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부탁입니다. 겨벼운 마음으로 사지도 말고. 버리지 말아주세요

ㅠㅅㅠ2017.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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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앙고라 한 녀석 어느날 느닷없이 제게 찾아왔어요. 아니, 정확하게는 오빠에게 실려 왔어요.
도도하고 기품있게 이미 저와 살고있던 다른 아이들에게 전혀 기죽지 않고 상자에서 살포시 나와 온 방안을 검사하고 다녔죠.
반가움은 둘째고, 전 오빠에게 화부터 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어린시절 '네 후손은 너처럼 로드킬 당하지 않고 제 수명 다 채우고 갈수있게 키우겠노라 약속했던' 평생책임 져야할 한아이와 이사와 새로 정착한 동네 교회 한구석에서 이상한 인연으로 데리고온 업둥이와 이 이사온 동네에서 길고양이 데하듯 버려진 페르시안과 샴을 어머니가 업둥이로 데려와 제방에서 저 포함. 다섯식구가 바글바글하게 살고 있던 처지였었거든요.
박봉으로 벌어온 월급에서 겨우겨우 식구 생활비에서 뗀 용돈으로 고양이 사료와 모래를 사서 보살피고 있는 처지에 반가움은 제처두고 또하나의 생명의 무게에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오빠가 사정사정을 하더라고요. 오빠 다니는 회사에서 두 남자 부하직원이 팀부서 일도 못할정도로 사이가 나빠져선 자꾸 다투길래, 사정을 들어보니 부하 남자직원 한사람이 애인과 같이 키우던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는데 그 애인과 헤어지고나서 고양이 감당이 안되던 처지에, 다른 남자부하직원이 자기가 키워보겠노라해서 넘겼는데, 막상 키워보니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겁니다.
네, 상상은 가지요. 일단 고양이는 털이 엄청 빠지고 개털과는 다르게 옷이나 다른 곳에 붙어있는것이 섬유 사이로 비집고 끼어 붙어서 테이프로 떼어내려해도 잘 안빠지는 특성이 있지요. 또 감촉이 제 나름 좋게 느껴지는 곳은 어김없이 스크래치 삼아 긁고다니고요. 개보다 배변 능력이 좋다지만 냄세가 장난 아니어서 조금만 관리자가 게으름 피우면 특유의 변냄세가 온 집안을 채우지요.
뭐, 힘들었다는 것에는 공감이 갔지만서도요... 암튼
서로 데려가라 다투다가 그지경에 이르렀다고 얘기하더랍니다. 듣던 저희 오빠가 화가나서 당장 데리고 오라고 혼내고서는 그 일이 있던 주말에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 두부" 라는 이름으로 저희와 같이 살았습니다.
하지만 두부는 여느 아이들과 달랐습니다. 눈도 맞춰주고 제 몸 만지게는 해주면서도 언제나 차가웠습니다. "난, 어쩔 수 없어서 여기에 사는것 뿐이야, 너희들은 내 가족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것 처럼 제게 느껴지던 아이였습니다. 무언가를 그리워 하듯이 항상 창가에서 먼 곳을 지긋이 바라보고만 있을뿐 다른아이들과 어울리지도 않았고 조금만 추워도 서로 부등켜 끌어안고 자는 다른 아이와는 다르게 언제나 두부는 혼자였습니다. 그런 두부가 눈빛이 순간 달라지며 다정해 질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바로 남자들을 볼 때였습니다. 그때 알았죠.
'아, 두부는 둘 중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전 남자주인을 그리워 하고 있구나' 하는걸요.
내 방는 온통 고양이들로 바글바글 하던 곳인데 그속에서 유일하게 항상 외롭던 아이였습니다. 두부라는 이름에도 별 반응 없던 녀석에게 전주인이 부르던 이름이라도 찾아주고 싶어서 오빠에게 연락 해보니, 그 두 남자직원들은 그만둬서 연락 할 길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두부의 이름도 못찾아주고 긴 세월을 저희와 같이 지냈습니다. 그러다 이달 우리 고양이들 사이에서 허피스라는 고양이 감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겨울 어머니께서 데리고 온 업둥이 고양이 한 녀석이 호기심에 밖을 나갔다 들어와 감염되어 전체 퍼지게 되었지요.
동물병원에선 생후 1년 전의 아기고양이 치료에 신경쓰고 성묘는 그러다 괜찮아 진다고 해서 면역력 높여주려 좋아하는 간식에 영양가에 신경써서 밥주며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아픈 와중에도 열심히 먹고 마시며 잠자더니 점차 완치되어 갔지만 우리 두부는 달랐습니다. 삶을 포기한 아이 같았어요.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그저 구석에서 잠만 자려 하였습니다. 전 그런 두부에게 억지로라도 먹이려 씨름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먹여도 토하고. 밥먹여도 토하고. 약먹여도 그렇고. 하루 하루 두부와 씨름하며 스크래치 난 제 손길을 그저 귀찮아하고 싫어했습니다. "그냥 , 날 내버려 둬!"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안먹기 시작한 3일이된 오늘, 도저희 안되겠어서 병원에 선생님이 계신지 전화하고 두부를 담요로 둘러싸 차타고 달려가는 도중에 매우 힘들어하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병원에 도착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축 늘어져버린 두부를 끌어안고 되돌아 왔습니다. 묻어주는 내내 울면서 미안한 마음에 안타까운 마음에 그 긴시간 저 혼자 짝사랑 했지만 그래도 곁에 있어주어 감사했던 아이에게 작별인사 했습니다.
" 두부야, 하늘나라 가기전에 그렇게 네가 그리워 했던 네주인 한번 보고가."
쓸데없이 길게 적은 제 글의 하고 싶은 말은 제발 가벼운 마음으로 동물을 키우지 말아달라 말하고 싶어서 입니다.
사람은 동물이 그저 한순간 스쳐지나가는 존제이겠지만 우리 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주인은 자신의 세상이고 전부입니다. 주인이 없다는 것은 자기가 살 세상을 잃어버린 겁니다. 살아갈 의지를 잃어버린 겁니다. 우리 두부 처럼요. 제발 그렇지 말아주세요.
"두부야, 누나는 그래도 두부를 많이 사랑했어. 가난한 누나 만나서 맛있는 간식 많이 사주지도 못하고 아프게만 해서 미안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