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답니다.) 애기용품 나눔 받았다가 남편이랑 엄청 싸웠어요.

ㅇㅇ2017.07.08
조회120,617

 

 

 

시간 날 때마다 댓글들 쭉 읽어봤어요.

글 쓸때부터 욕을 듣진 않을까 염려가 많이 됐지만 그래도 내심 속으로는 기대하고 있었나 봅니다.

난 이상한 게 아니고 그럴만한 거라고. 누구나 같은 환경이면 나처럼 생각할 거라고. 아이 엄마들이 많으니까 이해해주고 위로해줄 거라고.

그런데 그렇지가 않네요. 제 욕심이고 헛된 기대였나 봐요.

반발심이 막 들다가... 대다수가 제 잘못이라 하니까 조금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다 인터넷을 끄고 잠시 외출을 했어요.

 

작은 마트에 들려서 장난감을 하나 샀어요. 집에 와서 편지도 썼어요. 감사하다고 잘 쓰겠다고 이런 내용으로. 월요일날 남편 손에 들려 주려고요.

 

데면데면한 남편 붙들고 사과도 했어요. 미안했다고.

돈 때문에 예민했던 제가 오히려 돈 가지고 남편 자존심 건드렸다는 거 댓글 보고 깨달았어요. 진짜 이건 정말 많이 미안했어요.

이상한 걸로 서운해 한 거 미안하다고. 예민했다고. 사과한다고.

 

남편은 잠시 바라보더니 알겠다 했어요. 그리고 얘기를 꺼내는데 기억나는 것만 쓸게요.

무슨 말인지도 알고 못해줘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대신 우리 형편에서만 최대한 맞춰주자, 남과 비교하지 말자, 그밖에도 여러가지 얘기를 했는데 다 기억에 남지는 않네요. 저런 말들도 괜히 서운한 거 보니까 정말 제가 이상한 건가 싶어서 아무 말도 안했어요. 그래도 미안하다는 건 진심이어서...

 

원래 화해할 때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이라 그냥 하나하나 듣고 있었어요. 알았다고,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러겠다고 했어요.

 

 

속이 좁고 생각 짧은 건 글쓸 때도 알고 있었어요.

서운하긴 한데... 언젠간 이 일도 우스갯소리로 떠들 것처럼 넘어가겠죠.

그리고 아이 옷은 제가 너무 집착하고 있었나 봐요. 생각해 보니 나중에 더 커서 학비, 유학, 여행에 쓰는 게 맞는 건데. 앞으로도 누군가 좋은 마음으로 물려주면 좀 더 편하게 받을게요. 감사 인사도 당연히 할게요.

 

임신하고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해도 되는 투정이고 남편이 받아줄 거라 생각했어요. 그 사람도 힘들 텐데.

 

티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마음같지 않네요. 진짜 그 아내분 미웠었는데...

이건 정말 제가 잘못했어요. 좋은 마음으로 챙겨주셨겠죠.

 

이번엔 사실 받았으니 예의차 답례로 드린 건데요. 나중에 시간 좀 더 흐르고 더 유해지면 그때는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온 예쁜 아기 용품 드리며 감사인사 제대로 할게요.

 

언짢은 글 올려서 죄송했습니다. 제 감정 고스란히 느끼고 있을 아이 생각해서라도 앞으로는 마음 곱게 쓸게요.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하소연 좀 하려고 합니다. 얘기가 길어질 거 같으니 양해 부탁드릴게요.

 

오늘 부부싸움을 했어요.

저는 저대로 속상한데 남편은 혼자 생각 좀 한다고 나갔다가

다시 집 와서도 오늘은 따로 자자며 옷방으로 들어가버렸어요.

 

솔직히 남편 말도 무슨 말인지 아는데 제 입장 이해해주지 못하는 게 너무 서운해요.

 

 

 

간략히 말하자면 결혼 3년차 이제 첫 임신이에요.

애초에 경제력 문제 때문에 아이를 늦게 가졌어요.

남편 외벌이로도 한명 정도는 거뜬하다 여겼는데 또 살다 보니 달라지더라고요.

저도 저대로 일을 하고 싶고 무엇보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남들만큼은 충족시켜주고 싶었거든요.

남편도 제 입장 이해해줬고요.

 

이제 슬슬 남편도 자리를 잡아가고 연봉도 오르고 아이 하나쯤은 잘 키울 수 있지 않겠냐 싶어 둘이 계획을 잡았고 고맙게도 쉽게 아이가 우리에게 와줬어요.

남편 진짜 기뻐했어요.

결혼 전부터 아이를 엄청 원하던 사람이었거든요.

 

저는 점점 개월수가 차고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하나하나 공부하는데 왜 이렇게 뭐가 많이 필요한지 너무 어렵더라고요. 주위에 조언받을 사람도 극히 드물고.

애기용품에도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요.

그런데요, 저는 아이에게 중고 물품 사주기 싫거든요.

애초에 새것만 좋은 것만 주고 싶어서 아이 가지는 것도 다 미뤘는데.

또 사람들 말 들어보면 새거는 새거, 중고는 중고, 나눠가면서 현명하게 살라는데 저는 그게 정말로 싫었어요.

 

남편도 힘들겠죠. 아는데도 저는 이 고집은 좀 부리고 싶었거든요. 제 옷 좀 덜 사도 되니까 커피 한 잔 안 마셔도 되니까 새걸로만 다 누리고 싶었어요.(이게 비합리적인 건 충분히 압니다. 욕심인 것도 아는데 그 욕심 부리려고 지금까지 피임한 거였거든요.)

 

그걸 뻔히 아는 사람이 얼마 전에 마사지 해주면서 넌지시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자기 직장의 팀 꾸리는 사람의 아이가 이제 슬슬 행동반경이 달라졌다, 워낙에 능력 좋은 사람이라 아이 용품을 최고급으로 구매를 했다, 오늘 혹시 필요하면 말을 하라고 하더라, 나는 그쪽을 잘 모르지만 혹하긴 하더라, 그렇지만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내일 당장 거절을 하겠다. 뭐, 이런저런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저 처음에는 진짜 싫었는데요. 나중에 브랜드 듣고 오니까 저도 좀 혹했어요. 진짜 어마어마한 명품은 아닌데 제 생활에서는 엄두도 못낼 가격이더라고요. 뭐 무리하면 한 두개 정도야 가능하지 들어보니까 침대부터 이것저것 좋은 걸로만 잔뜩 사놓고 무용지물 되니까 주변에 나눠주고 있나 보대요.

 

그래서 남편에게 좋다고 하고 저녁에 기다렸어요.

사실 마음은 약간 기대 반 우울함 반이었는데 막상 받고 보니까 상태가 엄청 좋더라고요.

여기까지면 저도 남편 직장 상사니까 고마운 마음만 가졌을텐데

문제는 그 상사의 부인이 싸준 몇몇 보따리 때문에 싸움이 났어요.

 

보따리라고 하니까 어감이 이상한데 무슨 보자기에 잔뜩 포개져 있었어요.

열어 보니까 아이 용품부터 옷까지 자잘하게 다 들어있대요.

무슨 편지까지 써져 있었어요.

많이 입어봤자 두세번 입혔고 깨끗이 세탁했다고. 입힌 거 드렸다고 언짢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순산하시길 기원한다고. 뭐 내용은 길었는데 대충 저런 얘기였어요.

남편 그거 읽어보다가 대단하다고 혼자 감탄하는데

진짜 감정이 울컥울컥 새나왔어요.

 

옷 예뻐요. 진짜 예쁜 옷 많았어요. 브랜드 인터넷 뒤져보니까 비싼 거 많더라고요. 텍도 안 뜯은 옷도 있었어요. 저도 가게 가서 같은 옷 보면 사고 싶다 생각할 거 같았어요.

 

그런데요, 왜 마음대로 안 갈까요. 그냥 눈물부터 났어요.

그 아내분이요, 딱 한 번 봤어요. 상사분은 몇 번 회사 근처 마중 나갔다가 봤는데 아내 분은 전체 모임에서 그냥 인사만 나눴어요.

그 아내분 저랑 동갑이에요. 제 남편은 저보다 한 살 많고 상사분은 대여섯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근데 그  여자랑 나는 동갑인데, 누구는 아이 입힐 거 실컷 입히고 넉넉한 마음 과시하며 베풀고 누구는 헌 옷 주워서 입혀야 하고.

제가 이게 싫어서 아이를 늦게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되버리는게 정말 너무 싫었어요.

그 보따리들만 아니었더라도 이렇진 않았을 거 같은데.

 

저  못났죠? 알아요. 진짜 알아요.

밑에 별거별거 다 있었어요. 임산부 냄새 맡는 거 곤욕스럽다며 말린 과일이랑 챙겨주고. 직접 만든 비누랑 이것저것 보내놓고. 옷도 다 깨끗했어요. 고맙죠. 근데 고마운 거랑 별개로...

 

아이 이제 낳으니까 저축도 해야 하고 남편이 눈치 보며 아기침대 들여다놓은 것도 아는데요. 감정이 조절이 안 돼요. 막 나쁜 생각만 나네요.

차라리 주지 말지, 침대는 받아온다 했지만 옷 같은 건 주지 말지.

나도 예쁘고 깨끗한 새 옷 사다 입혀주고 싶은데.

그거 빤히 아는 남편은 마음 몰라주고 각방 쓰러 자러 가버리고.

 

하소연 죄송해요.

말할 사람이 없어요.

오늘따라 남편도 밉고.  그런 걸로 우월감 느끼는 그 상사 아내분도 싫고. 무엇보다 삐딱한 제 자신이 제일 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