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만나자고 할 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ㅇㅇ2017.04.09
조회4,008

내가 먼저 좋아했고,

그래서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

같이 영화를 보고, 벚꽃 구경을 가고, 놀이공원에 갔다.

 

나는 너무 섣불렀던 걸까, 술을 마시고 연락이 끊겨

24시간 만에 답장이 온 너에게 너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았나 보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또 그리고 24시간 만에 너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만 남겨 주었다.

겨우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장난식으로 뭐가 미안하냐고, 괜찮다고 보낸 나의 메시지를

너는 확인하였지만 답장하지 않아서, 그렇게 우리의 연락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차마 더 이상 연락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나는 네가 보고 싶지 않다는, 그, 거절의 모든 마음을 함축해서 미안하단 말 하나로 승화했을

너의 모습이 그려져 차마 더 이상은 연락할 수가 없었다.

 

너의 마음은 뭐였을까.

 

너는 정말 그 동안 내가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마음에 품을 정도의 가치는 없는 사람이었던 걸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무런 호감조차 없는 사람의 부탁에 너는 함께 영화를 보고, 벚꽃을 보고, 놀이동산을 갔었나.

아무런 호감조차 없는 사람의 사진 같이 찍자는 내 부탁에 그렇게 다정히 함께 사진을 찍어 주고,

저 쪽으로 가자고 은근슬쩍 잡은 내 손을 함께 잡아 주고, 길을 걷다가 차가 올 때면 내 어깨를 끌어당겨 줬었나.

정말 나만 혼자 설렜던 거였나. 나만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거였나.

 

그 와중에 너무 보고 싶은데, 이제는 연락조차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같이 공부하자고, 같이 영화 보자고, 저녁이나 먹자고

약속을 잡을 수조차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시험기간이니까, 다음주에 같이 공부하자고 했던 내 말에 넌 그러자고 대답했지만

그 나의 다음주는 영원히 오지 않겠지. 

 

간격은 늦어도 늘 메시지에 답장은 꼬박꼬박 해 줬던 네가

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 다시 연락할 자신조차 내지 못했다.

 

이렇게 한 순간에 끝날 우리 사이였었나.

그래, 너는 이런 내 마음을 몰랐겠지. 이런 내 마음이 부담스럽겠지.

남자친구도 아닌 너의 답장이 늦은 것 따위로

내가 보고 싶지 않았나 보다는 그런 말 따위 보내지 말았어야 했을까.

내게 마음이 없는 너의 빈 껍데기만이라도 잡고

늘 내가 약속을 잡으며 내 마음을 숨기고서라도 함께했어야 됐었나,

이렇게 사무치게 보고 싶어도 이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으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와 함께했던 기억과 장소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아프게 괴롭히겠지.

너와 함께 걷던 길을 이제 나 혼자 걸으며 나는 또 얼마나 괴로워야 할까.

너의 집 앞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 나는 얼마나 또 가슴이 찢어져야 할까.

너와 함께 벚꽃을 즐겼던 길을 버스를 타고 지나야 하는 나는 또 얼마나 눈물을 삼켜야 할까.

네가 걸었을 길 위를 걷고 네가 머물렀을 장소에 앉아 나는 또 얼마나 아파야 할까.

너와 함께여서 가슴 벅찼던 그 모든 일들이 이제는 나를 미친 듯 괴롭히겠다.

 

영화관 알바를 하는 너의 기억이 떠올라 나를 또 괴롭힐 거니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이제는 영화조차 보러 가지 못 하겠지.

네가 지나쳤을 그 길들을 바라보며 바라보며 너를 찾겠지만

정작 네가 나타나면 너의 앞에 이제는 당당하게 서지 못 하겠지.

 

이별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죽음이 두려워 숨쉬지 않는 것과 같다던 그 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던 그 말, 무시할 걸 그랬다.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나는 또 언제쯤 너를 잊을까.

나는 또 어떻게 너를 잊을까.

잊어야만 하겠지, 잊어야만 하는데.

이렇게 사무치게 보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네.

더 이상 들이댔다간 지나치며 인사조차 할 수 없는 사이가 될까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나중에라도 내 생각이 나면 연락해 주면 좋겠다.

이렇게 처절하고 비참하게나마 너를 잡고 싶다, 너와 함께이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을 너는 죽어도 모르겠지.

알아도, 달라질 건 무엇 하나 없겠지.

 

 

 

선배 아마 이 글을 볼 일은 없을 거예요, 저도 선배가 읽기를 바라고 쓴 글은 아니니까요.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정말 괜찮아요.

내가 혼자 좋아했던 거니까요, 부담스럽게 해서 미안해요.

첫 눈에 반했었어요. 왜 그랬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랬던 내 자신이 미워지네요.

미안하게 해서 미안해요,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많이 좋아했어요. 이젠 선배를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함께 해 줘서 고마웠어요. 잘 지내요, 행복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