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린 펜트하우스 주인...

ㅇㅇ2017.03.19
조회134,240
저희 아빠는 목수십니다.
젊으셨을 때 다른 일 하다 잘 안되셔서 목수일을 시작하셨는데 지금은 일을 워낙 잘 하시고 성실하셔서 일당 20만원에 장비대여 10만원 해서 일당 30만원 받아오시는 업계에서 인정받는 분이세요.
일이 항상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달에 최소 500 이상은 무조건 받아오십니다.

일 잘 하시는거 소문나고 인정받아 고급 인테리어 전문으로 하는 유명 인테리어 회사랑 주로 같이 일하시는데요. 그래서 주로 비싸기로 소문난 그런 아파트 일을 많이 하세요.

이번에는 유명 아파트 펜트하우스 리모델링 현장에 가셨는데, 펜트하우스 일은 자주 있는게 아니라서 가보니 집이 진짜 참 멋지더라고 하시더라고요.

오늘이 아빠 생신이어서 가족이 다 모였습니다. 저랑 언니는 시집갔고 남동생은 아직 대학생입니다. 원래 토요일에는 공사를 하면 안되는데 기간이 촉박해서 회사 부탁으로 오후까지 소음 안나는 공사 하시다 옷갈아입고 바로 식사장소에 오셨습니다.
다들 고기 맛있게 먹고 친정집으로 가서 설 이후 온가족이 처음으로 다 모인 김에 술 한잔씩 했어요.

그런데 아빠가 술이 좀 많이 들어가시니 우울한 얼굴로 저희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겁니다.
지금 펜트하우스 공사가 인테리어 공사비만 2억5천짜리인데, 오늘 오전에 처음으로 집 주인을 봤답니다. 공사가 어떻게 되고 있나 보러 음료 사들고 왔다는데 주인이 딱봐도 어려보이는 20대 신혼부부였대요. 사실 막연하게 집주인이 중년일거라 생각했는데 좀 놀랐대요. 저보다도 어린 것 같았대요(29살) 저도 작년 10월에 결혼했거든요.

그러면서 약간 눈물 보이시면서 너희 시집갈때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언니랑 저랑 둘 다 자기가 벌어서 시집갔고 어찌 둘 다 시댁지원도 거의 못받았네요. 저는 대출끼고 빌라전세 살구요. 언니도 대출끼고 작은 아파트 전세살고..

그래도 저희 아빠는 참 좋은 아버지십니다. 어렸을 때 아빠 하던 일이 잘 안되서 힘들었고 사춘기 때는 철없이 허름한 작업복입고 일 나가시는 아빠를 부끄러워했던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기억도 있지만, 항상 엄마와 저희 삼남매에게 다정하고 저녁에 퇴근하실땐 아이스크림이니 과일이니 이것저것 사오시기도 하고 지금도 일없는 주말에는 손수 아침식사 준비를 하셔서 엄마와 동생에게 먹이는 그런 아빠예요. 판 같은데 보면 아빠랑은 정이 없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는 시집간 지금도 아빠랑 아직도 다정하고 애틋합니다

예전에 빚이 있어 벌이가 좋아지고 나서도 막 잘살거나 그러진 못했지만 엄마도 항상 절약하고 살림 잘 하시고 두분이 허리 졸라매고 저희 삼남매 대학 등록금도 다 내주셨고요.

항상 나무먼지 들이마시며 폐 건강 버려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산 아빠인데 아빠 눈에 눈물 맺히게 한 그 어린 펜트하우스 집주인들이 원망스럽네요. 알아요. 그 사람들이 잘못한 건 아닌거요. 그냥 이 나라가 이 사회가 뭔가 잘못된 거겠죠. 힘든 일도 제대로 안해봤을 애들이 돈많은 부모지원으로 강남에 수십억짜리 펜트하우스 턱턱 사고... 부는 그렇게 대물림되고... 세상이 싹 엎어져서 열심히 산 사람이 잘 사는 좋은 세상으로 바뀌면 좋겠네요.

아빠 생일 축하해. 누구보다 존경하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