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빠라서 좋았어.

123456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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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가지지 못한 오빠의 차분함이 좋았어.
오빠는 감정에 진심을 잘 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배려할 줄 아는 다정한 사람이었어.
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말을 잘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었어.
마지막엔 질린 표정으로 나를 뿌리쳤지만, 내가 울고 있으니까 승강장 반대편에 있다 달려 와주는 좋은 사람이었어.
오빠는 나를 많이 사랑하는 건 아니었지만 내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이었어.
오빠랑 하는 모든 것에 기대했고 모든 것이 설레고 행복했어.


이런 저런 말 다 썼지만,
난 그냥 그냥 오빠라서 좋았어.


난 그래서 오빠의 모든 걸 용서하고 내 주제에 오빨 위로했고,
결국 헤어지게 된 후에도 헤어지기 싫다고 또 잊기 싫다고 떼써도 봤어.
내 계속 반복되는 일방적인 연락에 오빠는 잊을 수 있을 거야. 과정이야. 괜찮을 거야. 행복 하라며 위로해주며 더는 연락하지 말라더라.
그 와중에 단호한 목소리로 선 긋는 오빠 목소리 들으니까 그냥 너무 좋더라.
나 참 바보 같지 오빠. 많이 보고 싶더라.

우리 이별이 누군가가 정해준 게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가 결심한 거인 거, 머리로는 아는데 내 마음은 너무 슬프다.
원망할 대상도 없고 말할 곳도 없어서 더 슬퍼.

그런데 난 정말 아쉬울 거 없이 할 만큼 다 했잖아.
오빠를 잊는 건 무섭지만 이젠 잊을게. 사랑했었어.
잘 지내고 행복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