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집안일을 너무 안합니다.

캘리2017.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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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결혼 7개월차인 남편입니다. 부부 고민을 상담할 곳이 없어 조언을 구해보고자 조심스럽게 글을 남겨봅니다.

  지금 저희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부근에서 맞벌이중인 신혼 부부이고, 나이는 저와 아내가 각각 스물여덟 스물다섯입니다.(둘다 한국인) 제가 막 일을 시작하고 아내는 아직 유학생일 때 만나 2년정도 연애하다가 얼마 전 결혼했습니다. 아이 계획은 아직 없고, 집을 살 돈을 모으면서 둘이서 방 두개짜리 집을 하나 구해 월세로 살고있습니다.

  저는 미국 현지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하고(IT쪽 일이라 거리가 재택근무가 가능해서 멀리 떨어져있는 회사에는 월 2~3회 정도 갑니다) 회사는 차로 1시간 반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는 이제 1년이 좀 넘었네요.

  아내는 한인계열 회사이고 자가용 출근에 회사까지 차로 30분정도 걸립니다. 일은 결혼할 때쯤 막 시작했고요.

  처음에는 가사분담을 나눠 하기로 했었습니다. 요리는 제 위주, 설거지 빨래 청소 외 다른 잡다한 가사는 아내 위주로 하기로 했었습니다.

  아내는 요리를 거의 못하지만 다행히 제가 먹을걸 좋아해서 타지 생활을 하다보니 요리는 자신있는 편입니다. 유학할 때 혼자 김치도 담궈먹고 곰탕도 끓여먹고 그랬어서 주부만큼 밥을 잘하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요리 담당이 됐죠. 연애할 때도 아내한테 이것저것 챙겨먹여주는걸 좋아했고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결혼할때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집안에 있게 될테니 그쯤이야 싶었죠.

  처음에는 아내도 연애때부터 봐왔기에 요리하는게 시간이 제법 걸리는 걸 알고 있어서 다른 가사를 맡는 데에는 별로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막상 일이 잘 풀리진 않더군요.

  아내가 일이 끝나면 저녁 7시쯤은 돼야 들어오는데, 집에 와서 집안일을 거의 손을 놓고 다닙니다. 빨래도 매번 내버려둬서 반은 제가 하고, 설거지도 꼭 하루이틀 내버려뒀다가 해서 매번 설거지 하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청소는 한달에 한 번 할까말까 하고요.

  맨날 피곤하다 힘들다 입에 달고살면서 가사를 미루는데, 어쩌다 그러면 모를까 매일 그러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매번 잔소리를 하는 것도 싫고 거기에 아내가 짜증내는 것도 힘들게 느껴집니다. 저도 잔소리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닌데...

  일을 막 시작해서 힘든 건 이해합니다. 한인회사들은 더 힘들다고 들었고요. 저도 재택근무 하기 전에 처음 취업했을 때 겪은 일이니까요. 실제로도 집에 오면 피곤이 얼굴에 묻어나는 게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요즘엔 좀 너무하다 싶네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회사 끝나고 친구들 만나서 놀다오고, 집에 있을 땐 유투브랑 드라마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립니다. 저도 친구들 만나고 집에서 게으름 피울 때 있으니 그것만 가지고 뭐라하는 건 아닙니다만, 집안일을 당연하게 미루니까 문제입니다. 열에 여덟은 제가 따로 말해야 주섬주섬 일어나서 합니다. 설거지도 대충 해서 깨끗하게 다시 하라고 하면 또 짜증내고...

  그러다가 어제 일이 터졌습니다. 회사에서 안좋은 일이 있었는지 좀 기분이 다운되어 있던 아내였는데, 제가 평소처럼 잔소리를 하니까 갑자기 화를 내더군요. 회사 일도 힘들어 죽겠는데 제발 작작좀 하라고. 오빠는 편하게 집에서 재택근무 하는데 나 힘들 때 집안일 도와주는 게 그렇게 힘드냐고.

  평소엔 싸우게 되면 최대한 감정 부딪히지 않게 차분하게 말하는 편인데, 저도 쌓이고 쌓이다가 저 말을 듣고 폭발했습니다.

  이쪽 일은 어디 안 힘든 줄 아냐고, 재택 근무면 다 편하게 놀고먹는 줄 아냐고 막 쏘아붙이다가 저도 모르게 '어차피 수입도 내가 더 버는데 집안일까지 내가 다 해야 하냐'라고 말했습니다. 맞벌이에서 수입 문제 끌고오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다는데 실수한 거죠...

  말 꺼내놓고 나서 정신을 차린 다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죠. 아내는 그 말로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친구네 집으로 갔습니다. (둘다 유학생 출신이라 다른 가족들은 한국에 있습니다)

  연애할 때도 몇번 싸웠던 적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싸운 건 처음입니다.

  휴... 머리가 좀 식고 나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이대로 어영부영 화해해봤자 또 같은 주제로 싸울 게 뻔합니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져주기에는 일은 일대로 치이는데 재택근무라는 핑계로 전업주부마냥 집안일까지 양보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정말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건가 하는...

  저희 집의 가사 분담이 너무 불공평한건가요? 어떻게 가사를 분담해야 아내도 저도 납득할 수 있을까요.

  저녁이나 내일 쯤 아내를 데리러 가야할 텐데, 그 전에 저희 둘다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다른 부부들은 이럴때 어떻게 하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