불이익을 당해도 그냥 포기하고 말겠지요. 어차피 법률적으로 가더라도 큰 이득 없이 내 시간만 소모되고 정신적 스트레스만 더욱 커질 일 이니까요,

 

저 역시 사실 그다지 합의금 및 보험금을 받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그 보험금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 아기에 대하여 “기형아가 될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있음” 을 제시하는 공식 문서를 받아와야 할테니까요. 사실 글을 올리기까지도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어차피 나한테 돌아올 것도 없는 일을 애써 시간소모해 가면서 해야할 이유가 있나, 한다고 바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더더군다나 저는 전치태반으로 인하여 1주일 뒤에 제왕절개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태로 굳이 더 이상 이 아까운 시간에 이런 정신소모적인 일에 매달려 있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책임소재를 빙빙 돌려가며 질리게 만들어서 유야무야 지나가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일 것 같아 많은 분들이 보시는 게시판에 올려봅니다. 또한, 그분들이 추정하는 것처럼 본사에서 각 체인점에 제공한 블렌더 부속품이 갈려들어갔다면, 그러한 음료를 마신 건 저 뿐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정이라고는 하나, 보자마자 해당 업주분이 일단 부속품인 것 같다고 하였고, 본사 담당자 역시 저에게 같은 추정을 하였습니다.)

 

차후 저에게도 귀찮은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하여 커피숍의 이름을 쓰지는 못하였습니다. 몇주전 커피원두값 하락 및 커피값 상승으로 인하여 기사에 자주 오르내리더군요.. 금속의 정체를 명확히 밝혀달라 계속 전화하고 싶었으나, 저는 어차피 다른 지역에서도 그 매장에 더 이상 가지 않을 것이며, 제가 밝혀달라 한들 저에게 오는 큰 정신적 소득도 없으므로, 더 이상 해당 업체 및 본사와의 연락은 하지 않을 예정이입니다. (실제로 3주전 일인데, 이틀정도 연락 후 더이상의 항의 연락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분들 또한 저의 이런 포기하는 반응을 원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그들이 선심쓰듯 주는 보험 역시 진행시키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만약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그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어딘지 아신다면, 가급적 블렌더에 돌려야 하는 음료는 안 시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로 권리를 지키면서 사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네요. 결국 그 권리를 지켜내려면 피해를 준 쪽 보다는 피해를 받은 입장이 더욱 정신적, 시간으로 소모적인 일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로 알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그 업체에는 아무런 불이익도 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억울한 마음에 넋두리 해봅니다..

 

첨부한 사진은 마시다 남은 음료를 쏟아서 촬영한 것입니다. 휴지 위에서 촬영하였으며, 흰색 알갱이는 코코넛,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은 모두 금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