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알바의 추억

2017.08.06
조회394
작년 이맘때쯤이였네요

저는 현재 25살 남대생이구요

그때가 전역하고 한달도 안돼서 있던 일입니다

군대안에서 모아놓은 돈도 없고

집에서만 굴러다니기 싫었던 저는

복학하기 전까지 용돈이라도 조금 벌어볼 생각에

알바를 찾았습니다

작은 섬에 있는 해변가 바로 앞의 펜션

월급 150 숙식제공 딱 한달 단기알바

여름에 바닷가의 좋은 경치를 만끽하며

돈까지 벌 생각에 친구까지 꼬셔서 같이 갔습니다

딱 거기까지만 생각한거죠 바보같이

무슨일을 하게 되는지 물어봤을때

청소와 빨래 저녁시간 불피우기 정도이며

운전을 할줄 아는 제 친구는 손님 픽업까지

하게 될거라고 자세한건 와보면 안다고 하더라구요

잠자리와 식사를 물어봐도 같은 식으로
오면 알거다....

그저 저는 알바 하나 구하는게 급했고

처음 해보는 펜션알바에 대한 동경심에

설마 죽기야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질렀습니다

가보니 사장한명 소장님 식당사장님이 계셨고

같은날 저와 제 친구 모르는 알바형님 한분이

들어와서 노예 생활을 스타트 헸습니다

배를 타고 펜션에 들어갔을때

그 펜션의 크기에 엄청 놀랐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한 섬의 해수욕장 한면이

사장님의 소유였고(정확히는 사장 부모님)

100평짜리 2층집 한채

비슷한 규모의 건물에 4가구 들어가는 건물
(그러니까 크기는 같은데 완벽히 분리된 4파트의 공간 다세대 주택 생각하면 될듯)
이 4채

컨테이너 박스 정도 되어보이는 작은 집들이
6채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청소 빨래만 할텐데 그게 그렇게 힘드려나

했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희는 완벽한 150만원/달 몸종이였습니다;
아주 값싼 노동력

1. 숙식제공의 진실

정말 잘알아보고 가야합니다

제가 묵었던곳은 사장의 사무실과 주거공간이 있는 건물의 거실이였습니다

사생활따위 없습니다

일은 8시부터 시작해도 되지만

사장은 아침 6시면 거실로 와서 자고있는 우리를
깨워댔습니다

한번은 짜증나서 일하는 시간도 아닌데 왜그러냐
하고 물었더니

사장은 일어나서 일할 준비하는데
너네는 퍼질러자고있는게 꼴뵈기 싫다

라는게 이유였습니다...

솔직히 잘보일 이유도 없고 꾸며봤자 한시간이면
땀으로 엉망진창이 되는데

대부분의 남자들
대충 머리감고 양치하고 이닦고 옷입는데
30분도 안걸립니다....

왜 저는 2시간이나 일찍

일이 없는 한가로운날에도 제대로 쉬지도 못할까요

식사요?

식당가면 기본반찬으로 김치, 콩나물 무침, 오이무침 이런거 주잖아요?

네 그거에 맑은 콩나물국이랑 밥한공기 추가하면

제 삼시세끼입니다...

가끔씩 손님들이 두고간 고기같은걸 먹긴하지만

그뿐이에요

그리고 이건 급여문제로도 넘어갑니다



2. 청소 빨래 불피우기가 끝이 아니다

주변정리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예초와 제초제 뿌리기

그리고 배관공사도 했네요 ^^ 최저시급 받고...





이게 그 문제의 배관공사입니다

해변에서 놀고 들어오시는 손님들이

모래를 그대로 묻히고 화장실로 직행하셔서

그게 쌓이고 쌓이다가 배관이 막히는 참사가...

저는 솔직히 사람 불러다가 공사하겠거니 했는데

삽하나 던져주시곤 막힌데 깨부수고

배관은 철물점에서 사올테니 땅좀파라....


네...?

이거 거의 뭐 예초돌리고 삽질하고 군대 다시간기분이였네요

저~~~ 뒤에 외롭게 박힌 삽이 그 처참함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씻었던 그 찝찝한물을 뒤집어 써가며

배관을 깬값이 시간당 5000~6000원 남짓

솔직히 그만두고 싶었고 신고도 하고싶었지만

거기까지 간게 아까워서 그냥 끝까지 했네요



3. 급여

문제의 급여

월 150이라는 선은 딱 맞게 받았죠

다만 휴일도 휴식시간도 점심 저녁시간도
없습니다

저와 같이간 친구는 참다참다 못해

한달을 다 못채우고 사장과 엄청 싸우고

나가버렸습니다

멀리서 싸우는게 가관이더군요

사장의 모습에선 어른의 모습은 단 1도 찾아볼수가 없었습니다

24살짜리 대학생과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사장의

싸움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손이 올라가고 ㅋ.... 이건 또 뒤에

아무튼 제 친구가

그동안 삼주동안 일한거 시급으로 따지고

주휴수당 이런거 안칠테니까

120? 얼만지는 잘 기억이 안남

달라고했답니다 그랬더니

"니가 여기서 밥먹은거 생각하면 그렇게는 못주겠는데?"

딱 이렇게 말했답니다 껄껄.....

저와 같이 일했던 알바 형님도

이돈받고 땅파고 예초돌릴바엔 막노동을 간다

하시더군요



4. 인성

뭐 그렇게 힘들고 열악해도 사람이 좋으면

그래도 버티는데 인성까지 저질이였습니다

계속 보시면 아시겠지만 빡치실겁니다

뭐 이건 순전히 제입장이고

물론 사장입장에선 맘에 쏙들게 일하는 편도

아니였을겁니다 제가

그래도 장사 원데이 투데이 하는것도 아니고

대학생 알바가 얼만큼의 역량이 되는지를 알면서도 그렇게 굴려먹으면서

만족을 못하는건지 참 알수없는 노릇이네요

편의점에서 파는 딱 800원짜리 캔음료 하나

주면서 세상 온갖 생색은 다내고

청소 다 끝내고 담배라도 한대 피우고 있으면

귀신같이 찾아내서 다른 일거리를 던져주고 가버립니다

평일에 손님이 두팀밖에 없어서 매우 한가한 오후

기본적인 일은 오전에 진작에 다 끝내놓고

손님들도 바다에 나간 상황이라 할게 없는

알바 셋은 소장님과 함께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도중에

귀신같이 와서는

"할일 없냐? 곧있으면 우리 부모님 오시니까 내 방이랑 내 화장실좀 깨끗히 청소해놔"

쉬는걸 못봐요 진짜....

그 외에도 소장님과 싸우고 소장님 나가버리고

타지에서 온 손님들에겐 정말 친절하지만

섬내 주민이 펜션에 오기라도 하면 인상부터쓰고
좀만 수틀리게 하면 안팔테니까 나가라는둥 ㅋㅋ

부모님이 그 섬의 거진 1/4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 사장의 머릿속은 돈많으면 갑이라는 생각으로

가득차있어서 그런가 어휴 ㅋ

그외에도 유부남인데 손님과 술자리 및 합방~~~~




5. 이 외의 생활

거짓말이 아니고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저는

펜션에 들어오고 나서 단 한번도 밖을 나갈수가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일끝나고 옆집 슈퍼에서 캔맥주 몇개

사오다가

"너는 알바생이 여기 놀러왔냐? 그리고 우리 매점에서도 맥주 파는데 옆집까진 왜가?"

라는말과 함께

다음날 저녁부터는 계속 펜션 주변을 돌면서

알바중 누군가가 나가는지 나가면 무슨목적으로 가는지 감시를 하더군요

펜션에서 일하면서 옆집 슈퍼 노부부와

많이 친했는데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ㅇㅇ아 여기 와서 일끝나고 친구랑 맥주 한잔하고 가는건 좋은데 담부턴 그러지마~ 너네 사장이 얼마전부터 계속 뭐라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지금까지 알바를 주구장창 많이 했어요

20살때부터 재수기간과 군에 있는 시간을 빼면

거의 주말에라도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사장은 생전 처음이였습니다




아마 펜션알바는 대부분이 이럴거같네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펜션알바 특성상 24시간 사장과 밀착해서

근무하게 될텐데

그럴수록 더 가'족' 같은 분위기에

당신의 공과 사의 경계는 더욱 무너질거고....

아닌 사장님들도 많겠죠?

그러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