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연애

2017.08.22
조회16,918

안녕하세요. 한 두어달 눈으로만 보다 글 남기네요.
글을 쓰면 욕을 먹기들도 하지만 사이다같은 댓글 남기시는 분들 그리고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는걸 보고 용기냅니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전문직 여자입니다. 미국에서 학교 나왔고, 아는게 힘이다 생각하여 아이양육 잘하고픈 마음에 아동심리도 복수전공했어요.
어디 기업의 회장 딸까지는 아니어도 사업하시는 아버지덕에 감사하게도 소위 표현하는 은수저 집안에서 자라왔습니다. 제 명의로 경기도권에 아파트 한채 해주셔서 갖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일에 욕심도 있고 명예욕도 있어서 열심히 합니다. 퇴근하고 집에오면 저도 빈둥거리면서 소파에서 티비도 보고 쉬고 싶은데 지친 몸 이끌고 일주일에 네-다섯번 운동갑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해서 책도 읽으며 내면도 가꾸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뭘해야 내가 행복할지 자주 생각해보고, 저만의 굵직한 가치관이나 도덕관념 정립시키려 하고, 제 단점 자꾸 덜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왔어요. 엄청나게 힘들지만요. 그리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요.

어렸을 때, 그러니까 남자와의 접촉 기회가 많은 대학교때까지는 인기도 많았습니다. 안정적인 애착관계 형성해서 연애도 남들하는만큼 했고 그래서 사랑도 받고 사랑을 할줄도 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 30살이 막 됐을땐 몰랐어요. 29나 30이나 체감적인 변화가 없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연애가 점점 너무 어려워져요. 자신감이 가득 찬 사람이었는데 자존감에 금이 가려고 합니다. 아니 벌써 몇 군데 금이 좍좍 갔어요. 왜 이렇게 이성관계가 안정적으로 지속되지 못하고 금방 정리될까요? 참고로 저는 눈이 높지 않습니다. 객관적 지표보다 주관적인걸 중시한다는 말입니다.

30대가 지나고의 연애는 양쪽 모두가 너무 많이 재는가봐요. 이 나이때에 자연스러운 행동인지 모르겠는데, 전 아직 이러한 점이 너무너무 서글퍼요. 저는 그래도 아직 열정적인데(제 열정도 나이와 함께 사그러진다는것도 슬픕니다) 열정이 있는 내 나이 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상대를 찾기 어려워요. 갈등이 생기려고 하면 해결할 시도조차 없이 그냥 그 관계를 정리하려는 남자들이 많네요. 중고등학교때는 단순히 그냥 상대방의 어떠한 한마디에 반해서 몇년을 사귀었다면, 지금은 재고재다 서너번의 만남, 길어봤자 한두달 안에 관계가 정리되죠. 서로 상처받기 싫어서일수도 있고, 그만큼 서로가 안 좋았을수도 있고, 그간의 연륜상 이러한 몇가지 행동패턴을 보이는 사람은 이렇더라 라는 틀에박힌 도식이 생겨서 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뭐가 부족해 연애를 이토록 못할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게 또 자존감으로 연결됩니다. 물론 내가 부족한 면도 있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주위 사람들도 그렇게 말해주지만 연애라는 '결과물'이 없으니까, 내가 매력이 없나? 좋은 사람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불쑥불쑥 들어요.

이렇게 단기적이고 부질없는 30대의 관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열정을 쏟고 시간을 보내는게 엄청난 감정소비라고 느껴지는데, 독신주의는 아니고 연애랑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라 연애를 안하자니 그건 또 외로울거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요. 시행착오는 어디에나 있다고 하지만 얼마의 시행착오를 버텨야 한번의 성공을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이제 진절머리가 나는거같아요.

이 나이때 결혼을 못한 사람들이 대개 겪는 그런 감정인까요? 다 때가 있고 짝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고들 하던데... 저 말이 진짠지도 모르겠고, 저보다 더 인생 선배이신 분들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제가 할일 묵묵히 하다 보면 짝이 나타나는건가요? 아니면 스스로 노력해서 어디 동호회나 이런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저런 영양가없는= 결과물이 없는, 단기적 관계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반복해야 하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