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가 기다리던 순간

ㅇㅇ2017.08.02
조회511

왕따얘기가 나오니 내 기억도 스믈스믈 기어올라 한마디 적어보련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얘긴데.. 너희도 이제 누군가의 아내일테고, 엄마일테고, 사회인일텐데.. 가끔 이렇게 왕따 글이 올라오면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가슴을 후벼파고 지나간다.

 

중학교 1학년때 단짝과 2학년에 진학하며 반이 갈렸고, 2학년 우리반엔 소위 "칠공주"라고 불리는 너희 무리가 있었지. 늘 그렇듯, 너희는 무리지으며 다녔고 공부잘하는애, 이쁘장한애, 욕잘하는애, 힘좋은애, 돈많은애등등 뭐든 하나씩 내세워서 깎아내릴 누군가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운도 안좋게 뚱뚱하고 소심했던 내가 당첨이 된걸 1학기 말쯤에 알았던거 같다.

 

사소한 장난은 그렇다 치고, 탈의실로 불려가던 그날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네.

그냥 싫대. 그냥.

그러면서 뺨을 때렸지. 내가 울어서. 운다고 때렸지.

 

그때 나는 어찌해야 좋았을까. 만약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해도 마땅히 어찌하면 그 지옥같은 상황을 벗어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수있었을까 좋은방법이 떠오르질 않아. 너희들의 나머지 학교생활은 즐거웠니?

 

다행인지 뭔지 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이듬해에 아주 먼곳으로 이민을 왔다.

이곳으로 와서 난 너무 좋았어.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소심함도 버리고 맘껏 뛰어놀았어. 그러는 동안 너희들이 준 상처가 치유되는것 같았어. 그렇게 몇년이 흘렀고 너희들도 나도 성인이 되던 그해에 한국에 놀러갔던 그 여름에 너희중 가장 이름이 특이했던 아이를 우연히 마주쳤어.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이 마침 우리학교가 있던 동네에서 자취하고 있었고, 그 친구집에서 자고 일어나 친구들은 출근하고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먹으러 나가는길에 아파트 단지내에서 정면으로 걸어오는 너를 보고 한번에 알아봤다. 몇년이 지났는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더라. 몇년동안 꿈꿔오던 순간이었다. 너희중 누군가 한명이라도 만나면 뺨을 시원하게 내려쳐야지. 했던 그 순간이었다. 너는 나와 눈이 마추쳤고, 조금의 미동도 없더라. 못알아보는구나.. 난 이미 그때와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허무했다. 조금이라도 알아봐줬으면 때리지는 못할망정 왜그랬냐고 따지기라도 했을텐데..

 

그렇게 아무렇지않게 지나치고 난 아직도 그날을 후회한다. 내 평생 더이상 너희중 한명을 만날 가능성은 더더욱이 희박해졌으니... 그후로도 십수년이 흘러 이젠 내가 너희를 못알아볼듯하다.

 

어른이되고, 일을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머리로는 이해가 가더라. 왕따를 시킨 너희들의 심리가. 하지만 영원히 용서는 못할꺼같다.

 

왕따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없어. 피해자는 평생 안고 가야하는데, 내 괴롭힘은 가벼웠어 라며 정당화 하고 벗어나는 너희들이 언젠가는 어떤식으로든 그 죄값을 치르며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