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심한 욕을 했습니다

개츠2017.04.06
조회1,540
여러분들의 조언을 좀 얻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제가 얼마나 심한 말을 한건지, 보통 다른 가정에서의 반응은 어떤지 감이 잘 안잡혀요. 주관적인 글이기에 자기방어적인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있었던 사건만을 기술하겠습니다.


우선 저희 아버지는 좀 욱하는 성질이 있으십니다. 가부장적이고, 다소 폭력적이기도 하시죠.
딸인 저도 그런 아버지를 닮았는지 누가 신경을 건드리면 바로 욱하고 입에서 말이 제대로 제어가 안됩니다. 글로 써도 마찬가지로 감정이 가득 담긴 글이 되어버려요.

아버지는 제가 아주 어릴때부터 본인의 폭력적인 모습을 전혀 감추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다툼이 생기면 옷을 태우거나, 삭발을 하거나, 집안 물건을 때려부수고, 칼로 위협하고, 어머니를 무릎 꿇려놓고 윽박지르거나, 패고, 제가 좀 자라서 반항할 나이가 되자 제 목을 졸라 죽이려고도 하셨습니다. 백프로 실화입니다. 그래놓고 부녀지간의 관계를 끊자고, 본인이 말해놓고 며칠후에 저에게 부녀지간 끊고 싶냐고 되묻고 처참한 표정을 짓는 그런 사람입니다.

뭐... 최근 몇년 동안은 본인도 반성을 많이 하셨는지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한것 같네요.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공간에 있는게 끔찍하게 답답하고 거북스러웠는데 많이 나아진걸 보면.... 정말 노력 많이 했죠.

그렇다고 요즘 폭력적인 행동을 안한다는건 아니에요. 몇달전엔 강아지에게 탁자를 집어던졌고, 발로 차려고 했고, 오늘은 제 머리에 간이 식탁을 내리치려고 했으니까요.


사건은 오늘 저녁 7시경, 퇴근길에 일어났습니다.
요즘 저는 아침저녁으로 아버지와 함께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요. 아버지의 직장과 제 직장 사이의 거리가 지하철로 한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아침에 아버지가 차로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주시면 지하철에서 한시간 넘게 걸려 지하철에 도착하고, 돌아올때도 마찬가지죠.
퇴근길에는 항상 아버지에게 거의 도착했다, 조금 일찍 갈 것 같다, 혹은 조금 늦게 도착할것 같다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드리곤 해요. 제가 아버지보다 한시간 반정도 일찍 끝나는 편이라 지하철에서 내리면 10분~30분정도 역에서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제 퇴근시간이 평소보다 20분정도 늦어지게 되었어요. 끝나는대로 버스정류장에 갔지만 버스도 늦게 오고.... 지하철도 어쩐지 늦게 오더군요.
설상가상 핸드폰 배터리는 5퍼센트를 찍고 있고..... 분명 나오기 전에 20퍼센트 남아있는걸 봤는데 요즘 핸드폰이 문제가 있는지 자꾸 제멋대로 꺼져요. 배터리도 쭉쭉닳고. 하여간 급하게 보조배터리 충전기를 꼽고 가방에 넣어뒀는데 그새 또 방전이 되었나 봅니다.

자. 1차 문제는 여기에요.
배터리가 닳아서 폰이 꺼졌습니다. 저는 폰이 꺼진 것을 인지하지 못했구요.

2차 문제는 제가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다는 겁니다.
'탈 것'에 앉기만 하면 버릇처럼 잠이 듭니다. 보통은 환승역쯤 다가오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데, 오늘은 환승역에서 3정거장을 지나치고 정신이 들었던 겁니다.

그리고 급하게 폰을 꺼내보니 꺼져있길래 켰습니다. 부재중 알림 문자가 3통. 그중 2개는 아버지가, 1개는 어머니가 건 전화였습니다. 저는 조금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제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짜고짜 화를 내는 아버지의 목소리.

"너 지금 어디냐!!!"
"아... 저 지금 ㅇㅇ역이요. 잠들어서 3정거장쯤 좀 지나쳤...."
"핸드폰도 꺼져있고!!! 잠을 자?!!! 폰을 켜 놓던지 잠을 자지 말던지!!!! 어디냐!!! 엄마한테 전화해도 모른다 그러고!!!!"
"여기 ㅇㅇ역.... 아... 그냥.... 혼자 갈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걱정하는 말보다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게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그것도 다 저를 걱정해서 그런거려니 생각하고 끊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아버지가 퇴근할 시간에서 겨우 15분 지나있더군요.

그리고 다시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똑같은 말로 화를 낼게 뻔해서 2통은 그냥 무시했습니다. 슬그머니 짜증이 나더군요. 아니 뭐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다고? 내가 늦고 싶어서 늦은 것도 아니고, 폰 꺼진것도 확인하기 전까진 몰랐고, 피곤해서 잠 좀 든게 뭐 그렇게 잘못이라고? 30분동안은 계속 서서 가다가 겨우 자리나서 앉은건데? 15분 기다린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 15분간 연락 안된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 걱정하는 거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하면 될텐데 왜 화를 내지? 설령 내가 진짜로 무슨일이 있었더라도 연락이 된 거에 안심해야 맞는거 아닌가?

그리고 이어진 세번째 통화에 아버지는 또 언성을 높였습니다.
"지금 어디냐!!"
"....ㅇㅇ역이라고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그냥 따로 간다니까요? 기다리지 말고 그냥 먼저 가세요...."
"넌 임마!!! 핸드폰 배터리 다됐으면 다 꺼지기전에 관리를 했어야지!!! 연락도 안되는데 자면 어떡하냐!!! 폰을 항상 켜둔채로 있어야지!!!!!"
"아 어쩌라구요!!! 폰 꺼진거 몰랐고 환승역에서 전화하려고 했는데 잠들어서 지나버린게 내 탓이야?!!! 왜 화를 내요!!!"
"야 니가 전화도 안받고 지금!!!!! 연락도 안되고 지금!!!!! 어?!!! 폰 꺼지기 전에 관리를 했어야지!!!! 잠을 자지 말아야지!!!!!!!"
"아니 그니까 같은 말을 몇번해요!!! 화좀 내지 말라구요!!!!! 왜 자꾸 나한테 화를 내고 지랄....!! 아, 아니...."
"뭐? 지랄? 너 지금 아빠한테 지랄이라고 했어? 지랄?"
"아, 아니 방금건 미안해요. 그러려던게 아니고...."
"지랄이라고?"
"아빠가 먼저 화를 내니까 그렇죠!!!!! 먼저 화낸게 누군데!!! 그 성질머리좀 죽여요!!!!"


지금 곰곰이 생각하니 15분간 기다리게 하고 죄송하단 말도 안한게 아버지를 화나게 했던걸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 말은 대체 무슨 억지인가요. 폰이 꺼져있으면 어차피 연락을 못하니 자고 있든 자지 않고 있든 연락 못하는건 마찬가지고, 잠들어 있으면 핸드폰에 연락이 오는지 안오는지도 모를텐데요. 제가 보기엔 저를 걱정한게 아니라 그냥 본인이랑 연락 안되는 채로 15분 동안 기다리게 해서 짜증났는데 제가 멀쩡하게 전화해서 잠들었다하니 그것 때문에 더 화난거 같은데요....
그냥 거짓말 좀 쳐서 늦게 끝나서 지금 환승역에 있는 중이고 환승역에서 콘센트 찾아다 겨우 충전시키고 연락드리는거라고 할 걸 그랬나봅니다.
그러나 저러나 초반의 버럭은 똑같겠지만요.

지랄이냐고, 말하는 순간 저도 흠칫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인데 지랄이라는 표현은 쓰면 안되는 거니까요.
사실, 아버지의 불같은 성격 때문에 상처받았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지랄이라는 표현은 양호할지도 모릅니다. 단지 저 상황에서는 좀 과했을 뿐이지요.

무의식에 꾹꾹 눌러담아왔던 원망이 또 저렇게 화를 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터져나왔나 봅니다. 그래요. 지랄. 별 것도 아닌 일에 열을 내며 지랄이지요. 아버지가 아닌 타인이었다면 수십번은 더 그렇게 말했을겁니다. 그만좀 지랄하라고.

한편으론 제가 욕에 무뎌진걸까 의문이 듭니다. 이 사회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퓨어했나봐요? 지랄이란 말이 그렇게 심한 욕이었나요? 드라마 보면 할머니들이 "지랄 옘병하네"라고 종종 말하던데..... 물론 부모에게 절대로 그런 욕을 하면 안된다는 것은 알아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지만 나쁜 말이란 것도 알고. 그러니까 순간의 실수에 당황해서 죄송하다고 급히 사과했는데, 그 분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으셨나봐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아 ㅈ됐다. 나 진짜 엄청 맞겠구나' 그생각 밖에 안들었습니다.
문 앞에서 마주친 어머니가 "너 아빠한테 심한말 했니? 가서 죄송하다고 싹싹 빌어~"라고 하기에, 한켠으로는 아빠도 나한테 다짜고짜 화낸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거 아닌가, 왜 나만 잘못한 것처럼 된거지.... 하고 울컥했습니다만, 어쩌겠나요.
들어가서 저녁을 드시고 계시는 아버지의 신경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게 "아빠, 아까 욕해서 미안해요~"라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버지가 밥 다 드시고 저를 거실로 부르더군요.
아 물론 그걸로 끝나지 않을거란거 알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어머니에게 하던대로 저를 무릎꿇려 앉혀놓고, 옆에서 제가 돌아왔다고 헥헥 좋아죽는 강아지를 발로 차고, 험상궂게 인상을 쓴 다음.
"너 아버지한테 지랄이라고 했냐. 평소에 내가 지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거지? 감히 머릿속으로 그런생각을 하고 있어!! 진짜 지랄맞은게 뭔지 맞아볼래?"
그러고 탁자를 집어들어서 저를 내리치려고 했습니다.

중간에 어머니가 하지말라고 끼어들어서 내리치진 않았지만, 이젠 뭐 그런짓 해도 별로 무섭지도 않습니다. 어머니가 끼어들지 않는게 오히려 나았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가정폭력으로 신고했을텐데ㅎㅎ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하며 "뭐해, 빨리 죄송하다고 사과해. 잘못했다고 빌어." 속삭이는 목소리로 재촉했지만......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하던가요. 진짜 저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뭐가 두려워서 아버지한테 저렇게 쩔쩔 매는 걸까요 우리 어머니는. 어차피 그게 다 아버지를 진정시키려는 쑈에 불과하다는걸 알아서, 그냥 잘못했다고 했습니다.
저 상태의 인간은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고 자기 잘못에 대해서는 눈꼽만치도 생각하지 않을게 뻔하니까요.
분명 제가 지랄한다고 한거에만 눈이 빡돌아서 그 전까지의 자기 행동은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겠지요.

ㅎ..ㅎㅎㅎㅎㅎ... 아니 생각해보니 더 열받네요. 화 낼거면 나한테만 낼것이지 애꿎은 우리 강아지는 왜 발로차?

그리고 자기는 나한테 욕만 안했다 뿐이지 그보다 더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줘왔는데?
방금 탁자로 내리치려고 한거 체벌의 일종인가요?
다른집들도 체벌 그렇게 받나요?ㅎ...

예전에도 한번 이런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폰 끊기고 버스에서 잠든채로 종점까지 갔다가 새벽2시에 정신을 차렸었어요. 버스기사 아저씨가 저를 못보고 그냥 문닫고 퇴근해버려서, 어둠속에서 정신차린 저는 버스를 탈출해 택시를 타고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죠.
보통 이런상황이면..... 부모님들은 울면서 걱정해주지 않나요? 다친덴 없니,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그냥 그런말들.
저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지금 시간이 몇신데 폰도 꺼놓고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소리부터 질렀어요.
.....나라고 늦게 들어오고 싶어서 그런게 아닌데..... 버스에서 진짜로 무서웠는데.....


아, 그래놓고 또 부녀지간 끊잡니다.
"너, 니가 먼저 부녀지간 끊어라. 나도 너 딸로 생각 안한다."

뭐 그런말 지금 처음듣나요. 중학생때도 내 목 졸라 죽이려 해놓고 먼저 부녀지간 끊자 했던 인간이. 왜 또 욱해서 같은 실수를 저지르나 몰라.
헌데 왜 저보고 먼저 끊으라고 말했을까요? 먼저 말 꺼낸건 자기면서 왜 나더러 먼저 끊으라 그러지? 딸한테 지랄한다는 소리 듣고 버려진 비참한 아빠처럼 보이고 싶었나?


솔직히 이젠 아버지가 무슨 협박을 하든 무슨 폭력을 쓰든 그냥 우습습니다. 그냥 자기 화 주체 못하는 분노조절장애 어린애 같아서 우스워요. 어쩌고 싶은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노년에 그냥 쓸쓸히 죽어가도 별로 찾아뵙고 싶지도 않네요.




딸인 입장에서 아버지의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대략 이렇습니다.
일단 화해는 하고 싶은데, 그동안 쌓인거+지금 아버지 상태 때문에 화해를 하는게 맞는건가 싶어요. 권위주의 쩌는 인간이라 합리적으로 제 상황을 전달하고 사과를 해도 안받아들일게 뻔하단 말이죠... 몇번이나 같은말을 반복했는데 자기 화난다고 억지나 부리고 있고.
아.... 그냥 부녀지간 끊자는 소릴 그렇게 쉽게 해대니 제 기분도 참 안좋아서 먼저 사과하고 싶지도 않고... ㅎ

여러분은 아버지의 관점에서, 혹은 어머니의 관점에서 제 행동과 상황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여러분이었다면 퇴근길에 만나기로 한 딸과 전화가 안되는 상황이 15분쯤 지속될때 어떤 반응을 보이실 건가요?
화를 내는 당신에게 딸이 왜 나한테 지랄이에요! 라고 한다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성찰할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