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못마시고 밥 조금먹는것도 죄인가봐요

꺼져라쓰레기2017.05.30
조회991
*(주의)스크롤압박 엄청남
*모바일이라 띄어쓰기 양해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결시친에 지혜로운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고견 듣고자 방탈하여 글씁니다ㅠㅠ

그냥... 미쳤다고 욕해주셔도 됩니다

저는 올해 30살이고,
서울 상위권 대학 졸업 후 대기업 5년차 재직중인 여자입니다.

두 달 전쯤인가? 회사동료가 건너건너 아는사람 소개팅을 주선했어요.

상대는 31살,
만나보니 얼굴도 제 스타일.
탄탄한 직장에 좋은 차! 속물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더 호감이 가더라구요.

무엇보다 나긋나긋한 말투로
"쭉 지방에서 살다가, 3년 전부터 수원에 올라온 시골촌놈"이라며, "서울지하철을 타보고 싶다"고 얘기하는데...  와....
정말 순박하고 진솔해보여서 순식간에 마음이 뺏겼어요

사귀기도 전인데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하면 밤에도 아이스박스에 넣어 바로 들고 올 정도로 저한테 잘했고,
차 문 열어주고, 급정거할때 배(?) 보호 해주고
길거리 걸을때 바깥쪽으로 걸어주고 등등
드라마 한편 찍었네요 ㅋㅋ

그런데 지내다보니 저랑은 좀 다른 부분이 슬슬 발견되더라구요.

우선, 그 사람이 술을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에 3-4번은 필름 끊길때까지 마시는데, 인당 기본 소주2병.

제가 술을 잘 못마시는데도, 데이트의 끝은 거의 술이며, 먹고 취하면 저희 집 근처 모텔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저 데리러오고, 데이트하고 반복.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그런것이 반복되니까 평소에 이렇게 노는 사람인가 갸우뚱.

그리고 또 제가 알기론 그 사람 회사가 야근이 꽤 심하다고 알고 있는데, 매일 5시면 땡퇴하는것도 신기.
친구한테 부탁해서 알아봤더니 초대졸 직군.
(정규직+사무직이긴 하나 대졸공채처럼 연봉제가 아니고 월급제라 시간맞춰 땡퇴할수 있는거였어요)

초대졸 무시하는거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저도 인간인지라 지방전문대졸이라고 하니, 처음에 솔직히 실망은 됐지만, 학벌이 전부도 아니고, 사람 진솔하고 괜찮으면 됐지 라는 생각으로 만났고 결국 그사람이 멋들어지게 고백해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휴...글이 길어졌네요
결론은 한달사귀고 풍비박살 났어요
지금은 그인간이랑 사귄거 너무 후회합니다


사귀기전엔 안그러더니, 사귀고는 많이 달라집디다.

회사에서도 안하는 술강요를 남친이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편의상 남친이라고 할게요)
제가 술 잘 못마시는걸 남친이 너무나 싫어했고,
전여친이랑 비교+지적 해가면서 기어코 술을 먹이더라구요.

사실 입에도 잘 안대던 술인데, 전여친이랑 술궁합이 잘맞았다는 얘기까지 들으니까 저도 자존심 상해서 그냥 미친듯이 마셔 제꼈어요.

그리고 저는 이런저런 얘기하는걸 좋아하는데, 사귀면서 대화라는걸 오래 해본적이 없습니다. 공통점이 없더라구요.

1년 동안 책 한권 읽지 않는 남자,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조차없고, 본인 목표도 없고, 딱 지금의 행복, 단편적인 사고만 하는 사람. 진정한 욜로(?)삶을 사는 사람 ㅋㅋ 대화가 잘 안되더군요.
근데,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냥 모든게 좋았어요. 같이 있는거 자체가 설레더라구요.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사귄지 얼마후 제 생일이었습니다. 큰 기대는 안했으나, 그래도 나름 직장인인데...2만원대의 메트로시티 귀걸이 받으니 순간 벙찌더라구요 ㅋㅋ

술 값만 하루5~6만원 쓰는 사람이 여자친구 첫 생일선물로 2만원짜리 귀걸이는 솔직히 너무 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밥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사주려나 했는데...하.... 동네 치킨집에서 제가 쐈네요 ㅋㅋㅋ 양념 반 후라이드 반 ㅋㅋㅋ
(평소 데이트비용은 차 기름값 감안해서, 비싼건 제가 내고 싼건 전남친이 냈습니다)

심지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는데, 제 이름이 만약 '영희'라면, '희영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라고 합디다 ㅋㅋㅋ 제 이름을 순간 착각했대요.

이거말고 너무나 너무나 많은데 그냥 다 참았어요.
참은데 이유가 어딨나요. 좋아서였죠.

그런데 어느 날 전 남친이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전 여친때문에 상처를 너무 받아서그런데,
너가 나를 더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구요.

그때는 이 오빠가 자존감이 낮아서 이러는건가 안쓰러웠고, 제가 더 이해해주고 잘해야지 했어요.


각설하고,

이런 부분이 꾹꾹 쌓이고 있을때쯤 데이트 잘 하다가 갑자기 모텔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제 기준에서 한달 채 사귀지 않았는데 성관계는 너무 빠르다고 판단되고, 특히 마음이 별로 동하지 않는데 가고싶진 않아서 완곡히 거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전 남친 왈.

너는 너무 뒷걱정을 많이한다. 도저히 나랑 성향이 안맞다.
나는 지금을 사는 사람인데, 너는 그렇지않다
너는 일탈이 필요하다.
내가 너처럼 좋은고등학교, 좋은대학교나왔으면 그렇게 재미없게 살지 않았다.
내가 너였다면 더 큰 사람이 됐을거다.
나는 너가 술못마시고, 밥도 조금먹어서 그게 가장 싫다. 사실 전 여친 잊을 도구로 널 만났는데 이런부분(술과 밥)이 다르니 전 여친이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대망의 명언 ㅋㅋ
너가하는말 사실 어려워서 못알아듣겠다  ㅋㅋㅋ

좋아하는사람한테 이런 말 들으니
제가 살아온 삶과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눈물이 줄줄 나오는데 그거보고 한다는 말이
'슬픈말 아닌데? 너 너무 곱게 컸다. 내가 앞으로 너 강하게 키울거야. 봐봐. 지금도 술 꺾어 마시고 밥 거의 남겼잖아'

그때 딱 연애고 뭐고 '내가 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들었고, 돌아와서 전화로 바로 헤어졌습니다.

뭔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내 인생 최고의 일탈이 너랑 사귄거다'라고 쏘아주고 '책좀 읽고 말귀 좀 알아들어라.' 고 했죠. 이거 외에도 최대한 상처주는 말 속사포로 해주고 끊었어요.


고작 한달 좀 넘게 사귀었고, 이제는 저 사람 너무 아닌거 잘 아는데, 이상하게도 제가 너무 좋아했어서 그런지 아직도 마음 아프고, 정신 못차리고 있네요
최선을 다한 연애에 결과가 이런건가싶고...

4월 한달 식음전폐하다가 살도 쪽 빠지고
그래도 지금은 거의 회복됐는데
한번씩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 힘드네요
정신병인가요ㅋㅋ
따끔하게 저 혼좀 내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