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로 사랑을 했습니다

무지개2017.06.21
조회2,592
저는 진짜 사랑을 했습니다 태어나서 제대로 받아본 사랑이라고는 부모님한테 받는 사랑 뿐이었습니다 그 마저도 곧 동생들에게 뺏겼고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친구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길가던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남자를 싫어하게 됐습니다 학창시절의 남자들은 모두 절 괴롭힌 기억 뿐입니다 그들이 장난이라고 내게 했던 행동들은 모두 폭력이었습니다 물론 저에게 잘 대해 준 남자도 있었습니다 저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고 고백도 몇 번 받았습니다 좋아하진 않았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받아서 몇 번 남자를 사귀었습니다 그것도 미안해서 오래 만나지 못했죠 미안하다고 헤어졌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는 남자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친구로도 남자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서 괴로웠던 하루들도 많았고 모진 말들을 견딜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와 친한 친구였던 친구를 어느 순간부터인가 좋아하게 됐습니다 첫 사랑이었어요 마음 하나 공유할 수 없다고 콱 막힌 세상을 살던 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때 동성애자였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왜 제 마음에 들게 생긴 여자를 보면 눈을 돌리지 못했는지부터 과거의 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동성애자라는 걸 확신했어요 하지만 저는 저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제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모를 테지만 모두가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 같았어요 모두 저를 이상하게 쳐다본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제 자신이 미워졌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것도 아닌데 성추행 만진다고 내가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남자에 벌벌 떠는 걸까 그래서 여자가 좋아진 걸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첫사랑이었던 그 친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이상하게 볼 테니까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없었던 걸로 하기로 했습니다 친구를 만나지 않았고 모두 겉으로만 사귀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친구였지만 밖에서 만나지도 연락을 하지도 않았지요 점점 다 멀어졌습니다 한 번 인터넷으로 여자를 만난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저를 혐오한 것처럼 그 여자도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만난 후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혼자였습니다 그러다 어쩌다 알게 된 언니와 제 마음 속에 있던 상처를 말하게 되는 날이 있었습니다 언니는 절 위로해 주었죠 저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고 언니가 더 화내 주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음은 열었고 또 바보같이 언니를 좋아했습니다 그 언니는 동성애자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을 했고 당연히 안 될 것이라 생각해서 마음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로만 딱 친구로만 만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날 언니가 술을 먹고 저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저도 술에 취해 있었고 싫지 않았기에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저에게 말했어요 정말 좋아한다고 제 자체를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언니는 양성애자였어요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꿈만 같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사랑이란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지독히 외로운 삶을 보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했습니다 다른 연인들처럼 영화를 보고 손도 잡고 데이트도 밥도 먹고 그리고 키스도 했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런 날들도 지나고 언니는 저에게 결혼이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언니는 항상 혼자였다고 말하면서요... 부모님은 언니가 어릴 때 이혼하셨고 언니는 외할머니 손에 길러졌지만 금방 돌아가셔서 친척 집을 돌아다니면서 살았다고 그랬습니다 언니는 가족이 갖고 싶다고 그랬어요 저는 여자고 언니도 여자니까 우리는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걸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우리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헤어졌어요 아직도 언니를 많이 좋아하고 또 사랑하지만 언니는 처음 여자인 저를 좋아했고 언니의 꿈은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는 게 꿈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놔줬습니다 제가 힘들어서 그런 것도 있겠죠 누구에게 언니를 소개할 때 애인도 아닌 친한 언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습니다 언제나 저는 당당할 수가 없었어요 언니는 주위를 신경쓰지 않았지만 스킨쉽 하나 할 때도 언제나 전 조심했어요 주위의 시선이 너무 신경쓰였으니까요 저랑 언니가 사랑했다는 걸 이 글 아니면 그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이런 사랑을 하니깐요 언니는 이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겠죠 언니의 꿈이었으니 저는 이제 언니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언니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에요 너무 사랑해서 보지를 못하겠습니다 짧았다고 할 수도 있고 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잊지 못하겠죠 다음 생에는 제가 차라리 남자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언니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채색이라고 생각했던 제 인생을 잠깐이라도 예쁜 색으로 물들여 줘서 감사합니다 언니 덕분에 진짜 사랑을 알았고 저는 그 사랑의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겠죠 지금도 함께라면 좋겠지만 마지막이라는 걸 아니까 제가 없어도 언니의 인생은 행복했으면 좋겠고 제가 걱정하지도 못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걸로 저는 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