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공포증(Entomophobia)

바다가들린다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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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는게 벌레다. 곤충조차도 벌레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뻗은 더듬이나 소름끼치게 싫은 생김새. 손톱보다 작은 벌레라도 나는 그것을 목격하면 기겁을 한다.


"너 정말 벌레 싫어하는거 너무 심한거 아냐? 그러다가 정말 큰일나겠다. "


 하루는 벌레를 보고 가스 불을 켜둔 채 집밖으로 도망 나온 나를 보며 남편은 농담 반, 걱정 반으로 이야기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의지로 극복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 그것은 일종의 공포이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고소공포증이나 좁은 곳을 꺼려하는 폐쇄공포증.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런 공포증은 반복하다 보면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 팔 왜이래?"


 남편과 결혼 전 데이트를 할 때 바닥에 죽어 있는 매미를 보고 놀라 소리친 적이 있었다. 그 후 팔에 난 두드러기들을 보고 남편은 놀라서 물었다.


"벌레 알레르기..."
 

 벌레의 종류와 숫자에 따라 다르지만 벌레를 목격하면 나는 온 몸에 좁쌀만한 두드러기가 난다. 병원에서는 일종의 알레르기 증상인데 별도의 치료 방법은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불치병인 것이다.


"너 벌레 중에 가장 싫은 게 뭐야?"


어느 날 남편이 자기 전 침대에서 문득 물었다.


"당연히 바퀴벌레지. 정말 세상에서 바퀴벌레가 제일 싫고 무서워."


"그럼 뱀이나 쥐보다 바퀴벌레가 더 싫어?"


"당연하지. 뱀이나 쥐도 싫기는 한데 무섭지는 않거든. 나는 바퀴벌레가 지나간 물건은 두 번 다시 안 봐. 결혼 전에 명품가방도 그 속에서 바퀴벌레가 나와서 버렸거든."


"헐...."


나는 바퀴벌레 이야기를 하며 상상하자 다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간이 흘러 우리 둘 사이 나와 남편을 닮은 어여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아무 탈 없이 자라서 어느덧 3살이 됐다.


"이번 결혼 기념일에는 우리 셋이 해외로 여행 가자. 그나마 가격 저렴한 필리핀이 어떨까?


남편의 제의에 그 동안 육아 지쳐있던 터라 두 손 들어 환영했다.
우리는 그렇게 필리핀 세부에 있는 한 리조트에 묵었다.

 도착한 다음날 호핑투어를 하고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으러 해산물 식당에 갔다.


"여보 얘 좀 봐. 새우 너무 잘 먹는 거 아냐? 하하하"


"희준아! 새우가 그렇게 맛있쪄?"


"응 맛있져."


"하하하!"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여보 희준이 자는 동안 같이 편의점에 가서 맥주랑 안주거리 사올까?"


 남편이 맥주가 땡기는지 나에게 물었다. 리조트에 구비되어 있는 맥주나 과자가 있었지만 가격이 비쌌다.


"우리 없는 동안 깨면 어떡해?"


"걱정마 절대 안 일어날거야. 그리고 10분도 안 걸릴 텐데... 금새 갔다 오지 뭐"


"...그럴까?"


 나와 남편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이가 깰세라 조심히 문을 닫고 리조트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그리고 맥주 몇 캔과 안주류를 사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리조트에 돌아왔다.

리조트 방문을 열고 방안에 들어서자 아이는 잠에서 깼는지 침대에 앉아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엄마. 새우. 새우 맛있져."


"희준아. 안돼!"


 남편은 내가 못 보도록 달려가 희준이를 안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보고 말았다. 침대 위에 손가락 마디 만한 커다란 바퀴벌레의 잔해들이....

그리고 아이의 손에 들려 있는 바퀴벌레의 광채 나는 한쪽 날개와 입가에 묻은 바퀴벌레의 다리....


나는 빠른 속도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과연......앞으로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한다고 다시 안을 수 있을까?

 

 

 

 

출처 : http://novel.naver.com/best/list.nhn?novelId=464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