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서울 외곽에 있는 ○△시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자취를 할 때 아랫집에 살던 분이 바로 윤씨 아저씨였다. 그런데 윤씨 아저씨에 대해 성이 윤씨라는 것만 알지 정확한 이름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
“마 니 민호라고 했제? 니 비싼 대학 등록금 부모님이 내주셨으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데이…빨갱이들이랑 어울려 대모 짓거리 하지 말고…”
장마가 끝난 8월 어느 날 밤. 동네 어귀 삼겹살 집에서 같은 주택에 사는 남자들끼리 조촐한 음주 자리가 있었다. 이웃 사촌끼리 잘 어울려 지내자는 주인 아저씨의 배려였다.
“크크…윤씨 아저씨!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대모를.. 지금 대학생들 취업걱정에 자기 스팩 쌓기 바쁘지 우리 때처럼 대모나 노동투쟁은 먼 나라 이야기라니까요..”
주인집 아저씨가 나를 대신해 윤씨 아저씨 말에 대꾸를 했다. 윤씨 아저씨는 술이 오르는지 연신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윤씨 아저씨는 남들과 다르게 홀로 글라스에 소주를 따라 마시더니 벌써 앞에 소주 빈 병이 열 병을 넘어섰다.
“딸꾹~ 암튼..공부~~열심히 해야지. 안 그럼 나처럼 험한 일 한데이~”
“아저씨 실례지만 무슨 일 하시는데요?”
나는 순전히 호기심으로 윤씨 아저씨에게 물었다. 술을 저렇게 말술로 마시는 윤씨 아저씨였지만 가끔 아침에 출근할 때 마주치면 언제나 서류가방을 든 단정한 복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공사장이나 공장 등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지 늘 궁금했었다.
“와? 그게 궁금하나?”
맞은 편에 앉은 주인 아저씨는 뭔가를 아시는지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놓인 빈 잔을 채웠다. 나는 순간 내가 잘못 질문했음을 깨닫고 급히 다른 말로 화제 전환을 하려는 찰나.
“화장터에서 일한다.”
“……!”
“니 화장터 가본적 있제? 이 아제가 그 화장터에서 화부로 일한데이…딸꾹”
“화….화부요?”
나는 화장터라는 말이 다소 꺼림칙 했지만 화부라는 생소한 단어가 또 궁금해 되물었다.
그러나 그날 윤씨 아저씨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셨다. 나 역시 분위기상 더는 묻지 않았다. 삽겹살 집 술자리 이후 몇 번의 친목을 도모한 술자리가 더 있었고 시간은 흘러 겨울방학이 되었다.
“민호 니 방학 동안 알바 함 해볼래?”
“저번 술자리에서 다음 학기 등록금 걱정에 알바를 해야겠다는 내 하소연을 윤씨 아저씨가 용케 기억하고 말을 걸었다.”
“알바요? 저야 좋죠. 무슨 일인데요?”
“화장터 일이다. 니 할 수 있겠나?”
“......!”
나는 괜시리 마른 침을 한번 삼켰다. 자랑은 아니지만 태어나서 지금껏 살면서 나는 화장터를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 그저 내 머릿속 화장터 이미지는 높다란 굴뚝에 시신을 태우는 희뿌연 연기… 그리고 오열하는 유가족들로 그려지는 매우 불쾌한 장소인 것이다. 그런데 화장터 알바라니…
“아마 하루 일당 십 만원은 받을 기다. 겨울이라 그리 일도 힘들지 않을거고….”
그때 당시 공사현장 막노동 하루 일당이 7만원 정도였으므로 매우 군침이 당기는 조건이었다.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하겠노라 말씀 드렸다.
화장터의 정식 명칭은 ‘○△승화원’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매우 깨끗하고 청결한 느낌이었다.
“어때? 생각보다 깨끗하제?”
“네! 저는 높다란 굴뚝이 있는 공장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마치 공원 같은 느낌인데요?”
“그래! 여기도 사람 일하는 곳이라 처음에 좀 힘들어도 적응되면 괜찮을 기다. 니는 나 따라 기계실에서 있으면 된다.”
“네!”
그렇게 첫날을 근무하며 내심 걱정했던 시신을 보거나 화장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거나 하는 등의 일은 생기지 않았다. 가끔 기계실에서 벗어나 사무실이나 식당 등을 이동할 때 길다랗게 줄 서있는 영구차나 오열하는 유가족 등을 목격하면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할만한 알바라 생각했다.
또한 윤씨 아저씨가 말한 화부라는 것에 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화부는 화장로의 불을 다루는 기술자를 말한다. 예전에는 제례식 방식으로 육체노동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내가 있는 기계실에서 기계 버튼을 조작하며 화로 안 온도를 약 1,000도까지 유지 관리하는 일을 했다. 또한 혹시 모를 기계고장이나 돌발변수에 대해서도 대처하는 것이 화부가 하는 일이었다.
“마, 민호야. 내가 하는 일이 남들은 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리 생각 안 한다. 망자가 된 고인을 마지막으로 편하게 모시는 일이 바로 내가 하는 일이란 말이다.”
말을 하는 윤씨 아저씨의 얼굴은 언뜻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 앞에서 ‘나 화장터에서 일하오.’ 이리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이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일 테니까…
“맞다. 너 내일은 주간은 쉬고 저녁 9시부터 야간에 근무다. 수당도 야간이라 1.5배 더 쳐준데이.”
“야간이요? 밤에는 화장 안 하잖아요?”
내가 일하는 승화원은 아침 7시부터 망자에 대해 1차 화장을 시작하여 15시인 9차 까지 화장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가끔 16시 이후 10차 화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죽은 망자가 아닌 묘를 개장한 유골이나, 죽은 태아를 화장 한다. 그렇기에 겨울이라도 어두워지기 전 18시면 모든 업무가 마무리 된다.
“응, 내일 오면 자세히 알려 줄게. 와 보면 안다.”
그렇게 그 날일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나는 저녁 9시에 승화원으로 출근을 했다. 예상대로 밤의 승화원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정문을 지키던 경비 아저씨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하늘에서는 하얀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어째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기계실이 있는 건물 뒤 편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왔나?”
윤씨 아저씨는 오전부터 계속 근무를 했는지 초췌한 모습이었다.
“밥은 먹었나? 안 먹었음 저기 사다 놓은 컵라면이라도 먹거래이.”
“근데…아저씨 밤에는 화장도 안 하는데 무슨 일을 하는 거예요?”
나는 어제부터 계속 궁금했던 질문을 꺼내 물었다.
“화장 안 한다고? 내가 니한테 화장 안 한다고 했나? 아니다. 12시에 11차 화장 한다.”
“….11차 화장이요?”
승화원에서 열흘 정도 알바 한 나였지만 11차 화장은 분명 처음 들었다. 화장터 안내문에도 분명 마지막 화장이 오후 4시에 이뤄지는 10차 화장이 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11차 화장은 비공식이다.”
“아….!!”
그제서야 나는 내가 11차 화장에 대해 처음 들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근데 ○△승화원 분명 나라에서 운영하는 거잖아요. 비공식으로 막 화장하고 그래도 되요?”
알바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화장을 하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사망진단서를 비롯한 여러 서류를 접수실에 접수해야만 정식 화장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윤씨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애꿎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니 영무교(靈巫敎)라는 종교단체 들어 봤나? 아마도 못 들었을 기다.”
윤씨 아저씨 말처럼 난생 처음 듣는 종교단체였다.
“우리 나라에 영무교라는 종교단체가 있는데… 이게 엄청 대단한 종교 단체인기라…전직 대통령 누구부터 재벌 총수들까지 다 영무교 소속이란다. 근데 이게 무슨 비밀 조직처럼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종교단체인기라..”
윤씨 아저씨는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코로 흰 연기를 내뿜었다.
“아무튼 그 영무교가 사람을 화장할 때 꼭 밤 12시 자정에 해야 한다는 이상한 교율이 있단다. 그래서 나라 높으신 분이 지시를 내리고 말단인 우리야 있지도 않은 비공식적인 11차 화장을 하는 거지.”
“아......!!”
“니는 기계실에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큰 걱정할 필요는 없을기다.”
기계실 창 밖으로 내리던 눈은 어느새 그치고 파란 초승달만이 을씨년스럽게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밤 12시까지는 아직 2시간 정도 남았다. 나는 대학교 전공 서적을 잠시 보다가 여러 잡념으로 인해 책을 덮었다. 그때 윤씨 아저씨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민호야? 니 무서운 이야기 아는 거 없나? 있으면 함 해봐라.”
“무서운…이야기요? 귀신 이야기 말씀이세요?”
“귀신이야기나….사람이야기나 아무거나 좋으니 퍼뜩 해봐라.”
윤씨 아저씨의 뜬금없는 무서운 얘기 타령에 난 왠지 꺼림칙 했다. 소수의 호러 매니아를 제외하고 그 누가 야심한 밤 화장터에서 무서운 얘기 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그래도 나는 분위기상 어떤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아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윤씨 아저씨에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사실은 그 여자가 귀신이었던 거죠. 어때요? 이게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인데..”
“그니까…니 말은 같은 과 여자동급생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귀신이었다고? 아무도 그 여자를 본 사람도 없고?”
“네! 맞아요. 군대 가기 전에 겪은 일인데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소름이….”
“쳐라 마! 귀신이 뭐가 무섭나?”
“그럼 아저씨는 진짜 귀신 본 적 있으세요?”
나는 약간은 분한 마음에 도발하듯이 물었다. 내 반응이 윤씨 아저씨는 재미있는지 방긋 웃었다.
“지금은 이렇게 기계실에서 버튼 하나로 조작하지만 예전에는 어떻게 화장했는지 아나?”
“아…아뇨.”
“옛날에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지 기계실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때도 가스로 불을 때우는 방식이기는 했는데 일일이 화장로 옆에서 지키고 있다거 벨브를 열고 닫는 방식이었지.“
윤씨 아저씨는 목이 마른지 머그컵에 있는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런데 가끔 오늘처럼 눈이나 비가 오는 날씨가 궂은 날에는 그게 보인다.”
“그..그거요? 그게 뭔데요?”
“뭐긴 뭐겠나? 귀신이지!”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아직 윤씨 아저씨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의자를 내가 있는 쪽으로 끌어당겨 고쳐앉았다.
“아마 내가 이 일을 시작한지 반년 정도 됐을 때 인기라.. 그때 나는 막 견습딱지를 때고 사수 없이 혼자 화부 일을 할 수 있을 때 였지. 하지만 이 일에 대해 회의감이 막 들던 때도 바로 그 시기였다. 생각해봐라. 화장터 화부 일이 단순히 불만 다룬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사람들 시선도 있꼬..”
“…네..그렇죠.”
순간 나도 모르게 아저씨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급히 실수 헸음을 깨달았지만 윤씨 아저씨는 내 반응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도 오늘같이 함박눈이 억수로 내릴 때였다. 지금이야 체계가 잡혀 4시에 하는 10차 화장이 끝이지만 그때는 그런 것 없었다. 그저 망자가 들어오면 늦은 밤에도 화장을 하고 그랬거든. 마치 오늘처럼…그날 내가 야간 당직이었지.”
아저씨는 아련한 뭔가를 떠올리는 것처럼 기계실 한쪽 구석을 응시했다.
“그날은 경찰이 무연고자 시신 한구를 화장하러 온기라. 니 무연고자 시신 알제?”
“네, 알죠.”
무연고자 시신은 말 그대로 돌아가신 망자에 대한 장례를 치뤄줄 연고자가 없는 시신을 말한다. 요즘은 세상이 각박해져 일부러 시신포기각서를 쓰고 무연고 처리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무연고자 시신이 그리 흔치 않았다고 윤씨 아저씨는 말했다.
“원래 사전에 연락 받기를 무연고자 화장을 저녁 6시에 하기로 했는데 눈이 억수로 많이 와서 도로가 통제된기라. 그래서 무연고자 시신이 도착한 건 지금처럼 저녁 10시가 넘어서였지. 참말로 억수로 불쌍치. 울어주는 사람 하나 없고 경찰 두 명이랑 병원 관계자 세 명 나 이렇게 여섯이 화장을 하기 시작한기라. 도움을 받아 시신을 관째 화장로에 집어넣고 밸브를 키자 경찰이랑 병원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온다 카더라. 내는 그때까지 야밤에 혼자 화장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뭐 어쩌겠나? 직업이 깡패라고 알았다 했지.”
윤씨 아저씨는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어 물고 불을 붙였다. 새하얀 연기가 금새 기계실 안을 가득메웠다.
“혼자 화장로 가마 옆을 지키고 앉아 멍하니 있자니 별에 별 잡생각이 다 들대. 그래서 원래 그러면 안되지만 밖으로 통하는 문을 잠그고 몰래 숨카 온 쐬주를 마른 멸치랑 함께 혼자 홀짝였지. 크크…”
지금은 승화원에서 근무를 하며 음주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폈다는 그때 그 시절 저 정도 편법은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삼십 분이 지났나? 갑자기 누군가 가마 뒤로 오는기라. 누군가 하고 봤더니 아까 경찰하고 같이 온 병원 간호사 아가씨더라고… 나는 의아해 하면서 무슨 일 있냐고 물었지. 생각해봐라. 사람 화장하는 가마에 누가 오고 싶겠나? 그랬더니 아가씨가 ‘그냥 밥 생각이 없어서 여기서 화장하는 동안 기다리려고 하는데 밖에는 아무도 없어서 무섭다카네. 나는 알겠다 하고 그럼 화장할 동안 말동무나 하자 했지. 지금에야 말하지만 그 아가씨 참말로 고왔데이..”
나는 무엇인가 짐작 가는 것이 있어서 아저씨에게 조심히 물었다.
“아저씨, 혹시 그 간호사가 귀신이었나요?”
내 말을 들은 아저씨는 빙그레 웃었다.
“이야기 끝까지 들어봐라. 성질 급하기는…간호사 아가씨 오고서 아마 십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던 아가씨가 불쑥 내게 물어 보대.
‘아저씨, 아저씨 화장로 안은 무지 뜨겁겠죠?’
‘화장로 가마 안 온도가 천도까지 올라가니 무지 뜨겁지요.’ 이리 대답했다. 그러더니 또 꿀 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히 있대.”
다시 한번 아저씨는 담배를 길게 빨아 물고는 연기를 코로 내뿜었다.
“나는 간호사 아가씨 때문에 대놓고 쐬주도 못 먹으니 그게 조금 불만이었지. 그래서 몰래 쐬주를 마실려고 잠시 뒷간에 갔다 온다 했지. 하지만 바로 그때 일이 벌어진기라.”
나는 어느새 아저씨 말에 빠져 들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저씨는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는지 피식 웃고서는
“막 뒷간에서 쐬주 반 병 정도 마시고 화장로로 오니까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진기라. 그때도 화장로 가마는 문이 두 개 인데 너도 알다시피 하나는 시신을 화장로 안으로 집어 넣는 정문(正門)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화부들이 화장로를 정비하기 위해 들어가는 측문(側門)인기라. 정문은 화장하는 동안 밖에서 열리지 않도록 잠금 장치가 걸리는데 화부들이 사용하는 측문은 그렇지 않았지. 화장하는 동안에도 밖에서 문을 열수 있다는 말이지. 근데 그걸 간호사 아가씨가 열고서 멀뚱히 쳐다보는 기라. 내가 놀라서 소리치자 아가씨는 나를 서글프게 한번 쳐다보고는 불가마 안으로…”
그 순가 아저씨의 핸드폰 벨이 울렸고 윤씨 아저씨는 말을 끊고서는 전화를 받았다. 한참을 심각하게 통화 하던 아저씨는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몇 분 후면 손님이 도착 한다고 하니 우리도 슬슬 준비를 하자.”
“아저씨 아까 이야기는 어떻게…간호사가 불가만 안으로 뛰어들어간 다음에는요?”
“아..맞다. 측문을 연 간호사 아가씨가 불가만으로 뛰어든기라.. 산 사람이 뛰어들었으니 난리가 난 거지. 나는 서둘러 가스밸브를 잠그고 비상냉각을 시작했어.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면서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지. 내가 일반인을 출입시킨 것도 잘못인데 몰래 뒷간에서 쐬주를 마셔 사람이 자살을 했으니…하지만 바로 그때 경찰이랑 병원 관계자가 밥을 먹고 딱 나타난기라.. 나는 같이 온 간호사 아가씨가 화장로 가마 안으로 뛰어들었다고 서둘러 구해야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나를 멀뚱히 쳐다만 보고있대. 나는 지금 사람이 죽어가는데 다들 뭐하냐고 악을 쓰자 그제서야 경찰 한 명이 이러데…
‘아재 술 먹었어요? 우리 네 명밖에 안 왔는데 무슨 간호사 아가씨 타령이예요?’
나는 순간 경찰이 말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줄 알고 아까 같이 온 젊은 간호사 아가씨 말 하는 거라고..화장로 가만 안에 뛰어들었다고 몇 번을 이야기 하자.
‘아재, 우리 처음부터 남자 네 명밖에 안 왔어요. 여기 도착 했을 때 살아있는 아가씨는 보지도 못했어요.’
나는 그제서야 내가 헛것을 본거라는 걸 깨달았지. 근데 그때 병원 관계자랑 경찰이 무엇인가 수근 거리더니 나한테 사진 한 장을 내밀데. 그게 누구겠나?”
“그..간호사 아가씨요?”
“그래 바로 간호사 아가씨인기라..내가 바로 이 간호사 아가씨라고 말하니까 경찰이 나한테 이렇게 말하데..
‘아재, 우리가 데리고 온 무연고자 시신이 바로 이 아가씨 입니다. 병원 간호사는 맞는데 같은 병원 의사한테 실연을 당하고 음독 자살했답니다. 아마도 아재 기가 약해져서 헛것을 본 것 같네요.’
나는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무도 혼란스러웠지. 근데 그때 나를 안스럽게 바라보는 경찰 일행들을 보고 중요한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지.”
윤씨 아저씨는 재떨이로 쓰는 조그만 깡통에 담배를 비벼 끄면서 큰 소리로 가래침을 내 뱉었다. 나는 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해 아저씨를 채근했다.
“네, 왜요? 간호사 귀신이 다시 나타난 거예요? 혹시 그 네 명이 간호사를 죽인 범인인가요?”
“아니다. 다 틀렸다. 손님 올 시간이 내가 짧게 이야기 해줄게. 내가 놀라서 허둥지둥 거리고 있으니까 경찰일행이 처음에는 걱정스럽게 나를 쳐다보더니 어느 순간에 나를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 마냥 쳐다보는 기라.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깨달았는데..내가 분명 아까 쐬주를 마시려고 밖으로 통하는 문을 안에서 잠궜거든. 뒷간도 여기 안에 있어서 밖으로 나갈 일도 없고..근대 간호사 아가씨랑 경찰 일행들이 어떻게 여기를 들어왔냐 이 말인 거다. 나는 그제서야 눈앞에 이 놈들도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 거제. 미친 사람 마냥 들고 있는 도구며 쐬주병이며 몽땅 집어 던지고 밖으로 서둘러 달려 나가려고 내가 잠근 문을 열었지.”
“그리고요?”
“근데 열린 문 앞에는 지 잘린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간호사 아가씨가 미친 듯이 웃으며 서 있는기라.. 그 순간 정신을 잃었지."
왠지 윤씨 아저씨가 말한 장면이 눈 앞에 연상되어 소름이 돋았다.
"다음날 출근한 직원이 나를 발견하고 정신을 차렸는데... 그후 꼬박 한 달을 끙끙 알아누웠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원래 그날 예약 잡힌 무연고자 시신 화장은 사정상 다른 곳에서 화장했는데 미처 우리 쪽에 연락을 못했다는기라. 한 마디로 밤 새 귀신한테 홀린거란말이지..”
나는 윤씨 아저씨의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못했다. 직접 내가 있는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라 그런지 기계실 밖으로 나갈 엄두고 나질 않았다.
“아! 그리고 그때 아가씨가 서 있던 자리가 바로 딱 지금 니가 있는 거기다.”
“……!!!!”
나는 용수철이 튕기듯 반사적으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하하! 괘안타. 괘안아. 귀신이 장난을 좋아해도 사람을 헤치지는 않더라.”
그때 밖이 소란한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11차 화장을 하러 영무교 손님들이 도착한 듯 했다. 그때 윤씨 아저씨가 기계실 밖으로 나가면서 한마디 던졌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못했다.
“민호야. 내가 화장터에서 일하면서 겪은 가장 무서운 일이 뭔지 아나? 1년에 서너 번 정도... 화장중인 불가마 안에서 사람 비명 소리가 들리는 거다. 그게 귀신 장난이라면 차라리 다행일 텐데..”
윤씨 아저씨
내가 윤씨 아저씨를 알게 되고 그 ‘일’을 격은 건 10년 전이었다.
대학시절 서울 외곽에 있는 ○△시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자취를 할 때 아랫집에 살던 분이 바로 윤씨 아저씨였다. 그런데 윤씨 아저씨에 대해 성이 윤씨라는 것만 알지 정확한 이름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
“마 니 민호라고 했제? 니 비싼 대학 등록금 부모님이 내주셨으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데이…빨갱이들이랑 어울려 대모 짓거리 하지 말고…”
장마가 끝난 8월 어느 날 밤. 동네 어귀 삼겹살 집에서 같은 주택에 사는 남자들끼리 조촐한 음주 자리가 있었다. 이웃 사촌끼리 잘 어울려 지내자는 주인 아저씨의 배려였다.
“크크…윤씨 아저씨!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대모를.. 지금 대학생들 취업걱정에 자기 스팩 쌓기 바쁘지 우리 때처럼 대모나 노동투쟁은 먼 나라 이야기라니까요..”
주인집 아저씨가 나를 대신해 윤씨 아저씨 말에 대꾸를 했다. 윤씨 아저씨는 술이 오르는지 연신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윤씨 아저씨는 남들과 다르게 홀로 글라스에 소주를 따라 마시더니 벌써 앞에 소주 빈 병이 열 병을 넘어섰다.
“딸꾹~ 암튼..공부~~열심히 해야지. 안 그럼 나처럼 험한 일 한데이~”
“아저씨 실례지만 무슨 일 하시는데요?”
나는 순전히 호기심으로 윤씨 아저씨에게 물었다.
술을 저렇게 말술로 마시는 윤씨 아저씨였지만 가끔 아침에 출근할 때 마주치면 언제나 서류가방을 든 단정한 복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공사장이나 공장 등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지 늘 궁금했었다.
“와? 그게 궁금하나?”
맞은 편에 앉은 주인 아저씨는 뭔가를 아시는지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놓인 빈 잔을 채웠다. 나는 순간 내가 잘못 질문했음을 깨닫고 급히 다른 말로 화제 전환을 하려는 찰나.
“화장터에서 일한다.”
“……!”
“니 화장터 가본적 있제? 이 아제가 그 화장터에서 화부로 일한데이…딸꾹”
“화….화부요?”
나는 화장터라는 말이 다소 꺼림칙 했지만 화부라는 생소한 단어가 또 궁금해 되물었다.
그러나 그날 윤씨 아저씨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셨다. 나 역시 분위기상 더는 묻지 않았다. 삽겹살 집 술자리 이후 몇 번의 친목을 도모한 술자리가 더 있었고 시간은 흘러 겨울방학이 되었다.
“민호 니 방학 동안 알바 함 해볼래?”
“저번 술자리에서 다음 학기 등록금 걱정에 알바를 해야겠다는 내 하소연을 윤씨 아저씨가 용케 기억하고 말을 걸었다.”
“알바요? 저야 좋죠. 무슨 일인데요?”
“화장터 일이다. 니 할 수 있겠나?”
“......!”
나는 괜시리 마른 침을 한번 삼켰다. 자랑은 아니지만 태어나서 지금껏 살면서 나는 화장터를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 그저 내 머릿속 화장터 이미지는 높다란 굴뚝에 시신을 태우는 희뿌연 연기… 그리고 오열하는 유가족들로 그려지는 매우 불쾌한 장소인 것이다. 그런데 화장터 알바라니…
“아마 하루 일당 십 만원은 받을 기다. 겨울이라 그리 일도 힘들지 않을거고….”
그때 당시 공사현장 막노동 하루 일당이 7만원 정도였으므로 매우 군침이 당기는 조건이었다.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하겠노라 말씀 드렸다.
화장터의 정식 명칭은 ‘○△승화원’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매우 깨끗하고 청결한 느낌이었다.
“어때? 생각보다 깨끗하제?”
“네! 저는 높다란 굴뚝이 있는 공장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마치 공원 같은 느낌인데요?”
“그래! 여기도 사람 일하는 곳이라 처음에 좀 힘들어도 적응되면 괜찮을 기다. 니는 나 따라 기계실에서 있으면 된다.”
“네!”
그렇게 첫날을 근무하며 내심 걱정했던 시신을 보거나 화장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거나 하는 등의 일은 생기지 않았다. 가끔 기계실에서 벗어나 사무실이나 식당 등을 이동할 때 길다랗게 줄 서있는 영구차나 오열하는 유가족 등을 목격하면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할만한 알바라 생각했다.
또한 윤씨 아저씨가 말한 화부라는 것에 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화부는 화장로의 불을 다루는 기술자를 말한다. 예전에는 제례식 방식으로 육체노동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내가 있는 기계실에서 기계 버튼을 조작하며 화로 안 온도를 약 1,000도까지 유지 관리하는 일을 했다. 또한 혹시 모를 기계고장이나 돌발변수에 대해서도 대처하는 것이 화부가 하는 일이었다.
“마, 민호야. 내가 하는 일이 남들은 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리 생각 안 한다. 망자가 된 고인을 마지막으로 편하게 모시는 일이 바로 내가 하는 일이란 말이다.”
말을 하는 윤씨 아저씨의 얼굴은 언뜻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 앞에서 ‘나 화장터에서 일하오.’ 이리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이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일 테니까…
“맞다. 너 내일은 주간은 쉬고 저녁 9시부터 야간에 근무다. 수당도 야간이라 1.5배 더 쳐준데이.”
“야간이요? 밤에는 화장 안 하잖아요?”
내가 일하는 승화원은 아침 7시부터 망자에 대해 1차 화장을 시작하여 15시인 9차 까지 화장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가끔 16시 이후 10차 화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죽은 망자가 아닌 묘를 개장한 유골이나, 죽은 태아를 화장 한다. 그렇기에 겨울이라도 어두워지기 전 18시면 모든 업무가 마무리 된다.
“응, 내일 오면 자세히 알려 줄게. 와 보면 안다.”
그렇게 그 날일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나는 저녁 9시에 승화원으로 출근을 했다. 예상대로 밤의 승화원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정문을 지키던 경비 아저씨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하늘에서는 하얀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어째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기계실이 있는 건물 뒤 편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왔나?”
윤씨 아저씨는 오전부터 계속 근무를 했는지 초췌한 모습이었다.
“밥은 먹었나? 안 먹었음 저기 사다 놓은 컵라면이라도 먹거래이.”
“근데…아저씨 밤에는 화장도 안 하는데 무슨 일을 하는 거예요?”
나는 어제부터 계속 궁금했던 질문을 꺼내 물었다.
“화장 안 한다고? 내가 니한테 화장 안 한다고 했나? 아니다. 12시에 11차 화장 한다.”
“….11차 화장이요?”
승화원에서 열흘 정도 알바 한 나였지만 11차 화장은 분명 처음 들었다. 화장터 안내문에도 분명 마지막 화장이 오후 4시에 이뤄지는 10차 화장이 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11차 화장은 비공식이다.”
“아….!!”
그제서야 나는 내가 11차 화장에 대해 처음 들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근데 ○△승화원 분명 나라에서 운영하는 거잖아요. 비공식으로 막 화장하고 그래도 되요?”
알바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화장을 하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사망진단서를 비롯한 여러 서류를 접수실에 접수해야만 정식 화장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윤씨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애꿎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니 영무교(靈巫敎)라는 종교단체 들어 봤나? 아마도 못 들었을 기다.”
윤씨 아저씨 말처럼 난생 처음 듣는 종교단체였다.
“우리 나라에 영무교라는 종교단체가 있는데… 이게 엄청 대단한 종교 단체인기라…전직 대통령 누구부터 재벌 총수들까지 다 영무교 소속이란다. 근데 이게 무슨 비밀 조직처럼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종교단체인기라..”
윤씨 아저씨는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코로 흰 연기를 내뿜었다.
“아무튼 그 영무교가 사람을 화장할 때 꼭 밤 12시 자정에 해야 한다는 이상한 교율이 있단다. 그래서 나라 높으신 분이 지시를 내리고 말단인 우리야 있지도 않은 비공식적인 11차 화장을 하는 거지.”
“아......!!”
“니는 기계실에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큰 걱정할 필요는 없을기다.”
기계실 창 밖으로 내리던 눈은 어느새 그치고 파란 초승달만이 을씨년스럽게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밤 12시까지는 아직 2시간 정도 남았다. 나는 대학교 전공 서적을 잠시 보다가 여러 잡념으로 인해 책을 덮었다. 그때 윤씨 아저씨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민호야? 니 무서운 이야기 아는 거 없나? 있으면 함 해봐라.”
“무서운…이야기요? 귀신 이야기 말씀이세요?”
“귀신이야기나….사람이야기나 아무거나 좋으니 퍼뜩 해봐라.”
윤씨 아저씨의 뜬금없는 무서운 얘기 타령에 난 왠지 꺼림칙 했다. 소수의 호러 매니아를 제외하고 그 누가 야심한 밤 화장터에서 무서운 얘기 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그래도 나는 분위기상 어떤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아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윤씨 아저씨에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사실은 그 여자가 귀신이었던 거죠. 어때요? 이게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인데..”
“그니까…니 말은 같은 과 여자동급생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귀신이었다고? 아무도 그 여자를 본 사람도 없고?”
“네! 맞아요. 군대 가기 전에 겪은 일인데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소름이….”
“쳐라 마! 귀신이 뭐가 무섭나?”
“그럼 아저씨는 진짜 귀신 본 적 있으세요?”
나는 약간은 분한 마음에 도발하듯이 물었다. 내 반응이 윤씨 아저씨는 재미있는지 방긋 웃었다.
“지금은 이렇게 기계실에서 버튼 하나로 조작하지만 예전에는 어떻게 화장했는지 아나?”
“아…아뇨.”
“옛날에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지 기계실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때도 가스로 불을 때우는 방식이기는 했는데 일일이 화장로 옆에서 지키고 있다거 벨브를 열고 닫는 방식이었지.“
윤씨 아저씨는 목이 마른지 머그컵에 있는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런데 가끔 오늘처럼 눈이나 비가 오는 날씨가 궂은 날에는 그게 보인다.”
“그..그거요? 그게 뭔데요?”
“뭐긴 뭐겠나? 귀신이지!”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아직 윤씨 아저씨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의자를 내가 있는 쪽으로 끌어당겨 고쳐앉았다.
“아마 내가 이 일을 시작한지 반년 정도 됐을 때 인기라.. 그때 나는 막 견습딱지를 때고 사수 없이 혼자 화부 일을 할 수 있을 때 였지. 하지만 이 일에 대해 회의감이 막 들던 때도 바로 그 시기였다. 생각해봐라. 화장터 화부 일이 단순히 불만 다룬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사람들 시선도 있꼬..”
“…네..그렇죠.”
순간 나도 모르게 아저씨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급히 실수 헸음을 깨달았지만 윤씨 아저씨는 내 반응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도 오늘같이 함박눈이 억수로 내릴 때였다. 지금이야 체계가 잡혀 4시에 하는 10차 화장이 끝이지만 그때는 그런 것 없었다. 그저 망자가 들어오면 늦은 밤에도 화장을 하고 그랬거든. 마치 오늘처럼…그날 내가 야간 당직이었지.”
아저씨는 아련한 뭔가를 떠올리는 것처럼 기계실 한쪽 구석을 응시했다.
“그날은 경찰이 무연고자 시신 한구를 화장하러 온기라. 니 무연고자 시신 알제?”
“네, 알죠.”
무연고자 시신은 말 그대로 돌아가신 망자에 대한 장례를 치뤄줄 연고자가 없는 시신을 말한다. 요즘은 세상이 각박해져 일부러 시신포기각서를 쓰고 무연고 처리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무연고자 시신이 그리 흔치 않았다고 윤씨 아저씨는 말했다.
“원래 사전에 연락 받기를 무연고자 화장을 저녁 6시에 하기로 했는데 눈이 억수로 많이 와서 도로가 통제된기라. 그래서 무연고자 시신이 도착한 건 지금처럼 저녁 10시가 넘어서였지. 참말로 억수로 불쌍치. 울어주는 사람 하나 없고 경찰 두 명이랑 병원 관계자 세 명 나 이렇게 여섯이 화장을 하기 시작한기라. 도움을 받아 시신을 관째 화장로에 집어넣고 밸브를 키자 경찰이랑 병원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온다 카더라. 내는 그때까지 야밤에 혼자 화장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뭐 어쩌겠나? 직업이 깡패라고 알았다 했지.”
윤씨 아저씨는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어 물고 불을 붙였다. 새하얀 연기가 금새 기계실 안을 가득메웠다.
“혼자 화장로 가마 옆을 지키고 앉아 멍하니 있자니 별에 별 잡생각이 다 들대. 그래서 원래 그러면 안되지만 밖으로 통하는 문을 잠그고 몰래 숨카 온 쐬주를 마른 멸치랑 함께 혼자 홀짝였지. 크크…”
지금은 승화원에서 근무를 하며 음주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폈다는 그때 그 시절 저 정도 편법은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삼십 분이 지났나? 갑자기 누군가 가마 뒤로 오는기라. 누군가 하고 봤더니 아까 경찰하고 같이 온 병원 간호사 아가씨더라고… 나는 의아해 하면서 무슨 일 있냐고 물었지. 생각해봐라. 사람 화장하는 가마에 누가 오고 싶겠나? 그랬더니 아가씨가 ‘그냥 밥 생각이 없어서 여기서 화장하는 동안 기다리려고 하는데 밖에는 아무도 없어서 무섭다카네. 나는 알겠다 하고 그럼 화장할 동안 말동무나 하자 했지. 지금에야 말하지만 그 아가씨 참말로 고왔데이..”
나는 무엇인가 짐작 가는 것이 있어서 아저씨에게 조심히 물었다.
“아저씨, 혹시 그 간호사가 귀신이었나요?”
내 말을 들은 아저씨는 빙그레 웃었다.
“이야기 끝까지 들어봐라. 성질 급하기는…간호사 아가씨 오고서 아마 십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던 아가씨가 불쑥 내게 물어 보대.
‘아저씨, 아저씨 화장로 안은 무지 뜨겁겠죠?’
‘화장로 가마 안 온도가 천도까지 올라가니 무지 뜨겁지요.’ 이리 대답했다. 그러더니 또 꿀 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히 있대.”
다시 한번 아저씨는 담배를 길게 빨아 물고는 연기를 코로 내뿜었다.
“나는 간호사 아가씨 때문에 대놓고 쐬주도 못 먹으니 그게 조금 불만이었지. 그래서 몰래 쐬주를 마실려고 잠시 뒷간에 갔다 온다 했지. 하지만 바로 그때 일이 벌어진기라.”
나는 어느새 아저씨 말에 빠져 들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저씨는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는지 피식 웃고서는
“막 뒷간에서 쐬주 반 병 정도 마시고 화장로로 오니까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진기라. 그때도 화장로 가마는 문이 두 개 인데 너도 알다시피 하나는 시신을 화장로 안으로 집어 넣는 정문(正門)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화부들이 화장로를 정비하기 위해 들어가는 측문(側門)인기라. 정문은 화장하는 동안 밖에서 열리지 않도록 잠금 장치가 걸리는데 화부들이 사용하는 측문은 그렇지 않았지. 화장하는 동안에도 밖에서 문을 열수 있다는 말이지. 근데 그걸 간호사 아가씨가 열고서 멀뚱히 쳐다보는 기라. 내가 놀라서 소리치자 아가씨는 나를 서글프게 한번 쳐다보고는 불가마 안으로…”
그 순가 아저씨의 핸드폰 벨이 울렸고 윤씨 아저씨는 말을 끊고서는 전화를 받았다. 한참을 심각하게 통화 하던 아저씨는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몇 분 후면 손님이 도착 한다고 하니 우리도 슬슬 준비를 하자.”
“아저씨 아까 이야기는 어떻게…간호사가 불가만 안으로 뛰어들어간 다음에는요?”
“아..맞다. 측문을 연 간호사 아가씨가 불가만으로 뛰어든기라.. 산 사람이 뛰어들었으니 난리가 난 거지. 나는 서둘러 가스밸브를 잠그고 비상냉각을 시작했어.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면서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지. 내가 일반인을 출입시킨 것도 잘못인데 몰래 뒷간에서 쐬주를 마셔 사람이 자살을 했으니…하지만 바로 그때 경찰이랑 병원 관계자가 밥을 먹고 딱 나타난기라.. 나는 같이 온 간호사 아가씨가 화장로 가마 안으로 뛰어들었다고 서둘러 구해야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나를 멀뚱히 쳐다만 보고있대. 나는 지금 사람이 죽어가는데 다들 뭐하냐고 악을 쓰자 그제서야 경찰 한 명이 이러데…
‘아재 술 먹었어요? 우리 네 명밖에 안 왔는데 무슨 간호사 아가씨 타령이예요?’
나는 순간 경찰이 말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줄 알고 아까 같이 온 젊은 간호사 아가씨 말 하는 거라고..화장로 가만 안에 뛰어들었다고 몇 번을 이야기 하자.
‘아재, 우리 처음부터 남자 네 명밖에 안 왔어요. 여기 도착 했을 때 살아있는 아가씨는 보지도 못했어요.’
나는 그제서야 내가 헛것을 본거라는 걸 깨달았지. 근데 그때 병원 관계자랑 경찰이 무엇인가 수근 거리더니 나한테 사진 한 장을 내밀데. 그게 누구겠나?”
“그..간호사 아가씨요?”
“그래 바로 간호사 아가씨인기라..내가 바로 이 간호사 아가씨라고 말하니까 경찰이 나한테 이렇게 말하데..
‘아재, 우리가 데리고 온 무연고자 시신이 바로 이 아가씨 입니다. 병원 간호사는 맞는데 같은 병원 의사한테 실연을 당하고 음독 자살했답니다. 아마도 아재 기가 약해져서 헛것을 본 것 같네요.’
나는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무도 혼란스러웠지. 근데 그때 나를 안스럽게 바라보는 경찰 일행들을 보고 중요한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지.”
윤씨 아저씨는 재떨이로 쓰는 조그만 깡통에 담배를 비벼 끄면서 큰 소리로 가래침을 내 뱉었다. 나는 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해 아저씨를 채근했다.
“네, 왜요? 간호사 귀신이 다시 나타난 거예요? 혹시 그 네 명이 간호사를 죽인 범인인가요?”
“아니다. 다 틀렸다. 손님 올 시간이 내가 짧게 이야기 해줄게. 내가 놀라서 허둥지둥 거리고 있으니까 경찰일행이 처음에는 걱정스럽게 나를 쳐다보더니 어느 순간에 나를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 마냥 쳐다보는 기라.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깨달았는데..내가 분명 아까 쐬주를 마시려고 밖으로 통하는 문을 안에서 잠궜거든. 뒷간도 여기 안에 있어서 밖으로 나갈 일도 없고..근대 간호사 아가씨랑 경찰 일행들이 어떻게 여기를 들어왔냐 이 말인 거다. 나는 그제서야 눈앞에 이 놈들도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 거제. 미친 사람 마냥 들고 있는 도구며 쐬주병이며 몽땅 집어 던지고 밖으로 서둘러 달려 나가려고 내가 잠근 문을 열었지.”
“그리고요?”
“근데 열린 문 앞에는 지 잘린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간호사 아가씨가 미친 듯이 웃으며 서 있는기라.. 그 순간 정신을 잃었지."
왠지 윤씨 아저씨가 말한 장면이 눈 앞에 연상되어 소름이 돋았다.
"다음날 출근한 직원이 나를 발견하고 정신을 차렸는데... 그후 꼬박 한 달을 끙끙 알아누웠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원래 그날 예약 잡힌 무연고자 시신 화장은 사정상 다른 곳에서 화장했는데 미처 우리 쪽에 연락을 못했다는기라. 한 마디로 밤 새 귀신한테 홀린거란말이지..”
나는 윤씨 아저씨의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못했다. 직접 내가 있는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라 그런지 기계실 밖으로 나갈 엄두고 나질 않았다.
“아! 그리고 그때 아가씨가 서 있던 자리가 바로 딱 지금 니가 있는 거기다.”
“……!!!!”
나는 용수철이 튕기듯 반사적으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하하! 괘안타. 괘안아. 귀신이 장난을 좋아해도 사람을 헤치지는 않더라.”
그때 밖이 소란한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11차 화장을 하러 영무교 손님들이 도착한 듯 했다. 그때 윤씨 아저씨가 기계실 밖으로 나가면서 한마디 던졌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못했다.
“민호야. 내가 화장터에서 일하면서 겪은 가장 무서운 일이 뭔지 아나? 1년에 서너 번 정도... 화장중인 불가마 안에서 사람 비명 소리가 들리는 거다. 그게 귀신 장난이라면 차라리 다행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