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원의 해피 워킹 라이프

노네임2017.08.05
조회312
안녕 친구들? 해결사가 왔어!!ㅡ는 아니고.
SNS에서 우연히 타고 들어와 진상썰 음미하다가 내가 상담원으로 있었을 때 생각나서 써봐무엇보다도 나는 매우 심심하거든
가독성을 위해서 말이 좀 짧지만,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할꺼라 생각해!나보다 어린애들은 그냥 들어....주세요ㅋㅋㅋㅋㅋ

아, 상담원의 디폴트가 아직까진 여성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무려 남.자야(ㅈㅅ)


만약 아리따운 여성상담원의 여자여자한 얘기를 듣고싶다면 포기해 형




호기롭게 군대 전역하고 각종 알바사이트에서 알바를 찾고있었어. 이왕 하는거 좀 있어보이게 패밀리레스토랑? 이런류의 알바를 하고싶었거든.


마침 자리 하나 난데 있길래 지원했어. 전역한 사이에 무슨일이 있던건지 무슨 온라인이력서??란 해괴한게 생겼길래 가기도 귀찮겠다, 온라인으로 기분좋게 지원했다가 온라인으로 광탈당함.


아마 저거 만든인간의 취지는 지원자가 버튼 하나만으로 손쉽게 지원하는게 아니라 담당자가 손쉽게 광탈시키려고 만든 것 같음.


그래봤자 대한민국에 알바가 한두군데 뿐이겠음? 시간도 많겠다 천천히 놀면서 찾아보던 무렵.. 한 통의 문자가 날아옴.


내용은 대충 이랬음. 은행에서 전산업무 할 사람이 필요하다. 주소나 계좌번호 변경??같은 비스무리한 단순 전산업무에 09~18시 근무. 월급 140대에 인센티브 추가지급 이게 핵심내용이고 거기에 뭐 미사여구 몇 개 있었던걸로 기억함.

나중에 안 건데 약간 낚시성 문자로 아마 나랑 같은 시기에 알바 구한 사람들 중 받은사람들 꽤 될거라 생각함.


되라는 레스토랑은 안 되고 뜬금없이 온 문자에 살짝 당황하긴 했어도, 저게 다 사실이라면 업무내용은 제쳐두더라고 월급 140은 일반 알바로는 만지기 힘든 액수인데다 은행에서 일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음.


순진한 나한텐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라 사기 아닐까? 라고 생각했지만. 문자에선 "난 돈이 아니라 사람이 필요하다!!" 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는데다, 주소 역시 정상적이고 로드뷰로 살펴봐도 건물이 맞았음.



문자보낸 번호로 전화해 담당자랑 통화했는데 내용이 좀 황당하기도 하고 웃겼음.


내가 알바할 때 가장 걸림돌이 기간이 짧다는 점임. 개강하고 길어야 3달 조금 안 되는데, 요즘 알바 3달 밑으론 쳐다도 안 봄.

물론 내 친구들은 기간 구라치고 들어가라던데, 얼굴에 철판 못 치는 성격인 나로써는 실천하기 매우 힘들었음.

다른애들은 잘만 구하던데, 님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구함?


몇 가지 자잘한 질문들 물어보고, 가장 문제였던 기간에 대해 물어봄.


Q. 내가 길어야 2~3달 일할건데 받아줌?


A. 면접때 무조건 1년이상 오래 한다고 해라. 그럼 왠만하면 합격임ㅇㅇ.


Q. (??? 뭐야 __) 그럼 그냥... 거짓말을 해라 이거??


A. ㅇㅇ


 

저기요, 님??? 님 인사담당이라매요


그 사람 말론, 우린 사람이 귀해서 면접때 개ㅈㄹ만 안 하면 붙여주고, 나오는건 나중에 나오면 된다. 어짜피 일주일 하다가 못 참고 유보트 함장으로 취직한 사람도 많다는 것임.



남자들은 공감 하겠지만, 전역하면 근 한 달 간 공격력과 의자가 상승한다는 건 잘 알거임. 덕분에 많은 형들이 일말상초때 고무신 거꾸로 신은 그년한테 연락했다가 관광당하고 버프 날려먹지.(자매품 헌팅하다가 되려 멘탈 헌팅당하기)


미래에 전역할 친구들은 그러지마. 물론 내 얘긴 아님. 진짜로.




진짜라니까?




건물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삼엄한 경비와 엄숙한 분위기에 좀 놀람. 사회 초초년생인 나님은알바면접을 온 건지 기업 입사를 하러 온 건지 헷갈렸음.

오죽하면 낮을 심하게 가리는 내가 옆사람한테 알바면접보러 온 거 맞냐고 물어봄.

(아주머니신데 이 계기로 친해짐)


알고보니 단순전산업무는 낚시였고, 내가 가장 자신없고 제발 하라고 해도 안 할 텔레마케터. 즉, 상담원인 거였음. 난 그 미끼에 낚인 한마리 피래미새끼였고.


그때 도망쳤어야 했나 싶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름 돈도 생각보다 벌고 나름 재밌었음.



그렇게 생각지도 못 한 상담원 라이프가 시작되나....싶었지만 한 가지를 간과함.


사람의 돈을 다루는 일이라 당연히 교육기간이 필요했고, 이 교육기간은 무려 한 달임. 당연히 교육기간동안은 받은 돈이 더 적고.

많은 친구들이 월 140 인생을 꿈꾸고 들어오다가 한 달이라는 교육기간의 현실에 부딛혀 나간다고 함.

실제로 위의 낚시성 문자로 인해 낚인 사람이 꽤 됐는지, 내 또래 애들이 정말 많았음.


이 교육이란게 수학이나 과학처럼 기본적인 상식이 아니라 완전히 처음 배우는 개념이다 보니 이해하는데 어려웠음. 더군다나 난 공부에 그렇게 자신이 없었음.


첫 한 주는 나갈까 고민 많이 했지만, 얼굴에 철판 못 까는 내 성격덕(?)에 무사히 교육기간을 마칠 수 있었음. 교육기간 중 나가면 돈을 안 주는데다 이 때까지 투자한 시간이 아까운 점도 한 몫 했고

다행히 친구들도 많이 생긴데다, 그 중 한 명이 술을 엄청 좋아해서 금요일마다 제정신으로 들어간 적이 없었음. 추억 중 하나.




이렇게 내 상담원 라이프가 진짜로 시작됐고, 평소에 목소리 좋다는 소리 간간히 들어본 경험도 있는데다 말 수가 적고 내성적이긴 해도 어짜피 서로 얼굴 대면하는 것도 아니라 멘트치는게 그리 난감하진 않았다. 칭찬도 많이 받음ㅇㅇ.


아 아직 경험담 시작도 안 했는데 입사얘기로 몇 줄을 날려먹었는지 모르겠음.


아마 이 글은 자연스레 조회수 2로 묻힐거야.

아마 이 글은 자연스레 조회수 2로 묻힐거야.




내가 초창기부터 개강 전 까지 일하면서 상담한 굵직한 진상고객이나 다른 상담원이 얘기해준 임팩트 있는 진상분들의 유형을 남겨봄.




1. 내 말이 법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상담하다보면 복장터지는 고객 유형임.

주로 50~60대 소규모 개인 사업중인 남성고객에 분포함.


이 분들의 특징은 자신이 가진 정보를 너무 맹신함. 그게 틀렸을 지라도, 자신이 이렇게 알고 있으니 이건 무조건 옳음.


주 패턴은 이러함.


1. 내가 정상적으로 결제했는데 문자가 안 왔다.

2. 내가 정상적으로 결제 혹은 송금했는데 통장에 내역이 안 보인다.

3. 내가 계산한 금액이랑 우리가 보내준 금액이랑 안 맞는다.


1의 경우 십중팔구 스팸문자로 설정될 가능성이 큼. 아니면 문자는 정상적으로 발송됐지만, 어떠한 오류로 인해 수신을 못 한 경우.


오류일 경우 문자 다시 보내주거나 하면 되지만, 스팸문자의 경우 살짝 골치아프다. 우리보고 스팸문자 어떻게 해제하냐고 물어보는데 기종마다 다르고, 우리가 당장 어떻게 바로 답변해줄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 난감하다. 상담원이 그것도 모르냐고 던지는 덕담은 덤.

통화중에 어떻게 보냐고 하면 더더욱 골치아프다. 설정에 따라 홈키를 누르면 전화가 꺼질 수도 있기 때문.


매뉴얼만 봐도 아이큐 84짜리 원숭이도 알기쉽게 설명돼있는데........ 이건 내 잘못도 아니잖아웋으ㅜ흐읗을ㅇ류ㅠㅠ



2의 경우도 난감한데, 내가 일하는 곳은 은행과 카드사가 서로 분리돼있음. 따라서 일개 상담원은 혼자서 계좌내역을 절.대.로 볼 수 없음.


통장정리를 안 했거나, 자기가 못 찾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가 출금해간 날짜와 통장에 기록된 마지막 날짜를 대조하면 통장정리가 됐는지 안 됐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통장정리는 제대로 됐다면 지루한 싸움이 시작된다.


분명히 거기 어딘가에 있을텐데, 못 찾는다. 내가 볼 수도 없어서 더 답답하다. 왜 같은 계열인데 계좌 못 보냐는 앙탈은 플러스. 삼성전자나 삼성화학처럼 계열사만 같지 업무가 분리돼있다고 설명해줘도 이런 고객분들은 이해조차 하지 못 한다.


왜냐? 자기가 아는 정보랑 다르고, 자신의 두뇌회로에 입각할 때 자신이 이해한게 무조건 맞기 때문에.


은행해다 연락하면 너무나도 간단히 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자기 통화비 날려가며 두 번 통화하기 싫은 고객님들은 어떻게는 우리 선에서 끝내려고 함.


은행에다 전화하면 30초면 끝날 업무를 괜히 우리쪽에 붙어서 30분을 날려먹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하면 시비거냐고 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속으로 삭힘.


결국 1시간에 걸쳐 같은 얘기만 반복해서 설명하다가, 없던 내역이 해리포터 신문마냥 갑자기 생기는건지 찾았다고 함.

그러면서 아아 이래이래 해서 내가 못 봤구나 하며 혼자 자기합리화를 시전한 뒤 그냥 끊음.


......................


 



3의 경우도 비슷함. 주로 교통대금이나 자동이체같은 금액을 계산에서 빼먹는 고객이 상당히 많음. 특히 보험비.


다시 계산해서 알려줘도 자기가 보는 내역엔 없다고 나옴. 십중팔구 최신화 안 된 내역이거나, 자기가 착각한게 분명함.


우리 팀장님이 이렇때 항상 하시는 말인데, 전산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음

오류가 있을 수도 있지 않냐고?

그래 살다보면 로또 1등 당첨될 수도 있겠지




2.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라


주로 40~60대 여성 고객에 분포함.


패턴은 다양하지만, 무이자할부가 주를 이룸.


이벤트나 카드 혜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무이자 할부를 받을 수 있지만, 상황에따라 A카드는 무이자할부가 되고 B카드는 무이자 할부가 안 됨


대부분 A로 무이자할부 잘 쓰다가 실수로 B긁는 경우가 많음.


전화해서 왜 무이자 할부 안 되냐고 따짐.


"고객님께서는 따로 무이자할부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으시구요. 카드도 무이자할부에 관한 사항은 없습니다."


"다른데는 되던데요?"


............................


네 고객님 미국에선 총도 가지고 다닐 수 있어요.


아무리 우리가 설명해줘도 다른데선 되기 때문에 우리한테 따짐. 혜택이 왜 그리 짜냐고 물어보는 고객님도 있는데, 원하신다면 매니저님 연결해드릴테니 물어보시면 될 듯. 나도 궁금함.




3. 익-스트림 취소 빌런


이건 필자도 꽤 많이 겪어본 유형임.

남녀구분은 상관없고, 주로 40대 이상 중노년층에 분포함.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한데, 님들은 단순 변심으로 환불이나 카드결제를 취소할 때 어디다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함?


당연히 구매했던 구매처에 얘기를 해야하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카드사!에 연락한다고 생각함. 진짜임.


생각나는 두 고객이 있는데, 한 사람은 아는 친구한테 카드를 빌려줬는데 이 친구가 그 카드로 90만원을 긁음.

내역을 보니 컴퓨터나 부품종류인듯 함.


화내면서 이 XX가 자기 마음대로 카드를 긁었네 마네 하며 빨리 취소해달라고 함.


우리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가 취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님. 애초에 권한 자체가 없음.


그 컴퓨터 업체는 정상적으로 물건주고 돈을 받은건데, 그걸 우리가 취소해버리면 업체는 뭐가 됨?

그 사람하고 연락은 안 되는데 돈은 아깝고 법적으로 처리하기 귀찮아서 우리한테 찔러보는 거 다 보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가맹점 번호 알려줌. 사실 제일 빠른건 친구분한테 얘기하서 돈을 돌려받거나 하는게 가장 빠르다고 설명.


그래도 씩씩대며 자기가 결제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귀찮게 처리하네 마네 하길래 자칫 한탄으로 길어질 거 같아서 강경하게 나가기로 함.


"고객님이 처음에 양도한 사실 말씀해주셨는데, 현금카드 무단양도는 형사처벌의 소지가 있으니 조심히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얼핏 보면 걱정하며 조심히 처리하라는 것 같지만 속마음은 니가 양도했으니까 니 잘못이라고 돌려말하는 것임.


이렇게 글로 보면 대충 속뜻이 보이기야 하겠지만, 이미 자신의 돈을 훔쳐갔다는 사실에 어그로가 끌린데다, 말투를 부드럽고 정말로 걱정한다는 투로 말하면 모름.


가끔은 적절하게 돌려말하는 듯 한 직구를 날려야 함.


그 고객 3초 말 안하다 그냥 끊음.






다른 사람은 강아지를 구입한 사람인데, 받자마자 강아지가 무슨 이름도 이상한 장염에 걸려 죽어버림. 그 업체는 지금 전화를 안 받고 자기는 억울해서 돈 못 내겠다고 한 고객님임.

취소하거나 최소한 당장 돈 지불 안 하는 방법 없냐고 물어봄.


업체 상호에 "만세"가 들어감.

그냥 아무생각없이 만세? 만세? 생각하다가

강아지가 만살까지 살아서 상호에 만세를 넣은건가? 근데 한 살도 못 살고 뒤져버렸네. 라는 드립이 갑자기 생각남.


물론 여과없이 바로 쳤다간 진짜 수화기 든 채로 찾아와서 스마트폰 모서리로 뚝배기 깨질까봐 참음.



방법이 있긴 해도 엄청 복잡함. 우리는 법적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자체조사하는데 잘못하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고, 자의든 타의든 우리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법적기관에 넘기기 때문에 더 오래걸림.


결국엔 자기가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법적기관으로 넘어가는 거라 우리가 조사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음. 일처리도 더 확실할 거고.


이렇게 얘기해줘도 우리쪽에선 왜 방법이 없냐고 함.


현금으로 계산한걸 취소하거나 환불할 때 조폐국에 얘기하지 않듯이 카드도 마찬가지로 우리한테 연락해도 방법 없다고 설명함.


떼 쓰는 고객들의 특징이 팩트폭행 당하면 한 3초간 스턴에 빠짐.


그리고 2페이즈인 아몰라 그냥해줘로 넘어감.


고객님이 원하는 방향은 없음. 우선 결제를 하고 나중에 다시 환불을 받거나, 결제되기 전에 취소하는 방법밖엔 없는데, 둘 다 업체한테 권한이 있음.


같은 내용 2~3번 설명해주고 종결함.






쓰고나니 스압에 노잼.


더 많고 착한 고객님들도 많은데 다 쓰려면 너무 스압이라서 빼버림.

혹시라도 반응이 좋으면 더 쓰기야 하겠지만, 이걸 누가 볼지도 의문이고.


이렇게 일하거나 알바하는 사람들 모두 누군가의 귀한 아들딸인데...

대접을 해달라는 말이 아니라 최소한의 배려라도 조금 해줬으면 좋겠음.


그럼......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