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 천일강성

옥정201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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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키는 아무 말이 없었다.밖에서 울려퍼지는 여자의 외침에도,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시녀 슬기가 연첩여가 아까부터 계속 저러고 있다,보고한 후에도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오히려 비웃었다.슬기는 불안했던지 폐하께서 연첩여를 용서하시면 어쩌냐 물었고 제키는 걱정 말라며 가서 차나 내오라고 시켰다.슬기가 나가자 제키의 입가에는 승리자의 미소가 살며시 걸렸다.그동안의 한을 풀 시간이 온 것이다.

- 폐하,폐하!신첩이 잘못했나이다.용서해 주세요!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신첩은 부덕하나 신첩의 가족들은 죄가 없습니다!

황제 대북관의 총희였던 연나는 반나절 동안 엎드려 빌다 다급해져 이제는 울부짖고 있는 중이었다.연나의 죄는 여러 가지였으나 그 아비도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 중이었다.한나라의 제일 잘나가는 여인이라 스스로 자부했던 그녀의 몰락이었다.연나는 대북관에게 진심이었으며 그랬기에 후궁들을 질투해 사사로이 궁녀를 죽이기도 했으며 대담하게도 황후를 모함해 연금당하도록 만들기도 했다.때문에 황후 제키를 비롯한 궁내 사람들의 원한은 컸다.그녀는 마지막으로 성총에 기대 보려고 했으나,안타깝게도 대북관이 가장 혐오하는 것이 부정부패였다.그녀의 부친은 일전에도 이러한 혐의가 있었으나,그가 회임한 연첩여를 보아 넘어간 일이 있었다.대북관은 이번에 정말로 화가 났으며,두 달 전 연나가 유산했음에도 그녀에게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그녀의 후궁으로서의 수명이 다했음을 안 제키는 선실전의 문을 열고 나왔다.

연나: ...

제키: 이제서야 조용해지는군.몸도 안 좋을 텐데 돌아가서 쉬는 게 낫지 않겠나.

연나: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제키: 모의천하로서..비빈들을 보살피는 건 본궁의 임무다.당장 돌아가.

연나: 부디 폐하를 뵙게 해주세요.선실전에 계신 거 압니다.

제키: 그분이 너를 왜 만나겠느냐?폐하는 니가 꼴도 보기 싫다고 하셨다.

연나: 그럴 리가...그럴 리가 없어.폐하!연나가 여기 있어요!

제키: 닥쳐라!

연나: 이 모든 게 황후께서 대신과 후궁들을 움직여 일어난 일이지요?폐하는 마마를 믿으실지 몰라도 전 아니에요.폐하,폐하...!

대북관: 황후,왜 나오셨소?

제키: 이제 들어가려던 참입니다.

연나: 드디어 오셨군요,폐하,신첩의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신첩이 죄를 지었지만 가문은 무슨 죄입니까.

대북관: 온종일 꿇었으니 처소로 돌아가거라.처소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나오면 당장 네 아비의 목을 자르겠다.

연나: 폐하.. .., !

대북관이 말을 마치고 들어가자 제키는 따라 들어가다 뒤를 돌아보곤 소리 내지 않고 환하게 웃었다.울다가 그 표정을 본 연나는 순간 얼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그녀는 시녀의 부축으로 겨우 일어나 터덜터덜 처소로 돌아갔다.화려했던 피향전은 냉궁이나 다름 없었고 돌아가는 길에 수군거리는 태감과 궁녀의 목소리가 폐부를 찔렀다.

늘 중립을 유지했던 교부인(교선)은 이제 후궁의 원탑은 황후가 되었음을 실감했다.그녀는 황자와 공주 두 남매를 낳은 태자시절부터 황제를 모신 여인이었다.제키는 계황후였으며 교선이 대북관을 더 오래 모셨다.그녀는 제키 이전의 황후였던 나플리온을 떠올렸다.나플리온은 궁안 사람들로부터 성녀로 추앙받았으나 실상은 가식이었고 그것은 태자시절부터 대북관의 곁에 있었던 교선도 잘 알았다.나플리온의 연기는 남편인 대북관과 모후 옥여사를 속일 정도로 완벽했지만 그 연기는 일관되지 못하였다.성녀로 위장한 악녀였던 그녀는 대북관이 즉위하고 3년도 안 된 해에 폐위당했다.

교선이 본 제키의 첫인상은 좋은 편이었다.무난하고 착한 성격의 그녀는 공평하려고 노력하고 대북관을 사랑했으나 후궁 싸움에서 지쳐 점차 시니컬해졌다.교선은 연나와 후궁들을 향한 제키의 복수를 이해하면서도 그녀가 안쓰럽고 이 현실이 냉혹함에 원망스러웠다.제키의 칼이 향한 곳은 피향전뿐만이 아니었다.연나에게 붙어 후궁을 어지럽히는 걸 동조한 황제의 총희 가희.그녀는 스스로 두려워 초방전을 찾아갔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두려움을 못 이긴 가희는 연화대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고 다음날 후궁 문안 시간에서 제키는 평온한 얼굴로 말할 뿐이었다.

- 스스로 죄를 알아 자결했으니 가족들에게 죄를 묻지 않고 시신도 고향에 돌려보내 주겠다.

후궁들은 재빠르게 황후의 자비에 고개 숙였으며 곧이어 태감이 와 연첩여 부친의 죄가 드러났음을 알렸다.제키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연첩여가 아직 빌고 있느냐 물었고 태감 개미는 충격으로 기절했다고 전했다.제키는 황제에게 가 보자며 개미와 슬기를 대동하고 나섰다.교선이 보기에 그녀의 위엄이 처음 순수한 마음으로 시집오던 소녀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