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 청산면과 포천 신북면을 가로 지르는 열두개울이라 불리는 개울이 있다. 실제로 열두개의 개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울 하나가 갈지자(之) 모양으로 여러번 굽이쳐 있어 인근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개울을 열두번 건넜다. 그래서 개울이름이 열두개울이었다.
이 이야기는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도 초반에 일어난 일이다.
포천 신북면 삼정리에서 잣나무 농사를 크게 하던 박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차가 없던 시절이라잣나무 수확철인 10월이되면 그는 손수 수확한 잣 열매를 지게에 한아름 메고 읍내 장터까지 삼십리 길을 홀로 걸어가 몇 번이고 내다 팔았다. 그런 박씨가 읍내로 가기 위한 길에는 앞서 말한 열두 개울을 건너야만 했다.
“어째 비가 올려나..?”
하루는 잣 열매를 읍내 장터에서 내다 팔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 연신 마른번개가 번쩍이며 내리쳤다. 박씨는 한 숨 돌릴 요량으로 빈 지게를 나무에 기대어 놓고 품속에 있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가 지나서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다.
“비가 와서 개울물이라도 불면 낭패인데..”
평소 무릎 아래 정도 깊이인 얕은 열두개울이지만 비라도 많이 내리면 허리 위까지 물이 불어 건너기가 여간 만만치 않았다. 담배를 필터 부근까지 알뜰히 핀 박씨는 다시 지게를 메고 걸음을 재촉했다.
소리 없이 마른 번개만 치던 하늘이 어느새 천둥번개로 변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한 두 방울씩 내리던 비도 급기야 여름 소나기마냥 거세게 퍼부었다. 비에 흠뻑 젖은 박씨 앞에 열두개울 중 첫 번째 개울이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빗물에 개울이 불지 않아 수월히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둘러 개울을 건너려고 물에 발을 막 담그려는 찰나.
“흑…”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박씨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봤다.
“흑…흑..”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은 개울 옆 큰 느릅나무 아래로 그곳에는 고운 양장 옷을 갖추어 입은 여인이 훌쩍이며 울고 있었다. 내리는 빗물을 닦으며 박씨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뭐 때문에 그리 울고 계신가?”
여인은 그제서야 눈물을 닦던 손을 내리고 박씨를 바라봤다.
‘허억..정말 곱구나.’
박씨는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는 여인의 미모에 내심 감탄했다. 자동차 조차 들어 오기 힘든 오지 마을에서 살던 그로서는 고운 양장에 분을 칠한 여인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더군다나 마흔 살이 넘도록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그였기에 더욱더 여인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어렸을 적 서울로 상경한 후 십 여년 간 한번도 고향에 내려 온 적이 없다가 얼마 전 모친이 위독 하다는 전보를 받고 왔는데…물이 불어 건널 수 없어 그렇습니다.”
박씨가 보기에 비가 제법 내리기는 해도 아직까지 개울을 건너기는 힘들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고운 양장 옷을 입은 여인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럼 고향이 어디신가?”
“초성리 입니다.”
“초성..리?”
초성리는 박씨가 살고 있는 삼정리 바로 옆 마을로 그 마을에 누가 사는지 그 집 숟가락이 몇 개 인지 다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렸을 적 서울로 상경했다는 여인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럼 모친 성함이…?”
그 순간 여인이 박씨를 보며 활짝 웃어 보였다. 박씨는 여인의 웃음에 숨이 막힐 듯 아찔했다.
“제 모친은 성함은 성은 김씨이고 이름은…. 입니다.”
“응? 이름이 뭐라고?”
“….입니다.”
박씨가 몇 번을 되물어도 여인의 뒷말은 명확히 들리지 않았다.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이지만 박씨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날은 더욱 어두워졌고 빗줄기는 더욱더 거세게 퍼부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개울을 건널 때 까지만 저를 지게에 태워줄 수 없겠습니까?”
여인의 부탁에 박씨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날이 어두워져 혼자 가기에 무섭고 적적해졌는데 잘됐다고 박씨는 생각했다. 삼정리와 초성리는 열두개울 중에 개울을 네 번만 건너면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물이 더 불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박씨가 멘 지게에 여인이 올라탔다. 하지만 박씨는 여인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 큰 소리로 물었다.
“지게에 탔는가?”
“네, 올라탔습니다. 이제 가셔도 됩니다.”
이상하게도 거세게 퍼붓는 빗줄기에도 여인의 분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그래서인지 박씨의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박씨는 여인을 메고 첫 번째 개울에 도착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데 처자는 괜찮는가?”
“네, 저는 우산을 써서 괜찮습니다. 제 걱정은 마시고 가시지요.”
박씨는 지게를 메고 가는지라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예사롭게 내리는 비가 아니라 혹여나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의 옷이 젖을까 걱정되었다.
“잘 붙잡으시게, 흔들릴 수 있으니..”
거세게 내리는 비로 인해 평소보다 약간은 물이 불어 있었다. 하지만 못 건널 수준은 아니어서 지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개울을 건넜다. 하지만 바로 그때…
“…..!”
무엇인지 따듯한 물체가 그의 귓불을 잠깐이지만 스치고 지나갔다..
“저…저기..”
박씨는 너무 놀라 말을 더듬었다. 자신의 귓불을 스친 것은 마치 여인의 혀 같았다.
“왜 그러시지요?”
하지만 여인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되물었다.
“아…아닐세.”
박씨는 자신이 착각인지 긴가민가해서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박씨의 마음에는 작은 파문이 번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두 번째 개울에 도착했다. 물살은 첫 번째 개울보다 제법 불어있었다.
“잘 잡으시게. 건널테니..”
지팡이를 개울 속 돌 틈에 잘 찔러 넣고 단단한 바위를 건너기 시작했다. 개울 중간에 이르렀을 때였다. 또 다시 무엇인가 따듯한 물체가 그의 귓불에 닿았다. 분명 축축한 것이 사람의 혀가 확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여인의 혀로 추정되는 물체는 한참을 그의 귓불을 어루만지더니 귀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내리는 빗속에 여인의 타액으로 짐작되는 따듯한 액체가 목줄기를 타고 흘렀다.
“헉….흠…”
박씨는 나지막이 들뜬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어느덧 그의 하복부는 묵직하게 팽창하였다. 오랫동안 독수공방으로 지내온 그인지라 더욱더 여인의 행위는 그를 자극했다. 하지만 집요한 여인의 혀는 멈출 줄 몰랐고 그렇게 두 번째 개울을 마저 건넜다.
“저..저기..”
박씨는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보는지라 어쩔 줄 몰라 하며 여인을 불렀다. 지게에 탄 여인은 등 뒤에서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로만 대답했다.
“왜 그러시지요? 어디 불편하세요?”
“저기..나한테 왜 그러시는가?”
“왜 그러시다니..저를 업고 가시는 것이 불편하신가요?”
“그게 아니고..처자가 지금 방금…”
“방금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니 좀 전에 처자의 혀가 내 귀를… 아닐세. 그냥 가세.”
박씨는 여인에게 어찌 자신의 귀를 핥는지 물어보려 했으나 자기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한 일이고 그도 그런 것이 썩 싫은 것이 아니라 그냥 말 끝을 흐렸다. 여인은 비가 많이 오니 어서 개울을 마저 건너자고 재촉했다.
그렇게 박씨는 다시금 발길을 옮겨 세 번째 개울에 도착했다. 물살은 확연히 불어 있었고 황토가 섞인 탁류가 매섭게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나마 중간 중간 바위를 밟으면 못 건널 수준이 아니라 박씨는 신중하게 개울을 살피며 발걸음을 한발자국씩 내디뎠다. 하지만 바로 그때…
“헉…!!”
여인의 혀라 짐작되는 물체가 본격적으로 그의 목덜미와 귓불을 위 아래, 좌우로 천천히 어루만졌다. 분명 까끌거리는 느낌이 혀가 분명했다. 박씨도 어느새 여인의 행위에 몸을 내맡긴 채 발걸음을 옮겼다. 지게가 흔들릴수록 여인의 혀는 더욱더 노골적으로 그를 흥분시켰다.
“크…아…”
날은 어느덧 어두워져 있었고 비로 인해 불어난 개울소리와 빗소리, 그리고 박씨의 들뜬 신음만이 기묘하게 울려 퍼졌다.
박씨는 이제 개울 하나만 남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읍내에 소문난 기생집 처자도 지게에 타고 있는 여인만큼 곱지 않았다. 그런 여인의 혀가 자신의 귓불이며 목을 애무했다는 사실에 호흡은 점점 거칠어져 갔으며 그의 마음은 폭풍 치는 듯 어수선한 상태가 되었다. 그런 노총각인 박씨가 한가지 결론에 다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네 번째 개울에 도착한 박씨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향해 말했다.
“처자, 미안한데 비로 인해 더 이상 개울을 건널 수 없을 것 같네. 비가 멈추기를 기다린 후 개울물이 좀 잦아들면 건너야 할 것 같으이..”
사실 물이 많이 불기는 했어도 못 건널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씨는 여인과 함께 더욱 오래 있고 싶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여기 어디 비를 피할 곳이라도 있을까요?”
“저기 언덕 너머에 안 쓰는 방앗간이 있네. 거기서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어떻겠나?”
“어쩔 수 없죠. 그리 하시죠.”
여인의 대답에 박씨는 어두워진 주위를 한번 살핀 후 재빠르게 안 쓰는 방앗간을 향해 힘껏 내달렸다.
그리고 그 날 밤…
어두운 방앗간에서의 박씨는 그 동안 참아왔던 욕정을 한번에 분풀이라도 하듯 몇 번이고 여인의 몸을 탐닉했다.
다음날 아침 내리는 비는 어느덧 그치고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하이. 하지만 자네도 그리 싫지 않은 듯 해서..”
박씨는 어두운 방앗간에서 정을 나눈 여인에게 말을 했다. 여인은 다소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궜다.
“아닙니다. 말씀처럼 저도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고맙네…고마워.”
“저 시간이 많이 지체된 듯 하니 이만 출발하시지요. 허나 다리가 다친 듯 해서 그런데 마을까지 지게에 저를 업고 가실 수 있는지요?”
“당연하지. 네 초성리 처자 집 앞까지 데려다 줄 테니 염려 마시게.”
박씨는 이 기회에 어젯밤 정을 나눈 처자와 결혼까지 할 수 있을지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까지 했다. 어느덧 물살이 잔잔해진 네번째 개울을 한 걸음에 건넌 박씨는 자신이 사는 삼정리를 지나 초성리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자 처자, 내 집 앞까지 데려다 줄 테니 길만 알려주시게.”
여인은 대답대신 박씨의 귓불을 다시금 핥았다. 박씨는 여인의 장난이 싫지는 않아서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마을 입구 장승을 지나 집들이 모여있는 곳에 다다랐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밭일을 나갔는지 인적이 없었다.
“자 어딘가? 좀 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여인은 대답대신 다시금 박씨의 목을 애무했다.
“잠깐…간지럽네. 마을 사람들이 볼지 모르니 조금만 참으시게”
사실 박씨 마음은 누가 봐도 상관없었다. 마을 사람들과 워낙 친한 사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기회가 되면 누군가 처자와 자신에 대한 소문을 더욱 더 부풀려 퍼트려줬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결혼까지 한다면 정말이지 금상첨화였다.
그때 한 무리의 마을 사람들이 박씨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모두들 안면이 있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박씨를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박씨도 기분 좋게 손을 흔들며 옆으로 돌아서서 자랑하듯 일부러 지게를 마을사람들에게 내보였다. 그때 여인의 혀가 다시금 박씨의 귀를 간지럽혔다.
“에구머니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박씨의 혀를 핥고 있는 처자의 모습을 보자 모두들 경악했다.
“처자, 좀만 참지. 마을 사람들이 보지 않나. 허허.”
박씨는 자랑하는 마음으로 마을사람들 들으라는 듯 뒤편 지게를 향해 말을 했다.
“자…자네…어쩌자고..”
그때 초성리에 살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 춘배가 조심스럽게 박씨에게 다가왔다.
“아..글쎄, 내가 하지 말라고 말해도 계속해서 이러는데 어쩌겠나. 허허허.”
박씨의 너털웃음과 달리 춘배는 끔직한 것이라도 본 것처럼 몸을 사리며 박씨의 팔을 잡고는
“아이고…이 사람아. 자네 미쳤나?”
“아니..미치다니?”
박씨는 평소 음담패설을 곧잘 하던 춘배가 저리 정색을 하니 조금 의아했다.
“어찌 목 매단 시체를 지게에 매고 돌아 다녀??”
“목…매…단?”
춘배의 말에 박씨가 지게를 풀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귀를 애무하는 여인의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곳에는…
푸르스름한 얼굴에 혀가 가슴까지 삐져나온 여인의 시체가 박씨를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열두 개울
이 이야기는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도 초반에 일어난 일이다.
포천 신북면 삼정리에서 잣나무 농사를 크게 하던 박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차가 없던 시절이라잣나무 수확철인 10월이되면 그는 손수 수확한 잣 열매를 지게에 한아름 메고 읍내 장터까지 삼십리 길을 홀로 걸어가 몇 번이고 내다 팔았다. 그런 박씨가 읍내로 가기 위한 길에는 앞서 말한 열두 개울을 건너야만 했다.
“어째 비가 올려나..?”
하루는 잣 열매를 읍내 장터에서 내다 팔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 연신 마른번개가 번쩍이며 내리쳤다. 박씨는 한 숨 돌릴 요량으로 빈 지게를 나무에 기대어 놓고 품속에 있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가 지나서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다.
“비가 와서 개울물이라도 불면 낭패인데..”
평소 무릎 아래 정도 깊이인 얕은 열두개울이지만 비라도 많이 내리면 허리 위까지 물이 불어 건너기가 여간 만만치 않았다. 담배를 필터 부근까지 알뜰히 핀 박씨는 다시 지게를 메고 걸음을 재촉했다.
소리 없이 마른 번개만 치던 하늘이 어느새 천둥번개로 변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한 두 방울씩 내리던 비도 급기야 여름 소나기마냥 거세게 퍼부었다. 비에 흠뻑 젖은 박씨 앞에 열두개울 중 첫 번째 개울이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빗물에 개울이 불지 않아 수월히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둘러 개울을 건너려고 물에 발을 막 담그려는 찰나.
“흑…”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박씨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봤다.
“흑…흑..”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은 개울 옆 큰 느릅나무 아래로 그곳에는 고운 양장 옷을 갖추어 입은 여인이 훌쩍이며 울고 있었다. 내리는 빗물을 닦으며 박씨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뭐 때문에 그리 울고 계신가?”
여인은 그제서야 눈물을 닦던 손을 내리고 박씨를 바라봤다.
‘허억..정말 곱구나.’
박씨는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는 여인의 미모에 내심 감탄했다. 자동차 조차 들어 오기 힘든 오지 마을에서 살던 그로서는 고운 양장에 분을 칠한 여인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더군다나 마흔 살이 넘도록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그였기에 더욱더 여인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어렸을 적 서울로 상경한 후 십 여년 간 한번도 고향에 내려 온 적이 없다가 얼마 전 모친이 위독 하다는 전보를 받고 왔는데…물이 불어 건널 수 없어 그렇습니다.”
박씨가 보기에 비가 제법 내리기는 해도 아직까지 개울을 건너기는 힘들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고운 양장 옷을 입은 여인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럼 고향이 어디신가?”
“초성리 입니다.”
“초성..리?”
초성리는 박씨가 살고 있는 삼정리 바로 옆 마을로 그 마을에 누가 사는지 그 집 숟가락이 몇 개 인지 다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렸을 적 서울로 상경했다는 여인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럼 모친 성함이…?”
그 순간 여인이 박씨를 보며 활짝 웃어 보였다. 박씨는 여인의 웃음에 숨이 막힐 듯 아찔했다.
“제 모친은 성함은 성은 김씨이고 이름은…. 입니다.”
“응? 이름이 뭐라고?”
“….입니다.”
박씨가 몇 번을 되물어도 여인의 뒷말은 명확히 들리지 않았다.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이지만 박씨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날은 더욱 어두워졌고 빗줄기는 더욱더 거세게 퍼부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개울을 건널 때 까지만 저를 지게에 태워줄 수 없겠습니까?”
여인의 부탁에 박씨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날이 어두워져 혼자 가기에 무섭고 적적해졌는데 잘됐다고 박씨는 생각했다. 삼정리와 초성리는 열두개울 중에 개울을 네 번만 건너면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물이 더 불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박씨가 멘 지게에 여인이 올라탔다. 하지만 박씨는 여인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 큰 소리로 물었다.
“지게에 탔는가?”
“네, 올라탔습니다. 이제 가셔도 됩니다.”
이상하게도 거세게 퍼붓는 빗줄기에도 여인의 분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그래서인지 박씨의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박씨는 여인을 메고 첫 번째 개울에 도착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데 처자는 괜찮는가?”
“네, 저는 우산을 써서 괜찮습니다. 제 걱정은 마시고 가시지요.”
박씨는 지게를 메고 가는지라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예사롭게 내리는 비가 아니라 혹여나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의 옷이 젖을까 걱정되었다.
“잘 붙잡으시게, 흔들릴 수 있으니..”
거세게 내리는 비로 인해 평소보다 약간은 물이 불어 있었다. 하지만 못 건널 수준은 아니어서 지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개울을 건넜다. 하지만 바로 그때…
“…..!”
무엇인지 따듯한 물체가 그의 귓불을 잠깐이지만 스치고 지나갔다..
“저…저기..”
박씨는 너무 놀라 말을 더듬었다. 자신의 귓불을 스친 것은 마치 여인의 혀 같았다.
“왜 그러시지요?”
하지만 여인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되물었다.
“아…아닐세.”
박씨는 자신이 착각인지 긴가민가해서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박씨의 마음에는 작은 파문이 번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두 번째 개울에 도착했다. 물살은 첫 번째 개울보다 제법 불어있었다.
“잘 잡으시게. 건널테니..”
지팡이를 개울 속 돌 틈에 잘 찔러 넣고 단단한 바위를 건너기 시작했다. 개울 중간에 이르렀을 때였다. 또 다시 무엇인가 따듯한 물체가 그의 귓불에 닿았다. 분명 축축한 것이 사람의 혀가 확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여인의 혀로 추정되는 물체는 한참을 그의 귓불을 어루만지더니 귀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내리는 빗속에 여인의 타액으로 짐작되는 따듯한 액체가 목줄기를 타고 흘렀다.
“헉….흠…”
박씨는 나지막이 들뜬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어느덧 그의 하복부는 묵직하게 팽창하였다. 오랫동안 독수공방으로 지내온 그인지라 더욱더 여인의 행위는 그를 자극했다. 하지만 집요한 여인의 혀는 멈출 줄 몰랐고 그렇게 두 번째 개울을 마저 건넜다.
“저..저기..”
박씨는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보는지라 어쩔 줄 몰라 하며 여인을 불렀다. 지게에 탄 여인은 등 뒤에서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로만 대답했다.
“왜 그러시지요? 어디 불편하세요?”
“저기..나한테 왜 그러시는가?”
“왜 그러시다니..저를 업고 가시는 것이 불편하신가요?”
“그게 아니고..처자가 지금 방금…”
“방금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니 좀 전에 처자의 혀가 내 귀를… 아닐세. 그냥 가세.”
박씨는 여인에게 어찌 자신의 귀를 핥는지 물어보려 했으나 자기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한 일이고 그도 그런 것이 썩 싫은 것이 아니라 그냥 말 끝을 흐렸다. 여인은 비가 많이 오니 어서 개울을 마저 건너자고 재촉했다.
그렇게 박씨는 다시금 발길을 옮겨 세 번째 개울에 도착했다. 물살은 확연히 불어 있었고 황토가 섞인 탁류가 매섭게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나마 중간 중간 바위를 밟으면 못 건널 수준이 아니라 박씨는 신중하게 개울을 살피며 발걸음을 한발자국씩 내디뎠다. 하지만 바로 그때…
“헉…!!”
여인의 혀라 짐작되는 물체가 본격적으로 그의 목덜미와 귓불을 위 아래, 좌우로 천천히 어루만졌다. 분명 까끌거리는 느낌이 혀가 분명했다. 박씨도 어느새 여인의 행위에 몸을 내맡긴 채 발걸음을 옮겼다. 지게가 흔들릴수록 여인의 혀는 더욱더 노골적으로 그를 흥분시켰다.
“크…아…”
날은 어느덧 어두워져 있었고 비로 인해 불어난 개울소리와 빗소리, 그리고 박씨의 들뜬 신음만이 기묘하게 울려 퍼졌다.
박씨는 이제 개울 하나만 남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읍내에 소문난 기생집 처자도 지게에 타고 있는 여인만큼 곱지 않았다. 그런 여인의 혀가 자신의 귓불이며 목을 애무했다는 사실에 호흡은 점점 거칠어져 갔으며 그의 마음은 폭풍 치는 듯 어수선한 상태가 되었다. 그런 노총각인 박씨가 한가지 결론에 다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네 번째 개울에 도착한 박씨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향해 말했다.
“처자, 미안한데 비로 인해 더 이상 개울을 건널 수 없을 것 같네. 비가 멈추기를 기다린 후 개울물이 좀 잦아들면 건너야 할 것 같으이..”
사실 물이 많이 불기는 했어도 못 건널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씨는 여인과 함께 더욱 오래 있고 싶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여기 어디 비를 피할 곳이라도 있을까요?”
“저기 언덕 너머에 안 쓰는 방앗간이 있네. 거기서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어떻겠나?”
“어쩔 수 없죠. 그리 하시죠.”
여인의 대답에 박씨는 어두워진 주위를 한번 살핀 후 재빠르게 안 쓰는 방앗간을 향해 힘껏 내달렸다.
그리고 그 날 밤…
어두운 방앗간에서의 박씨는 그 동안 참아왔던 욕정을 한번에 분풀이라도 하듯 몇 번이고 여인의 몸을 탐닉했다.
다음날 아침 내리는 비는 어느덧 그치고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하이. 하지만 자네도 그리 싫지 않은 듯 해서..”
박씨는 어두운 방앗간에서 정을 나눈 여인에게 말을 했다. 여인은 다소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궜다.
“아닙니다. 말씀처럼 저도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고맙네…고마워.”
“저 시간이 많이 지체된 듯 하니 이만 출발하시지요. 허나 다리가 다친 듯 해서 그런데 마을까지 지게에 저를 업고 가실 수 있는지요?”
“당연하지. 네 초성리 처자 집 앞까지 데려다 줄 테니 염려 마시게.”
박씨는 이 기회에 어젯밤 정을 나눈 처자와 결혼까지 할 수 있을지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까지 했다. 어느덧 물살이 잔잔해진 네번째 개울을 한 걸음에 건넌 박씨는 자신이 사는 삼정리를 지나 초성리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자 처자, 내 집 앞까지 데려다 줄 테니 길만 알려주시게.”
여인은 대답대신 박씨의 귓불을 다시금 핥았다. 박씨는 여인의 장난이 싫지는 않아서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마을 입구 장승을 지나 집들이 모여있는 곳에 다다랐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밭일을 나갔는지 인적이 없었다.
“자 어딘가? 좀 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여인은 대답대신 다시금 박씨의 목을 애무했다.
“잠깐…간지럽네. 마을 사람들이 볼지 모르니 조금만 참으시게”
사실 박씨 마음은 누가 봐도 상관없었다. 마을 사람들과 워낙 친한 사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기회가 되면 누군가 처자와 자신에 대한 소문을 더욱 더 부풀려 퍼트려줬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결혼까지 한다면 정말이지 금상첨화였다.
그때 한 무리의 마을 사람들이 박씨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모두들 안면이 있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박씨를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박씨도 기분 좋게 손을 흔들며 옆으로 돌아서서 자랑하듯 일부러 지게를 마을사람들에게 내보였다. 그때 여인의 혀가 다시금 박씨의 귀를 간지럽혔다.
“에구머니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박씨의 혀를 핥고 있는 처자의 모습을 보자 모두들 경악했다.
“처자, 좀만 참지. 마을 사람들이 보지 않나. 허허.”
박씨는 자랑하는 마음으로 마을사람들 들으라는 듯 뒤편 지게를 향해 말을 했다.
“자…자네…어쩌자고..”
그때 초성리에 살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 춘배가 조심스럽게 박씨에게 다가왔다.
“아..글쎄, 내가 하지 말라고 말해도 계속해서 이러는데 어쩌겠나. 허허허.”
박씨의 너털웃음과 달리 춘배는 끔직한 것이라도 본 것처럼 몸을 사리며 박씨의 팔을 잡고는
“아이고…이 사람아. 자네 미쳤나?”
“아니..미치다니?”
박씨는 평소 음담패설을 곧잘 하던 춘배가 저리 정색을 하니 조금 의아했다.
“어찌 목 매단 시체를 지게에 매고 돌아 다녀??”
“목…매…단?”
춘배의 말에 박씨가 지게를 풀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귀를 애무하는 여인의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곳에는…
푸르스름한 얼굴에 혀가 가슴까지 삐져나온 여인의 시체가 박씨를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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