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따라 아내가 좀 싫어집니다.

그저웃지요2017.04.16
조회6,396
안녕하세요.

35살에 이제 막 두 돌 되어가는 딸아이 하나를 두고 결혼 5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입니다.

아내는 저보다 1살 어리고
비슷한 직종에서 만난 맞벌이이지만
아내는 약 20개월 육아휴직 후 복직한 평사원, 저는 운이 좋아 10년차가되면서 부장 자리 하나 맡은 중간 관리자입니다.

제가 요즘따라 아내가 조금씩 싫어진다고 할까... 아님 권태기(?)같은 그런 무심함이 생기는 것 같아 익명성이 보장되는 게시판의 힘을 빌어 솔직한 의견들을 들어보고자 여기에 용기내어 글을 올려봅니다. (글이 좀 길어요, 죄송... ㅠㅠ)

제가 주로 이야기할 부분은 집안일 분배&육아&부부의 역할(?)뭐 그런 쪽입니다 ^^

1. 결혼 후 1년 아주 달달하게 잘 지냈습니다. 집안일 분배도 서로 맞벌이인 것을 고려해 서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전담하는 것으로 했어요. 저는 요리와 주방(1년 이상의 주방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음식물 처리의 95프로를 담당, 아내는 청소나 정리 같은 일을 주로 하고 그외에 자잘한 일들은 함께 했던거 같습니다. 직장 내에서 지인들에게 '요리해주는 남자'란 별칭도 생기고 그런 부분에 아내도 매우 만족하고 늘 해주는 음식 복스럽게 잘먹었어요.

2. 문제는 첫 아이 출산 이후부터입니다. 출산 직후 부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에요. 한... 200일 정도 될 때 까지는 소중한 첫아이를 위해 서로 배려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문제는 아내의 휴직기간이 길어지면서 부터인데요. 휴직 기간 동안은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와 같은 생활이라 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생활을, 아내는 제가 퇴근하고 집에 올 때 까지는 독박육아에 몰두 해야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3. 외벌이의 현실은 쉽지 않았어요;; 다행이 평소 직장 내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온터라 전문 분야로 몇가지의 T/F를 더 맡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기본 연봉에 각종 T/F팀 인건비나 직원연수 강사활동을 하면서 한달에 50~100은 더 버니 겨우 적자는 면했지만, 1주에 1~2회는 야근&미팅이 있었고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저희는 주5일제). 당연히 아내 입장에서는 조금씩 더 외롭고 힘들었겠지요? ㅠ 그래도 늘 하던 제 담당(요리와 주방)과 육아보조 등 제 역할 정말 충실히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4. 위의 3번과 같은 생활을 거의 1년이 좀 넘는 기간 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아내의 태도 때문입니다. 아내는 제가 일때문에 바빠서 하루 늦으면 그 다음날 퇴근 이후는 아예 손을 놓습니다. 밀린 청소나 설거지, 아이 밥먹이고(밥은 늘 제가 했지만 아내가 먹여요 평소에) 목욕시키는 일 모두 다요. 힐링 하겠다고 엡툰이나 웹소설 보고있는게 전부고 다 저보고 해야한다고 손 놓고 애가 놀아달라해도 뿌리칩니다. 1박 이상의 출장을 다녀온 다음날이면 더 난리나요. 심할땐 애기 저한테 맡기고 자기도 1박 2박 놀러 갔다 온데요 친구들 본다고.

5. 처음엔 이해했습니다. 1년 넘는 육아생활 외롭고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래서 1박이든 2박이든 당일치기든 친구들이나 친한 언니들과 적극적으로 몰러다니라고 했어요. 용돈도 카드도 다 챙겨주고. 1박이든 2박이든 딸래미는 걱정말라고. 딸래미 저랑 있어도 잠 잘자고 잘 놀거든요. 그러니 최근 여기저기 한달에 2~3번 잘 놀러 다니더라고요.

6. 그런데 최근에 좀 섭섭한 사건이 터진거죠. 지부장님 모시고 1박 2일 워크샵 다녀왔는데 제가 도착하자마자 친구만나러 간다고 나가는 아내. 순간 난 지금 놀다온게 아닌데... 람 억울함? 같은게 들었어요.

7. 그리고 또 하나 지난 주 일요일. 서울 출장으로 아침 9시 출발해서 3시쯤에 도착했는데 딸아이는 제가 해서 먹인 아침밥 이후 과자나 젤리만 잔뜩먹은 상태. 아내는 제가 도착하는 순간에도 웹툰을 보고 있어요 이번 한 주 자기 정말 피곤했어서 힐링 중이랍니다. 아이는 뭐 때문인지 엄마한테 잘 안가고 방금 재울때도 제 옆으로 기어오더니 이제야 막 잠들었습니다.

8. 요며칠 이런 고민들 때문에 한 선배님께 대략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그 선배님이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결혼은 왜했냐고 그렇게 살거면.

9. 제가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마시지도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여러 잔 받을 때가 있습니다. 과음 할때마다 다음날 아침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는데 속이 안좋아 도저히 못먹겠어서... 밥상만 차려놓고 일찍 출근해 직장근처 24시간 콩나물국밥집에서 속을 풀고 갑니다. 우연히 이 모습을 본 선배님이 또 그러데요. 너 참 불쌍하다고.

10. 제가 이렇게까지 글을 올리는 이유는 아내와의 관계도 그렇지만 요즘 부쩍 저한테 더 집착하는 딸아이 때문이기도합니다. 일만하고 살았나봐요 요 몇년. 그래도 가정에 충실한다고 늘 자부해왔는데... 오른쪽 엄지 부근엔 만성 주부습진까지... ㅋㅋ 그저 웃지요.

판님들에게 조언 들을 준비도
아니면 냉혹한 비판으로 물어 뜯길 준비도,
다 돼있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

p.s 조언주시는데에 도움이 될까요?
저한테 제 아내랑 왜 결혼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었고 조건때문이기도.. 특히 저희 부모님도 심각하게 반대했어요 ㅎㅎ 역시 오래사신 부모님이 현명하신거였을까요? 쓸쓸한 일요일 저녁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