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필리핀 신화/여러 피부색의 인간이 만들어진 유래(비사야 지방 전설)

2017.08.10
조회98
제12화 필리핀 신화/여러 피부색의 인간이 만들어진 유래(비사야 지방 전설)
Philippine mythology/How the World Was Made

수 천년 전 땅, 태양, 달, 별이 없었고 거대한 바다와 하늘만 있었던 때가 있었다. 바다는 마구아얀(Maguayan)이라는 신의 왕국이었고 하늘은 카프탄(Kaptan.) 신이 다스리는 왕국이었다. 바다 왕국에는 리다가트(Lidagat/바다의 뜻)라는 이름의 공주가 있었고 하늘 왕국에는 리한진(Lihangin/바람의 뜻)이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었다. 바다의 신 마구아얀과 하늘의 신 카프탄은 사돈을 맺기로 하고 자식들을 결혼시켰다. 이리하여 바다 왕국의 딸 “바다”는 “바람”의 아내가 되었다.

바다와 바람 부부는 딸 하나와 아들 셋을 낳았다. 아들들의 이름은 각각 리칼리부탄(Likalibutan), 리아들라오(Liadlao), 리불란(Libulan)이었고 딸에게는 리수가(Lisuga)라는 이름을 주었다. 첫 아들 리칼리부탄은 몸이 바위였으며 강하고 용감했다. 차남인 리아들라오는 몸이 황금이었으며 항상 행복해 했다. 막내 아들 리불란은 몸이 구리였으며 약하고 겁이 많았다. 아름다운 딸 리수가는 몸이 은이었으며 부드러운 매력을 지녔다.

아이들의 부모인 바람과 바다는 자식들을 매우 사랑했고 더 이상 행복을 바랄 게 없었다. 얼마 후 아버지인 리한진(바람)이 죽었고 바람을 관리하는 일은 장남 리칼리부탄에게 상속되었다. 그 뒤에 충실한 아내였던 어머니 리다가트도 남편의 곁으로 떠나갔다. 자식들은 양부모를 여위었지만 불사신인 그들의 친할아버지 카프탄과 외할아버지 마구아얀은 손자 손녀를 돌보고 악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바람을 물려받은 장남 리칼리부탄은세월이 좀 지나자 바람을 다스리는 재미에 빠졌고 바람의 힘에 대한 자부심이 커져서 영토를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는 하늘을 정복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그는 동생들에게 하늘 공격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였다.

"우리는 젊다. 그러니까 하늘을 통제하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한다" 리아들라


하늘 신의 아들 “바람”과 바다 신의 딸 “바다”가 결혼을 하여 자식들을 낳았다. Author/ Le Fou. Source/ http://
vizayanmyths.blogspot.kr/2013/05/lihangin.html

오는 황금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할아버지가 항상 우리를 돌보아주는데 어찌 그럴 수가 있습니까? 할아버지는 권력의 욕심 없이 잘 하고 계십니다"하며 반대하였다. 장남은 "너는 마음이 약한 게 탈이야! 용기를 가지고 강해져라. 할아버지는 이제 우리에게 하늘을 상속시켜 주어야 할 때가 된 것이란 말이다"라며 동생을 나무랐다.

리아들라오는 형에게 대놓고 반대할 수가 없어서 막내 동생 리블란에게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형들에게 항상 고분고분한 리블란은 "리칼리부탄 형님이 우리보다 나이가 더 많으니까 우리 보다 더 현명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버지가 바람 통치권을 큰 형님에게 물려주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이리하여 삼형제는 하늘로 달려가 하늘 입구의 문을 밀었다. 그러나 셋이 힘을 합쳐 아무리 밀고 때려도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문을 버티어주는 힘이 1만명이 넘는 사람의 힘 만큼 강했다. 화가 난 리칼리부탄은 모든 종류의 바람을 총 동원하여 문을 가격했다. 그러자 문이 와장창 부숴지며 열렸다. 삼형제가 문 안으로 들어서자 거기에는 할아버지가 서 있었고 "뭐 하는 짓이냐 이놈들아!" 우렁차고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의 눈이 어찌나 무섭게 이글거리는지 삼형제는 금방 겁을 먹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카프탄은 도망가는 삼형제를 향해 3개의 번갯불 창을 던졌다.

번갯불 창 하나는 가장 위약한 리불란에게 맞았다. 리불란은 녹아서 커다란 구리 공 모양이 되었다. 다른 번갯불 창 하나는 황금인 리아들라오에게 명중하여 그도 녹아서 커다란 금 공이 되었다. 마지막 번개 창은 바위로 된 리칼리부탄에게 맞아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면서 바다로 떨어졌다. 리칼리부탄 바위는 워낙 컸기 때문에 쪼개진 바위들의 일부분들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으며 이것이 오늘 날의 육지가 되었다.

한편 오빠들이 무슨 짓을 하러 간 것인지 모르는 상냥한 여동생 리수가(Lisuga)는 오빠들이 보이지 아니하자 찾아 나섰다. 리수가는 할아버지는 무슨 일인지 알 것이라고 생각하여 하늘로 올라가보았다. 그녀는 부서진 대문을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리수가는 "할아버지!" 소리치며 안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카프탄은 순간적 실수로 친 손녀인 리수가에게도 번갯불 창을 던지고 말았다. 은으로 된 리수가의 몸은 수많은 은 조각으로 깨졌다.

카프탄은 하늘에서 내려와 바다를 양쪽으로 찢어 벌리고 아이들의 외할아버지인 마구아얀을 나오라고 소리쳤다. 마구아얀이 나오자 왜 나를 공격하라고 아이들에게 명령하였느냐고 따졌다. 마구아얀은 깊은 수심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음모를 몰랐다고 말했다.

마구아얀은 시간이 걸렸지만 카프탄의 화를 진정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안정을 회복하자 두 할아버지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손자 손녀를 모두 잃었으니

참고 사진/번갯불을 던지는 제우스 신. https://europasice
wolf.files.wordpress.com/2012/07/zeus_by
_thegryph.jpg

슬프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귀여운 손녀 딸을 생각하며 두 할아버지들은 슬피 울었다. 그들은 신이었지만 죽은 자식들을 되살릴 수 있는 힘은 없었다. 그러나 손자 손녀의 몸이 영원히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도록 만들 수는 있었다.

그리하여 황금이었던 리아들라오는 태양으로 만들었고 구리였던 리불란은 달이 되게 하였으며  리수가의 수많은 은 조각들은 하늘의 별이 되게 하였다. 음모의 주모자인 사악한 리칼리부탄에게는 빛을 주지 않았다. 그에게는 새로 탄생하게 될 인간들을 등으로 떠받쳐 주어야 하는 힘든 임무를 부여하자고 합의 하였다. 그리하여 카프탄은 씨앗 하나를 마구아얀에게 주었고 그는 그것을 한 섬에 심었다.

그 씨앗에서 대나무 하나가 자라나왔으며 대나무 속 구멍에서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나왔다. 남자의 이름은 시칼라크(Sikalak)였고 여자의 이름은 시카바이(Sikabay)였다. 이들이 인간의 부모가 된 것이다. 이들이 2남 1녀를 낳았는데 첫 아들 이름은 리보(Libo), 뒤에 나은 딸은 사만(Saman), 막내 아들은 판다구안(Pandaguan)이었다.

판다구안(Pandaguan)은 아르욘(Aryon)이라는 아들을 두고 있었다. 판다구안은 머리가 좋아서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발명했다. 이 그물에 가장 먼저 잡힌 것이 거대한 상어였다. 이 상어를 땅으로 끌어내보니 너무 크고 사납게 생겨서 이것은 분명 신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상어를 숭배하라고 명령하였다.

곧 사람들이 상어에게 모여들어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이때 갑자기 하늘과 바다가 갈라지더니 카프탄과 마구아얀 두 신이 나타나 판다구안에게 당장 상어 숭배를 중단하고 상어를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명령하였다. 자기들 두 신 외에 다른 신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겁을 먹었지만 판다구안은 아니었다. 그는 아주 용맹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 신들 만큼 큰 상어를 제압한 힘을 증명했으므로 신에게 덤벼도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말을 들은 카프탄이 작은 번갯불 창을 판다구안에게 던졌다. 판다구안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작은 번갯불 창을 던진 것은 죽일 마음은 없었고 가르침이나 주려고 그랬던 것이다.

그 다음 마구아얀 신과 카프탄 신은 상어 숭배 의식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벌주기 위해 사람들을 여러 섬이나 육지로 분산하여 유배를 보냈다. 이렇게 흩


욕심 많았던 리칼리부탄은 할아버지의 번갯불을 맞아 땅이 되었으며 할아버지는 땅에 씨앗 하나를 심었다. 대나무 하나가 자라더니 그 안에서 최초의 인간 남자와 여자가 하나씩 나왔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은 이들의 후손이다. illustrated by Jillian Gilliland. Source/http://www.gosanangelo.
com/lifestyle/in-the-beginning

어진 사람들이 그들이 간 곳에서 자식들을 낳았기 때문에 지구의 모든 땅에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신들의 의도대로 판다구안은 죽지 않았다. 땅 바닥에 한 달을 누워있다가 깨어났는데 번갯불에 맞아 피부가 검게 타있었다. 판다구안이 피부가 검게 된 이후로 태어난 그의 후손은 피부가 검은 니그리토 종족(Negrito/동남아•오세아니아 등에 사는 키 작은 흑인)이 되었다.

판다구안의 장남 아르욘(Aryon)은 북쪽으로 유배되었으며 아버지가 벌을 받아 피부가 검게 되기 전에 태어났으므로 그의 후손은 피부가

검지 않은 하얀색을 유지하였다. 백인종이 된 것이다.

판다구안의 큰 형인 리보(Libo )와 누나인 사만(Saman)은 태양이 뜨거워 피부가 그을려지는 남쪽으로 보내졌으며 그곳에 가서 낳은 후손들은 갈색 인종이 되었다.

사만의 아들 하나와 시칼라크가 늦게 하나 더 낳은 아들은 동쪽으로 유배되었는데 이곳엔 먹을 것이 부족해서 황토 흙을 먹어야 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아이들은 피부색이 늘 노랬다. 그래서 황인종이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세상과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늘에는 태양과 달과 아름다운 별이 빛나게 되었으며 오늘 날 땅 위에서 분비며 사는 사람들은 질투심 많았던 리칼리부탄(Licalibutan)의 몸(땅)에서 자란 대나무의 구멍에서 나온 최초의 인간 부부 시칼라크(Sicalac)와 시카바이(Sicabay)의 후손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