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가 얼마 살진 않았지만 24년 살다살다 여기다가 글을 쓰는건널 많이 사랑하기도 했고 널 많이 미워하기도 했단 그 많은 기억들 중 하나겠지.
2016년 9월, 우린 그때 처음 만났다. 물론 나는 전역을 반년정도 앞둔 육군 병사 시절이었고너는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었다.
우리의 첫 만남은 다른 사람들처럼 화려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참 특이한 케이스의 만남이었다. 일명 "사이버러버" 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맞는 말 이겠지.
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나에게 연락을 했고, 나는 니 연락을 받았고우리는 그렇게 몇일간은 페이스북 메세지를 통해 서로에 대해 얘기했고 점차 알아갔지 그러다가 널 직접 만나서 얘기할 수 없는 나는 너에게 번호를 물었고 너는 친절히 알려주더라솔직히 얘기하면 언제부터 정확한 시작이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더라 내 일과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잠들기 전 시간까지 너와 나는 무슨 힘이 그렇게 솟았던지끝 없이 전화를 계속 했었지, 그런식으로 9월 말 까지 계속해서 전화를 하던 도중 나는 어느 한 순간에 사진으로 밖에 못보던너에게 "호감" 이라는 감정을 가져버렸다.
남들이 보면 아마 미쳤다고 할거야 그렇지?" 어떻게 SNS에서 만난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 수가 있냐" 라고들 말할꺼야.근데 첫 만남이 SNS던 채팅어플이던 길거리던 나는 어디서든 간에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고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너는 그게 아니였던가 보다.
우리는 그렇게 계속 통화를 이어가다가 정확히 10월 초 교제를 시작했다. 너와 교제를 시작하고 나는 네가 나에게 "보고싶다" 라는 그 한마디를 던졌기에있는 힘 없는 힘 다 쥐어짜내며 10월 말 휴가를 확정했고, 네게 말했다. 전화로 네게 휴가 소식을 알리니 넌 어린아이 처럼 방방뛰며 행복해 하고 좋아했지.
그렇게 내가, 아니 우리가, 서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렇게 애가 타던 휴가 첫 날을 마주했고 나는 네 얼굴을 볼 생각에 한참을 두근거리며 강원도에서 부산까지 그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너는 날 보겠다며 "내가 꼭 갈테니까 어디 가지말고 기다려!" 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음을 더 주체할 수 없었다, 5시간의 대 장정을 끝 마친 난 부산역에 도착했고내 도착 소식에 기뻐 할 네게, 도착해서 날 기다리고 있겠다던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후 2시 45분에 부산역을 도착해서 오후 8시 30분까지난 너에게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네가 올거라고 굳게 믿으며올바르게 각 잡힌 베레모와, A급 전투복을 다듬고 또 다듬으며약 6시간 동안 널 기다렸고네 연락을 또 기다렸다.
그런데 네 연락은 전혀 오지 않았고, 나는 기다림에 지쳐 먼저 집으로 갔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새벽 2시쯤 네게 문자가 하나 와있더라. 내용은 "아 미안 나 친구랑 카페에 갔었어ㅠㅠ" 라는 한마디.
원래 이러면 사람이 열받아야 하는거 아니가?근데 난 왜 이상하게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갔을까.
그렇게 그냥 휴가 첫 날을 버리고 2일째12시에 약속을 잡은 우리는 부산대학교 근교에 있는어느 카페에서 보기로 했고 난 9시 30분에 도착해서 오늘은 너와 무엇을 할까.어디를 가고 어디서 뭘 먹고 걷기 좋아하는 널 위해 산책로까지 하나하나부산대학교 전체를걸어다니며 같이 가면 좋을 곳 사진도 찍어놓고몇번을 왕복하며 길까지 다 외워두었다.
그렇게 걷고 걷다보니 어느덧 11시 40분이더라 그래서 카페에 얼른 도착해서 널 기다렸다.12시, 1시, 2시....오늘도 어김없이 네 연락은 오지 않았고, 나는 그래도 기다렸다.
마치 주인이 날 버리고 떠났음에도그 사실을 믿지 못하고 여전히 기다림을 갈망하는 유기견 처럼.
그렇게 카페에서 홀로 기다린지 3시간이 좀 넘었을까조심스레 문 열고 들어오는 네 모습이 보이더라 난 그래도 네가 너무 반가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많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네 얘기에"나도 도착 했었는데 근처에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가 금방 도착했어" 라고 변명을 해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 어색한 분위기 속 몇마디만 주고받은 채 커피만 홀짝홀짝 마셔댔고 40분 가량 있었으려나.. 일어나자는 네 얘기와 동시에 넌 나에게 "계산 하구 와, 기다릴게" 라고 했지사실은 카페에 도착 하자마자 미리 결제 다 해놓고 기다렸던 건데.
자, 뭐 어찌 되었던 간에 너와 나는 밖에 나와서 사람이 붐벼대는 길을 천천히 걷던 도중네가 누군가에게 엄청 반갑게 인사하더라 그것도 여느 남자에게 서로 껴안으며 반갑다고 잘 지냈냐 너무 보고싶었다오늘 술 한잔할래? 이렇게 먼저 얘길 꺼내는 널 보고 솔직히 너무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라...서운하기도 하고, 그래도 난 애써 웃으며 넘겼다.
나에게 "인사해ㅎㅎ내 친구야" 라고 만 소개하던 네 모습이 뭐가 그리 또 예뻐 보였는지 나는 또 웃으며 "엄청 좋은 친구인가봐" 라고 얘기해줬네 나는 너와 24시간이 너무 짧은데. 4시가 좀 넘고, 너는 나에게 한마디를 툭 던지더라"나 좀 있다가 친구랑 약속이 있는데, 가봐야 할 것 같아" 라고 말이지. 안보내주면 쪼잔한 남자친구가 될까봐알겠다고 얘기한 뒤 15분 정도 거리를 걷다가나는 널 보냈다 내 옆에 서 있는 널 보내며 내 마음에도 머물러 있던 널 조금은 보냈지6박 7일간의 휴가 중, 단 55분만 널 보고 남은 모든 시간들은 널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저녁에 올라온 네 페이스북 게시물, 길거리를 걷다가 만난 너의 남자인 친구그 친구의 목에 네 팔이 감겨있고 볼은 바싹 붙어있는 채 너흰 사진을 찍었더라.
그걸 본 나는 너에게"잘 놀고 있어? 너무 많이는 마시지 말구 조심히 놀다 들어가구 시간 괜찮다면 연락해줘"라는 메세지를 남겨 놓았지.
근데, 네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은 끊임없이 올라오는데내 카톡에는 네 메세지가 오지 않더라. 새벽 6시, 난 그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은 널 기다리며 책상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음날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네게 연락이 와 있더라.
"어제 휴대폰 충전 시키느라 못봤어 미안해ㅠㅠ" 괜찮다, 괜찮아, 나는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 왜냐하면 나는 네가 좋으니까.어떻게 만남을 가졌던 간에 난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너는 내가 복귀하는 날, 위병소를 들어가야해서 휴대폰을 꺼야하는그 순간까지전화한번, 카톡한번 없더라.
사상 최악의 휴가를 맞이하고 들어간 나는, 다음날 싸지방에서 네 메세지를 확인했다."잘 들어갔지?" 라는 한마디, 보자마자 마음이 복잡하고 뒤숭숭하더라 그 이후로 너와 나는 4일에 한번, 30분씩 전화를 했다, 물론 그것도 네가 정한거였지만처음엔 너와 전화하는 시간이 너무 좋고 끊기가 아쉬웠던 나인데 어느 순간부턴 너와 전화하는게 너무 지루하고 힘들고 지치더라.차라리 그 시간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는 네가 내 여자친구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너에게 최선을 다 했다, 남은 복무기간 194일간 너에게 쓴 편지만377통이 되더라, 빼빼로데이가 다가왔던 그 날도 나는 PX에서 얼마 되지않는 군인 월급으로택배 박스에 꽉꽉 채운 채 네게 택배를 보냈고, 12월 26일, 네 생일날엔크리스마스를 같이 기념하여평소에 네가 필요하다고 했던 화장품, 예쁘다고 말했던 옷과 신발네가 쓴다면 정말 이쁠 것 같았던 머리핀과 악세사리를 주문해서 보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넌 평소와 너무나 달라지더라, "너무 고마워" 라는 한마디와 함께 애교섞인 목소리 나는, 너의 그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네 목소리를 듣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평범하게 우린 2016년의 한해를 마무리하고, 2017년의 한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1월, 2월. 서로 다툼없이 평소나 다름없이 두달을 보내고3월, 나는 전역을 명 받아사회로 나오게 되었다. 기쁜 마음을 안고 너에게 선물 할 신발을 사서 꽃도 직접 그리고 여분의 전투복으로 네 이름이 들어간 전역복도 같이 맞추고 네게 보여 줄 스케치북 편지와 안개 꽃 한 다발 네가 평소 좋아하던 대형 라이언 인형까지 나는 네가 좋아하리라 생각하여 그렇게 많은 선물들을 들고6개월간 날 기다려준 너에게 다시한번 사랑을 표하기 위해너희집으로 힘찬 발걸음에 달려갔다.
부산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약 1시간 정도 타고난 뒤 도착한 너의 집.네가 알려준 입구 비밀번호를 기쁜 마음으로 누르고엘리베이터를 타 너희집이 있는 층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너희집 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르려던 그 순간.너희 집 안에서 누군가가 허덕이는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걸 난 들었다.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벨을 누르려던 찰나 신음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르던 네 목소리를 난 똑똑히 들었지.
억장이 무너지더라 난,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
다리엔 힘이 풀리고, 사람이 한대 얻어 맞았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머리가 띵하더라.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일어날 힘이 도저히 안났거든. 그리곤 휴대폰을 켜서 너에게 이별통보를 하려고 들어간 카카오톡엔네 메세지가 있더라.
"나 오늘 회사에 일이 있어서 아마 저녁쯤 마칠 것 같아" 라고.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내가 가지고온 모든 선물을 네 집 현관문 앞에 고이 올려둔 채 집으로 돌아왔다, 사상 최악의 휴가와 사상 최악의 전역을 나는 이렇게 했구나.
집에 돌아온 나는 네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6개월간 많이 힘들었을 너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해 죄책감이 들 뿐이고 이제는 좋은사람 만나서 내 곁에 있을때 보다 더 예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메세지를 보냈지.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답장이 오더라. "왜그래? 일단 만나서 얘기해" 우리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까....유치원에 일 있어서 늦게 마친다던 애가집에서 다른 남자랑 발가벗고 섹스하고있었어? 라고 얘기할까.
나는 그래도 여자는 소중해서 항상 아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에겐 "내가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그런다, 미안하다." 그렇게만 얘기하고내 휴대폰에서 네 번호를 모두 차단했다.나와 연락이 닿질 않으니내 집앞까지 찾아온 널 난 몇번이나 매정하게 무시했고 네 친구들이 나에게 연락이 와도 나는 그 모든 사람들을 차단했다. 오늘은 딱 너와 이별한지 2개월이 지나가는 밤이란다.
넌 여전히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지켜본다는 얘기가 항상 나에게 들리고내 친구들과 나와 연락이 되는 네 친구들에게 내 안부를 물어본다고들 얘기하더라
미안하다, 이제 잊어줘라 부탁할게.
나는 네가 너무 좋았고 그래서 네게 미친듯이 타오르며 널 안으려 했다.하지만, 네 등에는 가시가 있었고, 나는 그 가시가 있는 걸 알지 못했었던 것 같다.
너의 등에 있었던 그 수 많았던 가시들에 찔리고 구멍이나버린 후엔널 보는 내 모습이너무 처량하고 너무 안쓰럽더라.
고맙다 나에게 사랑을 알게 해줘서, 아직 다 안다고는 못하지만 어느정도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다른 공간,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은 아침과 같은 밤을 맞이하겠지.
나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너를 내 기억속에서 지우려 한다.
나에겐 가장 최악이었고, 한 순간 가장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너를.이걸 니가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네게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다.사랑한다. 이제 사랑한다는 말도 보고싶다는 말도 그 어떤 얘기도 우리는 할 수 없는 사이가 되겠지.그래서 찌질하고 구차하지만 이렇게 글에서라도 말 하고 싶었다, 이젠 진짜 인사할게, 안녕.
안녕 잘가.
2016년 9월, 우린 그때 처음 만났다.
물론 나는 전역을 반년정도 앞둔 육군 병사 시절이었고너는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었다.
우리의 첫 만남은 다른 사람들처럼 화려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참 특이한 케이스의 만남이었다. 일명 "사이버러버" 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맞는 말 이겠지.
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나에게 연락을 했고, 나는 니 연락을 받았고우리는 그렇게 몇일간은 페이스북 메세지를 통해 서로에 대해 얘기했고 점차 알아갔지
그러다가 널 직접 만나서 얘기할 수 없는 나는 너에게 번호를 물었고 너는 친절히 알려주더라솔직히 얘기하면 언제부터 정확한 시작이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더라
내 일과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잠들기 전 시간까지 너와 나는 무슨 힘이 그렇게 솟았던지끝 없이 전화를 계속 했었지, 그런식으로 9월 말 까지 계속해서 전화를 하던 도중
나는 어느 한 순간에 사진으로 밖에 못보던너에게 "호감" 이라는 감정을 가져버렸다. 남들이 보면 아마 미쳤다고 할거야 그렇지?" 어떻게 SNS에서 만난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 수가 있냐" 라고들 말할꺼야.근데 첫 만남이 SNS던 채팅어플이던 길거리던 나는 어디서든 간에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고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너는 그게 아니였던가 보다.
우리는 그렇게 계속 통화를 이어가다가 정확히 10월 초 교제를 시작했다.
너와 교제를 시작하고 나는 네가 나에게 "보고싶다" 라는 그 한마디를 던졌기에있는 힘 없는 힘 다 쥐어짜내며 10월 말 휴가를 확정했고, 네게 말했다.
전화로 네게 휴가 소식을 알리니 넌 어린아이 처럼 방방뛰며 행복해 하고 좋아했지.
그렇게 내가, 아니 우리가, 서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렇게 애가 타던 휴가 첫 날을 마주했고
나는 네 얼굴을 볼 생각에 한참을 두근거리며 강원도에서 부산까지 그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너는 날 보겠다며 "내가 꼭 갈테니까 어디 가지말고 기다려!" 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음을 더 주체할 수 없었다, 5시간의 대 장정을 끝 마친 난 부산역에 도착했고내 도착 소식에 기뻐 할 네게, 도착해서 날 기다리고 있겠다던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그리고 서른 여섯번의 발신 전화너에겐 서른 여섯번의 부재중 전화.
오후 2시 45분에 부산역을 도착해서 오후 8시 30분까지난 너에게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네가 올거라고 굳게 믿으며올바르게 각 잡힌 베레모와, A급 전투복을 다듬고 또 다듬으며약 6시간 동안 널 기다렸고네 연락을 또 기다렸다.
그런데 네 연락은 전혀 오지 않았고, 나는 기다림에 지쳐 먼저 집으로 갔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새벽 2시쯤 네게 문자가 하나 와있더라.
내용은 "아 미안 나 친구랑 카페에 갔었어ㅠㅠ" 라는 한마디.
원래 이러면 사람이 열받아야 하는거 아니가?근데 난 왜 이상하게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갔을까.
그렇게 그냥 휴가 첫 날을 버리고 2일째12시에 약속을 잡은 우리는 부산대학교 근교에 있는어느 카페에서 보기로 했고
난 9시 30분에 도착해서 오늘은 너와 무엇을 할까.어디를 가고 어디서 뭘 먹고 걷기 좋아하는 널 위해 산책로까지 하나하나부산대학교 전체를걸어다니며 같이 가면 좋을 곳 사진도 찍어놓고몇번을 왕복하며 길까지 다 외워두었다.
그렇게 걷고 걷다보니 어느덧 11시 40분이더라
그래서 카페에 얼른 도착해서 널 기다렸다.12시, 1시, 2시....오늘도 어김없이 네 연락은 오지 않았고, 나는 그래도 기다렸다.
마치 주인이 날 버리고 떠났음에도그 사실을 믿지 못하고 여전히 기다림을 갈망하는 유기견 처럼.
그렇게 카페에서 홀로 기다린지 3시간이 좀 넘었을까조심스레 문 열고 들어오는 네 모습이 보이더라
난 그래도 네가 너무 반가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많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네 얘기에"나도 도착 했었는데
근처에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가 금방 도착했어" 라고 변명을 해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 어색한 분위기 속 몇마디만 주고받은 채
커피만 홀짝홀짝 마셔댔고 40분 가량 있었으려나..
일어나자는 네 얘기와 동시에 넌 나에게 "계산 하구 와, 기다릴게" 라고 했지사실은 카페에 도착 하자마자 미리 결제 다 해놓고 기다렸던 건데.
자, 뭐 어찌 되었던 간에 너와 나는 밖에 나와서 사람이 붐벼대는 길을 천천히 걷던 도중네가 누군가에게 엄청 반갑게 인사하더라
그것도 여느 남자에게 서로 껴안으며 반갑다고 잘 지냈냐 너무 보고싶었다오늘 술 한잔할래? 이렇게 먼저 얘길 꺼내는 널 보고
솔직히 너무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라...서운하기도 하고, 그래도 난 애써 웃으며 넘겼다. 나에게 "인사해ㅎㅎ내 친구야" 라고 만 소개하던 네 모습이 뭐가 그리 또 예뻐 보였는지
나는 또 웃으며 "엄청 좋은 친구인가봐" 라고 얘기해줬네
나는 너와 24시간이 너무 짧은데.
4시가 좀 넘고, 너는 나에게 한마디를 툭 던지더라"나 좀 있다가 친구랑 약속이 있는데, 가봐야 할 것 같아" 라고 말이지.
안보내주면 쪼잔한 남자친구가 될까봐알겠다고 얘기한 뒤 15분 정도 거리를 걷다가나는 널 보냈다
내 옆에 서 있는 널 보내며 내 마음에도 머물러 있던 널 조금은 보냈지6박 7일간의 휴가 중, 단 55분만 널 보고 남은 모든 시간들은 널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저녁에 올라온 네 페이스북 게시물, 길거리를 걷다가 만난 너의 남자인 친구그 친구의 목에 네 팔이 감겨있고 볼은 바싹 붙어있는 채 너흰 사진을 찍었더라.
그걸 본 나는 너에게"잘 놀고 있어? 너무 많이는 마시지 말구 조심히 놀다 들어가구 시간 괜찮다면 연락해줘"라는 메세지를 남겨 놓았지.
근데, 네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은 끊임없이 올라오는데내 카톡에는 네 메세지가 오지 않더라.
새벽 6시, 난 그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은 널 기다리며 책상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음날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네게 연락이 와 있더라.
"어제 휴대폰 충전 시키느라 못봤어 미안해ㅠㅠ"
괜찮다, 괜찮아, 나는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 왜냐하면 나는 네가 좋으니까.어떻게 만남을 가졌던 간에 난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너는 내가 복귀하는 날, 위병소를 들어가야해서 휴대폰을 꺼야하는그 순간까지전화한번, 카톡한번 없더라.
사상 최악의 휴가를 맞이하고 들어간 나는, 다음날 싸지방에서 네 메세지를 확인했다."잘 들어갔지?" 라는 한마디, 보자마자 마음이 복잡하고 뒤숭숭하더라
그 이후로 너와 나는 4일에 한번, 30분씩 전화를 했다, 물론 그것도 네가 정한거였지만처음엔 너와 전화하는 시간이 너무 좋고 끊기가 아쉬웠던 나인데
어느 순간부턴 너와 전화하는게 너무 지루하고 힘들고 지치더라.차라리 그 시간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는 네가 내 여자친구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너에게 최선을 다 했다,
남은 복무기간 194일간 너에게 쓴 편지만377통이 되더라,
빼빼로데이가 다가왔던 그 날도 나는 PX에서 얼마 되지않는 군인 월급으로택배 박스에 꽉꽉 채운 채 네게 택배를 보냈고,
12월 26일, 네 생일날엔크리스마스를 같이 기념하여평소에 네가 필요하다고 했던 화장품, 예쁘다고 말했던 옷과 신발네가 쓴다면 정말 이쁠 것 같았던 머리핀과 악세사리를 주문해서 보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넌 평소와 너무나 달라지더라, "너무 고마워" 라는 한마디와 함께 애교섞인 목소리
나는, 너의 그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네 목소리를 듣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평범하게 우린 2016년의 한해를 마무리하고, 2017년의 한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1월, 2월. 서로 다툼없이 평소나 다름없이 두달을 보내고3월, 나는 전역을 명 받아사회로 나오게 되었다.
기쁜 마음을 안고 너에게 선물 할 신발을 사서 꽃도 직접 그리고
여분의 전투복으로 네 이름이 들어간 전역복도 같이 맞추고
네게 보여 줄 스케치북 편지와 안개 꽃 한 다발
네가 평소 좋아하던 대형 라이언 인형까지
나는 네가 좋아하리라 생각하여 그렇게 많은 선물들을 들고6개월간 날 기다려준 너에게 다시한번 사랑을 표하기 위해너희집으로 힘찬 발걸음에 달려갔다.
부산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약 1시간 정도 타고난 뒤 도착한 너의 집.네가 알려준 입구 비밀번호를 기쁜 마음으로 누르고엘리베이터를 타 너희집이 있는 층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너희집 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르려던 그 순간.너희 집 안에서 누군가가 허덕이는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걸 난 들었다.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벨을 누르려던 찰나
신음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르던 네 목소리를 난 똑똑히 들었지.
억장이 무너지더라 난,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
다리엔 힘이 풀리고, 사람이 한대 얻어 맞았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머리가 띵하더라.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일어날 힘이 도저히 안났거든.
그리곤 휴대폰을 켜서 너에게 이별통보를 하려고 들어간 카카오톡엔네 메세지가 있더라.
"나 오늘 회사에 일이 있어서 아마 저녁쯤 마칠 것 같아" 라고.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내가 가지고온 모든 선물을 네 집 현관문 앞에 고이 올려둔 채
집으로 돌아왔다, 사상 최악의 휴가와 사상 최악의 전역을 나는 이렇게 했구나.
집에 돌아온 나는 네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6개월간 많이 힘들었을 너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해 죄책감이 들 뿐이고 이제는 좋은사람 만나서 내 곁에 있을때 보다 더 예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메세지를 보냈지.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답장이 오더라.
"왜그래? 일단 만나서 얘기해"
우리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까....유치원에 일 있어서 늦게 마친다던 애가집에서 다른 남자랑 발가벗고 섹스하고있었어? 라고 얘기할까.
나는 그래도 여자는 소중해서 항상 아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에겐 "내가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그런다, 미안하다." 그렇게만 얘기하고내 휴대폰에서 네 번호를 모두 차단했다.나와 연락이 닿질 않으니내 집앞까지 찾아온 널 난 몇번이나 매정하게 무시했고 네 친구들이 나에게 연락이 와도 나는 그 모든 사람들을 차단했다.
오늘은 딱 너와 이별한지 2개월이 지나가는 밤이란다.
넌 여전히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지켜본다는 얘기가 항상 나에게 들리고내 친구들과 나와 연락이 되는 네 친구들에게 내 안부를 물어본다고들 얘기하더라
미안하다, 이제 잊어줘라 부탁할게.
나는 네가 너무 좋았고 그래서 네게 미친듯이 타오르며 널 안으려 했다.하지만, 네 등에는 가시가 있었고, 나는 그 가시가 있는 걸 알지 못했었던 것 같다.
너의 등에 있었던 그 수 많았던 가시들에 찔리고 구멍이나버린 후엔널 보는 내 모습이너무 처량하고 너무 안쓰럽더라.
고맙다 나에게 사랑을 알게 해줘서, 아직 다 안다고는 못하지만 어느정도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다른 공간,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은 아침과 같은 밤을 맞이하겠지.
나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너를 내 기억속에서 지우려 한다.
나에겐 가장 최악이었고, 한 순간 가장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너를.이걸 니가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네게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다.사랑한다.
이제 사랑한다는 말도 보고싶다는 말도 그 어떤 얘기도 우리는 할 수 없는 사이가 되겠지.그래서 찌질하고 구차하지만 이렇게 글에서라도 말 하고 싶었다,
이젠 진짜 인사할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