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나한테도 일어날줄이야

다돌려받겠지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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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쓴 에피소드들 말고도 더 많은데 결정적인 사건 하나만 씀. 카톡 캡쳐본도 있음. 원하시면 첨부해드림) 좀 긴 글이지만 다 읽어주세요ㅠㅠ

음.. 이 글을 쓰려고 네이트판 들어온게 처음이구, 여기 글들은 페이스북으로만 봐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써야될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글이라도 써서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며칠 전에 이별을 겪은 이십대 평범한 여학생이다. 한 2년 전쯤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로 방황하면서 제대로 된 남자를 계속 못 사귀고 있었다. 좀 정착할만 하면 어떤 남자친구는 즉석 만남 어플로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게 걸려서 헤어지고, 또 다른 남자친구는 나랑 만나면서 다른 여자 소개받아서 갈아타버리고, 뭐 항상 이런 식이었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다 걱정하고 나도 이제 회의감에 빠져있을 때에 3월 중순 어떤 남자를 운 좋게도 알게 되었다. 그 남자는 운동 선수라 했으며 키가 굉장히 크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남자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이제는 더 이상 믿지 않겠다는 생각에 빠져있던 나여서 정말 조심스러웠다. 그 남자는 첫 만남에 몇 시간을 운전해 (왕복 최소 4시간) 내가 있는 곳까지 왔다. 그 후로 내가 있는 곳까지 몇 번 더 와주었고, 우리는 5번째 만남에 사귀게 되었다.

사귀기 전부터 그 남자가 나한테 넌지시 말하기는 했었다. 자기는 클럽을 좋아하고 많이 간다고. 그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귀기 전에도 며칠 연속으로 계속 클럽이며 감주를 전전 하는 그를 보면서도 나는 바보같이 휴가라는 이유로 눈 감아주고 휴가가 끝나면 그만 하겠거니 했다. 그리고 나에게 자기는 절대 여자랑 안놀고 형들이랑 술 먹고 춤추는게 너무 좋아서 간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막상 가도 연락이 정말 잘 됐기 때문에 찝찝하면서도 그냥 눈감아주었다.

그렇게 꿀같던 한 달의 휴가가 끝나고 남자친구는 숙소로 복귀를 해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가끔 주중에 한 번 보고 주말은 매일 봤다.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남자친구한테 몇 년만에 받아보는지 너무 행복했다. 연락도 웬만한 남자보다도 더 잘해주고 전화는 기본이며 영상통화도 매일매일 했다. 주중에 못 봐도 며칠만 더 참으면 주말에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렸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주말이 되면 우리는 항상 데이트를 했고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걸 하나하나씩 같이 했다. SNS에 절대 남자친구 티를 내지 않던 내가 남자친구랑 데이트 사진도 올려보고 질투도 많이 하고 그렇게 한달을 보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말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남자친구는 분명 휴가가 끝나면 클럽을 절대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주말만 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클럽이 가고싶다느니, 클럽에 오늘 누가 무슨 테이블을 잡았다느니, 누가 생일파티라느니... 그렇게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실망하게 만들곤 했다. 결국 택한 방법은 '같이 클럽가기'였다. 나쁘지 않았다. 남자친구랑 같이 술 마시고 클럽에서 노는게 난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아니면 그냥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난 마냥 좋았나보다.

사귄지 한달이 좀 되기 전 토요일, 우리는 하루를 알차게 데이트 하고 남자친구 운동 팀 후배랑 셋이서 술을 마셨다. 우리 모두 술을 너무 마셔서 남자친구는 숙소까지 가기에는 너무 힘들다며 후배랑 같이 모텔 방을 잡고 자겠다고 했다. (실제로 둘 다 굉장히 힘들어했고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 나는 알겠다고 했으며 우리 집 근처 모텔에 내려줄테니 거기서 자고 나는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후배가 자기가 아는 데로 그냥 가겠다며 나 먼저 집으로 가라는거다. 여기서 좀 촉이 이상하긴 했다.

사실, 그 날 하루종일 데이트를 하면서도 남자친구의 낌새가 이상하다는걸 느꼈다. 자꾸 나한테 뭘 숨기는 것 같고 안보여주고 여하튼 뭔가 이상했다. 나는 그래서 일단은 집에 들어가고 남자친구 연락을 기다렸는데 정말 몇 분 지나지 않아 뜬금없이 자기는 이제 자겠다고 하고 연락이 두절되었다. 여기서 나는 얘네가 클럽을 갔을거라고 직감적으로 알았다. 다음 날이 돼서 연락을 기다리는데 보통 술 먹은 다음날이면 11-12시에 전화를 무조건 하던 남자친구가 2시가 넘어서도 연락이 없었다. 연락이 되고 나서 괜시리 내가 어제 모텔까지 택시비 얼마 나왔냐고 물어봤다. 걔네가 묵었던 모텔까지 최소 15000원 이상이 나와야하는데 택도 없이 말하는 걸 듣고 나는 확신했다. 하지만 물증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남자친구가 숙취(?)로 너무 힘들어하길래 그냥 넘어갔다.

그 다음주말... 토요일에 남자친구랑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데이트를 즐겁게 했다. 어느 순간 내 앞에 남자친구 핸드폰이 놓여져있었는데,,, 안보려 했지만 이거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왔다. 남자친구는 연애 초반에 신뢰를 쌓는답시고 본인 아이폰에 내 지문까지 추가를 해서 내 손으로도 락을 풀 수 있게 해놨었다. 나는 지난주에 술을 같이 마셨던 후배랑 한 카톡만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폰을 열었는데,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고 말았다. 클럽을 간거는 정말 당연한 것이었고, 카톡한 내용들을 보니까.

후배 : 형 어디야?
남자친구 : XX(클럽)에 있어.
후배 : 누구랑?
남자친구 : 여자
이런 카톡부터 해서 ,

다음 날 아침 9시 넘어서 (그러니까 2시 넘어서까지 연락이 안되던 그 날 아침)에 한 카톡은

후배 : 형 그 여자는?
남자친구 : 같이 있어 지금
라는 식의 카톡과 함께 그 후배와 나에게 어떻게 둘러댈지 말을 맞추는 대화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남자친구 대학동창과 한 카톡에 갑자기 어떤 여자 사진 두장을 보내면서 그 여자 나이/이름/사는곳 (어디 자취)/직업만 띡 보낸 것이다. 뭐지? 하고 봤더니 나 몰래 클럽 간 날 그 여자랑 원나잇 한걸 자랑하는 내용... 심지어 그 여자를 어떻게 꼬셨으며 키스는 어떻게 했고 모텔은 어디로 갔으며 어떤 자세로 어떻게 관계를 가졌고 느낌은 어땠는지 아주 상세하게, 말투는 자랑하듯이 나와있더라.

그걸 보는 순간 나는 정말 아무 생각이 안들었고 세시간을 멍때리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진짜 눈물 한 방울 안나는게 나는 너무 신기하더라. 영원히 기억에 남도록 정말 소중한 순간에 나랑 뽀뽀를 하고싶다며 그거 하나 그렇게 아끼고 아끼던 남자가 이런 짓을 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남자친구한테 뭐라 얘기를 꺼낼지 몰라서 모르는 척 몇시간을 있었는데 그 몇 시간이 나에게는 왜 이리 길게 느껴졌는지. 결국에는 밥을 먹다가 남자친구한테 얘기를 꺼냈고, 나는 내 화에 못이겨 그리고 더 이상 같은 공간에 있기 싫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전화가 계속 오길래 몇 통 씹은 후에 받았더니 왜 그렇게 말 없이 나갔냐며 뭐라 하더라. 다시는 클럽을 안가겠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이기적인거 알지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하는데 거기서 나는 바로 내치지 못하고 또 바보같이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했다. 나는 그 많고 많은 쓰레기를 만났어도 이런 쓰레기는 처음이라 정말 헤어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마음 한 편으로는 그러기가 싫었다. 그러면서도 단칼에 잘라내지 못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싫어서 자괴감에 빠지고 정말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내가 그 원나잇 여자보다 못한게 뭐가 있나, 내가 그 동안 남자친구한테 못해준게 뭐가 있나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 밖으로 나돌고 다른 데 눈을 파는 것인가 절망에 빠지면서 내 자존감은 나날이 하락했다.

이삼일 후에 연락이 오더라. 뭐하냐고. 뭐해...?라는 카톡이 오는데 나는 정말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었고 마음 한 편으로는 내심 기다리던 카톡이었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했다. 그 동안 남자친구가 무슨 생각을 했으며 어떠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마음가짐 (?)을 듣기 위해, 그리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 했다.

놀랍게도 남자친구는 내가 예상했던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었으면 여건 상 찾아오지는 못할지라도 정말 울면서 싹싹 빌고 다시는 안그러겠다며 온갖 말을 다 했을거 같은데, 되돌아오는 말이라곤 '그래서 생각은 좀 해봤어?'였다. 정말 혼란스러웠다.

'친구들이 다 너랑 헤어지래. 그러는게 맞는거 같고. 너 만약 내가 다른 남자랑 원나잇 하고 다녔으면 어떻게 했을거같아?''바로 헤어졌지 그 자리에서.''근데 넌 나한테 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하고, 나는 왜 널 이렇게 한 번에 내치지 못하고 어영부영 이러고 있는걸까'
이런 무의미한 대화가 오고갔다.

심지어 남자친구는 자기 입으로 사람은 잘 안바뀐다고까지 말하면서, 결국 남자친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는 나한테 자격이 없는 것 같고, 차라리 내가 욕을 하고 자기를 깠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나는 '아 이제 모든게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가 너한테 이렇게 전화를 하고 너랑 한시간 째 대화를 하고 있는건 너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얼만큼 반성했는지 들을라고도 있는데 나 마음 한 편으로는 너가 울면서 그 어떤 핑계를 대면서도 나를 붙잡았으면 했어. 근데 너가 니 입으로 자격이 없다하고 ㅇㅣ렇게 니가 모든걸 놓아버리는데 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다른 여자 만나면 제발 이제 이러지 말고 니가 이런 실수를 한 여자가 나인게 난 너무 슬퍼.' 라고 난 말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 다음 날 나는 클럽을 갔다. 술을 진탕 마시고, 친구들은 정말 잘 헤어졌다면서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너는 새벽에 내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다 좋아요 누르더라. 아 얘 취했구나. 결국 그 날 우리는 클럽에서 마주쳤다. 만취 상태여서 내가 잘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친구들이 너 전남친 저기 왔다면서 얘기해주더라. 순간 기분이 너무 울적해지면서, 근본적으로 클럽과 여자 때문에 신뢰를 잃어서 헤어진 우린데, 너는 어떻게 또 클럽을 올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새끼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이렇게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면서 집에 왔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뒤집어지는 속을 붙잡고 습관적으로 너한테 전화를 걸뻔 했다. 고작 한 달 만났지만 습관이라는게 정말 무섭더라.

이제 한 5일 지났는데 생각보다 살만하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너가 저지른만큼 나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원체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라서 너 없는 내 일상은 너무 허전하고 힘들다. 그치만 진작에 너가 어떤 애인지 알고 이렇게 끝나버린게 난 오히려 더 감사하다. 우리가 오래 만나서 우리의 사랑이 더 깊어졌다면 나는 아마 미련하게도 널 붙잡았을지 모른다. 모든 이별 노래가 다 내 얘기 같고 너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이제는 그냥 특별한 의미 부여 안하고 이런게 이별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할란다.

한 편으로는 또, 내가 널 미치도록 사랑했다면 미련곰탱이인 나는 너의 어떠한 실수나 잘못 상관없이 울며불며 매달렸을거다. 불행 중 다행인건 우리의 사랑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거다. 너가 너 입으로 말했지. '몇 번의 일탈 빼고 나는 너한테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맞아. 넌 정말 나를 사랑받는 여자로 느끼게 해줬어. 그 부분은 정말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모든 일이 다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거면 인생 살아가기 너무 쉽겠다. 사람이 99번 잘해도 1번 삐끗하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되는거야. 어쩔 수 없어.

냉정하게 생각하려다가도 아주 가끔 너 생각이 들면서 아련해지곤 한다. 어제는 꿈에까지도 나오더라. 앞서 말했듯이 이제 정말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의미 부여 안할거야. 너랑 헤어지면서 통화할 때 너가 그랬잖아. 나보고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냐며. 아무렇지 않았겠니 내가? 너랑 더 말을 섞으면서 내 감정 가는대로 그대로 대화하면 분명 난 이성의 끈을 놓고 울면서 너한테 우리 헤어지지 말자고 했을거야. 그만큼 난 멘탈이 약하고 정에 쉽게 무릎 꿇는 사람이니까.

운동 선수들이 모두 다 너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람들이 얘기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 너랑 너 친구 둘 다 나랑 언니 너무 힘들게 했어. 우리는 충분히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는데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 후회하고 있어. 너넨 이 기분 모를거야. 내가 너한테 말했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그래서 내 잘못도 어느정도 있는거 같다고. 근데 나랑 언니가 이번에 느낀게 뭔지 알아? 사람은 정말 고쳐쓰는거 아니라는거야.

너랑 너 친구 언제까지 그렇게 프로 선수라는 타이틀 걸고 버는 돈으로 아무 생각없이 놀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이제부터 마음잡고 열심히 해야겠다 그렇게 말만 늘어놓고 정작 열심히 놀러다니기만 하던데? 그리고 막말로 너네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다 팀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이고 그만큼 놀만한 돈도 벌고 앞길이 창창해. 그런 사람들 사이에 껴서 바보처럼 같이 놀러다니는게 언제까지 갈거 같아? 나중 가서 후회해봤자 아무도 알아봐주는 사람 없다. 너가 니 입으로 그랬잖아. 프로의 세계는 정말 너무나도 냉정하다고. 그 세계에서 너가 지금 위태위태한거 왜 너만 모르니.

그리고 사람이 그렇게 이기적으로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고 놀면서 낯선 여자랑도 만나고 싶고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고 욕심부리다가 언젠가는 큰 코 다쳐. 내가 항상 말했지. 이럴거면 나 왜 만났냐고.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된다고. 그 둘 중 어느 하나 포기 못하다가 결국 이 사단 났네.

너는 이제 또 이번 주말은 뭐하지 어디 클럽 가지 어떤 여자랑 놀지 궁리하고 있겠지. 정말 안봐도 눈에 훤해. 그렇게 놀다가 너랑 똑같은 여자 만나서 크게 당하고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나는 보란듯이 더 좋은 남자 만날테니 우리 꼭 마주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