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때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 (feat.피곤한 아빠들도 한번 해보세요^^)

판애독자2017.05.18
조회649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 중반 미혼녀입니다.

친한 친구 다섯명 모두 기혼에
애들이 하나 혹은 둘씩 되는데(4~7세)
요즘 애들이랑 놀아주는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들을 자주 하길래
제가 조카들이랑 놀아주는 거 몇개 이야기 해줬더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공유해보고자 글 써 봅니다.

저는 아이가 없으므로 음슴체로.
(저렇게 음슴체 선언 전에 앞에 각자 나름의 이유를 붙이는 게 재밌길래 저도 억지로 짜내서 붙여봄 ㅋㅋ) 

조카들은 언니네 아이들로,
첫째가 5학년(남), 둘째 셋째는 이란성 쌍둥이로 7세.
편의상 첫째는 대한이, 쌍둥이중 남자아이는 민국이, 여자아이는 만세로 부르겠음.(만세야, 미안~^^;)

본인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지만 저질 체력임;
평범한 사무직에, 칼퇴에, 일도 그냥 시간 잘 가는 정도 딱 그만큼 양으로 버겁진 않지만퇴근후에는 방전이 됨.주말엔 집순이고 취미도 체력소모가 적은
독서/TV시청/음악감상임.
(용돈의 절반이 책사고, VOD시청료, 지니뮤직 이용권으로 나감.) 
이런 본인이 2주에 한번꼴로 오는 조카들과 놀아주는게
처음에는 여간 힘든게 아니었음.
반가운 마음에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다보면
1시간만에 방전됨.
거기다 하나도 둘도 아닌 셋씩이나 되다보니,
또 대한이와 민국이,만세와는 나이차이가 있다보니
한꺼번에 세명과 '함께' 노는건 어려웠음.
그래서 생각해낸게 퀴즈! 

이 퀴즈는 룰이 중요함.
주관식일 때는 순서를 정해서 각자 하나씩 다른 퀴즈를 풀도록 해야 함.
퀴즈 하나 내고 '정답~!'하면서 같이 풀게 되면
일방적으로 많이 맞히는 아이가 나와 다른 아이는 흥미를 잃게 되거나서로 먼저 정답을 외쳤다고 싸우게 됨.
그래서"이번에는 대한이 퀴즈입니다."
하고 지정해줘야 함.
이런 경우 난이도나 소재도 아이들에 맞게 할수 있어서 좋음.

사실 대한이는 5학년이라 퀴즈 내는게 쉽지 않아서
휴대폰에 가로세로 낱말맞추기 앱을 깔아놓고
대한이 퀴즈는 거기서 냄 ㅋㅋ
설명도 그대로 읽으면 되서 편함. 
7세인 민국이, 만세 퀴즈는 주로 일상생활에 관련된거임.
간단하게는"이것은 오늘이 몇월 며칠인지 확인할 때 보는 것입니다."같은 사물 이름 맞추기부터"저기 식탁과 의자가 있는데요, 식탁과 의자 다리는 모두 몇개 일까요?" 같은.
이 퀴즈때 만세 차례였는데 질문 떨어지자마자 만세가 식탁 밑에 기어들어가서 하나,둘,셋... 하는게 어찌나 귀엽던지 ㅋㅋㅋ
또 보고 싶어서 민국이 차례에는"아까는 식탁과 의자 다리 갯수를 세어봤는데요... 그렇다면 의자 2개의 다리는 모두 몇개일까요?"했더니 민국이도 또 쪼르르 기어들어가서 식탁밑에서 의자다리 갯수를 셌음 ㅋㅋㅋㅋ

이런 퀴즈가 낯선 분들을 위해 몇가지 적어보자면 
- 여기서 할머니 보다 할아버지가 더 자주 쓰는 물건을 두개 골라보세요.
- 여기서 이 블럭과 같은 색깔의 물건을 세개 골라보세요.
- 여기서 TV보다 작은 물건을 세개 골라보세요.  
- 전기 코드를 꽂아서 사용하는 물건을 골라보세요. 
이런 골라보기 퀴즈는 가만히 앉아서 하는게 아니라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하는거라 애들이 좋아하는거 같았음.

기억력 퀴즈도 있음.
거실을 한바퀴 잘 둘러보게 한 뒤 눈을 감게 하고 퀴즈를 냄.
- 시계는 어느 방향에 붙어 있을까요?
- 벽에 걸린 액자는 총 몇개 일까요?
- 거실 불을 켤 때 저쪽 입구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데, 그 버튼은 몇개가 서로 붙어있을까요?
- 지금 앉아 있는 곳에서 뒤에 벽에는 어떤게 있는지 생각나는대로 말해보세요. 

처음엔 조금 어려워할수 있는데 두세번 하면 애들이 패턴을 알아채고 둘러볼때 더 유심히 둘러보고 나름 질문을 추측해보기도 함.
그럴때는 서로에게 질문을 시킴 ㅋ

"자, 이번에는 서로가 내는 퀴즈를 맞추는 시간입니다. 먼저, 대한이가 민국이에게 퀴즈를 내보세요"하면 지금까지 했던 거랑 비슷한 패턴의 퀴즈를 냄.
민국이와 만세는 제가 냈던 퀴즈를 그대로 다시 내기도 함. 

또 다른 종류의 퀴즈는 추억퀴즈.
"저번 어린이날, 이모와 대한이, 민국이, 만세는 선물을 사러 서점 지하에 있는 곳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갔었는데요. 그곳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이 경우는 객관식으로 냄.
"1번 현대백화점, 2번 이마트, 3번 교보문고, 4번 어린이대공원"
이런 객관식의 경우는 세명, 혹은 두명이 같이 대답할수 있어서 좋음.
"며칠전 엄마, 아빠와 대한이, 민국이, 만세가 2박 3일동안 어디를 여행 갔었는데요. 그 지역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1번 제으도, 2번 제빙도, 3번 제주도, 4번 제오도"
좀 어렵다 싶은건 나머지 보기들을 좀 이상하게 내기도 함. ^^;; 

관심퀴즈도 있음.
이건 서로에 대해 질문하는 거임.
예를들어 대한이에게는 "다음중 만세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민국이에게는 "다음 중 대한이 형아 짝꿍의 이름은?"
만세에게는 "다음중 민국이가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 캐릭터는?"
이런식으로 서로에 대한 퀴즈를 내면 서로 조금이라도 더 관심이 생기고 서로 더 많이 알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ㅎㅎ 
얼마전에 "엄마는 어렸을 때 커서 뭐가 되고 싶어했을까요?"했는데 민국이는 "선생님" 했고 (언니가 초등학교 선생님임.)만세는 "공주님" 했음 ㅋㅋㅋㅋ
언니가 그 얘기 듣고 만세 얼굴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며 아주 좋아했음. 
삼촌이 없을 때"삼촌은 요즘 뱃살 때문에 한창 다이어트 중인데요, 지금은 과연 몸무게가 몇키로 일까요?"하고 물어봤지만 나도 정답을 몰라서 "이 문제의 정답은 이모도 모르기 때문에 나중에 삼촌이 오면 물어보는 걸로 합시다." 하고 까먹고 있었는데나중에 삼촌이 퇴근해서 오니 민국이와 만세가 득달같이 달려가서는"삼촌~ 그런데 삼촌은 몇키로야?" 라고 물어봄 ㅋㅋㅋ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퀴즈도 좋음.
"이모는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뭘로 태어나면 좋을까요?"라던가"자기전에 자장가로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노래는?" "좀 전에 할머니가 시장에서 오징어와 양파를 사오셨는데요, 과연 할머니는 이것들을 어떻게 요리할까요?" 같은.
이런건 질문자의 창의력을 조금 필요로해서 좀 힘들기도 함.하지만 애들은 좋아함. 

아, 제일 중요한건 퀴즈를 내면서 스스로에게 '나는 김성주다'하고 최면을 걸고 하는게 좋음.
김성주 빙의가 애들에겐 제일 잘 먹힘.
MC들처럼 질문하고 리액션해주면 꽤 오래 이렇게 입으로만 놀수 있음.
추임새와 부사, 의성어, 의태어가 중요함.
"자, 좀전에 삼촌이 퇴근해서 들어왔는데요...(여기까진 좀 천천히 말하고 뜸 좀 들임) 그렇다면 삼촌이 입었던 바지와 티는 각각 무슨 색이었을까요? (무슨 색이었을까요는 좀 빨리 말해서 긴장감을 줌 ㅋ)"정답을 말했을 때도 김성주처럼 "검은색과 파란색.......................... 송민국, 정답입니다!" 

빙의 얘기가 나왔으니 말하는 김에 하나 더 하자면놀이터 같은데 가서도 빙의놀이가 잘 먹힘.
이때는 이창명으로(출발 드림팀 버전) 빙의해야 함.
놀이터는 미션 클리어의 장소임.
요즘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은 미끄러지는 놀이 말고 다른 것도 많이 할수 있게 계단과 밧줄과 원통? 뭐 이런 다양한 것들이 같이 있음.
일단 아이에게 1단계 미션을 알림.
"자, 첫번째 미션은, 여기서 저기까지 무사히 통과하는 건데요. 시작해보겠습니다.송만세 어린이 출발!"하면 슥슥 잘 감.
이때 중요한건 중계를 잘 해줘야 함.
"송만세 어린이, 미션 1단계를 차분히 잘 시작했어요. 앞에 아이들이 원통 계단을 못 가서 좀 밀려있지만 괜찮아요. 이 미션은 시간 제한이 없기 때문에 조금 기다렸다가 천천히 가면 되는거거든요. 말씀드리는 순간! 아래로 꺼져있는 원통 계단 차례가 왔어요. 과연 송만세 어린이가 발을 헛디디지 않고 잘 지나갈수 있을까요"
이렇게 중계 해주는거, 애들이 정~말 좋아함.
자기가 주인공 같고 주목 받고 있다는 느낌에 좋아하는게 눈에 보임.
가끔 깜빡하거나 통화하느라 안 하고 있으면 와서"이모, 송만세 어린이~ 지나갑니다. 이거 해줘." 함 ㅋ
그걸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지나갑니다. 이거"라고 ㅋㅋㅋ
단점은....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자꾸 몰려온다는 거임.
자기들도 중계에 조연으로라도 출연하고 싶어함^^;;
"노란색 원피스 입은 언니가 송만세 어린이를 앞질러 갔어요."하면 나중에 또 만세 근처에 와서 놀면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봄. ㅋ 
놀이터에서 할수 있는 미션은 놀이 기구 타고 노는 것 외에도
= 모양의 블럭만 밟고 가기.
한발로 놀이터 한바퀴 돌기. (단, 쉴때는 두발 다 내려도 됨)
눈 감은 이모를 그네까지 안내하기. (안전을 위해 이모는 손으로 눈을 가린 후 손가락 사이로 밖을 봐야함 ^^;;) 
세명의 여자 아이에게 '안녕'하고 오기.등등
이런걸 미션으로 주고 미션 마쳤을 때는 꼭!이창명처럼 손짓과 함께 "2단계 미션, 성공~!" 이런거 해줌. 

퀴즈놀이나 미션놀이 둘다 사실은 입으로 놀아주는 거라 힘이 아예 안들지는 않음.
말 많이 하면 진이 빠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좀 익숙해지면 몸으로 놀아주는 것보다, 억지로 놀아주는 것보다 10배는 재밌고 보람있고 체력안배도 됨.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도 좋아함.
퀴즈놀이는 추억퀴즈나 관심퀴즈 같은 경우는 퀴즈 내려고 평소에도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게 됨. (선후가 바뀐거 아냐? ㅋㅋㅋ)
식당에서 밥 먹다가 누가 뭘 좀 평소보다 잘 먹으면"어, 우리 민국이 오늘은 만두 잘 먹네. 이거 잘 적어놨다가 나중에 퀴즈 내야지~"하면서 휴대폰에 메모해 놓으면 애들도 좋아함.
어떨땐 자기들이 먼저 "이모, 이거 퀴즈 수첩에 적어놔" 함. ㅋㅋ

미션놀이 중계는 대한이가 어릴때 부끄럼이 많아서
놀이터에서 좀 쭈뼛쭈뼛해하길래
평소 출발드림팀 자주 보는걸 알기에 한번 따라해봤는데
중계해줄때는 눈이 반짝하면서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 놈.
자기 행동을 내가 옆에 따라다니면서 중계해주면 이목이 집중되서 부끄러워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그 순간은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느낀다는걸 옆에서 보고 있는 나도 팍팍 느낌. 

점심시간이 다되서 끝내야 겠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