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말,

버르장머리VIP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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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처음 본 건 오빠의 카메라 앨범 속 모습이였다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동생의 남자친구로써 군대에 가는 날

그 동생에게 남겼던 영상과 사진들을 보게 되면서 마음을 품었나보다

 

그 뒤로 아무일 없었단 듯 너를 잊고 다른 남자와 함께 4년이란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동안에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무심하게 툭 내려놓고 간 음료수 한캔에

너에게 내 모든 감정이 집중되었었고, 그 때 있었던 애인의 질투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다시 두번째도 넘어가버렸다

 

4년된 남자친구와 지독히 끈질긴 악연으로 끊어버리고 마음이 너무 홀가분할 때

그 해 7월 서울에서 일하고 있던 너와 처음으로 제대로 만나서 계곡으로 가게되었다.

차 안에서 피곤해서 고개가 흔들리는 널 보면서 어깨를 빌려주고 싶단 마음이 들었었고,

고기를 구우면서 먹지 못하고 오빠 여자친구가 싸주는 쌈을 보며 내가 싼 걸 주고 싶었지만

다가갈 수가 없어서 그냥 그렇게 내 손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버려졌다..

 

계곡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네가 하는 모든 유머가 나에겐 어떤 코미디 보다 웃겼고

그런 모습을 보며 너도 나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다

 

계곡에 갔다와서 씻은 뒤 좋아하지도 않는 피씨방에 네가 온다는 말에 철판을 깔고 끼여서 갔다

화장도 못하고 완전 쌩얼로 아주 다급하게 쫓아갔었다...다시 생각하니까 참 부끄럽네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오빠네 커플로 인해 우리는 같은 편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살짝 투닥거리기도 했었다. 잘 좀해보라며..

 

자리를 옮겨서 술집으로 이동했고 그 자리에서 잠깐 담배를 핀다며 나가는

오빠 여자친구의 뒤를 따라 나가서 내 번호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술이 알딸딸한 상태로 집앞에서 내려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가기 싫다며

오빠와 오빠 여자친구 앞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말하는 널

안쓰럽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던 내게 넌 깍듯이 인사를 하고 들어가길래

난 그렇게 너와 내 사이는 끝인 줄 알았어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5시쯤이였고 씻고 나왔는데 네 톡이 와 있어서 그걸 보며

다시 설렐수 밖에 없었고, 그 뒤로도 연락은 주고 받았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어서

굉장히 초초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니가 나에게 언제부터 자기를 좋아했냐는 말에 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어

넌 1년 뒤에 연락와서 그 동안 내숭 떨었던 거 안다고 솔직히 말하라며 웃으며 얘기했었지만

그건 내숭이 아니라 정말 태어나서 남자앞에서 그렇게 부끄러워했던 적도 설레였던 적도 없었다

 

짧은 기간동안 너와 추억을 남겼고 영화같은 추억도 있었고, 피치못할 상황에 헤어져야했고,

자리잡힌 네가 나에게 니가 있는 지역으로 올라오면 널 볼 수 있다고 오란 말을 했을 때

잠깐이지만 너와 함께 있을 상상을 해보며 정말 행복했어

 

그렇지만, 난 그 말에 물불 가리지 않고 ok란 말을 던질수가 없었어

20대 초반만 됫어도 그냥 무작정 올라갔을 것 같았는데 말야....

너에게는 그 말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한 말이였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지금에서야 드네...

 

아무튼 넌..니가 오라고 했을 때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날 보면서 내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했을까?

내 마음은 여전히 널 처음 만났던 그 때와 다름없었어,

네 목소리를 들으며 설렜고 돌아오란 말에 모든걸 다 가진거 같았어

TV를 끊고 살아서 몰랐던 네 애교를 들으며 술 취해서 하는 말인거 아는데도

그래도 그게 너무 행복했어, 그 다음날 달라질 게 뻔한 너인걸 알면서도 말야...

 

내가 너에게 갈 수 없었던 이유는..두려워서..

지금 남겨져 있는 너무나 소중하고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이 추억들이..

그 전 남자친구와의 추억처럼 변질될까봐서 무서웠어

 

그리고 이젠 너도, 나도 20대 후반이잖아

결혼하는 것도 아닌 채로 무작정 새로운 지역으로 가서 자리잡는 걸 하기엔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널 떠나보낸 뒤로 미친듯이 아파했고, 그리워도 했고

난생 처음으로 필름이 끊겨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올 정도로 슬퍼하며 술도 마셨어

내 인생에 최고의 방황기였던 것 같아..주위에서 네 얘기를 하며 지금도 술 마신다고 하면 말릴만큼...ㅋㅋ

 

내가 제일 미련이 남았던 건...나에게 30 넘어서 결혼하자고 했을 때 대답해주지 못한 것...

너무 설레서 부끄러워서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거뿐인데...너에겐 다른 의미로 생각되었을까봐..

그게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가장 큰 한이야..그냥 불안했어도 대답해줄껄 그랬어.. 

 

지금은 너보다 어린 여자친구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고 사진으로 봤고,

어느정도 널 안주삼아 많은 생각과 미련없이 너에게 매달려 봤으니까...

 

너에 대해서 잊어가고 있는 것 같았고 무덤덤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올케언니가 된 오빠 여자친구가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널 얘기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내 마음에 상처 하나가 푹 파인 거 같아

 

요즘들어 자주 결혼하라는 말을 들으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올케언니에게 널 데려오면 당장 결혼하겠다며 그게 아니면 기다리란 말을 했었지만..

 

여전히 넌 내게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니까

지금이라도 나타나서 흔들면 미친듯이 흔들릴 거 같으니까

유일하게 "결혼"이란 단어를 들으면 너부터 생각나니까...

 

지금까지 생각했던 첫사랑이 그 사람이 아니라

니가 정말로 내 첫사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 말이라 여기에 적고 다시 묻어보려해

잘 지내, 이게 너와 내 얘기인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서

알아보지도 못할거고 알아도 너에게 전할 이상한 사람은 없겠지?

 

내 마음 가득히 남은 너의 웃는 모습과 행복했던 추억을 묻으며 이만 줄이려고 해 

행복해, 안녕