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먹고싶다는거 꼼수부리다 망했어요

ㅇㅇ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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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2년차 와이프 임신한지 5개월좀 넘었는데 저녁 퇴근할때 가끔 아내가 전화와서 뭐먹고싶다고 오는길에 사다달라고 하거든요

꼭 정확한 브랜드? 같은거 콕 찝어서 얘기하는데 ㅇㅇ마트에서 파는 ㅇㅇ초콜릿이 먹고싶다던가, 어디 시장에 첫번째 떡집에서 파는 쑥떡이 먹고싶다던가, 정확히 '어디에서 파는 무엇' 이 먹고싶은지 콕 찝어서 얘기하거든요 하다못해 같은 체인점 에서 파는 소시지빵도 어느지점은 옥수수가 들어가서 싫다고 정확히 어디 지점서 사오라던가

하튼 좀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구하기 힘든것도 아니니 그냥 말하는대로 사다주는 편인데, 한번은 시내에 있는 오래된 포장마차에서 파는 순대가 먹고싶다고 퇴근길에 사다달라 하더라구요 근데 거기가 회사에서 집가는 반대방향이고 거기까지 갔다가 집가려면 차로 40분정도 걸리는데 그날 회사에서 일이 좀 힘들어서 빨리 집에 가서 쉬고싶고

솔직히 순대 다 똑같잖아요 손으로 직접 만드는 전문식당 아니고서야 다 공장서 만든거 똑같은거 사다가 익히기만 하는건데(와이프가 얘기한 포장마차 순대도 어디가나 있는 똑같은 순대임)

하튼 집에 가는길에 순대 떡볶이 오뎅 파는 포장마차가 있어서 그냥 거기서 사갔는데.. 이게 잘못이었음........

집에 가서 순대 주고 와이프랑 같이 밥먹는데(아직 배가 안불러서 반찬같은거 와이프가 해놔요 저 먹을거 차려주고 자기는 내가 사다준거 상에 펼쳐놓고 같이 먹는편임)

딱 순대 비닐 뜯자마자 갸우뚱? 하는거에요 저 한번 쳐다보더니 이거 어디서 샀어? 하길래 뜨끔 하면서도 그상황에서 "시내까지 나가기 귀찮아서 집근처에서 샀어" 라고는 말 못하겠어서 "자기가 얘기한데 거기 가서 샀어" 했는데 괜히 찔리고 불안감이 스믈스믈 밀려오는데

몇개 집어먹더니 딱 안먹더라고요 평소에는 먹고싶다는거 사다주면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이건 세갠가? 집어먹더니 끝

눈치보다가 "왜안먹어? 자기 순대 먹고싶다며" 했더니 "그냥 입맛이 없네" 하곤 거실 앉아서 말없이 티비보는데 쎄하더라구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팍 오는데 와이프는 티비보면서 웃고있고 저한테 화를 내지도 않고 그냥 암말도 안하고 순대는 먹지도 않고 거기다대고 괜히 뒤늦게 '사실 이거 거기서 산거 아니야 미안해' 하기도 좀 그렇고

하튼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는데 그 후로 와이프가 뭐 사다달라고를 안하네요 평소에도 매일같이 사다달라는게 아니었어서 처음 몇일은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날 들어갔더니 평소에 즐겨먹던 시장족발 먹고있길래 "어 나한테 사다달라고 하지~ 오는길에 있는데" 했더니 저 퇴근까지 기다리기에 너무 먹고싶어서 나가서 사왔다고 말은 그렇게 하는데 뭔가 계속 찝찝하고

순대사건 이후로 지금 2주가 넘도록 뭐 사다달라고를 안하거든요 제가 퇴근길에 전화해서 먼저 물어봐도 먹고싶은거 없다하고 어떤날은 집에 가면 이미 사다놨다던가

인터넷 글같은거 보면 임신한 아내들 사소한걸로도 상처받는다고 그런글 보면 내가 잘못했다 싶고, 근데 이게 그렇게까지 상처받을 일인가 싶다가도 아 그거 어차피 차로 갔다오는건데 그거한번 귀찮아서 왜그랬을까 하..

친구놈은 와이프가 얘기했던 포장마차 순대 사다주라는데 그건 뭐 이제와서 사람 놀리는것같고 차라리 대놓고 서운하다 하던가 화를 낸다던가 하면 미안하다고라도 하고 싹싹 빌겠는데 뭐 아무말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평소 행동이 달라졌다던가 그런것도 아닌데 딱 먹고싶다는것만 없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