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파리랑 전투 벌인 썰.txt

죄주뒤2017.07.07
조회2,671
필자는 필력이 음슴으로 음슴체를 쓰겠음.
때는 바야흐로 국내의 대학생들이 종강을 할 무렵인 올해 초여름.
매미가 맴맴 울기 시작한 때였음.
나는 길고 길었던 시험기간이 끝나고 종강했다고 기분이 들뜬 나머지 아무 생각없이 고향에 약2주간 갔다가 왔음.
음식물 쓰레기를 부엌에 있는 그.. 뭐라해야되냐 음식물 쓰레기 모아놓는 망?도 아니고 통발?도 아닌곳에 놔둔 사실을 까먹은 채.
정말 이렇게 행복해도될까 싶을만큼 평온한 휴가를 보내고 자취방에 도착했음.
문을 열기 전까진 시험기간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대학생의 콧노래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신이 나 있었음.
하지만 그 미궁의 문을 열었을 때, 나의 콧노래는 비명으로 부침개 뒤짚히듯이 180도 변했음.
그 미궁의 문을 열었을 때, 과장 하나 안보태고 육안으로만 봤을 때 날파리가 한 스무마리가 날아다녔음;;
그제서야 대뇌부 저 한켠에서 음식물 쓰레기의 이미지가 스물스물 떠오르기 시작했음.
그때서야 아 이거 이 스무마리는 저 봉인된 음식물 통발?의 뚜껑을 열었을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구나 직감하고.
마치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놓여 상위 포식자에게 쫓기는 불쌍하디 불쌍한 한 생태계의 동물처럼 본능적으로 자취방의 문을 열자마자 위험을 직감하고 단 5초만에 닫았음.
진심 가장 자신있는 과목을 F받아도 이 정도 충격은 아니였을꺼임.
농담아니고 자취하기전에 아주 크-린한 아파트에 살아서 그런 광경은 처음봤음.
오죽했으면 생애 바퀴벌레 실물을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을까.
여튼 그때 시간이 오전 2시?쯤이여서 편의점에 파는걸로는 한계가 있어서 찜질방으로 대피함.
찜질방에서 내일 벌어질 대청소 아니 대전투(?)를 위해 마치 인천상륙작전을 꽤하는 맥아더로 빙의해서 머릿속에서 다음 날의 전쟁터가 펼쳐졌고 모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함.
내 머리속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 때 처음 알았음.
인간이 위기에 처하면 뇌가 활발해지는 듯;;
그렇게 모든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내일 벌어질 전투를 위해 체력을 보충하려고 찜질방에서 잠을 청했음.
그 날만큼은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 싶었음.
하지만 해는 이런 내 마음을 전혀 모르는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명언을 가슴에 세기고 완벽한 전투태세를 위해 다이소에서 고무장갑, 일회용 마스크, 초파리 트랩, 에프킬라, 방향제, 종량제 쓰레기 봉투, 락스 등을 구매하였음.
그리고 마치 실제 6.25전쟁에 참여한 군인처럼 비장한 태세로 집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겨갔음.
드디어 대망의 전투지앞에 도착했음.
전 날 보았던 끔찍한 광경이 아직도 생생했음.
평소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던 그 현관문이 그날따라 어찌나 무서운지.
사형수가 돼서 단두대가 있는 방의 문을 열 때 이런 기분일까 싶었음.
마치 장기간 가출하고 집에 들어가기 두려운 여느 대한민국의 비행청소년처럼 그 미궁의 문의 문고리에 손이 가질 않았음.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 숨을 깊게 마시고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하나하나 누르고 도어락의 뚜껑을 닫았음.
"띠디딕-" 소리와 함께 도어락 역시 내 맘을 모르고 재빠르게 열렸음.
나는 문고리를 살짝내려 문을 약간 열고서는 안을 들여다 보았음.
어제의 그 끔찍한 광경을 해가 중천에 떠있는 낮에 보니 더욱 충격적이여서 잽싸게 바로 닫음.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며 숨소리는 가빠짐.
시X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병X새X는 진짜 누군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였음.
일단 아까 사두었던 에프킬라를 들고 다시 문을 열어서 작은 문틈사이로 용액의 반정도를 쓸 만큼 몇분간 계속 누르고 있었음.
그리고 문을 밀봉함. 날파리들을 모조리 질식사 시켜버리겠다는 오랜 시뮬레이션 끝이 짜낸 작전이였음. 지금 생각해도 거의 학익진급 작전인 듯. 그렇게 몇 분을 지냈을까 문을 서서히 열어 봄.
공기 중을 자기 집마냥 날아다니던 날파리는 흔적조차 안보이고 바닥에는 날파리 시체들이 떨어져 있었음. 1차전 승리의 기세를 몰아 나는 곧바로 고무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한 후에 부엌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 통발?!의 뚜껑을 가차없이 열었음.
씨X. 승리에 도취해 생각없이 행동하는게 아니였는데.
뚜껑을 열자마자 자기 친구들이 죽은 것이 분한지, 날파리 군단들이 나의 얼굴이며 팔이며 가슴이며 막 부딪히며 나에게 공격을 퍼부음. 더욱이 음식물 쓰레기 썩은 냄새가 내 후각마저 테러함.
살면서 그런 악취는 처음이였음. 명란젓 삼각김밥을 먹다가 맛없어서 통째로 넣어놨는데 그새X가 가장 큰 공을 들인 듯.
다행히 빈 속인지라, 헛구역질만 했음.
그 수 많은 공격 속에, 그 통발을 드디어 짚어 들었음. 통발에 난 구멍 사이사이에 음식물이 이리저리 자유분방하게 튀어나와 있었고, 본래의 통발이 어떤 색깔이였는지 조차 알기 힘들만큼 명란젓 삼각김밥색.. 그러니깐 역겨운 주황 빛과 갈색 빛을 띄었음. 통발이 가까워지니 냄새는 더욱이 심해졌음. 진짜 씨X 지금 생각해도 더럽네.
여튼 비위가 정말 약한 나는 진짜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었음.
그래도 꾸역꾸역 참아내며 통발을 뒤집어 음식물 쓰레기통에 털었음.
정말이지.. 후각뿐만 아니라 시각까지 괴롭게 하는 끔찍한 비주얼이였음..
음식물 쓰레기를 털긴 털었는데. 어떤새X가 디자인을 이따구로 해놓았는지 왜 구멍을 이렇게 많이 내놔가지고 사이사이에 음식물을 끼게 함?
진짜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이 통발은 원룸꺼니까.. 버릴 수도 없고 일회용 플라스틱 칼로 사이사이를 찔러서 음식물을 털어냄.
다 털었다 싶어서 잽싸게 부엌에 물을 받아서 락스를 희석시킨후에 통발을 담궈놓고. 장갑과 마스크를 낀 채로 최대한 팔을 벌려 음식물 쓰레기통과의 거리를 벌이며,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음.
지금 내 꼬라지를 생각해보면 겁나 우스꽝스러운데,그땐 그런 생각조차 안나고 이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빠르게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였음.
도착하자마자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탈탈 털어놓고 그 음식물 쓰레기통마저 역겨워서 음식물 쓰레기통까지 버리고 집으로 대피옴.
지금 그 통발은 아직 락스물안에서 동동 떠다니고 있음.
하 정말이지 인생 최악의 경험이였음.
인생 살기 진짜 힘들다.
마지막으로 망할 통발? 사진 첨부하며 글을 마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