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우유사이 113편

줄무늬원피스2017.06.06
조회8,701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소식 전해드리는 무늬입니다.
빨리 오고 싶었는데 좋은 소식을 알리려 하던 차에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밝은 이야기 하고싶었어요.정말
그동안 몇 번이나 쓰려고 했었어요.
근데 내가 이렇게라도 해서 위로받아야 내가
덜 아플 것 같아서,밤마다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해보려고 해요.
속상하지만 해야만 하겠죠.

임신을 알게 된 시점은 삼월 초순 쯤 개강한 이후에요.
진한 한줄과 옅은 한줄이 뜬 임테기 보여주자마자 오빠가 환호하더라구요.
그 다음날 병원 가서 확인하고 이틀동안 누워있으라고 난리부르스여서 손 하나 깜짝 안하고 있었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지난 두 편의 내용이 임신 전조 증상이더라구요.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입덧이 심해졌어요.
찾아보니까 먹는 입덧이 있고 토하는 입덧이 있더라구요.
저는 토덧을 좀 심하게 했는데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기가 힘들어서 오빠가 혼자 외식하고 오는 날이 많았어요.
먹는 건 없고 잠은 더 많아져서 살도 빠지고 빈혈도 왔구요.
철분제 챙겨먹는다고 먹었는데 가끔은 물 비린내 자체가 역해서 게워내기도 했어요.
오빠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게 싫어서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과일류 오빠가 보는 앞에서 먹는 시늉도 했구요.
근데 오빠도 알았겠죠.
사람이 말라가는게 보이는데 어떻게 몰랐겠어요.

그러고 나서 한 일주일 뒤에 아침에 화장실을 갔는데 옅게 피가 비치더라구요.
착상혈인줄 알았어요.그때까지는.
아는 게 없으니까 네이버를 찾아봤는데 크게 걱정말라고 하더라구요.
흔히 있는 일이라고.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죠.

그날 낮에 아랫배가 싸르르해서 화장실 갔는데 새빨간 피가 나오더라구요.
식겁해서 오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생각나는 사람이 오빠밖에 없어서 전화해서 울고불고하고 병원에 갔어요.
유산방지주사도 맞고 거의 일주일을 누워있었어요.
우연히 찾아 온 아가지만 잃기 싫었어요.
오빠도 내색은 안했지만 그동안 많이 바라고 있었기도 하구요.

근데 이렇게 돼버렸어요.
나 열심히 뛰는 심장소리도 들었고 내가 이렇게 뱃속에 있는 거 확인했는데.
잘 있는 거 분명 봤는데 꿈이었던 것만 같아요.
그렇게...되고 나서 그 모든 순간들이 내 잘못인 것만 같아 깊은 자책감을 지울 수 없었어요.

오빠가 등교할 때 차 태워준다고 할 때 그냥 탈 걸 내가 괜히 지하철을 타서 그렇게 된 것 같고 임신인 거 알기 전에 마셨던 술이 문제인 것 같고 내가 몸이 약해서 살 좀 더 찌울 걸 하는 생각도 해보고 입덧때문에 못먹어서 몸이 약해진거라 억지로라도 먹어볼 걸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내가 모자라서, 아직 많이 부족해서 아가가 떠난 거겠죠.
오빠는 아무래도 처음 유산방지주사 맞고 나서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었나봐요.
아기 잃은 것도 출산이랑 같다며 미역국도 한 솥 끓여주고 나 누워있으라고 하고 집안일도 손도 못대게 하고 싹 다 해놓고 나가고 그랬어요.
그치만 오빠도 많이 속상했나봐요.
하루는 술 마시고 씻으러 들어간다고 속옷 좀 챙겨달래서 갖다줬는데 세면대 물 틀어놓고 펑펑 울고있었어요.
속상해서 껴안고 같이 울었죠.
나 자신이 너무 싫고 미웠어요.
오빠한테서 아가를 빼앗아간 것 같아서요.
다행히도 양가 어른들께는 말씀드리려는 시기에 유산방지주사를 맞게되어서 좀 미뤘는데 모르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있어요.
약간은 우울하게.
그래서 그런가 오빠랑 주말마다 드라이브도 하도 데이트도 열심히 해요.
나 정말 그동안 힘들었어요. 진짜.
오고 싶었지만 쓰다 지우다 반복하다가 이제야 쓰게 되네요.
아직도 몸이 안 좋아서 완전히 전 상태로 회복하려면 좀 더 시일이 걸릴 것 같아요.
그 때가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나아서 더 건강해져서 올게요.
모두 행복하게 잘 지내요.
고마웠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