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랑 사귀지말걸....

쓰니2017.03.24
조회11,622

1년 좀 넘었어. 나는 20대 초 남친 20대 중반. 나는 첫연애고 남친은 외형적으로 매력있는 사람아니야. 아주 외형적인 장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뚱뚱해서. 긁지 않은 복권이니까 꽝인지 당첨인지 어떻게 알겠어. 그냥 희망적인 마음으로 살빼면 더 낫겠지 하는 생각정도...

 

나름 깊게 고민하고 사귀기로 결정한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아무 느낌이 없는지..

 

사귀는 초반에도 이 사람 잘생긴 타입 아닌거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못생겼어.... 제발 살 좀 뺐으면... 한숨 나오진 않았거든 콩깍지로 극복한 부분도 있었고 사실... 살쪄본 경험이 없어서 살 빼는걸 쉽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 살이야 빼면 되지. 이건 문제가 아니야 라고 생각했거든.. 그 빼면 되는 살 요즘은 오히려 찐 것 같기도 하고 심지어 본인이 의지도 딱히 없는 것 같기도....ㅋㅋㅋㅋ

 

언제부터 이렇게 감흥 없는 상태가 된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몇달은 된 것 같아 그래도 사귄지 200일은 한참 지나고 이 상태였던 것 같은데 사실 그 전엔 엄청 열정적이었어. 워낙 내가 자기애나 주장이 강해서 조용한 타입이 아니라 남친이랑도 불같이 연애했거든. 남친도 불같은 사람이었고. 사귀고 한달쯤부터 겁나 싸워댔거든. 근데 화해도 항상 불같이 했었고 싸울만 한걸로 싸우는 거라 그게 힘들진 않았어. 우리 둘다 선을 넘는 정신머리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 큰 일은 딱히 없었어.

 

근데 싸우는 거 말고 다른걸로 많이 실망을 하게 되는 것 같아. 그니까 남자친구가 나한테 하는 태도에 실망하는 게 아니라 남자친구 자체에 대한 것... 사는 모습이든지. 평소 생각이나 습관 같은거에 실망을 하게돼..

 

분명 선한 사람이고 모나지 않은 성격에 인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히려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게을러.... 해맑지만 너무 대책없어 보이고 이상은 높지만 현실엔 주저앉아있고 나보다 연상이지만 나보다 어린 정신연령,

 

다이어트는 한참 전부터 하겠다 했지만 행동으로 옮긴 건 없다. 그러니까 내가 봤을 때 스스로 행동으로 옮기는 게 별로 없어. 우연히 일어난 일이나 주변에서 만들어진 상황에 들어가게 된 것 정도? 근데 그것도 각자 다른 사람 사는 모양새인가 싶기도 하고 또 나보단 주변상황이 좋은 상태니까 그게 다른사람에겐 없는 남친만의 치트키일 수도 있으니 좋은게 좋은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너무 이상이 높아서 무턱대고 그런 사람을 원하는건가. 사실 나도 준비만 하고 도전만 하고 있지 아직 아무것도 이룬것 없는 휴학생일 뿐인데.

 

머리로는 그렇게 정리를 해봐도 진짜 너무 정없이 얘기하면 사실 한심하다는 감정을 느끼나봐.

물론 지금이 결과물은 아니니까 더 발전하면 되는거잖아! 싶지만 내 눈엔 남친의 비전이 안보여. 그냥 20대의 이 나이 때에 친구들과도 술 한잔 기울이면서 나는 이거 이거 준비중이야. 이건 어떨까. 일단 내 상황에선 이렇게... 하는 자기주도적인 이야기가 없어.

 

아 물론 지금 남자친구가 아무것도 안하는중은 아니야. 주변 상황이 또 어떤 일을 만들어줘서 거기에 뛰어든 상태야. 그거라도 꾸준히 하고는 있어서 다행일까? 비유하자면 마치 고등학교를 저절로 진학해서 지각은 해도 결석은 안하고 학교 꼬박꼬박 나가서 숙제는 밤새서 해보려다 포기하고 가끔 베껴서 내기도 하고 성적은 그냥저냥하는 아주 평범한 학생?ㅋㅋㅋㅋ

 

 

그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결정하고 도전하는 건 딱히 없고 어떤걸 해야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꾸역꾸역 대충은 해내는?

 

남자친구에게 아무런 목표가 없는 건 아니야. 근데 그냥 허무맹랑해. 대충 비유하면 복권 당첨되고 싶다 정도의 우스갯소리로 할 수 있는 것들.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지만. 복권도 직접 복권판매점에 가서 돈주고 사야 당첨될 수 있는건데 그냥 앉아서 그런 포부 넘치는 말 해봤자. 내 귀엔 우스갯소리로 들린다고.

 

이런 류의 이야기를 남자친구한테 얘기 안한건 아니야. 이렇게 대놓고는 하지 않았고 나름 돌려 말해보려고 애썼어. 그런거 잘 못해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줬겠지만 뭐라도 해라.(잠깐 백수상태인 적이 있을때.) 아주 사소한거여도 괜찮다. 차라리 아침운동같은거라도 글 한줄 읽는거라도 뭐라도 아무거나 좋으니 하라고. 내가 여러번 말해서 질릴 수도 있겠지만 적당히 얘기하면 적당히 받아치고 적당히 넘어가길래 확실히 하고 싶어서 좀 귀찮게 굴었어.

 

대충 돌아오는 대답은 조금만 더 기다려주래 계속 이렇게 있을건 아니니까 근데 사람이 생각한대로 다 되는건 아니래. 부지런한게 즐거워서 부지런한 사람 없는 것처럼 뭐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은 들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대

 

그니까 계속 생각하고 노력하면 되지 않느냐 했더니 그게 쉬운게 아니래

쉬운게 아닌건 나도 알지만 이렇게까지 극복하고자 하는 몸짓이 없는게 이해안됐어. 나도 다른 준비하고 있는 일은 있지만 생각대로 잘 안돼 나는 더 잘하고 싶은데 몸이 마음이랑 따로 놀아. 그래도 극복하려고 잘은 안되도 부딪히고 있어. 어떤 날은 만족스러울때도 어떤 날은 또 자괴감이 들기도해. 하지만 드러누워서 뭐라도 해야지...는 솔직히 아니잖아.... 아주 작은거라도 하는것과 아무것도 안하는 건 큰 차이잖아.

 

그래도 막무가내였어. 더 기다려주라고만... 평생 이렇게 살건 아니고 뭐라도 하긴 하게 될테니까. 기다려주래. 그니까 왜 본인이 뭐라도 하긴 하게 될걸 스스로 준비하지 않는걸까. 뭐 결국 지금은 다른 사람이 소개한 일을 하고 있어서 잘됐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 뿐이야. 또 이렇게 넋놓고 있어도 주변에서 도와주니까 이것도 능력인가.. 싶기도 해.

 

 

쨌든 남자친구는 하고있는 일을 계속 하든 또 어떻게 되서 그만두든 나보다 좋은 환경이니까 주변인의 힘을 빌려서 뭐라도 할 수는 있을거야! 그게 나는 모르는 남자친구의 사는 모양이겠지! 나는 그게 아니니까 자꾸 뭐라도 꼼지락 거리면서 사는거겠지. 또 생각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은 그냥 다른 점이겠지.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나도 모르게 남친에게 실망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느끼고... 매력없게 느껴져!!!

 

매력없게 느껴지는게 걱정이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외모도 매력없게 느껴지고 내 생각엔 어떤 부분에서 한 번 실망하니까 연달아 이 부분도 매력없고 저 부분도 매력없게 느껴지나봐ㅠㅠ

 

남친이 싫은건 아니야. 장거리라서 연락 잘 하고 있고 통화도 내키는 대로 하고 힘들 땐 남친 생각이 나기도 하고 남친 덕에 웃을 일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카톡내용도 별 내용 없고 통화 하다가도 할 얘기 없고 나는 학생 남친은 직장인이라 공통 주제가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게임 얘기는 같이 기가막히게 주고받는데 정 할 얘기 없어서 게임 얘기 꺼내면 서로 활기차게 대화 할 수 있어서...;;  그러다 보니 이거 친구랑 다른 점이 뭐지.. 스킨십의 차이만 있을 뿐 하는 건 친구랑 똑같은데... 스킨십도 예전처럼 불타오르지도 않고 나는 사실 해도 좋고 안해도 좋고 딱히 스킨십에 별 생각 없어서...

 

 

전에는 싸울 일도 서운할 일도 울 일도 엄청 많고 애틋했는데 지금은 안 싸운지도 엄청 오래됐어. 옛날의 내가 낯설 정도야. 그 땐 뭐 그리 마음 아플 일이 많았을까. 울기도 엄청 울고 서운한것 천지였고 아프기도 엄청 아프면서 만났는데 지금은 이렇게 아무 감흥이 없다니.. 이렇게 되다보니 사귀지 말걸.. 하는 생각도 들어 분명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만나기로 결정했는데. 친구로 남았으면 차라리 잃어버릴 일도 없었을걸. 이렇게 사귄지 1년이 지나서야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러다 이 사람을 영영 잃어버리는 건 괜찮은걸까. 그건 별로 싫거든 같이 게임하고 이야기하고 농담하는 거 재밌는데 귀엽고 예뻐보이는 순간도 있고. 근데 내 하나뿐인 동반자로는 아닌 것 같아서.

 

아직 나이도 어린데 뭐 그리 신랑감 고르듯 진지하냐고 해도 어쩔 수 없는게 내가 이런 부분에서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인가봐. 나도 미처 몰랐어 첫 연애라서 아무것도 몰랐어. 그냥 소중한 나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연애라서ㅠㅠ

 

나 내 남자친구에게 대단하다! 믿음직스럽다! 감동이다! 본받고싶다! 배우고싶다! 존경스럽다! 멋지다! 하는 감정 느끼고 싶어. 귀엽고 사랑스럽고 도와주고 싶긴 한데 내가 원하는 건 그거 아니야.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나 고작 이십대 초반으로 되게 어린나인데 벌써부터 좀 피곤하지.. 쓸데없이 진지할 때가 많아서. 평소엔 되게 발랄하고 어리광쟁이거든. 근데 한 번 고민이 들거나 뭔가 걸리면 이렇게 딴 사람처럼 변해버려. 남친이 초반에 겁나 당황했어. 싸울 때 무서웠대ㅋㅋㅋㅋ 생각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들었어ㅋㅋㅋ 근데 내 기준에선 남친이 놀라울 정도로 생각이 없는 거라서.

 

 

그냥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 아니고 하소연하는거야. 아무 말이나 댓글 달아줘. 편하게 드는 생각 느낌 아무거나 상관없어. 길이 너무 길다거나 가독성 구리다는 말도 괜찮....을거야 아마ㅋㅋㅋ 내 고민 꼭 해답을 안줘도 괜찮으니까 이런 고민 나도 한다든가 옆사람이 하는 걸 봤다든가 너무 쓸데없다든가. 내 남친이나 내가 변해야하는 부분이든 아무거나 댓글 좀 달아줘ㅠㅠㅠ

 

난 그냥 행복한 연애 하고 싶어.

 

 

 

p.s. 남친 외모 매력없게 느낀다는 얘기 빼먹었네. 꾸밀 줄 몰라서 그까짓거 내가 도와주지 했는데. 일단 살부터 빼야 뭘 도와주지. 나름 코디도 해주고 옷도 골라줘도 뚱뚱한 건 그대로라 멋은 안살아. 글고 본인이 아무 생각이 없어서... 사실 옷 골라주고 쇼핑 같이 해주고 머리스타일 고민해주다 빡칠 때도 있어서ㅠ 이 나이 먹도록 예쁜 옷도 못고르고 꾸밀줄도 모르고 심지어 발전도 없어?ㅂㄷㅂㄷ 했거든.

내가 자꾸 내 취향대로 했더니 본인 자체를 원하는게 아니라 원하는 이미지가 있는거냐고 조금 서운해하길래 내가 잘못했나 싶어서 관뒀었는데... 근데 꼭 외형이 아니더라도 본인을 가꾸고 다른사람에게 매력발산하는 거 당연한거 아닌가?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