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항상 네이트 판 눈팅만 하다가처음으로 글을 써보네요.제 나이는 밝힐 수 없지만 20대 후반 ~ 30대 초반으로 어린 나이는 아닙니다.첫사랑이었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남기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첫사랑이었던 선생님과 연애를했다거나 마음을 전달했다거나 그런 사건은 없었습니다.지금은 함께 나이먹어가는 처지이고 친하게 친구처럼, 삼촌처럼, 선생님처럼 꾸준히 안부연락 드리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어린 나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첫사랑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지독히 많이 좋아했던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감정이 너무나 소중해서 누군가에게 말하면 깨질것 같았고 큰일날 것 같아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고3때쯤에나 내 첫사랑이 그 선생님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원래 누군가를 좋아하면 다 티가 난다고 하는데 제 절친은 물론 당사자였던 선생님도 모르셨으니 혼자 애태웠던 그 시간 동안 어리지만 참 절절했습니다.선생님을 처음 만난건 중학교 2학년 때 였습니다.혹 선생님을 누가 알아볼까봐 담당과목까지 밝히긴 좀 그렇네요.어쨌든 선생님은 제가 1학년때부터 계셨지만 제가 속한 반의 담당은 아니셨기 때문에그냥 무서운 학생부 선생님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선생님도 저를 모르셨고 저도 마주칠 일은 없었습니다.2학년 때도 선생님은 제 담임도 아니었고 교과담당도 아니었습니다.요즘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에 방과후 특별교육이 있었습니다.선생님과는 그 방과후 특별수업반을 통해 만났고 1학기, 2학기 모두 수강하면서 가까워졌습니다.그 수업은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두번씩 두세시간정도 수업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주요 과목 선생님보다 고길동쌤(고길동과 희동이를 섞어서 닮으셔서 고길동쌤이라고 할게요) 수업을 더 많이 듣는 셈이되었습니다.처음에는 워낙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이고 딱히.... 잘생긴 분도 아니셔서 관심이 1도 없었습니다.거기다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제가 느끼기에 선생님이라는 대상이 관심을 갖거나 그런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에더더욱 아무런 생각이 없었죠.하지만 어떤 계기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좋아지더라구요. 15년 이상 지난 일이라 소소하게 어떤 일 때문에 빠졌고 이런건 전혀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제가 혼자 얼마나 끙끙 앓았는지는 기억이 납니다.그런 에피소드 위주로 말씀드리면 선생님의 얼굴을 보기위해 할 수 있는 왠만한 뻘짓은 다 했던것 같습니다.저는 3년 내내 서기였습니다. 지금도 중학교에 서기가 있나요?제가 다닐때만해도 서기는 등교하면서 교무실에 들러 출석부와 학급일지를 챙겨서 교실로 올라갔어야했습니다.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건물 양 끝에 계단이 있고 중앙에 계단이 있는 구조였고 2층에 교무실이 있었습니다.왼쪽 사이드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교무실 뒷문이 나왔고 교무실은 교실 세개정도를 터 놓은 크기였습니다.그리고 교무실 앞문 맞은편에는 정보담당부서 선생님들이 계신 방이 있었고 그 방은 미닫이 문이 아닌 열고 닫는 철문이었죠.그 철문은 꼭 닫혀있지 않고 정말 미세하게 열려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퇴근하시거나 아무도 안계셔서 아예 잠궈버리지 않으면 미세하게 열려있는 그런 문이었습니다.그런데 재밌는건 그 미세한 문틈 사이를 기웃거리면 고길동 선생님이 보였다는 겁니다.선생님은 항상 무척 일찍 출근하셔서 제가 등교할 때면 어김없이 자리에 계셨고 저는 매일 그 문틈을 서성였습니다.왼쪽 사이드 계단으로 올라와서 교무실 앞문으로 이동하면서 선생님 얼굴 한 번 보고교무실을 가로질러 교무실 뒷문으로 나왔다가 앞문 쪽으로 와서 다시 한번 보고 교무실로 들어가서 학급일지와 출석부를 챙겨 나온 뒤 다시 한번 봐야 중앙계단으로 올라가서 교실로 들어가는 생활을 정말 매일같이 반복했습니다.그런가 하면 선생님 시간표를 슬쩍외워서 일부러 동선을 맞춰 가끔은 마주쳐서 인사하기도 하고 가끔은 멀찍이서 지켜보기도 했습니다.차마 티를 낼 수도 없고 다가갈 수도 없었습니다.선생님은 정말 무서운 선생님으로 유명했는데 저는 방과후 수업으로 만난 사이다 보니 딱히 혼날 일이 없었습니다.다른 친구들은 선생님 무섭다고 피하기도 하고 어려워했는데 저는 친해졌으니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나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고 더 친하다는 생각에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여중생에게 점심식사가 어떤 의미인지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다닌 중학교는 여중이었고 매점이 없었습니다.급식실이 없어서 밥차가 올라오면 급식당번들이 복도에서 배식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점심시간만 되면 먼저 밥을 받으려고 한쪽 다리를 빼고 달려나갈 준비를 하는 등 매우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하지만 저는 선생님을 좋아한 후로 단 한번도 달려나간 적이 없습니다.오히려 맨 끝에 섰죠.중학교때는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과 식사를 같이 했는데 선생님이 담임이었던 반이 바로 윗층이었기 때문에맨 뒷줄에 느긋하게 서 있으면 중앙계단으로 올라오는 선생님을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선생님과 인사하고 식사 맛있게 하시라는 말을 건네고 싶어 맨 나중에 배식을 받았습니다.친구들한테는 그냥 먼저 뛰쳐나가기 귀찮잖아 라고 시크하게 말했지만 전혀 다른 꿍꿍이었죠. 가끔은 일부러 방과후 교실에 스케치북이나 소소한 노트 파일 등을 두고 가기도 했습니다.진짜 잃어버릴까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선생님한테 두고 왔다고 죄송하지만 당장 필요하니 좀 열어주시면 안될까요?이런 말을 걸고 싶어서 였습니다.진짜 소소하죠. 하지만 그 때 당시의 저에게 선생님은 담임도 아니고 교과목 선생님도 아니었기 때문에방과후 교실이 아니면 따로 개인적으로 말을 걸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습니다.어쩔 수 없이 시시콜콜 구실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사실 이건 진짜 좀 웃긴데선생님은 진짜 좀 엄하고 원래 학생부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학생들 복장에 예민합니다.저는 선생님한테 지적이라도 받고 싶었나봐요.그때 저는 교복바지를 즐겨 입었는데 바지입고 셔츠 다 빼고 조끼 단추 푸르고 리본 착용 안하고 맨날 뛰어다녔습니다.사실 선생님은 그런 꼴을 두고 보시는 성격이 못되는데 일부러 더 그랬던것 같습니다.친하기도 하고 담임도 아니고 학생부 선생님이지만 제 복장 불량을 눈감아 주시다가 어느날은 인사하고 뛰어가는 저를 불러세우시더라구요.ㅇㅇㅇ 너 복장이 그게뭐야.너 요즘 내가 볼 때마다 복장이 아주 엉망이야 교복 똑바로 못입어?이러시는데 어찌나 좋던지. 선생님이 저를 불러세워서 말을 길게 하셨다는것 자체만으로도 좋았습니다.그리고 기억에 남는게 날씨가 좀 쌀쌀했는데 제가 교복 엉망으로 입고 셔츠에 조끼 푸르고 마이는 가방에 넣고 돌아다녔거든요.그랬더니 방과후 수업하러 들어갈때쯤 손톱이 시커멓게 변해있었습니다.저는 조금만 추워도 손톱이 시커멓게 변하고 몸을 덜덜덜 떠는데 그게 지켜주고 싶게 그런게 아니라 진짜 없어보이게 떨거든요.선생님이 깜짝놀라셔서 니가 교복을 엉망으로 입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지를 않으니까 그런거 아냐하시면서 교탁옆에 벗어두신 선생님 겉옷을 던져주셨어요.정말 그때만큼은 덜덜 떠는 제 체질이 어찌나 고맙던지.지금 생각하니 정말 웃음이 나네요. 하지만 이런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선생님이 갑자기 전근을 가셨거든요.뭔가 예고 없이 학기를 마칠때 전근 가시는걸 알게되었습니다.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표현이 뭔지 알겠더라구요.눈물을 뚝뚝흘리는데 친구들은 학년이 끝나서 서운해서 그런줄 알더라구요.친구들아 미안해....... 사실 저는 선생님이 학생부라 선도부도 지원했었습니다.다 부질없는 짓이었어요.나름 보람차기도 했지만 정말..... 선도부는 힘들었거든요. 선생님이 전근가신 후 저는 선생님이 그리워서 미칠것 같았습니다.어디다가 털어놓을 곳도 없고말할 곳도 없고베프한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정말 말하면 큰일 날 것 같았습니다.그 감정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다 깨질것 같았죠. 선생님이 담당한 반이 있던 교실은 사실 교실 두개를 터 넣은 다용도 공간을 일시적으로 반으로 나눠 교실 두개로 사용하던 공간이었습니다.그 해에만 교실 공간이 부족해서 다용도 공간을 교실로 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선생님이 전근가신 후 그 공간은 다시 가벽을 터서 다용도 공간으로 전환되었습니다.하지만 선생님의 흔적은 남아있었죠.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는 교실 앞문 옆에 학급 단체사진과 급훈 같은것을 적어 액자로 걸어두곤 했습니다.그곳에 작지만 선생님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너무나도 보고싶은 날에는 혼자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 선생님 얼굴을 보다 내려오곤 했습니다. 아무도 몰랐어요. 정말 아무도. 선생님과 연락이 다시 닿은건 중3이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같이 방과후 수업을 듣던 후배 중 친한 후배가 선생님 반 학생이었는데 그 친구에게 슬쩍 물어보니 메일주소와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습니다.정말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몰라요.집 전화를 붙잡고 전화를 할까말까. 번호를 누르다 끊었다 혼자 쌩쑈를 하다가 결국 연락을 드렸습니다.사실 담임도 아니었고 연락 드리는게 더 우습잖아요.누구냐고 하실까봐 걱정도 되고 토할것 같이 긴장했었습니다.하지만 다행히 선생님은 너무나도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셨고 그 때 부터 꾸준히 연락을 이어오고 있습니다.좋아한다고 말은 당연히 못했고 이런저런 하소연도 잘 받아주시고 너무 감사했어요.제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 받아주셨죠. 시간이 흘러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선생님에 대한 남자로서의 감정은 사그라들고첫사랑이었구나 하는 아련함이 남더라구요.성인이 된 후에도 그 아련함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사실 선생님한테 선생님이 내 첫사랑이었다고 말씀드린것도 20대 중반 가까이 되어서 였어요.선생님은 상상도 못하셨더군요.젊은 총각선생님이었고 여중이었다 보니 자신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다는건 아셨지만그게 저일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하셨대요.이제는 추억으로 서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요즘 판에 보면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학생들 글도 많고 제 어릴 적 첫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할 때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 글을 씁니다. 더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이유는...... 지금 선생님이 정말 많이 아프세요.완치가 어려운 병을 진단 받으시고 휴직 상태이십니다.정말..... 정말 마음이 아파요. 내 첫사랑이 왜하필....저는 정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드라마 여주인공 된 줄 알았습니다.첫사랑이 그렇게 힘든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요. 지금 선생님에게 이성으로서의 어떤 마음이 있는 것은 절대절대 아닙니다.하지만 선생님은 제 인생에서 중학교 시절의 엄청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선생님을 빼면 얘기할게 없죠. 오늘 날씨도 좋고 선생님한테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습니다.잘지내시나요? 선생님 보고 싶어서 문자드려요 선생님의 답장은보고싶어도 참아라. 현재 90% 탈모 진행됨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저 답장을 보는데 정말 울컥하더라구요.이 세상에 못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선생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제 첫사랑 선생님이 부디 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 봅니다. 두서없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사랑 선생님과의 추억
다만 어린 나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첫사랑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지독히 많이 좋아했던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감정이 너무나 소중해서 누군가에게 말하면 깨질것 같았고 큰일날 것 같아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고3때쯤에나 내 첫사랑이 그 선생님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원래 누군가를 좋아하면 다 티가 난다고 하는데 제 절친은 물론 당사자였던 선생님도 모르셨으니 혼자 애태웠던 그 시간 동안 어리지만 참 절절했습니다.선생님을 처음 만난건 중학교 2학년 때 였습니다.혹 선생님을 누가 알아볼까봐 담당과목까지 밝히긴 좀 그렇네요.어쨌든 선생님은 제가 1학년때부터 계셨지만 제가 속한 반의 담당은 아니셨기 때문에그냥 무서운 학생부 선생님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선생님도 저를 모르셨고 저도 마주칠 일은 없었습니다.2학년 때도 선생님은 제 담임도 아니었고 교과담당도 아니었습니다.요즘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에 방과후 특별교육이 있었습니다.선생님과는 그 방과후 특별수업반을 통해 만났고 1학기, 2학기 모두 수강하면서 가까워졌습니다.그 수업은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두번씩 두세시간정도 수업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주요 과목 선생님보다 고길동쌤(고길동과 희동이를 섞어서 닮으셔서 고길동쌤이라고 할게요) 수업을 더 많이 듣는 셈이되었습니다.처음에는 워낙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이고 딱히.... 잘생긴 분도 아니셔서 관심이 1도 없었습니다.거기다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제가 느끼기에 선생님이라는 대상이 관심을 갖거나 그런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에더더욱 아무런 생각이 없었죠.하지만 어떤 계기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좋아지더라구요. 15년 이상 지난 일이라 소소하게 어떤 일 때문에 빠졌고 이런건 전혀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제가 혼자 얼마나 끙끙 앓았는지는 기억이 납니다.그런 에피소드 위주로 말씀드리면 선생님의 얼굴을 보기위해 할 수 있는 왠만한 뻘짓은 다 했던것 같습니다.저는 3년 내내 서기였습니다. 지금도 중학교에 서기가 있나요?제가 다닐때만해도 서기는 등교하면서 교무실에 들러 출석부와 학급일지를 챙겨서 교실로 올라갔어야했습니다.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건물 양 끝에 계단이 있고 중앙에 계단이 있는 구조였고 2층에 교무실이 있었습니다.왼쪽 사이드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교무실 뒷문이 나왔고 교무실은 교실 세개정도를 터 놓은 크기였습니다.그리고 교무실 앞문 맞은편에는 정보담당부서 선생님들이 계신 방이 있었고 그 방은 미닫이 문이 아닌 열고 닫는 철문이었죠.그 철문은 꼭 닫혀있지 않고 정말 미세하게 열려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퇴근하시거나 아무도 안계셔서 아예 잠궈버리지 않으면 미세하게 열려있는 그런 문이었습니다.그런데 재밌는건 그 미세한 문틈 사이를 기웃거리면 고길동 선생님이 보였다는 겁니다.선생님은 항상 무척 일찍 출근하셔서 제가 등교할 때면 어김없이 자리에 계셨고 저는 매일 그 문틈을 서성였습니다.왼쪽 사이드 계단으로 올라와서 교무실 앞문으로 이동하면서 선생님 얼굴 한 번 보고교무실을 가로질러 교무실 뒷문으로 나왔다가 앞문 쪽으로 와서 다시 한번 보고 교무실로 들어가서 학급일지와 출석부를 챙겨 나온 뒤 다시 한번 봐야 중앙계단으로 올라가서 교실로 들어가는 생활을 정말 매일같이 반복했습니다.그런가 하면 선생님 시간표를 슬쩍외워서 일부러 동선을 맞춰 가끔은 마주쳐서 인사하기도 하고 가끔은 멀찍이서 지켜보기도 했습니다.차마 티를 낼 수도 없고 다가갈 수도 없었습니다.선생님은 정말 무서운 선생님으로 유명했는데 저는 방과후 수업으로 만난 사이다 보니 딱히 혼날 일이 없었습니다.다른 친구들은 선생님 무섭다고 피하기도 하고 어려워했는데 저는 친해졌으니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나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고 더 친하다는 생각에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여중생에게 점심식사가 어떤 의미인지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다닌 중학교는 여중이었고 매점이 없었습니다.급식실이 없어서 밥차가 올라오면 급식당번들이 복도에서 배식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점심시간만 되면 먼저 밥을 받으려고 한쪽 다리를 빼고 달려나갈 준비를 하는 등 매우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하지만 저는 선생님을 좋아한 후로 단 한번도 달려나간 적이 없습니다.오히려 맨 끝에 섰죠.중학교때는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과 식사를 같이 했는데 선생님이 담임이었던 반이 바로 윗층이었기 때문에맨 뒷줄에 느긋하게 서 있으면 중앙계단으로 올라오는 선생님을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선생님과 인사하고 식사 맛있게 하시라는 말을 건네고 싶어 맨 나중에 배식을 받았습니다.친구들한테는 그냥 먼저 뛰쳐나가기 귀찮잖아 라고 시크하게 말했지만 전혀 다른 꿍꿍이었죠.
가끔은 일부러 방과후 교실에 스케치북이나 소소한 노트 파일 등을 두고 가기도 했습니다.진짜 잃어버릴까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선생님한테 두고 왔다고 죄송하지만 당장 필요하니 좀 열어주시면 안될까요?이런 말을 걸고 싶어서 였습니다.진짜 소소하죠. 하지만 그 때 당시의 저에게 선생님은 담임도 아니고 교과목 선생님도 아니었기 때문에방과후 교실이 아니면 따로 개인적으로 말을 걸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습니다.어쩔 수 없이 시시콜콜 구실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사실 이건 진짜 좀 웃긴데선생님은 진짜 좀 엄하고 원래 학생부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학생들 복장에 예민합니다.저는 선생님한테 지적이라도 받고 싶었나봐요.그때 저는 교복바지를 즐겨 입었는데 바지입고 셔츠 다 빼고 조끼 단추 푸르고 리본 착용 안하고 맨날 뛰어다녔습니다.사실 선생님은 그런 꼴을 두고 보시는 성격이 못되는데 일부러 더 그랬던것 같습니다.친하기도 하고 담임도 아니고 학생부 선생님이지만 제 복장 불량을 눈감아 주시다가 어느날은 인사하고 뛰어가는 저를 불러세우시더라구요.ㅇㅇㅇ 너 복장이 그게뭐야.너 요즘 내가 볼 때마다 복장이 아주 엉망이야 교복 똑바로 못입어?이러시는데 어찌나 좋던지. 선생님이 저를 불러세워서 말을 길게 하셨다는것 자체만으로도 좋았습니다.그리고 기억에 남는게 날씨가 좀 쌀쌀했는데 제가 교복 엉망으로 입고 셔츠에 조끼 푸르고 마이는 가방에 넣고 돌아다녔거든요.그랬더니 방과후 수업하러 들어갈때쯤 손톱이 시커멓게 변해있었습니다.저는 조금만 추워도 손톱이 시커멓게 변하고 몸을 덜덜덜 떠는데 그게 지켜주고 싶게 그런게 아니라 진짜 없어보이게 떨거든요.선생님이 깜짝놀라셔서 니가 교복을 엉망으로 입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지를 않으니까 그런거 아냐하시면서 교탁옆에 벗어두신 선생님 겉옷을 던져주셨어요.정말 그때만큼은 덜덜 떠는 제 체질이 어찌나 고맙던지.지금 생각하니 정말 웃음이 나네요.
하지만 이런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선생님이 갑자기 전근을 가셨거든요.뭔가 예고 없이 학기를 마칠때 전근 가시는걸 알게되었습니다.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표현이 뭔지 알겠더라구요.눈물을 뚝뚝흘리는데 친구들은 학년이 끝나서 서운해서 그런줄 알더라구요.친구들아 미안해.......
사실 저는 선생님이 학생부라 선도부도 지원했었습니다.다 부질없는 짓이었어요.나름 보람차기도 했지만 정말..... 선도부는 힘들었거든요.
선생님이 전근가신 후 저는 선생님이 그리워서 미칠것 같았습니다.어디다가 털어놓을 곳도 없고말할 곳도 없고베프한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정말 말하면 큰일 날 것 같았습니다.그 감정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다 깨질것 같았죠.
선생님이 담당한 반이 있던 교실은 사실 교실 두개를 터 넣은 다용도 공간을 일시적으로 반으로 나눠 교실 두개로 사용하던 공간이었습니다.그 해에만 교실 공간이 부족해서 다용도 공간을 교실로 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선생님이 전근가신 후 그 공간은 다시 가벽을 터서 다용도 공간으로 전환되었습니다.하지만 선생님의 흔적은 남아있었죠.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는 교실 앞문 옆에 학급 단체사진과 급훈 같은것을 적어 액자로 걸어두곤 했습니다.그곳에 작지만 선생님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너무나도 보고싶은 날에는 혼자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 선생님 얼굴을 보다 내려오곤 했습니다. 아무도 몰랐어요. 정말 아무도.
선생님과 연락이 다시 닿은건 중3이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같이 방과후 수업을 듣던 후배 중 친한 후배가 선생님 반 학생이었는데 그 친구에게 슬쩍 물어보니 메일주소와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습니다.정말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몰라요.집 전화를 붙잡고 전화를 할까말까. 번호를 누르다 끊었다 혼자 쌩쑈를 하다가 결국 연락을 드렸습니다.사실 담임도 아니었고 연락 드리는게 더 우습잖아요.누구냐고 하실까봐 걱정도 되고 토할것 같이 긴장했었습니다.하지만 다행히 선생님은 너무나도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셨고 그 때 부터 꾸준히 연락을 이어오고 있습니다.좋아한다고 말은 당연히 못했고 이런저런 하소연도 잘 받아주시고 너무 감사했어요.제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 받아주셨죠.
시간이 흘러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선생님에 대한 남자로서의 감정은 사그라들고첫사랑이었구나 하는 아련함이 남더라구요.성인이 된 후에도 그 아련함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사실 선생님한테 선생님이 내 첫사랑이었다고 말씀드린것도 20대 중반 가까이 되어서 였어요.선생님은 상상도 못하셨더군요.젊은 총각선생님이었고 여중이었다 보니 자신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다는건 아셨지만그게 저일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하셨대요.이제는 추억으로 서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요즘 판에 보면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학생들 글도 많고 제 어릴 적 첫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할 때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 글을 씁니다.
더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이유는......
지금 선생님이 정말 많이 아프세요.완치가 어려운 병을 진단 받으시고 휴직 상태이십니다.정말..... 정말 마음이 아파요. 내 첫사랑이 왜하필....저는 정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드라마 여주인공 된 줄 알았습니다.첫사랑이 그렇게 힘든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요.
지금 선생님에게 이성으로서의 어떤 마음이 있는 것은 절대절대 아닙니다.하지만 선생님은 제 인생에서 중학교 시절의 엄청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선생님을 빼면 얘기할게 없죠.
오늘 날씨도 좋고 선생님한테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습니다.잘지내시나요? 선생님 보고 싶어서 문자드려요
선생님의 답장은보고싶어도 참아라. 현재 90% 탈모 진행됨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저 답장을 보는데 정말 울컥하더라구요.이 세상에 못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선생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제 첫사랑 선생님이 부디 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 봅니다.
두서없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