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제 말을 무시해요. 어떻게해야 할까요..

ㅇㅇ2017.06.30
조회16,455
안녕하세요. 가장 많은사람이 보는 곳에 글을쓰게 되었습니다. 방탈 죄송합니다..

방학이라 가족들이랑 함께지내고있는 대학생입니다.
간단히 가족들에 대해 설명하자면 부모님과 군 제대한 남동생,전형적인 장녀콤플렉스를 가진 저, 이렇게 4명입니다.

저희 집에서 제가 제일 서열이 낮아요. 트라우마가 참많은데 이게 그렇다고엄청 큰 일들이 아니라서...어쩌면 대부분의 첫째딸들이 겪어 왔을지도 모르는 일 일거예요.

트라우마 중 하나를 꼽자면(이번일은 그냥 저희집의 특수한 경우겠지만), 저희집사람들은 제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않아요. 예를들어 제가 신나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 중간에 엄마가 갑자기 아빠한테 말을 거세요.

나: 엄마 있잖아 오늘 학교에서 이런저런 일이있었는데 그 일이말이야 이렇게돼서..

엄마:(내 얘기를 듣는 듯하다가)여보? 방금 가스밸브 잠궜어?

아빠:글쎄 잠궜나 잠시만..

엄마:확인해봐. 내가 볼까?(자리를 뜬다)

나:........

이런 식입니다. 다시 제가 있는 자리로 엄마가 오신다해도 제가 말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완전히 잊어버린후예요.

몇번 이런 일을 말씀드리고 제 얘기좀 들어달라 전하면 엄마의 대답은 한결같아요.

"네 얘기가 재미없고, 너무 길고 , 지루해. 그래서 안듣는거야."

초등학교시절부터 엄마와 이런일이 생겨서 아직까지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때면 '여기서 그만 말해야할까? 친구들이 내 얘기 지루한데 계속 듣고 있는거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듭니다.

가끔 어릴적 동생이 제 상황을 눈치채줘서 "아 엄마~누나가 얘기중이잖아~나라도 누나말 들어줄게~계속얘기해" 라는 식으로 말해준적도 있습니다.(참고로 동생말은 잘 들어주십니다. )

반대로 저는 가족들 말에 엄청 귀기울이는 편입니다. 들었던얘기도 또 잘 들어주고 호응해주고.. 아마 제가 말을 무시당하는 마음을 알아서 더 그런것같습니다. 친구들도 저와 이야기할때면 말이 술술 잘나온다고 속깊은 얘기도 하게된다며 제 경청하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줍니다.

그러던 중 오늘,방금전 터지고말았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이 어린 학생들을 마주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즈음 그 중 한 학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워낙 제 얘기를 들어주지않아서 어지간하면 말을 꺼내지않는데, 그 학생얼굴을 가족모두가 알고있어서(한칸건너 이웃의 막내입니다.) 스트레스도 풀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분명엄마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했지만 서론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가 자리를 떴습니다. 워낙 익숙하기에 그러려니하고 옆에앉은 동생에게 이어서 이야기 합니다(동생은 내 얼굴도 보지않고 폰화면을 향해있었어요). 하지만 컴퓨터를 하던 아빠가 동생을 부르니 동생은 갑자기 즐겁다는듯이 웃으며 아빠쪽으로 고개를 돌려 아빠와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제 말이 허공으로 날아갔어요.

평소라면 그냥 익숙하게 넘기고 나도 아무렇지않은듯 내 할일을 했을테지만 갑자기 너무 서러운거예요. 왜..나는 가족들 말들 늘 잘들어주는데..내 고민,내 이야기는 아무도 들어주지않는걸까.

심지어 다시 자리로 돌아온 엄마는 제 얼굴 보지도 않고 티비를 키셨어요. 동생도 아빠와의 이야기가 끝났는지 다시 폰화면만 보구요.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데 너무 내가 웃기고.. 이런걸로 우는게 한심하고.. 서러워서 방에 들어갔어요. 티비보려고 나온건데 갑자기 들어가니 엄마가 불렀어요. 왜 방에 가냐고.

그래서 말씀드렸죠. 우는거 안들키려고 목소리 누르면서,

내 말 아무도 안들어줘서 기분상했어. 나 분명 말하고 있었는데 엄만 자리뜨고, ㅇㅇ(동생)이는 갑자기 아빠랑 말하더라? 최소한 자리를 뜨거나 아님 아빠랑 얘기하고싶음 "잠깐만", 이라고 말하고 하던지. 그건 사람사이에 예의아냐? 그리고 볼일끝났으면 나한테 "아까 어디까지얘기했더라? 마저 얘기해줘" 라고 말해야하는거아냐? 이것도 사람사이에 예의라고 봐. 차라리 처음부터 별로 관심없고 안듣고싶으면 "근데 관심없으니 말 안해도돼" 라고 나한테 전해줘!!! 그럼 나혼자 바보처럼 떠들진않을거아냐!!

이렇게 소리쳤어요. 그랬더니 동생이 누나 왜저래 갑자기? 겁나 이상하네 ? 하고 비웃더니 별것도 아닌걸로 화낸대요. 엄마는 더 어이없어하면서 니네방 창문닫으러 갔다온건데? 너 나한테 말하고 있었니? 하십니다.

둘다 동문서답하기에 저 위에말 그대로 다시 해줬어요. 그랬더니 동생은 언제 누나 말 무시했냐 소리치고 히스테릭부린다며 웃고, 엄만 아예 그 학생얘기 관심도 없는데 왜 말하녜요.

그리고 관심도없는 말하는데 자리뜨거나 집중안하는게 뭐가 이상한거냐 네요.꼭 "잠깐만"이라던가 "아까 뭔얘기했니" 같이 말해야하녜요.

관심없으면 처음부터 관심없다 말해달라구요. 무슨 회사 계약자리도 아니고 듣기싫은말 억지로 들을필요도 없는데, 최소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말하기전에 그만 말하라고 얘기해 달라구요 진짜!!

저를 정신나간 수다쟁이로 만들고 이대로 저만 우스워질것같아서 그냥 문닫고 방에 혼자 앉아있어요.

글 쓸 때 막 울었는데 이렇게 정리해서 쓰고보니 좀 나아졌네요..

전 친구들과 이야기할때도 위에 말한 예의를 지켜요. 카페에서 친구가 제게 말하는데 진동벨이울리면 잠깐만,하고 다시 커피들고 와서는 "그래서 아까 ㅇㅇ까지 얘기했지?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어?" 이런 식으로요.. 여러친구가 말하다가 한 친구의 말이 중간에 끊어질때에도 그 친구 말을 항상 기억하고 다시 물어요. "너아까 그얘기하던데 그거 결국 어떻게 됐대?" 라는 식으로 다시 이끌어내서요. 말하고싶은데 못하게 되면 저는 서러웠으니까요.

제가 어이없는 거예요? 밖에서 저빼고 다들 하하호호 웃고있네요. 엄만 제가 자기말 무시한다는게 스트레스래요. 왜냐하면 그런적 없는데 제가 자꾸무시한다 말한대요.

오늘 사춘기이후로 동생한테 처음 화내봤는데 동생은 절 갑자기 화내는 웃기는 사람 취급했어요. 잘 지내다가 왜그러녜요. 아까 동생에게 화낼 때, 너 밖에서 친구들이랑 말할때도 그런식이니? 말 도중에 끊고 무시하는게 이상한거 아니라며? 그럼 친구들 한테도 그러겠네? 라고 했어요. 동생대답이 "뭔소리래 ㅋㅋ" 이거예요. 사람 바보만드는거 쉽네요.

이거 제가 이상한거 아니죠? 이젠 막 그런생각이 들어요. 내가 엄청 말많은 수다쟁이에 듣고싶지않은 말만 지껄여서 주위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타입인걸까? 꽁하게 소심하게 있다가 히스테리나 부리고 그런 타입인걸까? 너무 서러워요. 항상 가족들이랑 서러운 일이있으면 내잘못인양 내가 먼저 풀고, 동생이 나쁘게 굴어도 내가 먼저 웃고 용서해주고.

근데 이번엔 싫어요. 제가 이상한게 아니라면 어떻게 가족들에게 제 서러움을 전달할지 알려주세요. 가족들 말을 똑같이 무시할까요? 제가 거의 동생취미생활, 흥미에 맞춰주고, 엄마 직장사정 들어드리는 편이라..

벌써 12시가 넘었는데 잠도 오지않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