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던 고등학교 1학년 때,내 이상형에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너를 보고 첫 눈에 반했었다. 표현이 오글거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다. 너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장이고, 어장이었지만 그 때는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연애경험도 없고, 누군가를 좋아해서 잘 돼본 일이 별로 없기때문에너를 대하는 일에 있어서 모든 것이 서툴렀다. 만나자는 말에도 나는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시험기간이라는 핑계를 대고 미루었다. 이 때 만났더라면 뭔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지난 1년동안 했었다. 그 약속 이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왜 만났는지 정확히는 기억 안나는데, 어쨌든 내 집 근처에서 만나 동네를 거닐었다. 편의점 앞에 앉아서 너는 나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했지만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친구에게 그런 장난을 한 게 왜 웃긴거지, 싶었지만 나는 니가 좋으니 웃었다. 여자 얼굴평가를 하는 이야기도 해서 불편했지만 나는 니가 좋으니 웃었다. 그 때 당시에는 나는 참 순진하게도 너를 너무 좋아해서, 밀당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내 마음 그대로를 보여주며 온전히 너에게 맞추어가며 너와 연락을 이어나갔다. 너는 사귀지도 않으면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너를 너무 좋아해서 그 말을 믿고 좋아했다.아무런 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사랑해라는 말을, 그 예쁜 말을 나는 믿었다. 고백은 술먹고 카톡으로 했었다. 평소 내 연애에 대한 환상 중 하나는 맨정신에 만나서 고백받는 것 이었다. 모든 게 정 반대였지만 나는 그저 너라서 좋았다. 취해서 말 하나하나에 오타가 끼어있어도, 횡설수설해도 그저 너라서 좋았다. 너는 군대가도 기다려주겠다고 약속하라고 했다.그래, 니가 좋은데 그런게 별거라고. 하지만 나는 너의 음성으로, 전화로라도 고백을 듣고싶어서 전화해달라고 했다. 그래, 전화할게. 한시간 가량 통화하면서 고백은 들을 수 없었다. 민망해서 못하겠다는 얘기만 주고받다가 너의 친구가 누구랑 통화하느냐고 물었는데 거기에 너는"여자친구랑"이라고 대답했다. 당당하게 친구에게 여자친구라고 이야기도 해주고, 다음엔 친구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고백을 안했어도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통화 이후로 다음날엔 오후가 넘도록 연락이 없었고, 결국 내가 다시 연락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고백은 민망해서 못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나는 또 멍청하게 '기다릴게'라고 대답해버렸다. 아마 그게 가장 큰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영화를 보기로 했다가 또 너는 연락두절,페이스북에는 친구랑 영화봤다고 게시물을 올리고. 그 영화는 나랑 보기로 했던 영화고. 이 때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너를 기다리면서 오늘이 너무 설레었는데, 영화볼 생각에 난 그저 좋았는데.너는 하루종일 내 생각 한 번이라도 했는지, 했다면 어떻게 나에게 연락 한 번 하지도 않고나랑 보기로 했던 영화를 친구랑 보는지. 모든 게 바보같고, 한심스럽고, 화가 났다. 미안해 라는 사과와 함께 변명을 했다. 그래도 내가 계속 화를 내자 미안하다고 했잖아, 내가 뭘 더 어쩌라고.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니까 더 화를 낼 수 없었다.분명 내가 더 화내도 될 상황이었는데 화를 낼 수 없었다. 그 후로 너는 말투가 바뀌었다. 나를 귀찮다는 듯 대했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대답은 늘 건성이었다. 그래도 나는 필사적이었다. 좋아하는 너를 잃고싶지 않았고, 너는 잊어버렸을 고백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또 너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답답한 마음에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난 니가 좋은데 요즘 나는 좀 힘들다, 연락도 자주 안되고 답장도 더디고말하는 것도 성의가 없어지고... 참으로 어설프고, 정신없고, 멍청한 진심들이 나열되어있었다. 너는 읽은지 5분 좀 지나 자신도 요즘 힘들다는 말과 취업한다는 말, 잘 지내라는 말을 서너줄에 갈겨 보냈다. 너도 잘지내 읽은 후 답은 없었다. 나는 또 속도 없이, 정말 멍청하게 다음 날 새벽에 너에게 연락했다. 너는 취업때문에 멀리 가도 괜찮냐고 이야기 했고, 나는 니가 좋으니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이 후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찌됐건 또 연락이 끊겼고, 너는 여자친구를 연달아 사귀었고, 취업나가서 졸업까지 못볼 것 처럼 하더니 너는 한 달만에 돌아왔다. 어째선지 너는 나를 피하는 듯 싶었다. 나와 같은 버스에 타야하면서도 타지 않고, 앞에 지나다녀도 쳐다보지를 않았다. 그렇게 지내다가 겨울방학, 크리스마스가 된 새벽 두 시에. 너는 다시 연락을 해왔고,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서로 만나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 새해, 그 때도 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너는 친구들과 술먹으러 갔고, 그 연락을 마지막으로 또 끝이었다. 여기까지도 지저분하고 지겨웠지만 끝이 없었다. 언제나 늘 그래왔듯 너는 또 새로운 여자친구들을 사귀었고,나는 너를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그런 것들을 지켜보자니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친구들도 너는 정말 아니라고, 쓰레기라고 그만하라고 그랬다. 그러고 싶은데 마음이 포기가 안됐다.여전히 좋아했다. 너의 친구가 나를 소개받고싶다고 했다. 니 친구인 것도 싫었고, 누굴 만날 생각도 없었는데친구가 자꾸 닥달한다며 연락만이라도 해달라고 해서 소개를 받았다. 그러자 너는 페이스북에'남자들이 문제네' 라며 욕과 함께 글을 올렸다. 졸업식날에는 일찍 학교 끝나고 집 앞에 다다라서 '갈 걸 그랬나'하는 짤막한 후회와 미련을 갖고 길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래도 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고 2, 학교에서 볼 일도 없으니 이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8월즈음에는 남자친구도 만들었었다. 4살 연상이었고, 착하고 다정하고 정말 나를 예뻐해줬다.물론 연애경험 없는 내가 그런 것들을 여유롭게 받아줄 수 없었다. 여전히 너는 신경쓰였고, 너 때문에 상대에게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무서워졌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고, 뽀뽀는 커녕 포옹마저도 쳐내는 게 나였다. 남자친구는 그런 나를 힘들어했다.그래서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진 남자친구는 한 달 뒤에 군대에 갔고, 너는 또 어떻게 타이밍을 아는지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받아주면 안되는데, 받아주지 않을거라고 다짐했는데 난 또 니가 좋으니 속도 없이 받아줬다. 니가 볼 때 나는 얼마나 가벼워보이고 쉬워보였을까. 너는 더 대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했다. 내가 보고싶다며 우리 집을 기억해 찾아왔었는데 그게 정말 눈물이 났다. 나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 처럼 굴면서 왜 쓸데없이 우리 집은 기억하고 그래. 그래도 나는 너한테 아무것도 아니었다.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다 친구가 누구랑 있냐고 물었는데, '응 친구랑...'이라고 대답하는 너를 보니내가 니 옆에 서서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기분도 더럽고 비참하고 그랬다. 우울해서 혼자 동네 놀이터에 앉아있다 하면, 너는 어디냐고 찾아왔었다. 왜, 왜자꾸 찾아와.이제 너한테 나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여전히 나는 너의 재미없는 이야기에 재밌다는 듯 웃고, 반응하고 있었다.하지만 마음은 점점 힘들어져만 갔다. 어느 날 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여자친구가 생겨도 스킨쉽 하는 거 불편해. 왜 손잡는 지 모르겠고, 왜 같이 사진을 찍는지도 모르겠어. 거기에 나는 대답했다. 음...그건 니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거 아냐? 그랬더니 너는그런 거 같기도. 라는 대답을 했다. 나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싶었지만 아무 생각 없어보이는 너의 표정에나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사실 여전히 너를 잃기가 두려웠던거다.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였을 때. 고 1때에는 서로 아무런 것도 없었다. 그냥 오늘 빼빼로 데이였네. 그러게. 가 끝이었는데 이번엔 기프티콘을 쏴주었다. 물고기 밥주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난 여전히 너를 좋아했기에 그 사소한 것에서도 나는 그저 좋았다. 그래서 니가 알바하는 편의점에 놀러가고 싶다하니너는 친구가 와있어서 안된다고 했다. 전에는 친구한테 소개시켜주고싶다더니, 이제는 내 존재를 숨기려고 했다. 너는 여전히 연락이 잘 안되고, 답장도 느렸다. 그런 것들 때문에 내가 기분 나빠할 때면, 그 때만 내 눈치를 보고 미안하다고 하곤 했다. 나는 또 멍청하게 그런 것들을 기특하게 여겼다. 정말 나를 좋아했으면 그런걸로 날 속상하게 하질 말았어야지. 며칠 뒤의 새벽에 나는 너에게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자꾸 이러지말라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잘해주라고 했다. 너는 자고 일어나서 '안좋은 일 있었어?'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아니, 그냥 내 생각이야.넌 나 안좋아하잖아. 그랬더니 너는 '너 좋아하는데'라고 답했다. 왜 좋아하는데 우린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건데?왜 나를 친구라고 이야기하는데?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하고싶지 않았다. 코웃음이 나왔다. 처음으로 니가 나를 좋다고 하는 말이 아파진 날 이었다. 너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기분대로 내뱉는 니 말들에 나의 기분도 좌우됐고,그로 인해 먹은 걸 쏟아내고 학교에서 조퇴까지 했었다. 나는 너에게 차갑게 대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까지고 너에게 멍청하고 병신같아보이기 싫었다. 그러자 너는 바로 내가 변했다며, 요즘 왜 그러냐고 물었다. 사람 힘들게 만들고 거리두는 건 너면서, 내가 변해서 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나를 좋아하긴 하는거냐고, 나도 힘들다고 하니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해? 하고 물었다. 컨셉인건가, 일부러 엿먹이려고 이러나, 그냥 멍청한건가. 또 어이없는 헛웃음만 터져나왔지만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던졌다. 나랑 사귈 마음이 있긴 한거야? 너야말로 어떻게 하고싶은건데. 온 마음을 쥐어 짜내서, 이 말이 너와 나의 시작 혹은 정말 끝이 될 수 있기를 생각하면서. 하지만 너는 모르겠어 라는 한마디로 내 견고한 마음과 그 구석에 있던 작은 기대를 다 부숴버렸다. 나는 더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우리 관계에는 발전이 없을거야, 하고 대못을 박는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나는 알겠어, 잘지내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가을이었다. 고 3이 되고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남자친구를 만들지도 않았고, 알고 지내던 남사친 둘에게 고백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열심히는 아니어도 입시를 준비했고, 놀기도 많이 놀았다. 아예 너를 기억하지 않았다.기억 나지도 않았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너 때문에 얼마나 아팠는지, 왜 그랬는지 참 멍청하고 병신같았구나 하는 생각을이 때 부터 했던 것 같다. 옛날에 너와 주고받았던 연락들도 이제보니 참으로 구질구질 했다. 그 땐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제보니 나는 너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 2년 전 일이네, 나 진짜 바보같고 한심했다.하고 웃어넘기고 너를 전부 잊었다. 11월, 나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고2 때 만났던 그 군대간 남자친구. 전역한 건 아니고 군대에서 1년 반동안 있으면서 내 생각 참 많이 났다고,너를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말하고 헤어진 게 너무 미안하고 여전히 좋아한다고. 그런 긴 긴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다시 만나게 됐다. 주변에서는 다시 만난다는 것, 군인이라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지만남자친구는 나를 참 많이 사랑해줬다. 스무살, 나는 여전히 남자친구와 함께다. 늘 진실되게 이야기해주고, 잘못했다고 생각들면 바로 사과하고,내 손을 잡고 내 눈을 바라보며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가족들에게도 이렇게 예쁜 애가 내 여자친구에요, 하며 자랑하고주변 사람들에게도 욕 들어먹으며 내 자랑을 하고 다녔다. 나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너같은 애를 언제, 얼만큼 좋아했는지 기억도 안났다. 왜 그렇게 바보같았지, 하는 의문은 들지만 이젠 웃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는 내 아픈 과거들을 같이 아파해주고 이해해줬고,너라는 존재를 알면서도 나 속상할까봐 걱정해주었다. 너는 군대에 갔다. 그러면서 너는 페이스북 계정을 새로 만들었고, 너의 소식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페이스북이나 카톡에 연애하는 것을 티내지 않았다. 본래 그런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남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싫어서였는데 며칠 전너는 나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해왔다. 징그럽고, 잔인하고, 정말 나쁜새끼다. 잠깐 머뭇거린 내가 또 어이없고 한심하지만 받지 않았다. 분명 받게되면 연락이 올거고, 나는 똑같은 일을 더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다. 남자친구에게도 미안한 일이고, 나는 지금 남자친구를 사랑하니까 그만 엮이고 싶다. 정말 오랜 시간이었다.3년, 구질구질한 어장은 정말로 끝이 났다. 1
몇 년 째 계속 됐던 어장
아무것도 모르던 고등학교 1학년 때,
내 이상형에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너를 보고 첫 눈에 반했었다.
표현이 오글거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다.
너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장이고, 어장이었지만 그 때는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연애경험도 없고, 누군가를 좋아해서 잘 돼본 일이 별로 없기때문에
너를 대하는 일에 있어서 모든 것이 서툴렀다.
만나자는 말에도 나는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시험기간이라는 핑계를 대고 미루었다.
이 때 만났더라면 뭔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지난 1년동안 했었다.
그 약속 이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왜 만났는지 정확히는 기억 안나는데, 어쨌든 내 집 근처에서 만나 동네를 거닐었다.
편의점 앞에 앉아서 너는 나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친구에게 그런 장난을 한 게 왜 웃긴거지, 싶었지만 나는 니가 좋으니 웃었다.
여자 얼굴평가를 하는 이야기도 해서 불편했지만 나는 니가 좋으니 웃었다.
그 때 당시에는 나는 참 순진하게도 너를 너무 좋아해서, 밀당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내 마음 그대로를 보여주며 온전히 너에게 맞추어가며 너와 연락을 이어나갔다.
너는 사귀지도 않으면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너를 너무 좋아해서 그 말을 믿고 좋아했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사랑해라는 말을, 그 예쁜 말을 나는 믿었다.
고백은 술먹고 카톡으로 했었다.
평소 내 연애에 대한 환상 중 하나는 맨정신에 만나서 고백받는 것 이었다.
모든 게 정 반대였지만 나는 그저 너라서 좋았다.
취해서 말 하나하나에 오타가 끼어있어도, 횡설수설해도 그저 너라서 좋았다.
너는 군대가도 기다려주겠다고 약속하라고 했다.
그래, 니가 좋은데 그런게 별거라고.
하지만 나는 너의 음성으로, 전화로라도 고백을 듣고싶어서 전화해달라고 했다.
그래, 전화할게.
한시간 가량 통화하면서 고백은 들을 수 없었다.
민망해서 못하겠다는 얘기만 주고받다가 너의 친구가 누구랑 통화하느냐고 물었는데 거기에 너는
"여자친구랑"이라고 대답했다.
당당하게 친구에게 여자친구라고 이야기도 해주고, 다음엔 친구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고백을 안했어도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통화 이후로 다음날엔 오후가 넘도록 연락이 없었고, 결국 내가 다시 연락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고백은 민망해서 못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나는 또 멍청하게 '기다릴게'라고 대답해버렸다.
아마 그게 가장 큰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영화를 보기로 했다가 또 너는 연락두절,
페이스북에는 친구랑 영화봤다고 게시물을 올리고.
그 영화는 나랑 보기로 했던 영화고.
이 때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너를 기다리면서 오늘이 너무 설레었는데, 영화볼 생각에 난 그저 좋았는데.
너는 하루종일 내 생각 한 번이라도 했는지, 했다면 어떻게 나에게 연락 한 번 하지도 않고
나랑 보기로 했던 영화를 친구랑 보는지.
모든 게 바보같고, 한심스럽고, 화가 났다.
미안해
라는 사과와 함께 변명을 했다.
그래도 내가 계속 화를 내자
미안하다고 했잖아, 내가 뭘 더 어쩌라고.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니까 더 화를 낼 수 없었다.
분명 내가 더 화내도 될 상황이었는데 화를 낼 수 없었다.
그 후로 너는 말투가 바뀌었다.
나를 귀찮다는 듯 대했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대답은 늘 건성이었다.
그래도 나는 필사적이었다.
좋아하는 너를 잃고싶지 않았고, 너는 잊어버렸을 고백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또 너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답답한 마음에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난 니가 좋은데 요즘 나는 좀 힘들다, 연락도 자주 안되고 답장도 더디고
말하는 것도 성의가 없어지고...
참으로 어설프고, 정신없고, 멍청한 진심들이 나열되어있었다.
너는 읽은지 5분 좀 지나 자신도 요즘 힘들다는 말과 취업한다는 말, 잘 지내라는 말을 서너줄에 갈겨 보냈다.
너도 잘지내
읽은 후 답은 없었다.
나는 또 속도 없이, 정말 멍청하게 다음 날 새벽에 너에게 연락했다.
너는 취업때문에 멀리 가도 괜찮냐고 이야기 했고, 나는 니가 좋으니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이 후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찌됐건 또 연락이 끊겼고, 너는 여자친구를 연달아 사귀었고, 취업나가서 졸업까지 못볼 것 처럼 하더니 너는 한 달만에 돌아왔다.
어째선지 너는 나를 피하는 듯 싶었다.
나와 같은 버스에 타야하면서도 타지 않고, 앞에 지나다녀도 쳐다보지를 않았다.
그렇게 지내다가 겨울방학, 크리스마스가 된 새벽 두 시에.
너는 다시 연락을 해왔고,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서로 만나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 새해, 그 때도 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너는 친구들과 술먹으러 갔고, 그 연락을 마지막으로 또 끝이었다.
여기까지도 지저분하고 지겨웠지만 끝이 없었다.
언제나 늘 그래왔듯 너는 또 새로운 여자친구들을 사귀었고,
나는 너를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그런 것들을 지켜보자니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친구들도 너는 정말 아니라고, 쓰레기라고 그만하라고 그랬다.
그러고 싶은데 마음이 포기가 안됐다.
여전히 좋아했다.
너의 친구가 나를 소개받고싶다고 했다.
니 친구인 것도 싫었고, 누굴 만날 생각도 없었는데
친구가 자꾸 닥달한다며 연락만이라도 해달라고 해서 소개를 받았다.
그러자 너는 페이스북에
'남자들이 문제네' 라며 욕과 함께 글을 올렸다.
졸업식날에는 일찍 학교 끝나고 집 앞에 다다라서 '갈 걸 그랬나'하는 짤막한 후회와 미련을 갖고 길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래도 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고 2, 학교에서 볼 일도 없으니 이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8월즈음에는 남자친구도 만들었었다.
4살 연상이었고, 착하고 다정하고 정말 나를 예뻐해줬다.
물론 연애경험 없는 내가 그런 것들을 여유롭게 받아줄 수 없었다.
여전히 너는 신경쓰였고, 너 때문에 상대에게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무서워졌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고, 뽀뽀는 커녕 포옹마저도 쳐내는 게 나였다.
남자친구는 그런 나를 힘들어했다.
그래서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진 남자친구는 한 달 뒤에 군대에 갔고, 너는 또 어떻게 타이밍을 아는지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받아주면 안되는데, 받아주지 않을거라고 다짐했는데 난 또 니가 좋으니 속도 없이 받아줬다.
니가 볼 때 나는 얼마나 가벼워보이고 쉬워보였을까.
너는 더 대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했다.
내가 보고싶다며 우리 집을 기억해 찾아왔었는데 그게 정말 눈물이 났다.
나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 처럼 굴면서 왜 쓸데없이 우리 집은 기억하고 그래.
그래도 나는 너한테 아무것도 아니었다.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다 친구가 누구랑 있냐고 물었는데, '응 친구랑...'이라고 대답하는 너를 보니
내가 니 옆에 서서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기분도 더럽고 비참하고 그랬다.
우울해서 혼자 동네 놀이터에 앉아있다 하면, 너는 어디냐고 찾아왔었다.
왜, 왜자꾸 찾아와.
이제 너한테 나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여전히 나는 너의 재미없는 이야기에 재밌다는 듯 웃고, 반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힘들어져만 갔다.
어느 날 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여자친구가 생겨도 스킨쉽 하는 거 불편해. 왜 손잡는 지 모르겠고, 왜 같이 사진을 찍는지도 모르겠어.
거기에 나는 대답했다.
음...그건 니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거 아냐?
그랬더니 너는
그런 거 같기도. 라는 대답을 했다.
나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싶었지만 아무 생각 없어보이는 너의 표정에
나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사실 여전히 너를 잃기가 두려웠던거다.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였을 때.
고 1때에는 서로 아무런 것도 없었다.
그냥 오늘 빼빼로 데이였네. 그러게. 가 끝이었는데
이번엔 기프티콘을 쏴주었다.
물고기 밥주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난 여전히 너를 좋아했기에 그 사소한 것에서도 나는 그저 좋았다.
그래서 니가 알바하는 편의점에 놀러가고 싶다하니
너는 친구가 와있어서 안된다고 했다.
전에는 친구한테 소개시켜주고싶다더니, 이제는 내 존재를 숨기려고 했다.
너는 여전히 연락이 잘 안되고, 답장도 느렸다.
그런 것들 때문에 내가 기분 나빠할 때면, 그 때만 내 눈치를 보고 미안하다고 하곤 했다.
나는 또 멍청하게 그런 것들을 기특하게 여겼다.
정말 나를 좋아했으면 그런걸로 날 속상하게 하질 말았어야지.
며칠 뒤의 새벽에 나는 너에게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자꾸 이러지말라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잘해주라고 했다.
너는 자고 일어나서 '안좋은 일 있었어?'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아니, 그냥 내 생각이야.
넌 나 안좋아하잖아.
그랬더니 너는 '너 좋아하는데'라고 답했다.
왜 좋아하는데 우린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건데?
왜 나를 친구라고 이야기하는데?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하고싶지 않았다.
코웃음이 나왔다.
처음으로 니가 나를 좋다고 하는 말이 아파진 날 이었다.
너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기분대로 내뱉는 니 말들에 나의 기분도 좌우됐고,
그로 인해 먹은 걸 쏟아내고 학교에서 조퇴까지 했었다.
나는 너에게 차갑게 대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까지고 너에게 멍청하고 병신같아보이기 싫었다.
그러자 너는 바로 내가 변했다며, 요즘 왜 그러냐고 물었다.
사람 힘들게 만들고 거리두는 건 너면서, 내가 변해서 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나를 좋아하긴 하는거냐고, 나도 힘들다고 하니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해? 하고 물었다.
컨셉인건가, 일부러 엿먹이려고 이러나, 그냥 멍청한건가.
또 어이없는 헛웃음만 터져나왔지만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던졌다.
나랑 사귈 마음이 있긴 한거야? 너야말로 어떻게 하고싶은건데.
온 마음을 쥐어 짜내서, 이 말이 너와 나의 시작 혹은 정말 끝이 될 수 있기를 생각하면서.
하지만 너는
모르겠어
라는 한마디로 내 견고한 마음과 그 구석에 있던 작은 기대를 다 부숴버렸다.
나는 더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우리 관계에는 발전이 없을거야, 하고 대못을 박는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나는 알겠어, 잘지내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가을이었다.
고 3이 되고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남자친구를 만들지도 않았고, 알고 지내던 남사친 둘에게 고백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열심히는 아니어도 입시를 준비했고, 놀기도 많이 놀았다.
아예 너를 기억하지 않았다.
기억 나지도 않았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너 때문에 얼마나 아팠는지, 왜 그랬는지 참 멍청하고 병신같았구나 하는 생각을
이 때 부터 했던 것 같다.
옛날에 너와 주고받았던 연락들도 이제보니 참으로 구질구질 했다.
그 땐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제보니 나는 너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
2년 전 일이네, 나 진짜 바보같고 한심했다.
하고 웃어넘기고 너를 전부 잊었다.
11월, 나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고2 때 만났던 그 군대간 남자친구.
전역한 건 아니고 군대에서 1년 반동안 있으면서 내 생각 참 많이 났다고,
너를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말하고 헤어진 게 너무 미안하고 여전히 좋아한다고.
그런 긴 긴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다시 만나게 됐다.
주변에서는 다시 만난다는 것, 군인이라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지만
남자친구는 나를 참 많이 사랑해줬다.
스무살, 나는 여전히 남자친구와 함께다.
늘 진실되게 이야기해주고, 잘못했다고 생각들면 바로 사과하고,
내 손을 잡고 내 눈을 바라보며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가족들에게도 이렇게 예쁜 애가 내 여자친구에요, 하며 자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욕 들어먹으며 내 자랑을 하고 다녔다.
나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너같은 애를 언제, 얼만큼 좋아했는지 기억도 안났다.
왜 그렇게 바보같았지, 하는 의문은 들지만 이젠 웃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는 내 아픈 과거들을 같이 아파해주고 이해해줬고,
너라는 존재를 알면서도 나 속상할까봐 걱정해주었다.
너는 군대에 갔다.
그러면서 너는 페이스북 계정을 새로 만들었고, 너의 소식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페이스북이나 카톡에 연애하는 것을 티내지 않았다.
본래 그런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남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싫어서였는데
며칠 전
너는 나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해왔다.
징그럽고, 잔인하고, 정말 나쁜새끼다.
잠깐 머뭇거린 내가 또 어이없고 한심하지만 받지 않았다.
분명 받게되면 연락이 올거고, 나는 똑같은 일을 더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다.
남자친구에게도 미안한 일이고, 나는 지금 남자친구를 사랑하니까 그만 엮이고 싶다.
정말 오랜 시간이었다.
3년, 구질구질한 어장은 정말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