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없을 경험

신기해201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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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 용한아 안녕???ㅋㅋㅋ 그냥 너무 나른하고 졸음 오는 시간에 갑자기 너가 생각나서 혼자 여기다 끄적여봐.
우린 서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끝낼 때까지 존대를 썼지만, 우린 동갑이고 편하게 쓰기 위해서 반말로 쓸게 :)ㅋㅋㅋㅋ

우리는 어떤 어플 덕분에 서로 인연을 맺게 됐었지. 처음에 난 호기심으로 가입하고 그 어플에 가입한 사람들 목록을 구경하고 있었어. 그러다 얼마 후에 네가 약간 장문의 인사말과 함께 나한테 친구신청을 보냈었어. 물론 글뿐이었기 때문에 글만 가지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는 건 섣부른 거지만, 그때 네가 보낸 인사말이 정말 순수해보였고 왠지 좋은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ㅋㅋ 말도 예쁘게 하고ㅋㅋ 그래서 수락을 하고 서로 인사 주고받으면서 그날을 기점으로 매일 어플로 연락을 주고받게 됐어.

너는 경찰공무원을 준비중인 공시생이었어. 사는 곳은 거창이었지만 대구에서 고시원 생활을 하고 학원을 다녔지.

당연히 처음엔 너한테 아무 사심없었고 단지 동갑이라는 이유로 반가워서, 그리고 진짜 친구 같아서 네 힘든 공시생 생활을 매일 응원해줬었어. 너는 그런 나에게 항상 고맙다고 내 덕분에 정말 힘나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했었지.
유치한 드립에도 너는 너무 웃기다며 빵터지곤 했어. 나는 오히려 내 덕분에 힘난다고 하며 웃는 네가 고마웠어. 누군가 나로 인해 힘내고 빵빵 터지며 웃어주면 내가 더 기분 좋은 법이잖아. 그땐 단순히 '좋은 친구 생겼네' 라는 마음이었어.

그렇게 어플로 연락하다가 1주일이 지나서였나.. 잘 기억이 안 난다. 암튼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어찌저찌한 상황으로 어플을 삭제하고 카톡으로 대화하게 됐지.

정말 기쁘더라 신기하고. 어플로 알게 된 사람과 친구 먹고 카톡까지 하게 된다는 게 그땐 너무 신기했어ㅋㅋ 그리고 마치 원래 알고 지낸 친구랑 카톡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

그렇게 너랑 매일 연락하다가 어느날 너가 나한테 보고싶다는 말을 하고 내가 좋다는 말을 했었어. 나는 그때만 해도 너의 그 좋다는 말이, 사람 자체가 좋다는 말인 줄 알았어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나는 너를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너가 가끔씩 내가 좋다는 말을 꺼내니까 나도 조금씩 헷갈리더라고. '이 사람이 나를 사람으로서 좋다는 건가.. 이성으로서 좋다는 건가..' 헷갈리기 시작해서 내가 헷갈린다고 너한테 대놓고 물어봤었지. 그랬더니 너는 이성으로서 내가 좋은 거라고 했었어.

그런데 네 답을 듣고 생각해보니까 나도 어느순간부터 너를 조금씩 이성으로 느끼고 있었더라ㅋㅋ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다 털어놓고 나서 우린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어. 비록 거리도 멀고 너가 공시생이었기 때문에 당장은 만나지 못했지만, 우린 서로와의 연락만으로도 정말 즐겁고 좋았어.

그러다 우리 첫 통화했을 때 기억난다. 그 날은 네가 시험 보기 전 날이었어. 너한테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마땅히 해 줄 게 없어서 고민하다가 목소리로 직접 시험 응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가 저녁에 예고없이 전화걸었지ㅋㅋ 서프라이즈로 해주고 싶어섴ㅋㅋㅋㅋ

진짜 귀여웠어..ㅋㅋㅋㅋ 다들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좋아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게 귀여워보이더라고ㅋㅋㅋ 너는 너가 얼굴이랑 목소리부터 이미 귀여움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했지만 내가 봤을 땐 전혀 아니었어 최소한 나한텐 귀여웠어ㅋㅋㅋ 물론 지금은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전혀 귀엽지 않고(단호)ㅋㅋ

어쨌든 첫 통화였던 만큼 서로 너무 긴장하고 쑥스러워 했던 게 너무 티났었어ㅋㅋㅋ 너가 나보다 더 떨려하더라. 전화 끊고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다고 막ㅋㅋㅋㅋ 넌 그때 나랑 편하게 통화한다고 밖에 나와있었고 나는 금요 철야예배가 있어서 교회 밖이었던 것 같아. 예배 전에 시간이 남아서 통화했는데 나 역시 예배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두근거리고 입이 귀에 걸릴 뻔했었어ㅋㅋ
그 이후로 우리가 아마 두 번 정도 더 통화했었던 것 같다. 한 번 더였었나.. 아무튼 첫 통화 이후에도 여전히 우린 긴장했고ㅋㅋ 그래도 첫 통화 때보단 좀더 길게 통화하다보니 조금씩 적응돼서 서로 말도 웬만큼 잘했던 것 같애ㅋㅋ

아, 그것도 생각난다. 네가 나 졸업하는 날 이벤트 해줬던 거. 나 졸업하기 1주일 전부터 너가 졸업식 날짜 언제냐고 물어봤었는데, 그땐 그냥 너가 기억하고 있다가 축하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뻤어 벌써부터ㅋㅋㅋ
졸업식 날 아침, 우리 가족도 내 졸업식에 온다고 분주하게 준비하던 중이었어. 카톡이 계속 울리길래 봤더니 너가 직접 쓴 손편지랑 야채빵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파리바게트 해피콘이었나? 너가 애써 모아둔 걸텐데 나한테 보내주고ㅋㅋㅋ 축하한다는 말이 들어간 중장문의 톡을 졸업식 끝나고 가족과 식사하는 중에도 계속 보내주며 내 졸업을 너도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축하해줬었어.

정말 좋았고 정말 고맙더라. 내가 좋아하는 너가 축하해줘서. 다른 친구들의 축하도 물론 좋았지만 그 당시엔 친구들 여럿의 축하보다 너 한 사람의 축하가 더 좋더라.

그 이후로도 서로 행복한 날들 보냈고 중간중간 작은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생략할게. 여기다 글 올리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만은 아니다ㅋㅋㅋ 그리고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쉬어야 할 것 같아.

용한씨, 이 글을 볼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본다면 내가 용한씨 진심으로 많이 좋아했었다는 것만 알아줘요. 갑자기 존대모드로 돌아와서 어색하네요ㅋㅋ
그냥 용한씨가 볼 일은 없지만 한 번 적어볼게요. 용한씨 제가 그때 먼저 연락 끊었던 건,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첫째로, 우린 어플에서 알게 된 거잖아요. 용한씨랑 시험 마치고 서로 시간 맞춰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던 이후로 용한씨 생각날 때마다 우리가 미래를 함께하는 걸 상상했었어요. 용한씨도 그랬다고 했죠.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주변 사람들이 용한씰 어떻게 만나게 됐냐고 물으면 어플에서 만났다고 못하겠다 어떡하지 라는 생각..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플에서 만났다는 말을 할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싫었어요..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냥 가장 큰 이유만 적을게요.

용한씨한테 말도 없이 연락 끊어버린 건 미안해요. 갑자기 혼자서 용한씰 만나보기도 전에 첫 번째 이유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여건들이 장애물로 다가오더라구요.. 그러면서 용한씨에 대한 마음도 아주 서서히 닫히게 됐던 것 같구요..
그런데 이건 그냥 제 느낌이지만, 그쯤에 용한씨도 저에게 가졌던 감정들이 왠지 조금씩 식어갔던 것 같아요. 아니라면 미안해요. 제 마음이 그랬어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어요.

아무튼.. 어플로 누구와 알게 되는 일은 용한씰 만나게 됐던 이후로 없었고 앞으로도 없어요. 그래서 용한씨가 나한테 더 특별했던 사람이라고 기억될 것 같아요. 게다가 설마 내가 어플로 누굴 좋아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던 일이었으니.. 비록 만나보지도 못한 사이지만요 하핳..

고마워요. 이미 지나가버린 사람이지만 나한테 좋은 기억들 좋은 추억들 남겨줘서!

책상 정리하다가 우연히 용한씨가 그때 졸업식 때 보내준 손편지 프린트 해뒀던 게 있더라구요. 그거 보니 떠올랐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