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지하 1,000m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 입니다.

한숨2017.08.23
조회830

제목 그대로 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대한민국 가장 깊은 곳.

지하 1천미터 막장에서 일하고 계시는 광부십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에 광산이 있어?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분명 계시겠죠?

이해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탄 구경 한번 못해보고 자라셨을테니까요.

 

그럼 혹시

몇해 전 무한도전에서 유 재석 님과 차 승원님이 장성광업소 막장에서 일을 하고 가셨던 것은 기억하시나요?

지하 1000미터 막장에서 채탄을 하셨던 것 같은데..

(사실 전 가슴이 아파 해당편을 보지 않아서, 유재석님과 차승원님께서 정확하게 어떤 작업을 하고 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그런 곳에서 저희 아버지가 일을 하고 계세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지하 1000미터 막장에서, 혹은 그와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많은 아버지들이

계약직. 그것도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계시다는 거요.

물론 저희 아버지도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계십니다.

 

다시말해,

비가오나 눈이오나, 공휴일이 되어도

쉬는날 없이 일하는 저희 아버지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지하 막장에서 일하고 계시는 계약직 하청 직원입니다.

 

아마 이런 글을 쓰면 요즘같은 세상에 주5일제 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출근한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하시겠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탄광 하청 노동자들은 교대근무로 돌아가는 갑/을/병반으로 나뉘고

정규직 직원이 아닌 이상 쉬는날도 보장받지 못하고, 법정공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속에서 일을 하고 계시죠.

 

사실 전,

요즘 티비나 신문에서 공기업/관공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뉴스를 들을때 마다 만감이 교차하곤 합니다.

 

그분들이 어떤 삶을 사셨을지 알기에

기쁜마음이 들다가도,

왜 우리 아버지는 20년을.

그것도 대한민국 가장 깊고 위험한 곳에서 일을 하면서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셔야 하는가에 대한 슬픔때문에요.

 

사실 처음 달님 정부가 들어서고,

관공서/공기업에 종사하는 많은 비정규직 인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말이 나왔을때만해도 정말 기뻤습니다.

근처의 강원랜드에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분들도 정규직으로 될거라고 정말 좋아하셨고,

저희 아버지도 정규직이 되겠구나 하시며 정말 행복해 하셨죠.

그런데, 들리는 소문이 이상합니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는 누락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한겁니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광산에서.

광부로 일하신 아버지께서는 또다시 좌절하셨습니다.

첫 월급으로 70만원 정도를 받으셨다고 울면서 말씀하시는데 저 역시 좌절했구요.

 

현재 대한민국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2조 제3호에 따라 분진작업을 하는 업무는

제 2조 근로자 파견의 대상 및 금지 업무에 적시 되어  파견근로를 금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아무런 법적 절차도 밟지도 않고

이런 감정에 호소하는 글만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해 전 부터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일하고 계시는 많은 하청 직원분들이 모여 소송에 들어 간 실정 이거든요.

1심 지방법원 승소>

2심 고등법원 승소>

3심 대법원에 공사측 상고 > 현재 대법원 계류중

 

... 계류 중...

 

 

처음부터 불법이었고,

있어선 안 될 일들이었습니다.

석탄공사측은 한해 적자가 어마어마하게 나고 있는 상황속에서

가장 약하고 힘없는 자들의 권리와 대우를 빼앗아 적자를 보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네들은

본인들의 자리를 유지할수 있도록 해주고,

몇십년의 세월동안 대한민국 가장 어둡고 깊고 위험한 곳에서 묵묵히 일해왔던 우리네 아버지들을

갑도 아닌 을도 아닌 병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더 기가막힌건,

이와중에 공사의 사무직 정직원은 잘도 채용됩니다.

 

사실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볼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저희 아버지께서 건강진단을 받은 결과

진폐 의심이 나왔습니다.

차라리 잘된거 아니냐고 하실 분들이 계시겠죠.

진폐 확정만 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 아버지는 정확한 진단을 위한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시려고 하십니다.

확정 진단을 받으시면 광산에서 더이상 일할 수 없으시다구요.

한번씩 고향집에 찾을때 마다

아버지 귀를 파드리면

까만 귓밥이 한가득.

귀마개 좀 하고 일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해도 그렇다고 하시며 껄껄 웃으십니다.

이제 점점 귀도 잘 안들리시고,

티비소리는 점점 높아져 가는데...

기다릴수가 없었어요.

마냥 손놓고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가 받으셨던 월급 명세서를 올리고 싶었지만,

올리면 실명 공개 혹은 일하고 계신 파트가 유출되고

불이익을 받으실까봐 이정도의 글만 올려봅니다.

 

달님께 산적한 국정과제와 적폐청산을 위해 치루어야 할 일들이 청와대 앞으로 산더미 인데..

저는 이런 글이나 쓰고 있네요.

일단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려고 합니다.

 

그냥 대한민국 산촌, 그 어디쯤에

이런일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시고,

말도 안되는 부조리에도 아무 말씀 못하시고

하청 노동자로 하루하루 근근히 사시는 분들이 있다는걸 알아주십사 글을 올려봅니다.

 

몇해전,

아버지 환갑을 맞아 자식들이 한푼두푼 모은 돈으로 난생 처음 가족여행을 3박4일로 떠났습니다.

큰맘먹고 떠난 첫 해외여행인지라 티켓팅도 반년전부터 해두었었죠.

그런데 환갑여행을 떠나기 며칠전.  

회사 하청 사장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허락도 안받고 여행을 가는게 어딨냐고. 대뜸 화를 내시더라구요.

물론 당시 여행은 (항상 그랬던것처럼.)

다른 동료분들과 일정을 조정해서 사전에 대근까지 다 해주고 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밥먹듯 바뀌는 하청 사장들에 따라

대근 룰도 바뀌고 그때마다 맞추어야 하는 비위도 달랐습니다.

회사 한번 나오지 않고,

계약할때 얼굴 한 번 본게 다였던 그 하청 사장은.

허락을 받지 않고 여행을 간다는 이유만으로 처음 비행기를 타고 떠날 우리 아버지 환갑여행을 망쳐놓았습니다.

결국 허락을 받았지만,

식민지 일제 치하, 일본 사장을 뒀다 한들 이보다 심할까요.

이전에 다른분들이 여행에 가시거나, 일이 생겨 회사를 빠질때 보고를 못받았던게 응축되어 폭발하셨던 걸까요?

그 후 저희 아버지는 퇴직하실때까진 여행은 가지 않으시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뭐, 지금 하청 사장님께서는

지금까지 사장님들과는 다르게 명절에 5만원 수고비도 주시고..

카톡으로 좋은 글도 보내주시고 하시지만.. ㅠㅠㅠ

쓰다보니 자꾸 눈물이 나네요. ㅎㅎ

너무 슬프네요.

 

그럼 길고 긴 하소연글을 마칩니다.

혹여나 대법원 승소를 받으면 꼭 기쁜 소식 공유하러 오겠습니다.

그날을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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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조(근로자파견의 대상 및 금지업무) ①「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5조제1항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라 함은 별표1의 업무를 말한다.  <개정 2007.6.18>

   ②법 제5조제3항제5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무를 말한다.  <개정 2007.6.18>

1.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에 따른 분진작업을 하는 업무

 

 

관련 뉴스

 

탄가루 마시며 고된 일 해도...대형사업장 위장도급 논란

http://www.kwnews.co.kr/nview.asp?s=401&aid=216011900118

 

“제일 먼저 아이들에게 ‘아빠도 정규직’이라 말하고 싶어요”

http://www.hani.co.kr/arti/PRINT/803731.html

 

공공부문 성과주의 도입은 결국 비정규직 확대http://newstapa.org/35252

>> 이 기사가 현재의 대한석탄공사 하청직원들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해 주는 것 같네요...

 

그냥 관련 뉴스는 이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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