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정소설 - 밀방애정

밀감2017.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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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통일 진나라 때 양귀비라는 여인이 살았다.그녀는 지속된 전란과 흉년 속에 재산을 잃고 정혼자에게도 버림받아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그러다 어느 한 지역에 도착해 당당거라는 식당에 구걸을 했다.대신 일을 하겠다고 말이다.양귀비에게 문을 열어준 소녀 청화는 주인인 닭갈비에게 알렸다.닭갈비는 십 년째 당당거를 운영 중인 사내로 조카인 청화를 보조 요리사로 쓰고 있었다.그는 양귀비의 딱한 사연과 요리 실력을 보고 당분간 그녀를 쓰기로 결정했다.양귀비는 감동하여 그나마 이 지역은 다른 곳보다 사정이 나아 인심이 박하지 않은 것 같다 말했다.그 말에 닭갈비는 정말 다른 고을의 형편이 심각함을 느꼈다..

청화: 양 언니,그럼 가족은요?

양귀비: 부모님은 몇년 전 돌아가시고 집안끼리 맺어둔 정략혼 상대가 있었는데 우리가 어려워지자 도망가 버렸지.하긴,우린 서로 기대도 없었어.

청화: 못된 놈이네요.언니는 여기서 돈을 벌면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닭갈비: 맞아.여기 장가 못 간 총각들두 많다구.

양귀비: 모두들 감사해요.

양귀비는 요리만큼은 자신이 있었다.양귀비 영입 후 당당거는 미녀 요리사가 왔다며 손님이 늘어났다.닭갈비는 그녀가 복덩이라며 여기서 계속 일하라고 허락했고 청화는 양귀비보다 더 좋아했다.어느정도 삶이 안정되자 양귀비는 닭갈비의 말처럼 사내를 만나고 싶어졌다.예전의 정혼자는 얼굴도 몇 번 안 봤고 좋아하지도 않았다.그녀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껴 줄 남자를 원했다.어느덧 그녀는 스물한 살이었고 너무 늦은 것 같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날 양귀비는 며칠동안 당당거에 와서 홀로 술과 음식을 즐기는 사내를 보았다.청화는 같이 오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매일 온다고 하였다.양귀비는 그에게 관심이 생겨 여기 단골이시냐며 서비스로 연잎덮밥을 주었다.사내는 고맙다곤 했으나 더 이상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청량한 풍운아 같아 보여 사내가 내심 맘에 들었던 양귀비는 실망했다.

얼마 뒤 그 사내가 발길이 끊겼다.닭갈비는 그가 이름은 위블이며 본래 이곳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양귀비는 초연한 모습의 위블이 그리워져서 그를 아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결국 포기하고 그날도 똑같이 일을 하는데,눈앞에 위블이 식탁을 두드려 주문을 했다.그녀가 놀라자 그는 그동안 날 찾았다고 들었다며 무슨 일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 오랫동안 안 오셔서 걱정했어요.그동안 뭐 하셨어요?고향으로 가신 건가요?

- 날 걱정했다고?아가씨,날 좋아해요?

- 단골 손님이시니 주변 분들에게 몇번 물어본 것뿐이에요.

- 실은 황궁에 다녀왔소.이래 봬도 그저 서생은 아니라오.

- 황궁..?장안에 있는 그 황궁이요?대단하시네요.

-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안 궁금해요?

- 궁금해요!

- 나는 곧 태부로서 태자 전하의 스승이 된다오.그래서 갔었던 거였소.

- 태부라...

그녀는 알고 보니 너무 잘난 그가 왠지 야속해졌다.백면서생인 줄로만 알았는데 태자의 스승이라니.평생 가난하고 평범하게 살아온 양귀비로선 상상할 수 없이 먼 얘기였다.그녀의 표정을 본 위블은 왜 그러냐고 물었다.그녀는 아니라며 평안하시니 됐다고 대충 대답하곤 주방으로 사라졌다.갑자기 변한 태도에 그는 따져물었지만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실망한 위블은 시 한 수를 남기곤 기약 없이 떠났다.

어리고 성긴 매화 너를 믿지 않았더니
눈 기약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촉 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암향부동 하더라

그 시를 읽고 또 읽으며 그간의 기억을 곱씹던 양귀비는 며칠이 지나서야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닭갈비에게 말했다.그를 찾아가야겠다고.닭갈비는 흔쾌히 허락했고 그녀는 당장 짐을 싸 장안으로 향했다.그녀는 시와 문학에 무지했다.허나 그 시에 담긴 위블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