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돌아보게 될 우리의 초조함과 불안함을 기리며.

QLS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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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상가에 앉아 와이프를 기다린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먹고 웃고 얘기하고 나는 그들을 보고 생각한다. 어느 전화하는 여자는 신난 듯이 손을 흔들어대며 통화하고 있다. 핫도그 먹는 여자들의 법석함에 나는 몇 번이나 그들쪽을 향해 보았다. 컴퓨터를 두드리는 나를 쳐다본다. 웅웅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찌릿찌릿하다. 나는 애써 주위에 말에 기울이지만 한마디도 알아듣을수 없다. 

와이프가 와서 그 녀가 산 옷을 보여준다. 만족스러운 듯 하다. 그녀가 만족하면 나는 좋다.

이어 집에 돌아왔다. 모두의 마블을 하는 우리가 조금 찌질하기는 하나 소소하게 재미를 주는 일 중 하나이다. 일일미션만 완성하면 그냥 접어둔다. 한때 모두의 마블에 심취한 적 있다. 날아라 아이템이라는 맵은 역전의 짜릿한 재미가 있다. 

그 녀는 점심에 너무 많이 먹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그녀에게 아마 자기가 미쳐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식욕은 그렇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다. 한국의 기준에서 그녀는 결코 호리호리한 편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정상적인 몸매여서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땅이 작아서 작은 체구가 생존에 더 유리 할 것이다. 적게 먹으면 밥값도 적게 들고, 작은 집에 살면 집세도 적게 나가고, 하지만 그러면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간혹 들기도 한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몸담고 있는 콩크리트더미의 면적과 관계있는 사실이 불편하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이 만드신 영적인 존재가 받는 대우를 보면 인간의 완악함을 느낄수 있다. 근데 또 생각하면 하나님은 머리 둘 곳만 있으면 된다고 했으니 그것에 불만하는 인간들 또한 완악하기 마찬가지이다. 

건대역 작은 쪽방에서 미래를 꿈꾸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때론 중국이 그립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그리운건 중국 정확히 연길에 남아있는 나의 관계이다. 거기에 있다면 나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글쎄다. 큰 집에 살면 큰 꿈이 생길까. 다만 큰 방에 있다면 꿈이 좀 더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나를 갈고 닦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대역 작은 방에 살며 느끼는 더 중요한 감정은 오히려 결혼하기 전의 초조함이다. 이대에 신청한 행복주택은 됐으면 좋겠고 되면 그 대출을 갚아야 하고, 부모님 돈은 다 끌어다 썼고, 학위는 따야겠고,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힘든 느낌이 들고. 불안감은 마치 밖의 더운 공기마냥 나를 감싸고 있다. 며칠후면 하지인데 집안은 싸늘하다. 에어컨은 말없이 시끄럽게 돌아가고 맥북을 두드리는 자판소리와 데스크탑의 불편한 키보드소리가 난잡하게 섞인다. 때로는 같이 때로는 혼자, 사랑하는 두 영혼은 끊임없는 자판 소리를 통해 교감하고 부딪친다. 두 사람의 자판소리가 멎고 에어컨소리가 들린다. 살아있구나.. 우리, 는, 아직. 사랑한다. 너무나.사랑한다. 함께 꿈을 꿀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