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lover)vs나의 사랑하는 친구(lovely friend)

반디2004.01.26
조회857

처음으로 이 공간에다 저의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저 조차도 제 감정을 읽을 수가 없기에,

조금이나마의 도움을 얻을까 하여 이렇게 글을 적으려 합니다.

 

저에겐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올 해 저의 나이 24살, 남자친구는 27살이지요.

 

우리는 참 잘 지냅니다.

물론 가끔씩 다투기도 하지만, 이내 곧 풀어져 버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긋 웃으며...그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로의 손뼉이 마주쳐야 박수소리가 나는 거라고는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오빠의 저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순수하고 배려깊은 지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박수 소리는 오빠의 진실한 애정으로 인해

더욱 크게 나는 건지도 모릅니다.

 

여기 글을 읽다보면,

'저런 남자들도 있구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저의 오빠는 참 자상하고 배려깊습니다.

아니, 저를 위해 너무나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락도 저 보다 더욱 자주하고,

항상 다음 주에, 다음 달에 어디가서 뭘 하면 좋을 지 생각하고,

생각해 둔 것은 꼭 저에게 상의하여, 혼자서 함부로 결정하는 법이 없습니다.

 

제가 해 준 말은 잊어먹을까봐 수첩에다가 꼭꼭 정리해두고,

오빠 가족에게는 물론, 친구들과 연구소 동기와 선배들에게 모자라기만 한 여자친구 자랑도 한답니다.

핸드폰과 지갑에도 제 사진을 넣어다니고,

수첩을 열면 저와 오빠가 웃으며 찍은 사진이 바로 보이도록 붙여 놓았습니다.

 

연구소 컴퓨터 옆에도 저랑 찍은 액자 사진이 있으며,

오빠 방의 책상 위에도 저와 오빠는 그렇게 웃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한 적도 없습니다.

저와 만나지 않는 경우에는,

연구소나 도서관...아니면 집에서 가족들과 항상 함께 있습니다.

담배는 한 번도 피워 본적이 없고,

술은 체질적으로 거의 하지 못합니다.

 

...

생각해보면,

이렇게 착하고 좋기만한 오빠인데...

...

전,

너무 이상한 여자인 것 같습니다.

...

 

오빠를 좋아합니다.

믿고 의지하고 존경하고...또 따르고 싶을만큼 아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친구와의 우정이 너무 힘들게 다가옵니다.

 

그 아이는 남자입니다.

대학 동창이지요.

오빠를 알게되기 전 부터 알았던 정말 친한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나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왜냐하면 내가 말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부터,

저는 나쁜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빠의 일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때로는 2주에 한번이기도...)밖에 만날 수 없다는 것이 가져다 준

저의 공허함에

그 아이가 너무 많이 들어와 박혀 있는 듯 합니다.

 

오빠는 자주 만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합니다. 저에게 너무 미안해 합니다.

저는 오빠에게 괜찮다고 그럽니다.

괜찮으니, 걱정마세요.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기다리는 애틋함이 있어서 좋아요.

...라구요.

 

그러나, 오빠와 통화하지 않는 시간에는 그 아이와 자주 전화를 합니다.

...저도 양심이 있기에 친구와 거의 만나지는 않습니다.

친구는 그런 저를 이해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전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항상 전화로만 이야기를 합니다.

 

친구는 매일 저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저에게 물어보고, 상의하고, 약속도 합니다.

그 약속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친구의 모습이 참 이쁩니다.

술도 많이 줄였습니다.

군에 다녀와서 저랑 약속한대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올 여름에 배낭여행 갈 준비도 해 놓았습니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도서관에 간다며, 문자를 보내오네요

1월달 안에 700p 분량의 전공서적을 다 공부하기로 저와 약속했기 때문에 지키고 싶답니다.

하루 12시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저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힘들것만 같았던 순간순간들을

저로 인해서 많이 견디어 내고,

또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고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저에게 너무나도 고마워 합니다.

저는 괜찮다고 그럽니다.

...친구잖아, 우리 친구니깐 서로 도와야지...

이 말을 할 때 마다 그 아이는 그럽니다.

 

- 너... '친구'...라는 말을 왜 그렇게 자꾸 강조하느냐고.

나도 우리 친구인 거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 아이는 자주 저에게 말합니다.

...

- 혹시 지금 너한테 내가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기다릴꺼다.

- 1년이고 2년이고...아니 그 이상이더라도 기꺼다.

- 이미 너한테 내 인생 걸꺼라고 다짐한지 오래다.

- 지금의 내가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어울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꺼다.

- 너를 위해서다.

 

이런 말 할 때 마다 저는 친궁게 말합니다.

...

- 그런 말 할꺼면, 연락끊자.

- 우린 친구다.

- 난 참 나쁜 사람이니깐, 넌 정말 좋은 애인 만났으면 좋겠다.

 

...라구요.

 

...

애인은 11시가 조금 넘으면 꼭 잠이 듭니다.

저는 새벽 2시에 잠을 잡니다.

그 친구는 12시가 넘으면 전화를 합니다.

...그렇게 1시간이 넘는 통화를 합니다.

 

...힘들 때 오빠는 멀리 있어 오지못하지만, 그 친구는 어느 새 집 앞에 와 있습니다.

 

...눈물이 무수히 쏟아져 나올 때, 오빠는 전화로 울지마라 그러지만,

   그 친구는 묵묵히 제 곁에서 손수건을 건네 줍니다.

 

...외로움이 물밀듯이 밀려올 때, 난 오빠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나의 외로움을 오빠에게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친구는 저에게 노래를 불러줍니다.

   ...어제도 그렇게 저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목이 메이고 있다는 것을...느꼈습니다.

 

 

-----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이 노랫말이 너무나도 와 닿습니다..........................

 

지금의 난, 오빠에게 너무나도 나쁜 사람입니다.

 

지금의 난, 친구에게 너무나도.....필요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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