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람을 너무 믿었나 봅니다.

너무믿었나봅니다2008.10.30
조회378

일단, 제가 너무 어리석었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어제 저녁 이야기입니다.

저희 동네는 무척 주차난이 심각합니다. 제가 사는 곳이 따로 주차장이

없어서 동네 길가에 빈 자리에 새워두는데 어제 저녁은 유난히 더 없더군요.

그래서, 빈자리를 찾으러 계속 차를 빙글빙글 골목길을 돌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아줌마가 휴대전화를 한 손에 들고 제 차 뒤에서 따라오고 있더군요.

은색 렉서스 오픈카였습니다. 어째 좀 불안했습니다.

골목길 교차로에 들어서기 전 차들이 몇 대 멈춰 있더군요.

그래서 저도 차를 멈추고 대기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뒤에서 쿵! 하더군요. 그 렉서스 운전하던 아줌마가 끝내 제 애마 뒷꽁무니를 들이

받았습니다. 순간 짜증이 팍 났지만..

얼른 내려서 확인해보니 일단 겉모습으로는 살짝 찌그러졌습니다.

아줌마도 내리더니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이런 경우 처음이라서 그런데 어떻게 해야죠?"

그래서 전..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공업사 가봐야할 것 같아요.

연락처 좀 적어주세요. 제가 내일 견적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줌마가 번호를 불러주더군요. 혹시 제가 잘못 들을까봐 제 전화기를

보여주면서 입력했습니다.

저는 휴대전화에 입력 후 통화를 눌러보니 신호는 갔습니다.

"아, 제 휴대 전화는 차에 있으니까 거기에 번호 찍혔을 거에요."

그리곤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전 차를 세워두고 근처 술집을 갔습니다. 직장 선배와 한국 시리즈를 보기

위해서였죠. 그러던 중 문자가 왔습니다. 아까 그 번호로요

'누구세요?'

어라? 누구세요? 그래서 전 통화 버튼을 눌렀죠. 그런데, 웬 남자가 받습니다.

"여보세요? 어? 아까 제 차에 사고내신 분 아닌가요? 여자분이였는데..."

"네? 거기 어딘데요?"

"저 평택인데요."

"아이구 여긴 부산이에요."

"네?"

순간 저의 멍청한 행동이 순식간에 다 스쳐지나갔습니다.

멍청함 1. 연락처 받았다고 차량 번호를 안 적어놓은 것.

           2. 반대로 휴대전화를 걸라고 안 했던 것.

           3. 멍청하게 모르는 사람을 철썩같이 믿은 것.

정말로 화가 났습니다. 제 자신에게는 물론 그 아줌마까지도요. 어떻게 그 순간

그렇게 거짓말로 빠져 나갈 수 있는지요.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경찰서에 신고

해보았지만, 차량 번호를 모르면 접수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저도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신고를 했건만... 수배는 안 될까요? 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이야기도 해보았습니다.

이 바보 이 바보.... 사람을 믿는 게 아닌데...

차라리 쿨하게 슬쩍 부딪친 건데 그냥 가세요. 라고 보냈으면 덜 열받았을텐데...

이렇게 당하고 나니 멍청하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 원망스럽더군요...

모광고에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내고 누워버리는 노주현 아저씨가 떠 올랐습니다.

예전에는 그러한 광경을 보면 그게 정말 밉상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이해가 다 갑니다.

여러분들도.. 차 사고 날 때는 아무도 믿지 마시고, 꼭 경찰에 신고부터 합시다.

 

p.s. 저 멍청했다는 거 충분히 아니까 멍청하니 어리석다느니 하는 리플은 사양합니다.

p.s.2. 평택시 합정도 한미아파트 앞 22시간 할인 마트 슈퍼 앞 골목에서

 은색 렉서스 오픈카, 4로 시작하는 차량 번호 차주 아줌마! 그 딴식으로 살지마시오!

 그리고, 합정동에 평생 안 나타나시는 게 좋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