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편지

익명2017.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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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편지


잘 지내지?
나는 아직 못 지내는 것 같다
반년동안 사귀면서 고작 내가 써준 편지가 5개더라
그 편지를 받고 실실 거리며 매일 좋아하던 너는 미치겠다며 눈이 반으로 접혀 웃으며 내가 너무 보고싶다고 나 없이는 안 될 것 같다며 평생을 함께 하자며 약속을 제안했지
그래서 너가 읽지도 받지도 못할 여섯번째 편지를 써볼려구


고3의 너는 나랑 헤어지고 분주해 보였어
나와의 헤어짐보다 그게 더 중요하고 컸을테니까
나는 너가 좀 아파하길 바랬다, 나 때문에 조금 힘들길 바랬어
매일 밤 나는 울다 지쳐 하루를 잠들기를 반복했고 한달이 채 되지 않았을때 나는 울지 않고 잠에 들 수 있었어
너 없는 나에게 적응 하기란 조금 어려웠었어 그래서 다시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참았어


그러다가 부모님을 따라 간 모임에서 나도 다 컸다며 이제 곧 성인이라며 술을 먹이시는 바람에 취기가 돌던 나는 혼자 집에 가야했고 엄마가 쥐어준 택시비를 주머니에 꾸겨넣고는 걸어가겠다 이상한 마음을 먹었지
그런데 걷다보니 거기서 네 집이 보이는데 거긴 어딘지 모르겠더라 그냥 눈물만 나왔어 또 너가 보고싶어서
취한 척 미친 척 한 번만 전화해보자 하던 내가 너한테 전화를 했을때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엉엉 울던 내앞에 너는 언제 왔는지 눈 앞에 서 있었어


너를 보고 부정했다, 너는 이제 내 눈 앞에 있을 수 없는데
우리는 헤어졌는데, 연락 하면 안되는 데 만날 수도 없는데
너를 보고는 또 울어 버렸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이상한 말과 함께
너는 묵묵하게 내 팔을 잡고 나를 집에 데려다줬어
손이 시리다는 내 말에도 그럴 수 있다며 손을 잡아주지 않는 너를 보고 또 서러워서 울어버렸어


너를 보며 우는 나를 보고 너는 겉옷을 덮어줬다
예쁘게 입어놓고 이렇게 추하게 울면 안 된다며 이렇게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이 걱정하신다고 걱정어린 말로 나를 위로했지
편의점에 들러 사온 이온음료를 내게 먹이고는 집에 가자며 말 했어
그럼에도 나는 울면서 네 이름을 부르면서 보고싶다고 그랬어
한숨을 쉬던 너는 자기는 아닌 줄 아냐면서 말 하더라
네 친구가 그랬었거든 너는 괜찮아 보였다고 나 없이도
그래서 그렇게 말 하며 울자 자기도 헤어진 저녁 너무 많이 울었고 마음이 너무 시렸다고 내가 네 전화를 왜 받았겠냐며 내 눈높이에 맞춰주는 널 순간 안을뻔해서 아무말 하지 않고 집에 들어왔어


잘 들어갔냐며 몇 시간 뒤에 온 카톡에 술이 깨
우리가 얘기 했을때 힘든 시간이 다 지나면 다시 만나자며 좋아한다며 말 한 너가 너무 고마웠어
그래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
그 사이에 내 감정보다 네 감정 변하는 게 보이는 것 같아
정리가 되는 것 같아서 아픔 하나 없이 정리해져가는 널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나도 정리를 하려고 했어
그러니까 너한테 연락이 오더라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내 생일날에는 기프티콘을 보내줬구
자냐고 보냈던 너의 연락도 있었지
흔들리지 말아야겠다 싶었어
너가 힘들테니까 나도 힘들테니까


그래서 나를 엄청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사겼어
결코 너를 잊기 위해서의 용도는 아니였어
누가봐도 나를 예뻐했고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한달도 채 되지 않아서 헤어졌어
늘 질투가 심했던 그 아이는 하다 하다 나한테 손찌검까지 해서 헤어졌어


그런데 너가 너무 보고싶더라
내가 연락해도 이제는 왜 연락 했냐며 짜증만 낼 너일텐데
연락을 해버렸어 보고싶다고
그 아이 때문에 연락 한 이유도 있었지만
넌 알게되면 나에게 더 실망 할테니까
그래서 그냥 미친 척 하고 한 거라며 둘러 댔어
너는 나한테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어


운명처럼 장난인게 집안 사정으로 우리가 이사를 가게 된다네
참 웃기지 않냐 그냥 너랑 나는 안되는 운명인가 싶더라
사귈때 너가 나 춥다며 둘러준 목도리가 아직 나한테 있었어
그걸 핑계로 연락하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더라
이제 난 너에게 미련조차 아닐 그런 사람일텐데
그래서 하고 싶은 것들은 가득인데 못 했고 못 줬다


페이스북도 접었구 번호도 바꿨어
내가 너한테 연락하지 않는 이상 너는 나에게 연락 할 수 없겠지
이제 이사까지 가 버리면 길 가다 보는 우연조차 안 일어날거야
보고싶다 힘든 거 끝나면 다시 만나자는 너의 말 사실 난 아직도 성립해 아직도 기다린다
미친 척 연락 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멀리 돌아왔다
내년 봄에 대학에 가있을 너에게 연락 해 봐도 될까
그때 보고싶다고 얘기 해봐도 될까
우리가 만났던 그 겨울 나는 간직하고 있어
다시 만나길 기대해도 될까 좋아한다고 다시 말해도 될까


잘 지내, 이번엔 겨울로 말고 봄으로 다시 와줘.
아니 내가 봄에 다시 갈게 내 봄이 되어줘



그럼 여섯번째 편지는 너가 볼 일도 보고 예전처럼 웃을 일도 없겠지만 여기서 마칠게

내 연락 받았을때는 다시 한 번 웃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